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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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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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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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6. 중성시대 - 2

DUMMY

현과장의 표정이 심각해지려던 바로 그때, 회의실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왔습니까, 광귀 국장.”


누가 올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현과장은 억지로 표정을 지우며 회의실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에 잡힌 사람은, 다름 아닌 광귀. 18년이라는 세월을 이길 수 없었던 모양인지, 얼굴 가득한 주름. 그의 외모도 많이 변해 있었다.


“늦었습니다, 각하.”

“각하는 무슨. 그래, 개방정보국에서 뭔가 알아냈습니까?”


광귀가 조심스레 다가와 현과장에게 작은 쪽지를 건넸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 현과장은 그 쪽지 안에 평범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잡힌 곳이 중경의 유흥가였습니다.”

“중경의 유흥가?”


유흥가라는 말에 그는 전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귀의 말은 그를 무척이나 긴장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중성시대 앞입니다.”

“지금 중성시대라고 했습니까?”


중성시대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던 현과장. 그의 머릿속에 예전 자신과 대립했던 한 환관이 떠올랐다.


“정충식 그자가 배후란 말입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아직도 그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군요. 전부 쓸데없는 짓인데.”


현과장은 쪽지 안을 힐끗 보더니, 이내 구겨서 광귀에게 다시 내밀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서 조금씩 사라지는 불안감. 그는 살짝 안도하고 있었다. 새로 등장한 빌런이 자신의 오리지널, 진자 현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군과 경찰에 알릴까요?”

“아니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군의 출동은 자칫 잘못하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길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찌할까요, 각하.”


현과장은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우선 충식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해주세요. 오직 감시만 해주세요. 이 인간이 더 간 큰 행동을 벌일 때, 그때 제압할 수 있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광귀는 현과장을 향해 인사를 마친 뒤,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또 한 번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는 현과장.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걱정과 근심이 없었다. 오직 안도와 평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어느덧 밝아온 아침.

비록 지하라 빛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난 아침이 온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시간을 느낄 수 있는 특출난 능력이 있어서? 아니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유연과 충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야! 너도 와서 좀 치워!”


사람의 그림자 하나도 없이, 엉망진창이 된 술집 안의 모습. 유연은 빗자루와 대걸레를 들고 와 술집 바닥을 쓸고 또 닦았다.


“난 이러려고 여기에 있는 게 아닌데. 난 지금 할 일이 엄청 많거든요.”

“그래, 네가 할 일 많은 거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지금은 여기 청소를 도와. 그다음은 창고를 치우고.”


그녀는 나에게 빗자루와 대걸레를 내밀었다. 아니, 둘 다 나에게 던져 주면, 자신은 어떻게 청소를 하려고 그러는 거지?


“왜 두 개 다 주는 거예요?”

“청소는 네가 해야 하니까.”

“조금 전에 분명 청소를 하고 있었잖아요.”


난 어이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쓸고 닦았던 그녀가,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이 여자 뭘 잘못 먹은 게 아닐까.


“그건 너에게 시범을 보인 거지. 내가 왜 네 일을 해야 하는데?”


그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그녀가 내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물론, 그 일이 정말 내 일이라면 말이다.


“좋아요. 내가 하죠.”

“그래야지.”

“그리고 내일부터는 쭉 그쪽이 하고요. 난 더는 안 나올 거니까.”

“...응?”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치 이런 상황은 예측하지 못했다는 듯이.


“내,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안 나올 건데요.”

“어... 이게 아닌데...”


그녀는 점점 더 당혹스러워했다.

아니, 바보인가? 누가 이런 복장을 입고 일을 하고 싶겠어? 이런 좋아하지도 않는 하늘하늘한 복장을! 내가 충식의 언변에 말려 오늘은 이렇게 일을 했지만, 절대 여기에 이런 복장으로 있었던 것은 결코, 내 뜻이 아니었다.


“그, 그럼 내일 매출은 어떻게 되는데!”

“그건 그쪽이 상관할 게 아니라, 사장이 신경 써야 하는 거고요.”

“돈 많이 못 벌면, 보너스 못 받는데.”


그녀는 발까지 동동 구르며 날 바라보았다. 잔뜩 불쌍한 표정을 짓는 유연.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감정에 메말랐던 인간이었나. 이런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럼 난 청소하고 가겠습니다.”

“자, 잠깐! 너 왜 그러는 거야. 지금 반항하는 거야?”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뭐? 반항? 이 여자가 당황하더니만,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그냥 막 지껄이는 거야?


“반항이고 나발이고 난 모르겠고. 시키는 거 하고 갈 거니까. 빨리 나가든 말든 하세요. 청소 방해되니까.”

“내가 어딜 가! 나도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설거지하고, 재고 정리하고! 그리고!”

“달랑 두 개네.”


그녀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제 여자는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건가. 지금 그녀가 시킨 일이, 자신이 하던 일 중 제일 귀찮고 힘든 일이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아니, 네가 나가면... 그걸 또 내가 해야 하잖아!”

