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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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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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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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업데이트 - 1

DUMMY

내가 객잔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일단락된 뒤였다.

증 승상은 뭐가 미안한 것인지,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대충 감은 잡혔지만, 난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이렇게 넘어가는 편이 나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에.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나와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 거기서 왜 말을 못 해요?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요?!”


어느 드라마에서 들어본 듯한 대사가, 여희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난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비록 나는 부정하고 있지만, 객잔의 주민들은 모두 나와 여희가 부부라고 믿고 있는 상황. 난 적극적으로 황제에게 이 사실을 어필해야만 했다.

그러나, 내 마음 한편으로는, 여희가 황후 혹은 후궁이 되어 편하게 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생각했다. 창조주가 언급한, 「한 사람은 불행해진다.」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고생을 겪은, 여희만큼은 불행을 맛보아서는 안 된다. 창조주가 말했던 것처럼, 여희는 가여운 아이니까.


“난 앞으로 여희가 걸어야 할 인생이 꽃길이었으면 좋겠어.”


진심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미안했다. 그녀와 관련된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가슴속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했다. 이 구멍이 현과장과 나의 결합을 분리시킨 원인일 것이다.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의 복수에 진심을 다하게 된 것도, 9할은 죄책감이 작용했다. 내가 없어도 그녀가 편히 살 수 있도록, 그녀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만한 모든 것을 제거하리라.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왜일까. 그녀와 너무 정이 들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몸을 지배하고 있는 현과장이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을 주입하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창조주가 나에게 이상한 생각을 심어놓은 것일까. 어쨌든, 난 지금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지금의 나는 평소의 때와 완전히 달랐다. 냉철하고 날카로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멍하게만 느껴졌다.


“제가 행복하길 원하신다면, 더더욱 발 벗고 나셨어야죠!”

“그래, 그 말이 맞다.”


난 그녀의 말에 수긍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 서방님?”


여희의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본 사람처럼. 난 무심하면서도 도도하게 한 마디 던지려고 했다. 억지로라도 평소의 나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데,


“왜...”


이상하다.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모든 걸 빼앗긴 느낌이었다. 설마, 모든 지배권이 현과장에게 넘어간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아직 내가 이 몸 안에 있는 한, 그럴 리는 절대 없다.


“서방님! 정신 차리세요!”


정신을 차리라고? 난 분명 말짱하다. 물론 조금 멍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멍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라니. 지금 이 몸의 상태가 이상한 것일까.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는 사람들의 소리도 희미해져만 갔다. 객잔 주민들과 승상, 그리고 여희의 모습도 안개 속으로 사라져만 갔다.


【『창조주의 권능』 리부팅 시작합니다.】


멍한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은은한 목소리. 난 그냥 그 목소리에 모든 것을 맡겼다. 도저히 정신을 붙잡고 있을 수가 없어서.




“대사부님! 내일이면 일주일입니다. 저도 대사부님의 힘이 될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옵소서!”


의자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는 승진의 앞으로, 진자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승진. 사랑채 안에 고요함 만이 쌓여갈 뿐이었다.


“저로 인해 시작된 일입니다. 저도 도울 수 있습니다, 대사부님.”


진자는 또 한 번 간청하며 절했다. 그러자, 눈을 뜨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진. 현과장과의 싸움에서 났던 상처가 아직도 다 낫지 않은 것일까. 그의 팔은 연한 붉은 색이 맴도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대사부님!”

“진자, 너는 내가 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낮게 내려오는 승진의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순간, 자신이 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진자. 그는 더욱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대사부님! 제가 어찌 대사부님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대사부님이야 말로 현 무림 최강의 고수. 북빙신궁의 광귀도, 화산파의 장문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넌 왜 그런 말을 나에게 한 것이냐?”


승진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자신감이, 한순간에 위압감으로 변모했다. 진자의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듯한 압박감.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그였지만, 더욱 고개를 땅으로 처박을 수밖에 없었다.


“저, 저, 저는 현과장의 의술이 탐나서였습니다!”

“그래? 진자 너는 항상 솔직해서 마음에 든다.”


진자는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한숨. 그의 한숨 소리를 들은 승진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라. 딱 요리하기 적당한 상태로 만들어 너에게 넘겨주마.”

“감사합니다! 대사부님!”

“물러가라.”


승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사랑채 밖으로 나온 진자. 그는 사랑채에서 멀리 떨어지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사랑채를 노려보았다. 점차 올라가기 시작한 입꼬리. 비열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만개했다.


“손에 피 안 묻히고 보물을 손에 넣으면 그걸로 된 거지. 오래오래 장문 자리 유지하십시오, 대사부님. 얼마 못 가 내려오시겠지만.”




