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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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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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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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그들의 현실

DUMMY

“그러고 보니, 엄마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널 낳았던 거 같기도 하고...”


은아의 말에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 버린 은하. 그녀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그, 그렇다는 건 설마...!”

“설마는 뭐가 설마야. 육아 지옥 당첨이지!!”


은아는 느긋하게 다가가 은하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눈동자에 이어 어깨까지 파르르 떨리고 있던 그녀. 그녀는 떨린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내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래도 나보다는 낫잖아. 난 네가 나오는 걸 아무런 대비도 못 한 채 맞이했다고.”

“언니, 언니가 나 도와줄 거지? 그치?”


은하는 마치 살라달라는 듯한 눈빛으로 은아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감정조차 보이지 않는 은아의 시선. 은아가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서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은아가 작은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어제까지만 해도 이름도 모르는 예쁜 오빠와의 멋진 미래를 그렸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녀에게 닥쳐올 미래는 장밋빛 내일이 아닌, 고난과 역경의 굴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반드시 이겨 낸다!!”


잔뜩 힘이 들어간 은하의 목소리가 방바닥 위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만 했다. 이 고난 뒤에 올 장밋빛 사랑을 위해.


“꼭 현실을 이기고 결혼을 한다! 반드시!!”


각오 서린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콧방귀를 뀌어버린 은아.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아직 10살도 되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운운하는 모습이.


“야, 헛소리는 네 방 가서 해.”

“헛소리는 무슨! 내가 다 꿈에서 봤는데.”

“꿈에서 봤다고? 네가 무슨 증여희 여사님이냐? 꿈에서 본 남자 타령을 왜 해?”


은아는 은하를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부정적인 태도에 발끈하고만 은하. 그녀는 잔뜩 삐친 눈빛으로 장전하고 그대로 은아에게 쏘아대었다.


“엄마도 아빠가 꿈에서 본 남자잖아! 나도 만날 거야! 나도 만날 거라고!!”


그녀의 생떼에 더욱 기가 찬 은아. 그녀는 은하의 생떼를 단번에 잠재울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 꿈속에서 네 나이가 몇 살이었어?”

“어? 당연히...”


은하는 빠르게 답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다. 나이는 알 수 없었다. 그냥 자신이 결혼식장에 아름다운 오빠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는 기억만이 있을 뿐이지.


“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꿈에서 나이를 밝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몇 살처럼 보였어? 아니, 그 꿈속에 나도 있었을 거 아니야. 난 몇 살로 보였어?”

“...16살? 그 정도?”


다시금 은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예쁜 오빠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들뜬 나머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 꿈이 어느 시점의 예지몽인지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 지금이라는 거잖아. 엄마 아빠가 8살인 네가 시집간다고 하면 허락할 거 같아? 정신 차려 이것아!”

“아야!!”


은아는 은하의 볼을 힘껏 꼬집었다. 볼에 전해지는 고통과 함께 화르르 타버리는 그녀의 달콤한 솜사탕 같은 꿈. 은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셋째의 보모역뿐이었으니까.




한편, 바 「중성시대」로 돌아온 유연은 충식과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잠깐 잠깐 술집 문을 닫았던 것도 모자라, 이제는 완전히 휴업 선언을 해버린 충식. 그들에게 있어 술집을 운영하는 것보다, 현과장을 몰아내고 다시금 황제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 비교하지 못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바 테이블 앞에 앉아 대화를 이어가고 있던 유연과 충식. TV에서 들려오는 뉴스 소리가 때때로 그들의 대화를 멈추게 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우주 대부호 골드 가문의 안주인 시스 골드 씨와 영부인이자 창조교 성녀인 증여희 여사의 공식 대담이 오늘 중경 동동구리모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여희의 이름이 흘러나오자, 두 사람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아무런 대화 없이 그저 뉴스만을 바라보는 두 사람. 그들은 그 뉴스가 끝날 때까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럼 다음 뉴스입니다...】

“아직 현과장쪽은 본체가 누구인지 모르는 모양이군요.”


유연이 시선을 충식 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과장이 하는 일이 거기서 거기지요, 황녀님. 아마 진실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대놓고 현과장을 무시하는 충식. 그는 자신들이 현과장보다 한 발짝 앞서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럼 다시 계획을 짜보는 게 어떻습니까, 황녀님.”


자신 있게 다음을 준비하려는 충식과 다르게, 유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자신감을 잃어버린 듯한 그녀의 눈빛. 그녀는 소년과의 대결을 떠올려 보았다. 반격할 틈도 없이 자신의 오른손을 으깨버린 소년. 그때를 떠올리자 깁스한 오른손이 욱신거렸다.


“이대로 움직이는 건 무리인 거 같습니다. 소년을 이길 자신이 없어요.”

“황녀님이 못 잡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까?”


