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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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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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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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호떡이 싫다고?

DUMMY

“김치찌개가 뭔지...”

“시끄러워! 닥쳐! 네놈들의 입에 오르내릴 그런 음식이 아니야!”


감히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김치찌개를 입에 담다니.

김치찌개는,

미식가 갓패치가 인정한 몇 안 되는 최고의 요리.

푹 익은 김치가 여러 재료들과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칼칼한 국물은, 천상계 천사들의 두 뺨을 찰싹찰싹 때려도 용서를 받을 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간단히 맛을 표현하자면, 그래, 이건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는 그 맛! 그 자체다!


“너희는 절대 못 먹을 거니까, 입에 올리지마, 그 이름이 더러워지니까.”


난 단단히 그들에게 주위를 준 뒤, 이 몸뚱이의 주인이 시키는 대로 『무한의 주방』을 소환했다. 그러자, 내 주변으로 생성되는 무한의 재료와 조미료들. 생전 처음 보는 재료부터 언제나 봐 왔던 익숙한 조미료까지,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 필수품들이 내 주변에 빠르게 생성되었다.


“이, 이게 무슨...!”


아무 말 없이 술잔만 기울이던 북빙신궁의 두령도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자잘한 거로 놀라면 안 되는데. 아직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깜찍한 한 방이 준비되어 있는데 말이야.


“지금 뭘 어떻게...”

“놀라지 마. 놀라지 마. 진짜는 지금부터니까.”


난 몸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움직였다. 그러자, 이 두 손을 거쳐서 순식간에 완성되는 따끈한 음식. 바로, 호떡이었다.

그의 예상대로였다. 창조주가 「호떡을 만드는 능력」은 안 뺏어간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커피타는 능력」도 남아있다는 거 아니야? 이거 개꿀인데.


“먹어. 먹고 사라져.”

“달랑 정체 모를 떡이나 먹고 꺼지라는 말씀인 겁니까?”


난 진건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귀를 아주 잘 알아듣네. 이 몸 안의 누군가와 아주 다르게.


“싫다면? 싫다면 어쩔 겁니까, 대협?”


패기가 좋다. 하긴 모두 저런 말을 하지. 이 몸이 만든 호떡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아니, 가게 될 거야. 그래야 한 번 더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진건은 나를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긴, 이 인간들은 이 사실을 모르지. 현과장의 호떡이 마약을 이긴 음식이란 걸.




효과를 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한 입만 먹어도 멈출 수 없는 현과장표 호떡. 그걸 산더미 만큼 만들어 줬으니 말 다 했지. 그들은 결코, 헤어나오지 못했다. 호떡의 덫에서.

이제 그들은 호떡의 노예. 호떡을 먹기 위해서는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군(君)도 신(臣)도 없다. 오직 노예만 있을뿐.


“자, 더 먹고 싶으면 빨리빨리 치웁니다. 호떡 안 먹을 겁니까?”

“네, 네!!”


진건도, 두령도, 다른 살수들도, 북빙신궁의 사람들도 눈이 뒤집혀 움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게 더 심한 거 아닐까. 그냥 겁줘서 쫓아 보내는 게 훨씬 인간적인 거 같은데...


“어, 어떻게 하신 거예요?”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희가, 놀란 눈을 하며 달려왔다. 그래, 놀라는 게 당연한 반응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리 잡고 당당하게 위협하던 이들이, 날 만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리 재빠르게 철수를 시작하다니. 평범한 이들이 봤다면 놀라는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놀라 까무러쳤을 거다.


“특기 좀 살렸지.”

“특기요?”


그녀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날 바라보았다.

평화적으로 적들을 물리친 비법이 궁금한 모양인데. 잠깐, 이 녀석에게도 호떡을 먹이면, 말을 좀 듣지 않을까? 요즘 자꾸 기어오르는데, 확실히 내가 누구인지 머릿속에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


“궁금해?”

“당연하죠!”


걸려들었다. 난 그녀를 위해 또 한 번 『무한의 주방』을 불렀다. 주방이 펼쳐지자, 넋을 놓고 바라보는 진건과 사람들. 지금 그들은 이미 완전히 영혼을 빼앗겨 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여희 역시 저들과 같아지겠지.

난 이번엔 더욱 정성을 들여 호떡을 만들어 여희의 앞에 내밀었다. 여희에게 건너가는 호떡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는 사람들. 이윽고 호떡이 여희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이제 끝이다. 이제 좀 편해지겠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달잖아요! 나 이렇게 단 건 싫은데.”


응? 싫다고? 이 호떡이? 현과장표 호떡이?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싫다고? 이게 싫어? 저기 저 인간들은 이게 먹고 싶어서 움막을 철거하는데, 넌 이게 싫다고?”

“너무 달잖아요. 이런 거 먹으면 이 썩어요.”


잠깐, 이게 말이 돼? 뭔가 잘못되었다. 정말 뭔가 잘못되었다! 이럴 리 없다, 없다고! 현과장의 호떡을 이렇게 매몰차게 거부한다고?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 잠깐 기다려! 의논 좀 하고 올 테니까!”

“의논?”


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녀를 두고 빠르게 구석으로 달려갔다.

이 몸뚱이의 주인 ‘현과장’과 이 상황을 의논하기 위해.




“현과장! 이게 무슨 일이야!”

“아니, 제가 물을 말이라고요! 이게 무슨 일입니까?!”


거실에서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내가 나타나자 빠르게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무래도 현과장도 이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현과장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제가 왜 일부러 그럽니까? 매일 만들어 주면 되는데!”


그의 말이 맞다. 곁에서 매일 만들어 주면 되는데 일부러 맛을 조절하거나 망칠 필요는 없다. 그렇다는 건,


“설마, 여희에게는 통하지 않는 건가?”

