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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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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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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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69. 암살 시도 - 2

DUMMY

그런 그때 유연의 마음속에 문뜩 떠오른 작은 생각. 그 생각은 유연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왜 두 사람만 여행을 왔을까.

왜 날 죽일 수 있었음에도 망설였을까.

왜 소년의 어머니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던 그때,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마치 모든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냈다는 듯이.

그녀는 서둘러 핸드폰을 들고 충식에게로 전화했다.


【예, 황녀님.】

“실패예요. 목표를 잘못 잡았어요.”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담담한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말만 전한 채,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소년이 진짜 부자고, 그의 어머니라는 여성은 고용된 연기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작전에 실패했다는 결과는 그녀의 기분을 가라앉게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좌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처럼 대역을 앞에 세운 경우는 예전부터 허다했으니까.

그녀는 다시금 걸음을 옮기며 차분히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번에는 절대 목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얼마나 걸릴까.

1시간? 아니면 반나절? 상처가 깊다면 하루도 이틀도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난, 얼마가 지나야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수 있을까. 지난날의 과오로 인해 퉁퉁 부풀어 올라 작은 바람에도 쉬이 고통을 느끼는 마음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 아침이 다가왔다.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이렇게 시간이 되면 늦지 않게 나타나 주고. 저 태양에게는 고민이나 근심도 없나. 하루 정도는 걱정거리를 생각하면서 출근하지 않아도, 그 누구도 핀잔을 주지 않을 텐데.


“태양을 직접 바라보면 눈에 안 좋습니다,”

“동물이면 실명을 하겠지. 난 동물이 아니잖아.”


시스가 내 행동을 말렸지만, 난 여전히 태양을 바라보았다. 저 태양의 이글거림으로 내 마음의 트라우마를 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괜스레 이런 마음이 들었다.


“시스, 요즘 나 많이 이상한 거 같지 않아?”

“원래 이상했습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이상하다는 레벨을 넘어서 별종으로 취급받았던 나니까. 그런데 지금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요즘 많이 감정적으로 바뀐 거 같지 않냐고.”

“나이를 먹으면 그렇게 됩니다.”

“나이는 예전에 먹었어요, 이 전자계산기야. 넌 전혀 도움이 안 돼, 전혀.”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꼭 벽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느낌을 받게 된다. 내가 말하고 내가 대답하는 그런 기분.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라고 창조주가 넣어준 기능일 텐데, 왜 난 그녀에게서 답답함만 느끼는 것일까.


“저는 충분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현과장. 지금도 현과장의 서포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라도 않지.”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왜 저렇게 딱딱 맞는 말만 하는 거야. 얄밉게.


“말을 잘하는데 미워하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난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까이 다가갔다.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이 밀려온다. 아니, 왜 저렇게 말을 얄밉게 하는 걸까. 가뜩이나 마음이 센티한데. 이렇게 감정적일 때 따듯한 위로 한마디 건네면 얼마나 좋아.


“태양이 좋으시다면 잠깐 태양에 갔다 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지금 태양에 갔다 오라고 했어?”

“그렇습니다.”


결코,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태양에 갔다 오라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제정신이야? 태양에 어떻게 가?”

“가면 갈 수 있습니다.”


그래 가면 갈 수 있겠지. 차원문을 열고 뿅 하면 말이야. 그런데 내가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잖아. 내가 태양에 가서 뭘 어쩌라는 거야?”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단지,”

“단지?”

“태양에 가서 머릿속을 비우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오라는 그녀의 말에, 난 말문이 막혔다. 감정 따위는 전혀 읽지 못하는 전자계산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나름 날 위해 주는 말도 하고. 이거 내 생각보다 이 녀석 좋은 보조 시스템일지도.


“머리를 비우고 와라... 그렇게 안 봤는데 그래도 날 생각해 주는 거야?”

“생각해 주는 게 아니라, 현 상황에서 그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래야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취소다. 조금 전 그녀에 대한 생각들, 평가들, 전부 취소다! 이 녀석은 그냥 전자계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괜히 나 혼자 심쿵했네.


“그럼 태양으로 가보시겠습니까?”

“안 가. 내가 거길 왜 가. 뜨겁기만 한 곳에.”

“신의 육체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순간, 왜 사람들이 T성향 부류의 인간들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것만 같았다. 감정 같은 건 전혀 고민 없이 풀이 방법만 제공하는 이런 로봇 심장!


“시스, 나도 합리적인 생각만 하는 인간이긴 했지만, 이건 정말 아닌 거 같다.”

“이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다면, 다른 방법을 제안할까요?”


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난 그냥 입을 닫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그녀가 이렇게 설쳐준 덕분에, 마음의 고통이 약간 무뎌졌다. 마음이 가라앉은 건 아니었다. 그녀가 마음의 고통보다 더 진한 ‘짜증’이라는 감정을 선물해 줬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픔은 더 큰 고통으로 다스려야 하는 법. 그녀가 본의 아니게 선물한 작은 깨우침이었다.


“준비하자. 사람들이 올 거니까.”

“네, 오리지널.”


