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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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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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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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악인들의 집회 - 2

DUMMY

저택의 입구부터 그들의 술판 자리까지 가는데, 아무런 재재도 없었다. 그 누구도 날 막지 않았다. 적이 코앞에 올 때까지 아무도 막지 않다니. 그들의 상설은행을 털었을 때도 잠깐 느낀 거였지만, 가씨 집안의 경비는 정말 허술하기 그지없다.


“웬 놈이냐?!”


내가 술판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니, 그제야 달려와 나를 둘러싸는 경비원들. 그 경비원들을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누구 하나 정신을 제대로 갖춘 이가 없었다.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겨우 붙잡고 있는 사람이 태반. 대다수의 이들은 술통에 들어갔다 나온 모양인지, 눈동자까지 풀려있었다.


“가관이네. 가관이야. 지금 술이 넘어가냐? 내가 이 집 사람을 그 망신을 줘서 보냈는데 술이 넘어가? 훈련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술판을 벌이고 있네?”


난 천천히 술판 한가운데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대놓고 행패를 부려도 그 누구도 달려와 나를 막지 않았다. 내 얼굴은 모르는 듯했지만, 내 옷과 색깔은 잘 알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한 달. 한 달 뒤에 내가 직접 온다고 했다. 설마 날 맞이하기 위해서 이런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는 건 아니겠지?”

“네놈이 신화경의 그놈이냐?”


나를 보고 입을 연 사람은, 중앙에 앉았던 풍채 좋은 노인. 딱 봐도 고수의 느낌이 풍겨 나오고 있었다.


“신화경은 모르겠고. 지금까지 가씨 집안을 괴롭힌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래, 내가 맞는데?”


내 도발적인 태도에 방 안의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은 키득거리며 날 비웃었고, 또 몇몇 사람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저 노인의 손에 죽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간이 배 밖으로 나오면 사람이 죽지. 안 그래?”


내 대답에, 노인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왜 반격의 여지가 있는 말을 던지냐고. 멍청하게.


“죽이기 전에 이름을 들어놓을까?”

“남의 이름을 묻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닐까? 나이를 똥구멍으로 드셨어?”


난 가차 없이 그의 말에 토를 달았다. 그러자 완전히 얼굴이 붉어진 노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이라도 날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기 시작했다.


“무례한 놈이!”

“누가 무례해? 대놓고 사람을 죽이겠다는 놈이 무례해? 이렇게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무례해?”

“주둥아리만 살아 움직이는 놈! 당장 죽여주마!”


노인은 그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날려, 내 목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직 나에 관한 공부가 덜된 것일까. 그런 식으로 날 상대한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텐데.


[쫙! 쫙!]


아니나 다를까. 내 목을 움켜쥔 그 손으로부터 피가 터져 나오고야 말았다. 무척 아플 텐데, 이를 악물고 견디는 노인. 이걸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미련하다고 해야 할지. 가오가 육체를 지배했네. 아니면 너무 술을 많이 마신 걸지도.


“대사부님!”

“물러서라! 이놈은 나 혼자 상대한다!”


대사부라는 자는, 더욱 세게 내 목을 조르려는 듯,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상처가 나는 건 본인 자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야기를 못 들은 걸까. 아니면 그냥 머리가 텅 비어있는 걸까. 나에게 덤볐던 사람들이 반대로 당했다는 이야기를 분명 들었을 텐데. 그렇다면, 머리를 좀 써야 하는 거 아닐까?


“나에 관한 이야기를 못 들었습니까?”

“반탄신공?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눈동자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그래, 반탄신공인지 뭔지 하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존재하는 게 있다면, 『창조주의 권능』뿐.

그의 팔에 생긴 상처가 점차 벌어지는 것이 보였다. 술기운에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어딜 가나 술이 문제다, 문제야.


“그러다 죽어요.”

“으아아아악!!!”


내 목에서 손을 떼지 않자, 결국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핏물.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만 있던 이들이 그를 내 몸에서 떨어뜨려 놓기 전까지, 그는 무작정 내 목을 움켜쥐려고만 했다.


“대사부님! 괜찮으십니까?!”

“대사부님!”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을 다짜고짜 밀친 뒤, 매서운 눈빛으로 날 노려보는 대사부.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그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에게 작은 상처조차 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악한 마공을 익혔구나, 네놈!”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습니다. 익힌 게 아니라 받았다고요.”


받았다는 말에 모두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이 보였다.


“받았다고? 그렇다면 전수가 가능하다는 건가?”

“저런 엄청난 무공이 전수 가능하다고?”

“단번에 절세 고수가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주변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눈동자 안에 욕심이 가득가득 차올랐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전부 들리는 듯했다.


“왜? 전수라도 받고 싶으신가?”


내 말에, 마치 숨겨놓은 사탕을 걸린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정말 순진한 거야, 아니면 모자란 거야?


“누가 네 놈의 사악한 마공 따위 전수받고 싶어 할 거 같으냐!!”


단 한 사람, 대사부라 불리는 그만 노발대발하며 내 말에 반응했다. 자존심이 강한 무인이라는 느낌이 풀풀 풍기는 대사부.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게 예의란 느낌이 들었다.


“현과장.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렇게 부릅니다만.”

“난, 공동파 장문인 철승진이다.”


