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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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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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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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8. 결전 그리고 ...

DUMMY

내가 누워있던 사이, 가씨 가문과 공동파가 쳐들어 왔다는 걸 이제 알게 된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음 안 거실로 들어가, 현과장과 상담을 나눌 시간이 전혀 없었다. 우선은 눈앞의 적들을 물리쳐야만 했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게.

온몸을 날려 빠르게 밖으로 나왔지만, 상황은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나를 대신해 광귀가 승진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그의 상태는 만신창이였다. 단 한 군데도 성한 곳이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광귀 씨!”

“부, 부마님...”


내가 그에게로 다가가자, 옅은 미소를 짓는 광귀. 가슴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분노와 그에 따른 복수? 아니다. 그와는 조금 달랐다. 이건... 고마움이었다.


“고맙습니다. 모두를 지켜 주셔서.”

“하, 할 일을 했던 것... 뿐입니다.”


나는 그의 고통을 빨리 덜어주기 위해, 그의 몸 위로 『소생』을 뿌렸다. 그러자, 언제 다쳤냐는 듯 빠르게 회복되는 광귀의 상처들. 단 1분도 지나지 않아, 광귀는 쌩쌩해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부마님.”

“저야말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너무 늦잠을 잤네요. 이제는 제가 맡겠습니다.”


난 그를 뒤로 물린 뒤, 천천히 승진의 앞으로 걸어갔다. 뭔가 못 볼 것이라도 본 듯, 사정없이 좌우로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 비단 당황하는 건 그 혼자뿐만이 아니었다.


“지, 지금...”


승진의 흔들리는 눈동자는 멀쩡하게 서 있는 광귀를 향하고 있었다.


“사람 처음 봅니까?”

“그게 아니라!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다 죽어가던 놈이 저렇게 멀쩡하게 회복될 수 있는 거냐고!!”


승진의 고함(高喊)에서 당혹감이 느껴졌다. 주변으로부터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내가 사람을 살렸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 상황을 보고서 이렇게 당황한다는 건,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전부 무시했거나, 아니면 날 무시했다는 것, 이 두 가지 경우뿐이다.


“귀는 닫아두는 것이 아니라, 열어 두는 것입니다. 내 이야기 못 들었습니까?”

“정말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거냐? 그게 가능하다고?!”


승진은 여전히 못 믿는 눈치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곽 태사인가 뭔가 하는 사람도 죽었던 승상이 살아난 걸 믿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눈앞에서 사람이 회복되는 걸 봤으면, 이제는 믿어도 되는 게 아닐까.


“한 번 죽어보시면 알게 되겠죠.”

“닥쳐라! 마교놈! 괴상한 술법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구나! 내가 오늘 널 죽이고 그 술법의 비밀을 파헤치겠다!”


난 그의 호통에 정신이 번뜩였다. 위협을 느껴서? 아니다.

그럼, 감작스런 호통에 깜짝 놀라서? 아니다.

그가 그의 입으로 말했다. ‘마교’라고.

지금 명문 정파 장문인의 입에서 마교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것도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날 바라보며. 이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그 덕분에 창조교는 마교가 되었다. 창조주가 마신(魔神)이 된 것이다!


“오호, 그러세요?”


비아냥거리긴 했지만,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토록 통쾌한 적이 있었을까. 아니,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창조주의 뒤끝 때문에 어둠 속을 방황하던 나였다. 시달림의 절정에 있었던 터라, 지금 현 상황이 더욱 꿀맛같이 느껴졌다.


“마교의 앞잡이! 내가 오늘 무림의 평화를 되찾는다!”

“마교가 아니라, 창조교입니다. 기억해 두세요.”

“닥쳐라! 마교놈!”


호통과 함께 승진은 나를 향해 엄청난 기세로 달려들었다. 지난번 내 목을 움켜쥐려고 했던 그 자세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칠상권!”


이 기술의 이름이 칠상권인가. 그건 그렇고, 왜 기술의 이름을 외치면서 공격하는 걸까. 기술의 이름을 외치면 위력이 늘어나나? 아니면 정확도가 나아지나? 이유가 도대체 뭐지?

이런저런 궁금증이 싹트던 그때, 승진의 손이 내 목에 닿았다.


“으아아아악!!”


사방을 가르는 날카로운 비명. 물론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아니었다.


“대사부님!!!”


저 멀리서 보고만 있던 가씨 문중 쪽 사람들이, 놀란 듯 목소리를 올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승진의 오른 어깨. 그의 어깨에는 팔이 있었다는 흔적만 남아있었다.


“네,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어? 이거 위력이 좀 올라간 거 같은데. 참고로 난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봐요. 난 가만히 있었잖아요.”

“헛소리를!!”


승진은 기습적으로 왼팔을 뻗어 내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터져나가는 건 내 얼굴이 아닌 그의 왼손. 기술 이름을 외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왼 주먹만이 뭉개졌다.

그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크읔!!”

“정말 기술명을 외치면 위력이 늘어나나? 왼팔은 주먹만 뭉개진 거로 끝났네요.”


날 바라보는 승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빛에서 공포가 느껴졌다. 두려움이 느껴졌다. 인간은, 말 못 하는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가진 필살기가 통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빠진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공포감에 휩싸인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특히나 자신감이 강하면 강한 사람일수록 크게 무너진다. 눈앞의 승진처럼.


“더 하실 겁니까?”

“으... 으...”


