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6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14 10:00
조회
14
추천
3
글자
11쪽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DUMMY

증 승상의 손에 의해 교리가 완성된 지도 어언 2주가 지났다. 사실, 그가 만든 교리가 객잔 주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부마님!”


이야기의 발단은 광귀의 등장이었다. 북빙신궁의 중요인물인 광귀. 그가 자신의 식솔들을 이끌고 무작정 동동구리모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아니, 북빙신궁은 어쩌고... 그것보다 뒤에 사람들은...”

“제 식구들입니다. 집사람과 아들 딸, 그리고 제 밑에서 무공을 연마하는 애들까지.”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들까지요?”


그의 식솔들이 5~6명. 그리고 그의 제자들과 그 제자의 가족들이 50여 명. 거의 6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동동구리모를 찾아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고된 여정이 가지고 온 피로와 고난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 얼굴을 마주한 나는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우선은 객잔 안으로 모두를 불러들인 나는, 주방에 연락해 가능한 많은 음식을 만들도록 했다. 말도 타지 않은 채, 오로지 걸어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아니, 광귀 씨. 이게 무슨 짓입니까? 고생을 하시려면 그냥 혼자 하시지, 왜 죄 없는 이들까지 이렇게 전부 고생을 시키느냐는 말입니다!”


나는 다짜고짜 광귀를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가 음식을 코로 먹든, 입으로 먹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왜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무모한 짓을 시킨 것일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부마님. 부마님께서 북빙신궁에 오셨던 그 날 이후, 저희는 많은 의논을 나눴습니다.”


광귀는 음식을 내려놓고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그의 이야기에 묵언으로 동의하는 그의 식솔들. 그가 꺼내놓는 이야기들이 절대 거짓이 아닌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하셨어야죠. 여긴 지금 중경 근처입니다. 한 달은 넘게 걸어오신 거잖아요?”

“저희 가족들 그렇게 나약하지 않습니다. 20일 걸렸습니다!”


광귀를 비롯한 그의 식솔들은 자랑스럽게 콧대를 세웠다. 요점이 그게 아닌데 말이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20일이나 걸어온 겁니까? 여기까지?”

“아니죠! 쉬면서 천천히 왔습니다. 3일에 하루는 꼭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지요. 저희 그렇게 대책없는 사람들 아닙니다. 하하하하!”


이게 웃을 일인가? 3일에 한 번이라고 해도, 3일은 꼬박 걸었다는 말이잖아. 기가 찼다. 너무 기가 차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저희는 무조건 창조교와 함께 하겠습니다.”


게다가 여기까지 온 이유가 종교 때문이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건 아닌데, 일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예상외의 일들이 일어나고야 만다. 그것도 내가 어찌 제어할 수 없는 일들만.


“종교 때문에 이렇게 오셨다고요? 그건 더더욱 아니죠!”

“아닙니다.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부마님이라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주실 겁니다!”


순간, 등 뒤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지금 이 사람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창조교를 믿는 이유가, 신이 아닌 나라고?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거 같다고? 이거 황제가 들으면 한바탕 난리로 끝날 거 같지 않은데.


“이 세상을 다스리는 건 황제께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가 아니에요.”

“일반 백성에게 손을 뻗는 건 황제가 아니라, 부마님 같으신 분입니다.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선은 그들에게 생활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내주고, 부족한 장소는 증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저분이 광귀라는 분이십니까?”


증 승상이 광귀를 찾아온 것. 예전부터 광귀의 악명을 익히 들었던 그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광귀를 보러 증축현장에 나타나고 만 것이었다.


“내가 광귀다! 그러는 넌 누구냐!”

“저는 여희의 아비, 그리고 현 대협의 장인되는 사람입니다.”


여희라는 이름이 나오자, 적대적 탸도를 버리고,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광귀. 그의 두 눈에는 신뢰와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녀님의 아버님이시라고요?”

“광귀 님은 북빙신궁의 사람이라도 들었는데, 창조교에 귀의하신 겁니까?”


승상의 질문에 광귀는 무작정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잘하셨습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그를 칭찬하며, 자신이 쓴 교리책을 그에게 넘기는 승상.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설마 그거 교리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협. 절대 고수인 광귀 님께서 봐주셨으면 하고 가지고 왔습니다.”

“교리라고요? 완성이 되었군요!”


교리를 받은 광귀는 기쁜 마음으로 책을 열어 읽기 시작했다. 난 이때까지만 해도, 지금 눈앞에서 벌어진 이 광경을 크게 걱정하거나,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엄청납니다. 이건 정말 엄청납니다!”


교리를 읽더니, 눈물까지 흘리는 광귀. 아니, 교리책 안에 그렇게 감동적인 내용이 있었던가? 그냥 올바른 말만 적힌 책이었는데.


“만민평등에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라는 말씀까지...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 글은 태어나 처음 읽어봅니다.”

“그게 창조교의 교리이자, 창조주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길입니다.”


