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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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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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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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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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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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45. 내 여자... 입니까?

DUMMY

“그런 놈들 따위! 그것들이 내 명령에 불복할 순 없을 거요, 승상!”


난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황제가 현실감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승상이 죽임을 당한 채 중앙 광장에 걸린 이유 중에는, 황제의 무능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남자는 자신이 직접 일을 해결한 적이 없었으며, 흥미에 따라 움직이는 철부지 어린 애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런 황제를 뒤에서 조종하는 건,


“그렇습니다, 폐하. 오직 폐하만이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바로, 병필태감 정충식. 증 승상 역시 병필태감의 손 위에서 놀아나는 장난감에 불과했다. 이 모든 일은 정충식과 세 명문세가 사이에서 일어난 파워게임. 그 파워게임에 불행히도 증 승상의 가족들이 희생된 것뿐이었다.


내 계획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세 명문세가만 혼내서는 될 일이 아니다. 황제를 조종하는 병필태감이라는 놈까지 손봐줘야 한다. 문제는,


“역시 병필태감뿐이라니까. 하하하하!”


황제라는 놈이 전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이런 황제를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무협랜드에서 첫 번째 고비가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런 그렇고, 증 승상에게 여식이 둘이나 있는 건 몰랐습니다. 경하의 연씨 가문에 시집을 간 쪽이,”

“여린입니다. 이제 곧 아이도 태어납니다.”


황제와 승상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이야기를 이어가는 줄로만 알았다.


“그 여희란 아이는,”

“이제 막 성년이 된 참입니다.”

“내가 그 아이를 위해 궁에 방 하나 만드는 것이 어떻겠소?”


내 귀를 의심했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여희를 궁으로 불러들이겠다고?


“저는 정혼자가 있습니다.”


역시나 당찬 여희. 황제고 뭐고 물러서지 않는다. 그런데, 황제 이 인간도 보통이 아니다.


“정혼자가 있어도, 그게 뭐 대수인가?”

“이미 합방까지 치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 같은 방을 쓰긴 했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진 않았지만.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지. 과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안 그런가, 승상?”

“아, 아, 예...”


가운데 낀 승상은 둘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허리를 펴지도 못했다.


“폐하, 아직 승상의 무고도 풀지 못한 상황에서 후궁 이야기를 꺼내시면 승상이 무척 당황스러울 겁니다.”

“내가 방금 그의 무고를 풀지 않았소.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오.”


말을 마친 황제는 지긋이 여희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 빠르게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증씨 가문이 황제의 인척이 되면 모든 일이 해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벙필태감이 황제의 뒤에서 이런저런 일을 꾸미긴 하겠지만, 그래도 역모죄 누명을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물론 이건 생각일 뿐이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이 몸의 주인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허허, 이놈 봐라. 눈앞에서 자기 와이프가 희롱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네?”


순간, 불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또 그 익숙한 하얀색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 또 그분이시다. 이 공간의 주인, 아니 전 우주의 주인, 창조주.


“아니, 좀! 우리 그만 좀 만나요!”

“예끼! 이 녀석!”

[쾅!]


창조주는 다짜고짜 내 머리 위로 거대한 망치를 내리꽂았다. 물론 아프지 않...을 줄 알았지만, 엄청난 충격이 밀려왔다. 아니 『창조주의 권능』이 왜 작동하지 않은 거지?


“아니, 뭐야! 왜 아파?”

“당연히 아프지! 아프라고 때린 거니까!”


창조주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독기가 가득했다. 아니, 뭐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신 거지?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


“왜 그렇게 화가 나신 거예요?”

“그럼 화가 안 나? 보자보자하니까! 남의 반려자는 잘도 지켜주는 놈이, 자신의 소중한 반려인이 눈앞에서 희롱당하는 데 가만히 앉아있어?”


아니, 도대체 누가 내 반려인이라는 거야? 설마 여희?


“저기요! 죄송한데, 여희 내 사람 아니...”

