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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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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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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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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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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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30. 거지굴 - 1

DUMMY

중경, 가씨 문중의 저택.

진돈이 집안의 일손들을 밀치며 헐레벌떡 저택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도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의 이야기를 접한 것일까. 그의 표정은 매우 들떠 있었다.


“형님! 큰형님! 계십니까?!”


진돈은 소리치듯 진자를 찾으며 정원 옆 별채로 들어왔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살짝 이마를 찌푸리고만 진자. 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진돈을 바라보며 우레와 같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시끄럽다! 여기가 네놈 안마당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형님! 저를 내쳐 죽이시려거든, 제발 이야기는 듣고 죽여 주세요!”


그런데, 평소 같으면 꼬리를 말고 도망칠 진돈이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당당하게 진자의 앞에 나섰다. 그것도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오호, 네놈이 미친 걸까, 아니면 담력이 생긴 걸까?”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진돈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놓는 진돈.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당연히,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이야기였다.


“형님! 어떻습니까?”

“뭐가 말이냐?”

“당연히 우리 수중에 넣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손에 놓아야 한다는 말에, 살며시 귀를 기울이는 진자. 찡그렸던 그의 이마가 슬슬 펴지기 시작했다.


“손에 넣는다라...”

“이동 객잔입니다, 이동 객잔! 저는요, 이런 엄청난 물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진돈은 눈에 불을 켜며 진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자 역시 움직이는 객잔을 들어본 적도, 더군다나 본적도 없는 건 마찬가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움직이는 객잔이라는 사실은, 점점 그의 욕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떻게 얻어낼 거냐, 진돈?”


긍정적인 그의 반응에, 더욱 기분이 올라간 진돈. 진돈은 나름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법을 진자에게 늘어놔 보았다. 하지만,


“그런 거로 퍽이나 손에 넣을 수 있겠구나.”


진자의 마음에는 1도 차지 않는 방안. 진자는 일말의 여지없이 진돈의 계획을 거절해 버렸다.


“그렇지만, 형님...”


그런 진자의 반응에 기가 확 꺾여 버린 진돈이었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투지가 차올랐다.


“어중이떠중이가 그런 물건을 손에 넣었을 거라 생각하나? 난 다르다. 분명 강력한 누군가가 존재할 터. 손에 넣는다고 마음먹은 이상 전력을 다해라, 진돈.”

“네, 형님!”


진자는 진돈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살포시 잡았다. 그의 손을 타고 진돈의 어깨로 전해지는 온기.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기운이 불끈불끈 솟는 거 같았다.


“내 공력을 조금 나눠 주었다. 진건이 저렇게 폐인이 된 이상, 네가 모든 일을 담당해야 할 거다, 진돈.”

“마, 맡겨만 주세요! 큰형님!”


지금 당장 목숨이라도 바칠 것처럼, 진돈은 진자를 향해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진건을 폐인으로 만든 이가 바로 진자 본인이라는 사실을.




“뭐 찾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난, 딱 봐도 황실에서 나온 그 사람에게 다가가 정중히 말을 건넸다.


“누구십니까?”


살짝 놀라며 내게서 멀어지는 남성. 그의 눈빛에서 경계심이 뚜렷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부마님!! 거기가 아니고 주방입니다요~!”


하필 이럴 때, 들려온 객잔 주인의 호출.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주방에 들어가 『무한의 주방』을 깔아 놓아야 하는 거니까. 그래야 장사를 하지.


“자, 잠시만요. 금방 오겠습니다.”


나는 그를 잠시 세워둔 뒤, 재빠르게 주방으로 달려가 『무한의 주방』을 소환했다. 그러자, 그제야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주방. 주방에서 발을 동동 굴리던 객잔 주인이, 다리가 풀린 모양인지 그대로 주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니, 이런 사소한 일 하나 때문에 다리에 힘이 풀리면 어찌합니까. 이 객잔은 제가 주인이 아니에요.”

“이게 맞는 걸까요, 부마님? 이거 이러다가 심장이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죽는 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난 격려 차원으로 건넨 말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있던 주방의 사람들은 순간 일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저를 왜...”

“저희가 죽으면 다시 살려서 일을 시키실 겁니까?”


잠깐, 내 말의 뜻을 그런 식으로 받아들인 거야? 날 죽은 사람까지 되살려서 부려먹는 악마 중의 악마로 생각한 거야? 이건 좀 아닌데...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저는 무조건 동동구리모의 여러분들이 최우선이에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들의 눈빛에서는 이미 신뢰가 사라진 뒤였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들의 신뢰를 되돌릴 특단의 조치가.


“좋습니다! 우선 오늘 일만 마무리하고 우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 봅시다! 여러분들의 복지에 대해서!”


복지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마자, 모두의 예전으로 눈빛이 돌아왔다.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투지에 불탔던 사람들인데,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회의감에 빠졌고. 복지라는 말에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그만큼 일이 고되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이동 객잔의 일이.


“우선은 오늘 마감까지 힘내 주세요!”

“네, 부마님!”

“넵, 부마님!”


모두의 투지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나는, 빠르게 객잔 홀로 달려 나왔다. 물론, 객잔 식두들의 복지와 안녕이 중요한 건 맞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황제의 측근. 난 완벽히 확신하고 있었다. 조금 전 내 눈에 띈 그 남자가 황제의 사람이라는 것을.


“오래기다... 응?”


