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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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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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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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42. 현과장의 결단

DUMMY

천천히, 하지만 거침없이 움직이는 내 손은, 이윽고 연희의 치마 속으로까지 들어가려 했다. 막아야만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만 한다. 이건 추행이라고 추행! 그것도 강제 추행!


“여, 여희야! 좀 막아봐!”

“......”


다급하게 여희를 불러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녀. 아등바등 날 밀어내던 그 움직임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포기해버린 것일까.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듯, 그녀는 두 눈을 감고 있었다.


“여희야! 장난치지 말고!”

“......”


이미 그녀의 치마 속으로 들어가, 허벅지 위를 탐닉하는 내 손, 아니 현과장의 손. 이런 다급한 상황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여희는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이건...?!


“여희야! 정신을 좀 차려봐!!”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그녀. 그제야 난 그녀의 몸이 축 늘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그녀는 지금 기절했다. 너무나도 못된 현과장의 장난 때문에. 장난이라는 게 어느 정도가 있지. 이건, 선을 너무 넘었잖아!


“그만두라고! 지금 여희가 충격을 크게 받았잖아!”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점차 그리고 또 점차 위로 올라가는 손. 당장이라도 허벅지를 지나 그 위로 올라갈 것만 같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작은 실오라기. 여희의 속옷이었다. 잠깐! 거긴 안 돼! 절대 안 된다고!


“그만! 그만! 그만!!”


내 말에도 아랑곳없이, 손가락들은 그녀의 속옷을 움켜쥐려고 움직였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 손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미, 미안! 내가 잘못했어! 뭔지 모르지만 내가 잘못했다고!!”


바로 그 순간, 손이 멈췄다. 내 사과 덕분인지, 아니면 그냥 저절로 멈춘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위기는 넘겼다. 도대체 현과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였던 것일까. 진지하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마치 내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거실에 떡하니 앉아있는 현과장. 난 그를 보자마자 조금 전 아찔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제정신이야?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야?!”


그는 아무런 대답없이 그저 날 바라만 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무슨 생각을 했기에 그런 위험한 행동을 보였던 것일까. 설마, 내가 만든 현과장이 변태는 아닐까. 이런저런 불길한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말해 보라고!”

“장난이 너무 지나치셔서, 저도 한번 해 봤습니다.”


장난이 지나쳐? 그래서 범죄 직전의 일을 저질렀다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입에서 나온다고 전부 말이 되는 건 아니야! 지금 그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행동이야? 현과장이 한 건 강제 추행이었다고!”

“이 정도까지 하지 않으면, 계속 여희를 괴롭히실 거 아닙니까! 난 그거 더는 못 봅니다!”


극단적이다. 너무나 극단적이다. 사람 좋고, 타인을 배려하는 현과장이 이런 행동을 저지르다니. 하긴, 누가 그랬지. 그 누구보다 착한 사람이 화를 낼 때가 제일 무섭다고. 화를 내본 적 없는 이가 화를 내니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거다.


“내가 장난을 친 건, 전부 여희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말로 타이르면 알아들을 사람이라고요. 앞으로 또 그러신다면, 저는... 선을 넘을 겁니다!”


난 지금 내 귀를 의심했다. 뭐? 선을 넘는다고? 강제 추행으로 모자라 그 위의 짓을 벌이겠다는 거야?


“너 지금 무슨 말을...”

“은아 엄마와 결혼을 할 겁니다!”


아, 결혼! 그나마 다행이네. 그래도 범죄는 아니잖아. 그래 다행...

잠깐! 결혼이라고?! 누구랑 누가 결혼을 하겠다는 거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은아 엄마, 여희 씨와 결혼을 올리겠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원더랜드를 구하자고 의기투합할 때는 언제고, 지금은 결혼을 하시겠다? 아니, 왜 이렇게 자기 멋대로야?


“아니, 현과장 지금 무슨...”

“오랜 시간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그녀를 향한 제 마음을 멈출 수가 없단 말입니다!”


이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현과장, 현과장이 지금 혈기왕성한 때로 돌아가서 앞뒤 구분 못 하는 거 같은데,”

“아니요! 제 사랑은 완고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행여나 여희의 어리광에 넘어가 선을 크게 넘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건 그냥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형 사건도 아닌 초대형 사건으로 바뀌어 버린다.


“좋아! 여희를 괴롭히지 않을게.”

“그래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대신, 현과장도 선을 넘지 마.”

“......”


이 인간 대답이 없다. 그렇다는 건 기회가 된다면 선을 넘겠다는 건데. 그건 용납할 수 없다, 절대로.


“현과장, 대답.”

“내, 내가 내 몸을 움직이는 건데! 허락을 받을 이유는 절대 없습니다!”


현과장은 단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이 인간의 버릇을 단단히 고치는 수밖에.


“그래? 그럼 난 여기서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게 나한테 통할 거라 생각하나요?”


난 대답대신 그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아무래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육체의 지배권은 그에게 있지만, 정신의 지배권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그럼 내가 나가서 여희를 만날 겁니다!”

“그래, 나가 봐.”