감동에 젖은 두 어르신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이후, 승상이 만든 교리는 책에서 책, 입에서 입으로 번지고 또 번져갔다. 성경공부를 하듯, 교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자기 전에 교리의 중요부분을 암기하는 버릇도 생겼다.

사이비 종교를 목표로 했지만, 진짜 종교가 되어버렸다. 내가 유도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게 아닌데...”


난 한동안 나 자신을 되돌아봤다. 여희의 복수를 이루고 원더랜드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사건과 사건이 얽히고설켜서 뜻밖의 일들을 물고 들어왔다. 지금은 언제 원더랜드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걸까. 분명 충분히 주의를 가지고 행동했는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꼬이고 또 꼬였다. 정녕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움직일 수는 없는 것일까.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뭔가 부족한 것일까.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날 압박했다.


「네가 중요하다고 여기면, 네가 직접 나서서 지켜.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르니까. 심지어 나조차도.」


바로 그때였다. 내 머릿속에 창조주가 건넸던 말이 떠올랐다. 나에게 끝까지 발버둥 치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발버둥 치는 것뿐이니까.




“방주님, 중경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요?”


이제 막 구걸을 마치고 돌아온 개방의 제자가 심각한 목소리로 방주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거지굴로부터 한참이나 떨어진 중경 외곽의 한 동굴. 곽 태사의 시선을 피해야만 했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외곽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곽 태사와 가씨 문중이 뭔가 벌이고 있는 것이냐?”

“그 두 가문뿐만 아니라, 등씨 가문도 합세한 모양입니다.”

“명문세가인 세 가문이 전부?”


방주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곽 태사와 가씨 집안은 증 승상과 직접적인 원한이 있다고는 하지만, 등씨는 직접적인 원한까지는 아니었다. 등씨 가문은 원래 장사를 주로 하는 장사치 집안. 책사라는 직책도, 돈으로 얻은 일종의 명예직이었다. 그런 등씨 집안이 승상을 잡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니. 방주는 그 움직임에서 뭔가 이상한 냄새를 느꼈다.


“이거 세간에 알려진 게 전부는 아닐 수도 있겠어.”

“무슨 말씀이신가요, 방주님?”

“진짜 적은 곽 태사나 가씨 문중의 첫째가 아닐 수 있다는 거다.”


방주는 사뭇 진지했다.

그의 생각은 이러했다. 진자나 곽 태사는 그저 사건의 앞에 나서는 꼭두각시일 뿐, 진짜 배후는 등씨 가문. 등 책사가 엄청난 자본력으로 무기로 나라의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상황을 승상께 알려야 할 텐데...”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지만, 지금 증 승상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방주는 그저 발만 구를 뿐이었다. 거처를 옮긴 후 줄곧 승상의 위치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완전히 증발된 것처럼.


“중경의 북쪽에서는 연락이 없나?”

“승상 관련 연락 말씀이십니까? 그런 말은 전혀 없고, 중경의 북쪽에 거대한 성이 하나 나타났다는 이야기만 있습니다.”

“성? 그건 또 무슨...”


찾고 있던 승상 이야기는 들려오지도 않고, 거대한 성이라니. 성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날 수 있을까. 방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해, 그의 말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북빙신궁의 광귀와 그의 식솔로 보이는 이들이 성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북빙신궁의 광귀가? 그렇다는 건, 그 성은 북빙신궁의 요새라는 건가?”


명문세가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도 큰 사건인데, 북빙신궁의 요새가 중경의 밖에 설치되어 있다니. 방주는 난감할 따름이었다. 중경 안팎으로 위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중경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린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자.”


방주의 눈앞에 놓인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힘없는 개방의 방주가 뭘 어찌할 수 있을까. 개방 제자들을 이용한 정보력은 아직 쓸만했지만, 그 누구도 개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질 않는다. 명문정파의 반열에서 떨어져나온 그 순간부터.


“방주님, 그러지 말고 우리도 광귀 쪽에 붙는 건 어떻습니까?”


방주는 젊은 제자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광귀와 손을 잡는다니. 명문정파에 있을 때부터 북빙신궁과 손을 잡는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북빙신궁의 야만인들이 말이 통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북빙신궁과 손을 잡아? 그 야만인들과?”

“어차피 정파 취급도 못 받는 마당에, 북빙신궁과 손을 잡는다고 해서 딱히 손해가 될 건 없을 거 같습니다.”


그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그래, 손해는 없다. 하지만, 과연 북빙신궁이 다 쓰러져가는 개방과 손을 잡아주려고 할까? 방주는 자신이 없었다.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우선은 우리가 살아남을 퇴로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 남쪽에 우리가 살만한 자리가 있는지 확인부터 하자.”

“존명!”


젊은 제자는 그 이상 입을 열지 않고, 방주의 말을 받아들였다. 북빙신궁과 손을 잡아 힘을 되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개방 사람들의 안전. 그는 우선 안전을 확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들을 한번 구해주었던 현과장이 나타난다면 일이 참 수월하겠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4 344. 황제 24.01.19 14 4 11쪽
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1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5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6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7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