서둘러 밖으로 나왔지만, 없다. 흔적도 그림자도 없다. 분명, 객잔 안을 천천히 살피고 있었을 터인데. 왜 갑자기 사라진 것일까. 탐색이 끝난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이 객잔은 그냥 객잔이 아닌, 스파와 마사지. 그리고 오락 시설까지 없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니까.


“여기,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던 손님 못 봤어요?”


난, 홀에서 분주하게 서빙하는 직원을 붙잡고 물어봤지만, 그들의 대답은 전부 ‘모른다.’ 난감할 따름이었다. 빨리 뒤쫓아가서 납치라도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런, 그때.


“대협! 여기에요! 여기!”


머리 위에서 들려온 여희의 목소리. 김치찌개 귀신이 갑자기 날 찾는 이유는 뭘까. 또 김치찌개를 만들어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인간이라면 그런 말을 못 하겠지만, 상대는 여희. 어딘지 모르게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또 무슨 일인데?”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전, 나는 이 몸에 충분히 주의를 주었다. 절대 여희를 껴안지 말 것. 이거 무슨 시도 때도 없이 껴안으니, 여희가 오해를 하잖아. 그것도 엄청 큰일이 날 오해를.


“김치찌개 때문에 날 불렀으면,”

[와락!]


분명 주의를 톡톡히 줬지만,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희를 껴안고 마는 이 몹쓸 몸뚱아리. 정말이지, 열이 머리끝까지 뻗쳤다. 도대체 얼마나 호되게 말해야, 내 말귀를 알아먹을까. 그리고, 여희도 문제다. 아니 이렇게 껴안으면 좀 싫어하는 내색이라도 해야지. 왜 배시시 웃어 배시시 웃기는.


“야, 너 웃지 마. 난 지금 정말 심각하니까.”

“흥.”


삐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느끼고 있었다. 요 녀석도 지금 이 몸을 꽉 껴안고 있다는 것을. 이것들 복수가 눈 안에 안 들어오지? 이 호르몬의 노예들!


“크흠!”


내가 여희와 몸뚱이의 주인 현과장에게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바로 그때, 방 안쪽에서 남자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여희 둘이 생활하는 방 안에 남자라니. 오호라 잘 걸렸다. 불륜현장 바로 검거! 이제 현과장도 여희에 대한 마음을 조금 내려놓겠지.


“아! 소개할게요! 여기 이 사람이 내 남편이에요, 정 태감님.”


소개? 정 태감? 뭐야 아는 사람이야?


“남편이라니. 증 승상님께서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풍악을 울리며 좋아하셨을 텐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아가씨.”


증 승상이라고? 그럼 여희의 출신이 그냥 귀족도 아닌, 초엘리트 귀족이라는 말이야? 아니, 엘리트 귀족이 왜 이 모양이야? 버릇도 없고, 개념도 없고.


“내 소개가 늦었습니다. 나는 황실에서 일하는 환관, 병필태감 정충식이라는 자입니다.”


환관이라는 말에, 난 살짝 아쉬웠다. 눈앞의 이 자가 환관이라면, 중요 부위가 없다는 말이잖아. 그렇다는 건, 불륜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거고. 이 순간을 계기로 여희를 향한 애틋한 현과장의 마음을 짓밟아버리려고 했는데. 이거 다 날아갔네. 다 날아갔어.


“저는 현지... 아니 현과장입니다.”

“현과장 대협. 현 대협이 여희 아가씨를 구해주셨습니까?”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순수한 마음으로 구해준 것이 아닌, 오로지 원더랜드를 위해 구해준 것이기에, 무척이나 마음에 찔렸다. 왜 이런 뜬금없는 포인트에만 마음이 약해지는 건지.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씨 문중과 곽씨, 그리고 등씨 가문이 승상을 역적으로 몰았을 때,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관련 증거를 전부 찾아서 황제께 보고를 드렸지만, 황제 폐하께서도 딱히 어쩌실 수 없었습니다. 우린... 힘이 없었습니다.”


난 그의 입을 통해 증씨 가문에 일어난 비극을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했다. 조정이 무림의 일에 간섭하면 안 된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던 증 승상이 중경의 명문세가 가씨, 곽씨, 등씨를 고발하며 일이 시작되었다. 이미 예전부터 무림과 결탁하며 세를 불리고 있던 세 가문은, 증 승상의 고발이 탐탁하지 않았으며, 그 사건을 계기로 증씨 가문과 세 명문세가는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다.


“증 승상님을 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나도 늦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들은 있지도 않은 역모를 만들어 승상을 가두고 심문했습니다. 그가 무죄인 증거를 찾는 데 하루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대로 형을 집행했고요. 황제 폐하의 전언도 무시한 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여희가 내 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의 억울함이 다시금 생각이 나는 거겠지.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킨다고 해도 어찌할 수 없는 그때의 억울함이.


“여희의 다른 가족분들은 어디 계시나요?”


“첫째 딸, 여린 님은 지금 혼인한 시댁으로부터 소박맞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곽씨 가문의 협박 때문입니다.”

“언니가요?!”


여희의 목소리에 분노가 느껴졌다. 그녀의 뜨거운 눈물만큼이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녀의 눈빛. 당장이라도 그녀는 곽씨 집안에 찾아갈 기세였다.


“지금은 참아. 그럼, 다른 분들은요? 또 안 계시나요?”

“막내 도련님과 증 부인께서는 중경의 거지굴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거지굴이라면 개방? 여희의 말로는 개방은 망했다고 했는데. 아직 잔재가 남아있는 것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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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6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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