그는 이를 꽉 다문 채, 날 응시했다. 밀려오는 두려움. 그리고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감. 그는 무너졌다. 그것도 완전히.


“그럼 내가 갈 차례인 거 맞죠?”


내가 입을 열자,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동자뿐만 아니라, 몸도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은 흡사, 죽음을 직감한 동물의 모습. 두려움 가득한 그의 눈동자는, 애써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갑니다!”


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빠르지도 않고, 그리고 느리지도 않게.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며 그에게 공포를 선사했다.

어느덧 그의 눈앞까지 다가와 버린 내 걸음. 날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느껴진다.


“주, 죽여라.”


모든 것을 초연한 목소리였다. 그의 눈동자도, 그의 몸도, 이제 떨림이 멈췄다.


“이제 몸부림도 끝난 거 같으시니, 마무리 짓겠습니다.”


난 그의 얼굴 위로 손을 뻗었다. 이 모습을 보고도, 가씨 문중 쪽의 사람 중 어느 한 명도 뛰쳐나오지 않았다. 이게 무림의 도리, 강호의 의리라는 것일까.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가진 의리라는 게 이 정도인 것이다. 나도, 그리고 승진도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한 번 느껴보세요.”


내 손끝에서 푸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 『소생』이었다.

내 손길에 의해 다시 원상복구되는 승진의 양팔. 당사자인 그는, 어안이 벙벙한지 새로 생긴 자신의 손을 보고 또 보았다.


“이, 이게 무슨...”

“경험해 보니 어떻습니까? 사람들이 현혹될 만하지요?”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우두머리급 고수를 굴복시켰으니, 이제 남은 건 가씨 문중뿐. 여희의 숙원을 이뤄줄 때가 왔다.

난 승진을 그 자리에 둔 채로 가씨 사람들이 서 있는 벌판으로 걸어갔다. 몇몇 사람들은 혼비백산 뒤로 도망가기 바빴고. 또 몇몇 사람들은 검을 뽑아 나를 겨냥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섣불리 공격하지는 않았다. 승진과의 싸움에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꼈던 것이었다.


“내가 분명 찾아간다고 말했고, 그 말이 전해졌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내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 이러면 재미없어지는데. 대답을 해야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이게 뭐야. 잔뜩 쫄아서.


“누가 가씨 문중의 우두머리야?”


역시나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중앙에 서 있는 한 남자를 쳐다봤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 가씨 저택의 술판에서 봤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날카롭게 생긴 외모의 중년 남성. 난 그를 지긋이 응시했다.


“당신이야?”

“...그, 그렇다!”

“내 이름은 알 거고. 그쪽 이름은?”

“정풍 가씨 가문의 장남, 진자다.”


진자라는 이름의 남자는, 두려운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가차 없이 은화를 던졌겠지만, 오늘의 난 좀 이상하다. 창조주가 심어 놓은 『인간성』 때문인지, 날카롭지 못하다. 후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죽여야만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냥 가라. 더는 까불지 말고.”


감성에 이성이 져버린 탓에, 난 그대로 뒤를 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뒷목을 낚아채는 손실. 바로 진자, 그 인간이었다.


“내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네 놈이 방심하는 이 순간만을! 그 모든 공력을 내놓고 죽어라! 마교의 쓰레기야!”


공력을 내놓고 죽으라니. 공력이라는 걸 빼앗겠다는 말인 걸까. 이거 어디서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인데.


“너, 설마?”

“흡성대법!!!”


진자의 외침이 귓가에 들리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여린 마음에 못 이겨, 애써 목숨을 살려줬더니 이 사단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귀청이 따가울 정도의 비명이 동동구리모 앞 벌판에 울려 퍼졌다. 흡성대법이라고는 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 하나, 진자의 비명을 제외하고는.


“크악!”


뭐라도 결심한 것일까. 그의 비명이 끊어졌다. 그리고 내 뒷목을 잡던 손도 떨어져 나갔다.


[툭.]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대충 뭔지 감이 오긴 했다. 이런 기습이 처음은 아니었으니까.


“이제 속이 풀렸나?”


난 뒤를 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앞으로 바짝 마른 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진자의 오른팔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어떻게 흡성 뭐시기를 익힌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안 통해. 이야기 못 들었어? 광귀 씨가 나한테 어떻게 당했는지.”

“큭!!”


진자는 얼굴을 찌푸린 채, 날 노려보았다. 아니, 지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덤빌 거야? 때릴 거야? 그러니까 왜 멍청한 짓을 벌이는 거지. 그냥 보내줬을 때 갔으면 좋았잖아.


“네놈이 괴물인 건 잘 알겠다! 하지만 여기서 괴물은 네놈 혼자뿐이다!!”


뭐라는 건지. 내가 괴물이라는 건 알겠는데. 나 혼자 괴물은 뭐야? 나 혼자 레벨업이야? 뭐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내 팔을 가져갔으니, 나도 네 소중한 걸 가져가겠다!”


잠깐, 잠깐, 잠깐. 이 기시감 뭐야. 이런 상황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바로 그때, 진자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바로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여희?!”


반사적으로 나 역시 동동구리모로 달려갔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여희를 찾아 객잔을 헤집고 다니는 진자. 난 그를 진심으로 멈춰야만 했다. 나와 여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그를 위해서.


“그만둬! 제발 그만둬!”


이런 내 외침에도 사방팔방 여희를 찾아 움직이는 진자. 어느덧 그의 눈앞에 단정한 옷차림의 여인이 목격되었다. 바로 여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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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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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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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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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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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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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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