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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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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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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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2. 북빙신궁 - 3

DUMMY

나와 일행들은 동물들의 호위를 받으며 무작정 산길을 움직였다. 물론 나 혼자였다면, 아니. 여희만 있었다면 손쉽게 산을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만, 문제는 날 따라나선 살수들. 그들을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그들은 짐덩이일 뿐이었다.


“부마님 덕분에 밤에도 쉽게 내려올 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부마님.”

“감사합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맙다고들 말한다. 그렇게 말을 하면, 이런 생각을 품은 내가 나쁜 놈이 되잖아. 아 참, 눈치가 너무 없으신 거 아니야?


“감사하실 것까지는...”

“그럼요, 우리 대협은 그런 거로 생색내거나 눈치 주거나 하지 않는다고요. 얼마나 마음이 넓고 착하신 분인데!”


여희가 내 말을 자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마치, 바깥양반 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 아줌마의 모습 그 자체. 사람들 눈만 없으면 한 대 쥐어박는데. 성녀인 그녀를 막 대할 수도 없고. 걸어가는 내내 난 차오르는 폭력 충동을 참아가며 걷고 또 걸어야만 했다.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린 강행군이었지만, 일행들의 모습에서 지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살수들이야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고 하지만, 어째서 여희도 멀쩡한 걸까. 설마 그녀가 흡수한 광귀의 무공 때문인 것일까.


“너, 아니 성녀님 안 지치세요?”

“저는 곁에 서방님만 계신다면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입밖으로 꺼내 놓을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모두 봤죠? 대협이 인정한 대단한 여자. 창조교의 성녀, 증여희입니다!”


내가 한 마디 하면, 두세 마디를 그것도 텐션 좋게 받아치는 요 녀석. 그냥 무시하는 편이 나으려나. 버릇을 잡아 두는 편이 나으려나. 머릿속은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다.


“부마님, 다 온 거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때마침 마을 근처에 도착하게 되었다. 잠깐이었지만 정이든 호랑이와 시라소니들을 보내고,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다. 때 이른 등장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기쁜 표정으로 달려 나왔다.


“성녀님! 부마님! 무사하셨군요!”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아무런 상처도 없는 우리의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마을 주민도 있었다. 순간 나는 뭔가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절대 아닌데...


“여러분! 밤새 걸어왔기에 우리는 이만 쉬러 올라가겠습니다! 빨리 가죠, 대협.”


우리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일사불란하게 정리하고 객잔으로 걸어가는 여희. 그녀는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존재다. 이럴 때 보면 확실히 그 누구보다 도움이 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여희와 함께 객잔 방으로 올라오게 되자, 여희는 숨기고 있었던 그녀의 본색을 과감히 드러냈다.


“밖에서 너무 떨어서,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내 남자 곁에서 자야겠네.”


한 밤중에 잘도 걷던 녀석이 뭐? 밖에서 떨었다고? 거짓말을 할 거면 좀 그럴 싸한 거짓말을 할 것이지.


“헛소리하지 말고 네 침상으로 돌아가서 자라. 화내기 전에.”

“아니, 정말 너무 추웠다니까요!”

“호랑이가 곁에서 체온을 나눠줬잖아. 어디서 거짓말을.”


이렇게 어리광을 피우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마냥 예뻐할 수만은 없는 존재다. 이렇게 나사 빠진 모습을 시시각각 보여주니까. 도대체 저 녀석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빨리 돌아가서 자. 힘들었을 거 아니야.”


일부러 이런 목소리는 낸 건 아니지만, 다그치는 듯한 내 목소리에 그녀는 입술을 삐쭉 내민 채로 자신의 침상으로 걸어갔다. 어딘지 모르게 화가 잔뜩 난 듯한 그녀의 뒷모습. 아니, 거짓말 한 건 내가 아니라 본인이면서 왜 저렇게 심통이 난 걸까.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화났냐?”

“아니요.”


역시나 어딘지 모르게 화가 난 듯한 그녀의 목소리. 그렇다고 그녀를 내 곁으로 불러들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내 목적은 오직 원더랜드로 가는 차원문 뿐. 그 외의 일에는 절대 한눈을 팔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미안하지만 난 계속 모른 척 지나쳐야 할 뿐이다. 그녀의 관심은 나에게 과분한 행복이다. 난 어차피 이곳을 떠날 사람이니까.




“북빙신궁의 두령을 만나러 왔다. 길을 터라.”


폐허의 앞에 진입한 진전의 부하는, 말에서 내리면서 하얀 천을 휘둘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폐허의 중심지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묵직한 실루엣. 그가 만나기를 원하던 북빙신궁의 두령이었다.


“뭐지? 누구이기에 날 찾는 건가?”

“초면에 실례합니다. 저는 정풍 가씨 집안 둘째 도련님, 진건 님의 부하되는 자이옵니다.”


진건이라는 이름에, 주름진 그의 이마에 더 진한 주름이 생겼다.


“진건? 여기를 풍비박산 낸 그 진건? 네가 미친 게 확실하구나. 지금 당장 네놈의 목을 비틀어 눅어간 이들의 영혼을 달래야 겠다!”


두령은 순식간에 날아와 그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부하의 몸집도 꽤 묵직한 크기였지만, 너무나도 가볍게 공중으로 들어 올려 졌다. 큰 반항도 못 한 채, 파닥거리기만 하는 진건의 부하. 그는 목이 부러질 것 같은 상황을 피하려 하기보다는, 두령의 앞에 손을 흔들기 급급했다. 진건이 보낸 편지를 쥐고서.