그녀가 선물해준 짜증으로 내 감정을 추스렸으니,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시간이다. 내가 저지른 일들이 가슴을 짓눌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감정에 휘둘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에겐 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만큼 남아 있었으니까.


“그럼, 여길 빨리 끝내고 원더랜드로 가자!”




중경의 중심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북쪽에 위치한 대저택. 현과장과 그의 가족이 사는 아늑한 스위트 홈이다.

넓고 아늑한 침대에서 잠이 깬 현과장은, 이내 옆에 누워있는 여희를 바라보았다. 부드러우면서도 따스한 그의 눈길. 그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여희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벌써 일어나셨어요?”

“어쩌다 보니 눈이 떠졌네요. 부인은 더 누워도 될 텐데.”


현과장이 너무나 익숙하게 여희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녀도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현과장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오늘 답변을 들어야 할 거 같아서요.”

“답변이요? 벌써요?”


현과장은 조금 놀랐다. 협박성 제안을 건넨 지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답변을 듣겠다니. 그는 조금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밤에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까, 시간을 주면 이 인간들은 빠져나갈 게 분명해요. 시간을 주면 안 될 거 같아요.”

“그래도 너무 몰아붙이면 오히려 튕겨 나갈 수도 있을 텐데.”


현과장은 여희를 바라보며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현과장의 품으로 살며시 안기는 여희. 그 순간, 현과장의 얼굴에 나타났던 걱정도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언제 제가 실망감을 안겨드린 적이 있었던가요?”

“흐음... 첫날밤?”


약간 개구진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짓는 현과장. 그 장난에 여희는 살짝이 정색하며 현과장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인데요. 나도 실망했다고요.”

“그래요? 난 농담이었는데.”

“으이그! 장난꾸러기! 못 말린다니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려던 두 사람. 그런 바로 그때, 저 멀리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니, 이제 막 해가 떴는데, 아빠 엄마는 그렇게 붙어 있고 싶어? 그렇게 좋아? 안 지겨워?”


머리를 벅벅 긁으며 두 사람을 보고 있던 한 소녀, 바로 은아였다.


“은아,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똥 싸러 나왔다가 너무 달달한 목소리가 들려서 왔습니다!”


뭐가 그리 불만인 것일까. 은아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피어났다. 이내 그 표정을 그대로 가지고 현과장과 여희의 앞에 다가온 그녀는, 얼굴에 피어있던 짜증을 목소리로 옮겨서 내뱉었다.


“엄마! 아빠! 제발 조심 좀 하라니까! 그러다가 셋째가 생기면 나 죽어!”

“어머어머, 얘 좀 봐! 아빠 엄마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죽는다니 누가 왜 죽어? 왜?!”

“그럼 엄마가 키울 거야?! 또 내가 키워야 하잖아!”


은아의 짜증 섞인 목소리는 이내 분노까지 담겨서 방 안에 퍼져나갔다. 그러자,


“왜 너만 키운다고 생각해? 은하도 같이 키워줄 거야.”


그녀를 달래듯 이야기하는 현과장. 은아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부모가 부모다워야지. 아무리 사회생활로 바쁘다고 하지만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가 다 있을까.


“아무리 나라를 잘 다스리면 뭐해! 집안이 이 모양 이 꼴인데!”

“현은아! 너 지금 많이 선 넘은 거 알고 있어?!”


여희가 잔뜩 화가 난 눈빛으로 은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화난 모습을 보이면 은아가 꼬리를 내릴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한참 빗나가고 말았다. 진짜 화가 난 건 여희가 아니라 은아였으니까.


“단 하루라도 좋으니까, 부모처럼 있어달라고요! 대통령과 성녀가 아닌! 은아와 은하의 엄마 아빠로!”


잔뜩 감정을 실은 목소리를 던져놓은 은아는, 그대로 방을 나가 복도를 걸었다. 쿵쾅쿵쾅 복도에 울려퍼지는 그녀의 발소리. 그러나 그 발소리도 그녀의 방 앞으로 가까워지자 점차 잦아들었다.


“언니, 어땠어? 성공했어?”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은하가 궁금증 가득한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몰라. 그래도 이 정도 화를 냈으면 셋째 생각은 안 하겠지.”

“엄마 아빠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눈만 맞으면 뽀뽀하고 난리를 치는 양반들인데.”


궁금증 가득했던 그녀의 얼굴은, 이내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분들이셔. 그러니까 내가 10살이 되던 해에 타이밍 딱 알맞게 널 낳으셨지. 엄마 아빠가 계획 하나는 잘 세운다니까.”

“그러니까 대통령도 하고 성녀도 하는 거겠지.”


은하는 은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자식들에게는 무척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모습만으로 볼 때, 그들의 부모는 완벽했다.


“불안하다. 불안해.”


은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곧 있으면 은아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성녀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성녀 활동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큰 집에 남게 되는 건 자신뿐. 이런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부모님들이 아니었다.


“언니, 나 너무 불안한데.”

“뭐가?”

“언니도 성녀가 돼서 나가면 이 집에 나 혼자 남잖아. 엄마가 정말 나 혼자 있는 걸 그냥 두고 볼까?”


은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은아.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두 눈을 번뜩이며 은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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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9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1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0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4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2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6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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