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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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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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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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일대종사

DUMMY

“이게 전부 시신들인 겁니까?”


소림 특전사단의 사단 연병장.

어둠이 드리운 저녁 저녁 하늘처럼, 현과장의 얼굴에 어둠이 가득했다.

그의 눈앞에 놓인 수많은 관들. 100개, 아니 200개, 아니 300개 그 이상. 그리고 그 관의 사열 주변으로 그 이상의 시신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개방의 인원들이 열심히 시신들을 수습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정리되는 시신이 늘지 않았다..


“... 희생자가 총 몇 명입니까?”

“사단 근무자 총 2245명 중, 전투 인원 1502명, 그리고 예비 전투 인원 57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광귀의 목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순식간에 당한 것도 믿기지 않는데. 그들의 시체가 전부 연병장에 모여있다니.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네오 무협랜드에 몇 명이나 있을까. 현과장은 머릿속에서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정보국 인원을 총동원해 범인을 찾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광귀 국장. 이미 누구인지 알 거 같으니까.”


현과장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머릿속에 한 집단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18년 전, 황제에게 반기를 들 때부터 그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집단, 일대종사(一代宗師). 아미파의 장문도 곤륜파의 장문도 일대종사의 일원이었다. 지금은 두 문파가 자신의 밑에서 경찰의 자리를 맡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일대종사의 주축이었다.


“일대종사. 그놈들이 다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주축인 두 문파가 저희에게 투항했습니다. 저항을 이어가고 있을 힘이 없을 겁니다.”

“아니요. 분명 일대종사입니다. 그놈들이 다시 장군 사냥을 시작한 겁니다.”


현과장은 걸음을 천천히 옮겨 한 관 앞에 멈췄다. 소림 특전사단의 사단장 도환의 관이었다. 완전히 타버려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그의 얼굴. 현과장은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그의 몸 위로 손을 뻗었다.


“도환 장군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군요.”


이윽고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빛. 현과장의 능력, 『소생』이었다.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이내 도환의 시체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그러더니 점차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 도환의 얼굴.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은 생전의 얼굴과 다를 것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도환 장군?”


미동이 없다. 분명 소생을 받아서 살아나야 할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현과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차올랐다.


“이럴 리 없는데...”


다시 소생을 그의 몸에 뿌려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현과장의 얼굴에 있던 당혹감은 이내 광귀의 얼굴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하, 이게 무슨...”

“힘이 약해지고 있는 건 알았는데, 이건 너무 급작스럽군요.”


현과장은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은아가 태어난 이후로 점차 약해졌던 그의 힘, 『소생』 그의 힘이 약해질수록 은아의 소생은 점점 강력해졌다. 힘이 이동되고 있던 것이다.


“내 힘으로는 이제 생명을 살리는 건 불가능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는 건...”

“이제는 은아에게 힘이 이전되었다는 것이겠지요.”


현과장은 시선을 돌려 광귀를 바라보았다. 당혹감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그 감정 못지않게 가득한 비장함. 현과장은 뭔가 결심한 모양이었다.


“광귀 국장.”

“예, 각하.”

“이 사실은 나와 국장만 아는 겁니다. 은아에게 아직은 짐을 짊어지게 할 순 없어요.”


현과장의 목소리에서 단호함이 가득 느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광귀.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것일까. 이내 그는 자신의 생각을 현과장에게 전했다.


“곧 있으면 은아 님이 성녀의 자리를 물려받게 됩니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숨길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광귀 국장도 알잖아요. 그건 그냥 허울뿐인 자리라는 거. 창조교는 그냥 만든 종교입니다. 우리 둘이 입만 닫으면 가능합니다.”


현과장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광귀. 현과장의 오른팔인 그는,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 자신을 몇 번이고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구해 준 사람은, 다름 아닌 현과장이었기 때문에.


“죽어서도 이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죽을 리 없어요. 죽기 전에 치료하면 되니까.”


살짝 미소짓던 현과장은, 이내 고개를 돌려 수많은 시체가 놓인 연병장을 바라보았다. 그 시체들을 다시금 바라보자, 그의 마음속에 차오르는 분노. 그는 굳게 마음을 먹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런 일을 벌인 인간들을 찾아 복수하겠다고.




참 긴 하루다.

선전포고도 하고, 허접한 군인들도 상대하고.

버릇없는 공주를 훈육하는가 싶었지만, 오히려 역으로 당하기도 했다.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아마 곤죽이 되어 침대에 대자로 뻗었겠지만, 난 지금 무척이나 쌩쌩했다. 마치 산책가기 직전의 대형 견처럼.


【여기에 계속 있을 겁니까?】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나 말을 걸어온 그녀, 시스템 그녀였다.


“여기가 왜?”

【다른 곳도 아닌, 그냥 건물 옥상에 있겠다고요?】


조금 화가는 듯한 시스템의 목소리.

그런데, 자기가 화를 내면 어쩔 건데? 내가 여기서 오늘 하루 묵겠다는데.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야. 머릿속에 있는 당신이 아니라.”