“그럴 리가요!!”


여기서 남은 가설은 여희에게 현과장의 호떡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뿐. 하지만 현과장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이건 최고의 호떡이라고요!”

“그... 그래...”

“나가세요! 당장!”


나가라고? 당장? 도대체 왜?


“그냥 나가라고?”

“네! 이렇게 자존심을 다친 상태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죠. 스페셜 호떡을 대접하는 수밖에!”


현과장의 눈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거대한 자존심 뭉개져 섞인 지독한 광기가.




의논을 마친 난, 다시 여희에게로 다가갔다.

아직도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먹다 남은 호떡. 그녀의 손에 들린 호떡은 어딜 어떻게 봐도 너무나 멀쩡했다. 딱 한입 베어먹은 자국을 제외하고는.


“너 이리와! 그거 버리고!”

“뭐, 네.”


내 말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호떡을 던지는 여희. 그 모습을 본 두령이 재빠르게 달려와 호떡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낚아챘다. 그래,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지금까지 호떡을 바닥에 버린 사람을 본 적이 없단 말이다!


“너 이거 먹어봐!”


이번엔 정말 공을 들여 완벽한 호떡을 만들었다.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현과장표 스페셜 호떡! 이걸 먹은 자는 두 번 다시 다른 간식을 먹을 수 없었지. 여희, 미안하지만 이건 네가 자초한 운명이다. 네 입맛이 자초한 운명이라고.

그런데,


“이것도 별로인데요.”


먹자마자 인상을 찌푸린 그녀. 이건 정말 뭔가 잘못되었다. 정말 뭔가 잘못되었다고! 잠깐, 설마 정말 잘못 만든 거일 수도 있잖아. 안 되겠다.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지.


“그거 가지고 와봐.”

“이, 이거 드시게요?”

“빨리!”


그녀는 우물쭈물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에게 먹던 호떡을 내밀었다. 그래, 내가 직접 맛보고 확인해야겠다.

난, 거침없이 한입 베어먹었다.

쫀득하게 떨어지는 떡 반죽과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계피향 꿀물. 바삭바삭한 겉 반죽이 식감을 더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간식, 일품요리. 아니, 그런데 이게 맛이 없어? 이게 맛이 없다고?!


“너 제정신이야? 이게 맛이 없다고?”

“네 맛없어요. 정말 배가 고프면 먹을 정도?”

“배, 배가 고파야 먹는다고?”


아니, 얘가 이렇게 미식가였던가? 내 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비상사태다! 비상사태! 다시 한번 현과장과 의논을 해봐야 할지도.


“너! 잠깐만 기다려!”


이 엄청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금 현과장을 만나러 가려던 찰나, 내 앞을 막아선 진건과 그의 일행들. 그들은 광기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 호떡... 호떡을 주시오...”

“다 치웠어요?”


내 질문에 그들은 사정없이 고개를 앞뒤로 끄덕였다.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다. 완벽하게 치워진 움막들. 그래, 이게 정상이다. 호떡을 먹기 위해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게 정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여희는 뭐지? 호떡이 그것도 스페셜 호떡이 맛이 없다고? 이건 정상이 아니다. 이런게 정상이 아니란 말이다!


“만들어 줄테니까, 먹고 사라져요. 안 그러면 두 번은 없을 거니까.”

“지금 지나면 언제 또 먹을 수 있습니까?”


그는 호떡이 없을 미래가 두려운 듯, 벌벌 떨며 나에게 말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 이대로 두면 여기서 버틸 게 불 보듯 뻔한 일. 하는 수 없다. 그를 안심 시켜 줘야지.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찾아갈 테니까. 결판을 짓기 위해서.”




날파리 같은 것들을 쫓아 버린 나는, 또다시 현과장을 찾았다. 거실을 서성이며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모습. 그도 지금, 이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모양이었다.


“뭔가 완전히 잘못되었어! 스페셜 호떡이 먹히지 않을 리 없다고!”


그의 눈동자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날 바라보고 있던 진건의 눈동자처럼. 나도 당황했는데, 호떡의 주인인 현과장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상상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뭔가 잘못된 거야. 그걸 찾아야 한다고.”

“혹시, 밀 때문이 아닐까요? 난 채야가 수확한 밀을 썼는데.”


그의 말대로 원더랜드의 질 좋은 밀이 원인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호떡을 먹은 다른 이들은 완전히 노예가 되었으니까.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그것도 일반적인 원인이 아닌, 완전히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원인이.


“내 생각이지만, 이건 개인차이야. 여희가 단 걸 싫어하는 게 원인이라고.”

“아니 세상 어느 여자가 단 걸 싫어하냐고요!”


그의 말이 맞다. 세상 어느 여성이 단 걸 싫어한단 말인가. 애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좋아하는 게 달콤한 스위츠인데. 그걸 싫어한다고? 이게 정상이야?


“그럼 커피를 타줘 볼까요? 아메리카노는 어떨까요?”


현과장이 기막힌 아이디어를 냈지만, 난 크게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리 현과장의 커피가 향긋하고 깊은 맛을 자아낸다고는 하지만, 음료수은 어디까지나 음료수. 음식이 가진 임팩트에 비하면 너무나도 하찮다.


“현과장, 그러지 말고 단번에 무릎을 꿇리자고.”

“단번에요?”

“응 단번에.”


난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또한 나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는 현과장, 그의 눈가에 투지가 이글거렸다.


“그럼, 은아 엄마에게 필살기를 한번 보여줄까요?”


작가의말

연참대전도 끝났으니 정상적으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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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6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7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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