“그 말은 이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는 말이네요.”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시선이, 서서히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거짓말을 들킨 어린아이 같은 그녀의 모습. 이런 순박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귀엽다. 귀여워.”

“아니! 누나한테 귀엽다는 게 뭐야! 너 지금 나 플러팅 하는 거야?”


플러팅은 또 뭐야. 뭐, 직설적으로 말한다는 건가?


“뭐, 그런 거죠.”

“너! 너! 너!”


내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두 뺨에 홍조가 떠올랐다.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화가 난 것일까.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요. 조금 직설적이었죠?”

“아,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는 몇 번의 심호흡을 하더니, 나에게서 빗자루를 빼앗았다. 그러더니, 이내 바닥을 쓸기 시작한 그녀. 그녀는 그저 묵묵하게 바닥을 쓸었다. 여전히 얼굴이 붉은 채로.




“이번에 중경 중심에서 큰 사고가 있었던데, 우리 쪽 인원인가?”


편의점 매대 앞에서 삼각김밥을 고르고 있던 충식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러나, 남자의 말을 듣고도 그저 삼각김밥만을 고르는 충식. 그는 고개를 내려 도시락을 집더니, 이내 자리를 뜨며 나지막이 말했다.


“개방이 붙었다.”


충식의 말에, 남자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주의하고 또 주의했지만, 개방의 감시 아래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급기야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자, 그의 뒤를 쫓아 나가는 두 명의 남과 여. 시선 한번 줄 법도 하지만, 충식은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계산하고만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현과장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감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황제복귀 작전을 시행할 때도, 현과장은 멀리서 지켜만 볼 뿐, 개방의 인원을 그의 주변으로까지 보내지는 않았다.


“새로 오셨나 봐요.”

“네.”


알바하는 청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살짝 놀란 충식. 그가 놀란 이유는 그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충식은 살짝 긴장했다. 그가 조직에서 보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전자레인지는 뒤쪽에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편의점 알바생의 조언대로, 편의점 뒤에 위치한 전자레인지로 다가가는 충식. 전자레인지를 열자, 그 안에 작은 쪽지가 보였다. 충식은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넣으면서, 작은 쪽지를 낚아챘다. 주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개방은 이 쪽지의 정체나 내용을 파악한 건 아니란 확신이 들었다.

충식은 도시락이 데워지는 동안,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편의점 손님 중에 누가 개방 사람인지 파악하려는 목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 본 사람들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유흥가 골목에서는 흔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유흥가가 전부 문을 닫은 아침. 이런 손님들의 구성은 그가 의심을 가지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띵!]


전자레인지에서 소리가 울리자, 충식은 도시락을 꺼내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한산한 유흥가의 아침. 손님 접대에 지친 젊은 남녀가 힘없이 걷고 있었고,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비틀비틀 움직였다. 여느 아침과 다를 게 없었다. 몇몇의 풍경을 제외하면 말이다.

어설프게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 아침부터 서로를 부둥켜안고 꽁냥거리는 커플.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하는 배달 오토바이. 이 사람들이 개방의 작전 인원이라는 것을 파악한 충식은, 너무나도 기가 막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주시 대상에게 들킨 감시라니. 웃고 싶지 않았지만, 튀어나오는 비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주변을 파악한 그는, 편의점 앞에 놓인 파라솔 밑에 앉아 도시락을 열었다. 편의점 안에서 주운 쪽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뭔가 좋은 수라도 생긴 것일까.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충식. 그의 얼굴에 작은 긴장감이 피어났다. 이윽고 핸드폰 넘어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충식은 그대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 유연아. 나 마스터인데. 정리 끝났니?”




내키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청소를 끝마쳤다. 그러나, 청소가 끝났음에도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뒤끝이 좀 있는 성격 같은데.


“지금 마스터가 온다고 하니까. 잠깐만 기다리자.”


마스터? 충식이 돌아 온다고? 왜?

우리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돌아갔던 거 아니었나?

난 그의 행동에 의문이 들었다.


“왜 온다고 하세요?”

“몰라. 그냥 오겠데.”


그냥 오겠다고? 뭔가 수상한데. 청소 점검을 하러 오는 걸까. 그럴 리는 없다. 내 옆의 그녀 유연은 충식에게 무척이나 신뢰를 받는 여자니까.

잠깐, 내 옆이라고? 이 여자 언제 내 옆으로 왔지?


“저기, 너무 가까운데요.”

“그, 그래?”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나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졸려서 거리 구분이 안 되었던 것일까. 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야, 마스터 오기 전에 빨리 끝내자.”


갑자기 이해 못 할 말을 던지더니, 내 앞으로 또다시 다가온 그녀. 그녀의 눈빛에 욕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왜 분노가 아닌 욕망, 아니 욕정이 느껴지는 거지?


“뭘 끝내요? 이미 다 했잖아요.”

“뭐긴 뭐야! 젊은 남녀가 같은 방 안에 있을 때 하는 거지!”


말을 마친 그녀는 빠르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 여자, 미친 거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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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20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3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2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5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 356. 중성시대 - 2 24.01.31 13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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