그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이제 그의 머릿속엔 원더랜드는 없다. 오로지 장밋빛 사랑만이 가득할 뿐. 원더랜드를 위해 자신을 버렸던 그 현과장은 이미 없는 것이다.


“어? 왜 안 되지?”


그는 거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었다. 몇 차례 그에게 몸의 지배권을 빼앗겼을 때, 조금씩 눈치채고 있었다. 그가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 존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내가 밖으로 나가 있지 않으면, 그 또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왜 안 나가지지?!”

“몸뚱이는 현과장 것이지만, 정신은 내 것이니까. 내가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현과장도 밖으로 못 나가. 영원히 이 안에 갇힌 거라고.”


내 말을 듣는 순간, 현과장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거실 이리저리로 날뛰며 화를 표출하는 현과장. 그렇다고 해서 그를 밖으로 내보내 줄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그라도 선 넘는 장난을 저지른 대가는 받아야만 하니까.


“밖으로 나갈 거라고요!”

“그건 네 생각이고. 난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다.”

“여희를 봐야 한다니까요!”

“뭐? 여희를 봐? 그런 미숙한 상태의 사랑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여희가 현과장의 몸뚱이가 좋아서 곁에 붙어있는 줄 알아? 정신 차려!”


현과장은 쏟아지는 진실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랑을 처음 접하는, 혹은 오래간만에 접하는 이들이 흔히들 저지르는 일이다. 본인이 좋으니까, 상대방도 좋을 거라는 착각. 짓궂은 장난도 이해해 줄 거라 믿는 어리석은 행동은 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든다.


“여희가 보고 싶다고요!”

“그건 네 바람이고. 난 보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으면 원더랜드를 어떻게 구하나요?!”

“원더랜드? 그게 문제야? 까딱 잘못하면, 한 여자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데. 이대로라면 한 사람이 불행해진다는 창조주의 말 기억하지? 넌 그 사람을 여희로 만들 셈이야?!”


현과장은 다시 입을 닫았다. 측은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그가 다른 생각을 못 품게,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결정짓고 넘어가야만 한다. 그가, 아니 이 몸뚱이가 여희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기 전에.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서 약속해.”


현과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에게 제안한 것은 별거 없었다.

여희의 알몸에 손을 대지 말 것.

아무리 그녀가 유혹을 하더라도 선을 넘지 말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유혹하지 말 것.

이 조건을 들은 현과장은 한참을 망설였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욕정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지. 그러나 그에게 선택권은 없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 안에서 나와 함께 썩어갈 뿐이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여희는 죽어. 내가 직접 죽일 거야. 현과장의 손에 더럽혀지느니 차라리 내 손에 죽는 게 나을 테니까.”


난 그에게 단단히 경고한 뒤, 밖으로 나왔다. 그의 침울함이 먹먹하게 다가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과장의 마음에 숨어 있던 것은, 사랑의 모습을 한 광기였으니까.




“그래, 북쪽에 나타난 성이 그 이동 객잔인가 뭔가 하는 게 맞나, 병필태감?”


서재에서 책을 읽던 황제가, 책을 거두며 충식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황제의 눈망울.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황제는 이 순간을 무척이나 고대했던 모양이었다.


“그러하옵니다, 폐하. 승상과 그의 가족들이 있는 객잔이 분명하옵니다.”

“그럼 뭘 하는 건가? 빨리 가 봐야지!”


황제는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하지만, 그런 그를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충식. 흥분에 못 이겨 우왕좌왕 대었던 황제도, 차분한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점차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가, 병필태감?”

“지금은 한낮이옵니다, 폐하. 보는 눈이 있사온데, 그냥 그렇게 객잔으로 가신다면 주변에서 고운 시선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사옵니다.”

“그건... 그렇군.”


충식의 말에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 객잔에 대한 궁금징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통을 버리면서까지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기 이전에, 이 나라의 황제였으니까.


“그럼 밤에 몰래 다녀오자는 말인가?”

“우선은 저와 한번 다녀오신 이후에, 군사들을 이끌고 가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황제는 충식의 제안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과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두 번이나 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을까. 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니네, 병필태감. 시간도 없는데 두 번이나 가야 한다니.”

“폐하, 폐하의 걱정을 일소해줄 인물이 그 객잔에 있사옵니다.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두 번도 아니 열 번도 아깝지 않사옵니다.”


걱정을 말끔히 정리해줄 인물이 있다는 충식의 말에, 황제는 다시금 생각에 잠기었다. 승상이 자리에 없는 현시점에, 자신의 방패가 되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 명문세가가 자신을 병풍으로 두른 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꼴을 더는 보고 싶지도, 아니, 볼 수도 없었다. 황제에게는 해로운 힘이 필요했다. 자신을 업신여기는 모두를 단번에 짓누를 거대한 힘이.


“정말 그 말이 사실인가, 태감?”

“사실이옵니다.”


그의 말을 곱씹어보던 황제는, 이내 마음을 정했다. 자신과 나라를 위해 몇 번이고 발걸음을 옮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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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 344. 황제 24.01.19 14 4 11쪽
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1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7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6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8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3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20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2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10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6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5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5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2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7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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