【창조주께서 주신 몸을 이렇게 막 굴리겠다고요?】

“아니, 배도 고프지 않아. 똥도 안 싸. 추위도 안 느껴. 더위도 당연히 안 느껴. 피로는 더더욱 안 느껴. 이런 몸이야. 이게 왜 막 굴리는 거야? 이런 몸은 태양에 던져도 굴리는 게 아니라고.”

【......】


팩트만을 나열한 덕분일까. 머릿속 목소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냥 이렇게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자연을 느낄 수 있잖아.”

【진짜 자연이 아니라, 인공 자연이긴 하지만요.】


이번엔 내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날 도와주는 보조 시스템이긴 하지만, 이 녀석 은근히 날카롭단 말이야.


“시끄러워. 어쨌든 난 여기 이렇게 있을 거야.”


난 그녀에게 엄포를 놓은 후, 저 멀리 보이는 대형 옥외 TV를 바라보았다. 온갖 선전부터 뉴스까지 여러 가지 영상이 흘러나오는 대형 TV. 그걸 한참이나 보고 있던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말이야.”

【뭔가요?】

“내가 그렇게 휘저어놨는데, 왜 내 이야기는 하나도 없지?”


머릿속 그녀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분명 대답하지 못할 질문도 아니었다.


“왜 아무 말도 없어?”

【지금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는 머릿속 목소리에,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은 내가 알던 무협랜드가 아니다. 분명 내가 모르는 이 세계만의 사정이 있다. 내 꼬장을 뉴스에 싣지 않을 정도의 사정이. 문제는 이 사정이 내 기억을 되찾는 데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느냐인 것인데.


“아무래도 이 세계를 좀 더 알아야 할 거 같은데.”

【어떻게 말인가요?】

“사회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겠어.”

【사회적 인지도를 쌓는 건 시간이 꽤 많이 걸립니다. 지금 오리지널에게는 그럴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조금, 아니, 많이 비겁한 방법이지만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치트키 좀 써야 할 거 같다.


“황금!”


손끝에 따스한 기운이 모이더니, 이내 번쩍번쩍하고 묵직한 금속이 생겨났다.


【황금을 유통시킬 생각이신가요? 시장 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지, 아니지. 난 단지 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완벽한 방법은 아니지만, 좋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세계에 침투할 좋은 방법이.




BAR 「중성시대」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이성에게 지친 남녀가 잠시 쉬고 싶어서 들르는 중경의 중립적인 술집이다.

오늘도 바텐더 유연과 마스터 충식은 그 지친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자신들도 충분히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 4시. 북적북적했던 술집 안도, 이제는 제법 한산해졌다. 술집 안에 남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전부 술에 취해 앞뒤 분간도 못 하는 그런 사람들뿐이었다.


“유연아, 오늘은 이만 끝내자.”

“네, 마스터.”


충식의 말에 유연은 모두를 깨워 밖으로 내쫓았다. 물론 지갑에 있는 현찰을 두둑이 챙기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


밝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결코, 밝지 않았다. 완전히 지친듯한 그녀의 눈빛.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는 사흘째 깨어 있다. 충분한 수면, 아니 쪽잠조차 취하지 못한 채.


“이제 조용해 졌군요.”


술집 안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충식의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다. 술집 주인의 권위적인 말투는 어디 가고,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조심스럽고 신중해진 그의 어투. 그의 눈빛 또한 무척이나 진지해졌다.


“이제 어떻게 하죠? 병필태감. 소림을 무너뜨리기는 했는데.”

“이번 황녀님의 활약이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는 건, 현과장 무리도 눈치를 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면전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녀는 살며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전면전은 힘듭니다. 현과장은 반탄신공을 익힌 무협랜드 역사상 최강의 괴물이니까.”


그런 그녀를 향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내어놓고 마는 충식. 그이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겁에 질린 어린아이처럼.


“반탄신공이라고 해도, 계속 공격을 하면 언젠가는 깨지지 않을까요?”

“저희 일대종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숨을 한번 고른 그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아미의 초고수와 곤륜의 최강 인원들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지만, 현과장은 아무런 상처도 받지 않았습니다. 죽은 건 아미파와 곤륜파의 사람들뿐이었지요.”

“그래서 아미와 곤륜이 현과장의 손에 떨어진 거군요.”

“정확히 말하자면, 현과장이 죽은 아미파의 장문인과 곤륜파의 실세를 되살려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유연은 현과장이 사람을 되살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도시전설 정도로만 치부하고 있었다.


“되살리는 게 정말 가능한 건가요?”

“황녀님께서는 몰랐겠지만, 황제께서도 여러 번 되살아났습니다. 문제는 그때마다 현과장을 향해 칼을 들고 돌진해서 그렇지.”


충식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유연에게 있어서 이 이야기는 전부 처음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죽인 소림의 장군도 다시 되살렸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이런 생각을 떠올린 순간, 유연의 머릿속에 회의감이 강하게 차올랐다. 힘겹게 일을 처리해도, 현과장의 손길 한 번이면 전부 되살아난다.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그럼 이렇게 나 혼자 전쟁을 벌이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아닙니다, 황녀 저하. 먹히고 있습니다.”


그녀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바라보며, 충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일대종사에서 소림 장군 도환의 죽음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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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 361. 일대종사 +1 24.02.05 20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8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4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2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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