유연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벽을 만드는 능력을 가졌어요. 그뿐만 아니라고요. 이 팔, 이거 그 녀석이 이렇게 한 겁니다.”

“그 예쁘장한 놈이 그랬다는 겁니까?”


충식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서 지난 창고에서 있었던 일을 듣기는 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녀가 창피해서 거짓말을 하는 줄로만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거 아닐까요? 아니다! 그래! 일대종사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어떠십니까?”


충식은 당장이라도 술집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빠르게 그의 소매를 붙잡는 유연, 그녀는 충식을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


“다른 생각이 있어요, 병필태감.”

“다른 생각이요?”


사뭇 심각한 그녀의 표정에, 그대로 자리에 앉은 충식. 그가 앉자 유연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일대종사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현과장 만큼이나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암살은 불가능하다는 것 아닙니까.”


충식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점점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한 유연의 표정. 그녀는 더욱 신중하게, 심지어 아무도 없는 술집 안에서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태감은 일대종사를 믿을 수 있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충식에게 불길한 느낌이 다가왔다. 그녀가 왜 일대종사의 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일까.


“일대종사가 우릴 버리기라도 할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요.”


그녀의 대답에 순간 안도한 그였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그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져 버리고 말았다.


“저는 일대종사가 우리를 잡아먹을 것 같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녀님! 그들은 황녀님을 위해 충성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일대종사를 변호했다. 그가 이렇게 변호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자신도 그렇게 버려질 것만 같은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태감! 생각해 보라고요! 아니 왜 우리만 움직이나요? 왜 우리가 우리의 손에 피를 묻혀야만 하냐고요!”

“그, 그건...”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도 일대종사에 작은 의구심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복수에 눈이 멀어 무작정 그들의 지시를 따랐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의 주군은 자신의 앞에 있는 황녀, 유연. 그들은 절대 황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우리는 이용당했어요. 우리가 너무나 간절했기에, 우리만 너무나 간절했기에 이렇게 이용을 당했다고요!”


충식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전부 옳았다. 이건 완전히 잘못되어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대종사와 처음 손을 잡을 때만 해도 이런 대우는 받지 않았는데. 이제 대우를 받기는커녕 그들의 손발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황녀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소년과 손을 잡는 겁니다.”

“소년이요?”


완전히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자신들의 싸움에 소년을 끌어들이자니. 게다가 이미 그를 한번 습격한 전적이 있는데, 과연 소년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까. 그것도 의문이 들었다.


“소년이 과연 우리와 뜻을 함께 할까요?”


그의 질문에, 유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어 보아도, 그녀 역시 소년의 마음을 돌릴 방법 같은 건 전혀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두 사람의 표정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두워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TV에서 들려오던 뉴스 소리가 완전히 끊어질 때쯤, 유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뭔가 뾰족한 방법이 생각이 났다는 듯이.


“방법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굳어진 표정 속 굳건한 눈빛. 그녀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는 것을.




“황녀가 소림사 놈들을 확실하게 저승으로 보낸 듯합니다. 발표는 없지만, 정보원들이 소림 특전사단이 철거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더군요.”


중경 번화가에 위치한 낮은 건물. 평범한 사무실 같은 곳에 남녀 여럿이 소파에 편하게 앉아있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정풍 가씨의 셋째인 진돈. 진자과 진건이 죽고 난 후 가씨 집안을 물려받게 된 그는, 술장사와 같은 유흥사업으로 돈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게이바 「중성시대」 또한 그가 만들어준 술집. 그는 일대종사의 물주이자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


“생각보다 많이 강해졌군요. 비급들을 넘긴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없다고 해야 하나.”


진돈의 옆에 앉은 남자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찌푸린 얼굴 때문인지 더욱 늙어 보이는 그의 모습. 그는 곽 태사의 첫째 아들, 부영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소림 특전사단 정도면 황녀를 잡아 줄 거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너무 괴물을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부영과 약간 닮은 얼굴의 남자가 그의 말을 거들었다. 그의 정체는 부영의 동생, 무영. 황녀 유연에게 각 문파의 비기를 넘긴 장본인이었다.


“무영이 네가 너무 준 거야. 내가 말했잖아, 복수에 눈이 먼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부영이 핀잔을 준 대상은 무영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무영이 아닌 맞은 편을 향하고 있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는 증씨 가문의 장남, 남수를.


“복수는 내가 한 게 아니라, 누나가 했죠. 난 그냥 도움을 조금 받은 것일 뿐이고. 그리고, 막말로 나만 받았습니까? 여기 모두 받았지.”


남수는 몹시 불쾌하다는 듯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째려보았다. 그의 말에 반박하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반박하는 이는 없었지만, 그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사람은 있었다. 다름 아닌, 가씨의 장녀, 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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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20 3 11쪽
»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3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2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8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3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7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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