공동파라. 개방의 아이들이 말한 명문 정파 중 한 군데. 그가 이렇게 무게를 잡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정파의 장문인이 못 볼 꼴을 보일 수는 없겠지.


“내가 취하지만 않았어도 네 놈쯤은 한 번에!”


손을 못 쓸 정도로 다쳤지만, 자존심은 있다는 것일까. 그의 입에서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 거겠지.


“이번엔 내가 예고 없이 찾아왔으니, 다음번에 정식으로 대결하는 게 맞는 걸까요?”


난 그들의 의중을 떠보았다. 그러자,


“일주일 뒤! 내가 직접 찾아가겠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내 말에 화답하는 공동파의 장문, 승진.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참고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자잘한 일들에 자존심을 세울 때가 아니다. 실리를 손에 넣어야 할 때지.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

“더는 개방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조건.”


내가 조건을 내밀자, 살짝 인상이 굳어지는 한 남자. 아마 그놈이 개방의 뒤를 쫓고 있는 당사자, 곽씨 가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방? 그 망한 문파를 왜 괴롭힌다는 것이냐? 우린 그런 짓 안 한다!”

“공동파는 안 할지 모르지만, 다른 이들은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내가 공동파 장문인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지.”


그의 약조를 받아낸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술판을 빠져나왔다.

점차 멀어지는 가씨 저택 쪽으로부터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일주일만 있다면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순간, 다시 돌아가 결판을 지을까 망설였지만, 그냥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딴 일에 자존심을 세우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짓인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일주일의 유예 기간을 준 것일 뿐이다. 단지, 여희의 복수가 일주일 뒤로 멀어진 것뿐이었다.




“아니, 그런 중요한 일을 혼자 처리하고 오셨다고요?”


오늘 가씨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듣게 된 여희는, 노발대발하며 날 추궁했다.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여희와 관련된 일이니 어느정도 이야기를 전해 두는 편이 좋을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뭐, 더 귀찮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지만.


“그냥 죽였어야죠! 그런 놈들에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더 줘요?”

“죽이는 건 쉬운 일이야. 문제는 그 뒤에 일어난다고.”

“뭐가 일어나는데요? 악당을 살려두는 게 더 문제라고요!”


여희의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는 그녀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을 해줘야 하겠지.


“자, 잘 들어. 아무리 악당이라도, 사람들 눈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보인다고. 악당을 잡고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싶어?”

“당연히! ...아니죠...”


내 설명이 먹힌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낮아졌다.


“완벽하게 고립시킨 뒤 처리를 해야지. 그래야 피해가 없는 거야.”

“꼭 말씀하시는 게, 우리가 악당이 된 거 같은데요.”

“악당을 잡으려면,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악당이 되어야 하는 법이지. 영웅은 악당을 죽이진 못하거든.”


내 말에 섬뜩함을 느낀 것일까. 여희가 슬금슬금 내 곁에서 멀어졌다. 오호라, 내 곁에서 멀어지겠다는 건가? 그럼 그냥 보내 줄 수는 없지.


[와락!]


나는 그대로 여희를 내 쪽으로 끌어당겨 와락 껴안았다. 그러자, 온몸을 떨며 발버둥치기 시작한 여희. 그녀의 얼굴로부터 두려움이 가득 느껴지고 있었다.


“으악! 지금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왜? 우리 부부잖아. 부부가 이렇게 살을 맞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난 그녀의 발버둥에, 너스레를 떨며 더욱 강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그러자, 더더욱 심하게 발버둥 치는 여희. 정말이지 단순한 여자다.


“놔! 놓으란 말이야!”

“어허! 서방님께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지. 얼마나 서운한데.”

“목소리는 하나도 안 서운한 거 같은데요!!”

“그건 네 생각이고. 난 지금 너무 서운해서 여희를 꽉 껴안고 싶은걸.”


최대한 부드럽고, 느끼하게 이야기했다. 그녀가 더욱 발버둥 치도록. 역시나 내 의도대로, 여희는 더욱 강하게 날 밀쳐냈다.

그녀가 이런 보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난 더욱 강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물론 다른 행동은 절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붙잡고 있는 손도, 결코, 허리 위로 올리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얼굴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다.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면,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을 잘 알았기에.


“장난 그만 치라고요!”

“싫은데? 정말 싫은데?!”

“평소에는 관심도 안 주면서!”

“그건 평소고, 지금은 다른데?”


이런 모습이 그녀를 더욱 화나게 하는 모양이었다. 점점 격하게 반응하는 여희. 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괴롭혔으면, 이제는 놔줘야 할 시간. 난 은근슬쩍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런데,


“아! 진짜!”

“어... 어...”


손이 아직도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이게 또 무슨 일이지?


“놓으라니까요!”

“난 놓았다고! 아니, 난 놓고 싶다고!”


난 절규하듯 외쳤지만, 내 손, 아니 현과장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여희의 허벅지를 향해 내려가는 손. 이건 안 된다! 이건 범죄다!


“여희야! 좀 어떻게 해봐! 손이... 손이 이상한 데로 가잖아!”

“서방님 손이잖아요! 어떻게 해보란 말이에요!!”


당황한 건 여희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엄청난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은 허리를 지나, 점점 여희의 허벅지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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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6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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