시간이 안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리부팅이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난 거 같은데, 아직도 난 깜깜한 암흑 속에 잠겨있다. 현과장이라도 만나 이 상황을 이야기해보려 했지만, 그 상상의 거실로 날아가는 것 또한 막힌 듯했다. 그냥 지금 난 혼자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끊임없이 어두웠다. 내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이 맞나?’ 이런 의구심이 들 정도로.


【『창조주의 권능』 리부팅 진행률 50%】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행률이 50%라. 리부팅이라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리는 일인가. 그냥 전원 한번 껐다가 켜면 되는 거 아니었어?


“그냥 전원이나 한번 껐다 켜지.”

【그럼 현과장의 생명을 껐다 켜도 되겠습니까?】


담담한 목소리에 비해 너무나 섬뜩한 내용. 난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말을 할 수 있다니. 이건 몰랐는데.


“말하는 게 가능하네?”

【리부팅의 진행률이 50%를 넘었기에 가능합니다.】


50%가 넘어서 가능하다고? 그럼 다른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현과장을 만나는 건? 그건 불가능한가?”

【영혼 분리 모드는 리부팅이 끝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 나와 현과장이 분리된 상황이 「영혼 분리 모드」라니. 이런 건 진즉에 알려 줬으면 안 되었을까. 잠깐, 영혼 분리 모드라고? 그럼 진짜 영혼이 분리된 게 아니라는 것일 수도 있잖아. 설마, 『창조주의 권능』이 만들어낸 가짜 영혼이 아닐까. 사실, 창조주의 말을 듣고 난 뒤, 현과장과 나로 분리가 되었으니까.


“지금 난 현과장의 영혼과 하나인 거야? 아니면, 원래 현과장의 영혼이라는 게 없었던 거야?”

【지금. 현과장. 오리지널. 과, 현과장. 원더랜드. 는. 『창조주의 권능』에 의해 완전히 분리된 상태입니다.】


들려온 대답은 완전히 분리되었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같은 현과장이라고 해도 어차피 그와 나는 다른 존재, 「오리지널」과 「복제품」의 관계다. 우리는 같지 않다. 우리는 원래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그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렇게 영혼이 둘로 갈라진 상태라면, 차라리 그와 내가 몸을 공유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새로운 몸을 만들어 나, 혹은 현과장이 넘어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우리 둘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법이 있어?”

【항목 검색 중...】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시스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일치되는 항목, 1, 개를 찾았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난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열람 부탁해.”


그 순간, 수많은 지식들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나와 그를 육체적으로도 완전히 분리하는 방법이 내 안에 차근차근 쌓여만 갔다.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는 것만 같았다. 영혼을 담을 육체를 만드는 법. 영혼을 옮기는 법. 뭐 그런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야?”


지식의 마지막 부분을 확인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문제는 마지막에 알게 된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다.


“육체의 소멸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분리된 영혼은 소멸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정신이 번뜩였다. 소멸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분리된 영혼이 죽는다는 말은 아니지?”

【『창조주의 권능』이 미치는 영역에서 벗어나는 순간 소멸이 시작됩니다. 모든 것은 『창조주의 권능』으로 인해 일어난 상황입니다. 그러니 그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창조주의 권능』이 문제라면, 양쪽 다 그 힘을 갖는 건 어떨까. 아니면 반으로 나누던가.


“권능을 둘 다 가지는 건? 아니면 반반 갖던지.”

【현과장, 당신은 창조주가 아닙니다.】


그 어떤 대답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그래, 난 창조주가 아니다. 창조주의 힘을 이용하는 한낱 피조물일 뿐. 그 힘을 만들 수 없을뿐더러, 힘을 나누는 것조차 가능할 리 없다.


“도움이 되었네. 고마워.”

【천만에요. 『창조주의 권능』 리부팅 진행률 75%】


어느새 75%를 넘은 리부팅 진행률. 머릿속이 조금 맑아진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왜 리부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창조주의 권능』에 어떤 문제라도 발생한 것일까.


“그런데, 왜 리부팅을 하는 거야?”

【『창조주의 권능』 자동 업데이트 때문입니다.】


자동 업데이트? 창조주의 힘에도 자동 업데이트라는 게 있는 거야?


“자동 업데이트?”

【창조주께서 특별한 사항을 입력하셨습니다.】


잠깐! 저게 진짜 사실이라면, 자동 업데이트라는 것은 창조주가 자기 뭐 꼴리는 데로 능력을 넣을 때마다 일어나는 거잖아. 난 그때마다 정신이 블랙아웃 되는 거고. 아니, 이게 말이 돼? 이렇게 나에게 피해는 주는 게 말이 되는 거냐고. 난 창조주의 장난질을 더 이상 받아 줄 수 없었다.


“자동 업데이트를 끄는 건 안 되나?”


작가의말

다른 일을 하다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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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9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2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8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3 4 12쪽
» 346. 업데이트 - 1 24.01.21 17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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