“편지?”


기가 찬 그의 몸부림 덕분일까, 두령의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 이어서 그의 목을 놓더니, 바로 편지는 낚아채는 두령. 그는 공중에 뜬 거구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분노 가득했던 그의 눈빛이, 편지 속 글자들을 하나둘씩 지나칠 때마다 점차 수그러들었다. 이윽고 편지의 끝을 읽게 되자, 그의 눈가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분노. 오히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진건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이 안의 내용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진건 도련님만 도와주신다면, 전부 드리겠습니다.”

“표국 뿐만 아니라, 여기 사람들이 살 땅까지 전부?”

“모두 진건님께서 직접 제안하신 겁니다.”


그의 말에, 두령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제 그놈이 내 제안을 거절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겠군. 그놈의 손을 빌려 북리(北里)를 되찾으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이렇게 좋은 제안이 올 줄 알았으면, 헛짓거리는 하지 않았을 것을... 하하하하하하!!”


그는 시원시원하게 웃으며 진건의 부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의미를 가득 담고 있는 그의 제스쳐. 진건의 부하가 그 손길을 마다할 리 없었다.


“그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전력으로 돕겠다. 어제 내가 그놈에게 작은 빚을 졌거든.”


두령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싸늘함. 진건의 부하는 그 빚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빚은 분명히 갚아야죠. 그게 강호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빚을 갚게 도와줄 텐가?”

“저희는 그가 죽지만 않으면 됩니다.”

“거래 성립이군.”


서로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그들의 담합으로 인해, 현과장을 향해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피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아니, 생물이라면 잠을 자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데, 난 잠을 잘 수 없다. 아니 도저히 잠들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옅게라도 잠이 들었지만, 며칠 전부터 졸리지 않았다. 졸리기는커녕 쌩쌩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조화일까.


[끼~익~]


바닥의 나무가 삐걱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지 않아도 누가 이런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방에서 나 말고 도대체 누가 있을까. 단 한 사람뿐이다. 내 침상 위로 들어오려는 그 녀석 말이다.


[끼~~익~]


정말 살금살금 다가오는 모양이네. 곁에 다가오자마자 확 놀라게 해주고 싶은데. 이리 천천히 다가올 줄이야. 그냥 확 일어날까?


[끼~~익!]


갑자기 소리가 멈췄다.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렇다는 건, 여희가 아니라는 걸까?

난 빠르게 침상에서 일어나 방 중앙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아이! 깜짝이야!!”


방 중앙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벌이고 있는 여희. 이상한 건 그녀의 몸에서 옷이 반쯤 벗겨져 있는 것이었다.


“너 지금 뭐하냐?”

“에... 예?”


그제야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여희.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너무 창피한 나머지, 비명조차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단 옷부터 입어.”

“그... 그게...”


그녀는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았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당최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결코, 정상적이고 평범한 행동은 아닐 거라는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다 입게 된 여희는. 그대로 터벅터벅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추워요.”


입술을 삐쭉 내밀며 춥다고 말하는 그녀.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스스로 옷을 벗어 놓고서 춥다고? 아니, 이 녀석의 사고 회로는 도대체 어떻게 되어 먹은 것일까.


“그러니까, 누가 옷을 벗으래?”

“춥다고요! 추워요!”


입술을 삐쭉 내민다. 아니,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이것 참.


“추우면 옷 꽉 껴입고 자.”

“그게 아니라, 마음이 춥다고요! 마음이!”


여희의 눈에 독기가 느껴진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는데 말이다. 지나갈 사람에게 정을 준다고 한들 변하는 건 없다. 결국, 남겨진 사람만 힘들고 비참해질 뿐이다. 나 역시 겪어보았다. 지독하게 아름다웠던 첫사랑도, 그 시간이 지나니 지독함만 남더라. 버려졌다는 지독함 만이.


“그건 내가 어찌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이럴 때일수록 더욱 냉정해야 한다. 여희가 더 상처받기 전에 여기서 완전히 싹을 잘라놓아야 한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이니까.


“어쭈? 지금 회피하는 거예요?”

“회피는 무슨. 가서 자.”

“회피하는 거잖아! 나 그런다고 포기하지 않아요! 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증여희니까!”


물면 놓지 않는다라.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나이에 딱 맞게 감정적이고 열정적인 그녀. 걱정하지마. 지금 그 기분도 시간이 다 알아서 정리해 줄 테니까. 사랑을 향한 불같은 열정도, 버려졌다는 쓸쓸한 아픔도, 시간의 앞에서 공평하게 사라질 테니까.


난 아무런 말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저기요, 대협. 그 칼 이름이 뭐예요?”


대뜸 다가와 이상한 질문을 하는 여희. 난 누운 채로 눈동자만 그녀를 향했다.


“무슨 칼?”

“그 은빛 불꽃이 나오는 칼이요.”

“그거? 은화.”

“은아?”


순간, 느낌이 쌔 했다. 은아라고? 난 분명히 은화라고 말했는데, 왜 그녀는 은아라고 들은 것일까. 은하도 아닌 은아라고.


“좋아! 나중에 딸이 태어나면 은아라고 지어야지!”


그녀의 말을 들은 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바로 그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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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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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6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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