[쾅!]


머리 위로 또 한 번 망치가 떨어졌다. 그래, 고통이란 게 이런 거였지. 오래간만에 느껴본 아찔한 감각에, 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너는 아닐지 모르지만, 네 몸과 그 애는 다르단 말이야!”

“다르긴 뭐가 달라요! 어차피 원더랜드로 떠나면 그만이라니까요!”

[쾅! 쾅! 쾅!]


연거푸 3개의 망치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별도 보이고 명왕성도 보이고 안드러메다 성운까지 보였다. 아니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아니! 왜 이러시는 거예요?! 정말!! 창조주가 막 이렇게 사람의 인생에 관여해도 되는 겁니까?!”

“관여해야지! 당연히 관여해야지! 이렇게 답답한 짓만 골라 하는데! 너 시청자들의 입장은 생각 안 하냐?”


시청자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시청자요? 무슨 시청자?”

“나 말이야! 나! 내가 네 인생의 유일한 시청자이자 애청자 아니야!”


난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럼 내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는 거야? 흡사 스토커처럼?


“스토커세요?”

“애청자! 스토커라니! 난 애청자라고!”

“이건 애청자가 아니라, 개청자인데.”

[쾅!]


어김없이 떨어지는 망치.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 차려! 여기가 네 집 안방인 줄 알아?!”

“그럼 그만 좀 때리세요! 아파서 정신을 못 차리겠네!”


정신이 아득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앞 소년의 손이 돌돌 말리는 것처럼 보였다.


“감히 창조주에게 대들다니.”

“뭐! 창조주는 막 때려도 되나? 이유도 듣지 않고!”


난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마구 입 밖으로 목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런 헛소리가 통한 것일까. 갑자기 폭력을 멈춘 창조주. 난 충격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이유를 한번 들어보자. 왜 그랬어? 왜 여희를 감싸지 않은 거야? 그 가여운 아이를!”

“저기요, 창조주님. 내가 여기사 여희를 감싸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강이 어디 있어? 난 그런 걸 만든 기억이 없는데!”


아니, 말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날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드는 것일까.


“저, 창조주님. 요즘 부쩍 제 인생에 관여를 하시는 거 같은데. 원래는 인간들의 삶에 관심이 없으셨잖아요.”

“네가 똑바로 했으면, 내가 이렇게 나타나지 않았잖아! 좀 제대로 하라고! 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널 20년 전으로 보냈을 거 같아? 내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너한테 세상을 구하라는 미션을 준 거 같아? 머리가 달려 있으면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해라!”


그의 목소리에서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다. 이렇게 혼나는 게 얼마만 인지. 중학교 이후였던가, 고등학교 이후였던가. 머리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싹 사라질 만큼, 정신이 혼쭐나 버렸다.


“제, 제대로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뭘 잘못한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죄송하다는 말을 올렸다. 어린 시절 다년간 꾸지람을 듣던 노하우가 이럴 때 빛을 발하는구나. 속으로 조금은 뿌듯했다.


“똑바로 해라. 나 계속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볼 거다.”


창조주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끝나자, 그대로 난 중경의 한복판에 떨어지게 되었다. 여기저기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그냥 대자로 널브러져 있는 나. 난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있었다.

도대체, 나 뭘 잘못한 거야?




“그런데 현 대협이 갑자기 어딜 간 건가?”

“폐하, 너무 괘념치 마시옵소서. 원래 도깨비 같은 자이옵니다.”


충식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황제에게 이야기했다.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황제를 제어하는 충식. 그러나 이 상황을 깨닫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황제의 충신이라고 불리는 증 승상도 이런 흑막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그럼 우리 남은 이야기나 마저 하세.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나?”


황제는 여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정혼자가 있고. 그와 매일 같은 방에서 일어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폐하의 제안은 고민할 이유도, 고민할 가치도 없습니다.”


여희는 단호히 말하며 방을 벗어났다. 그러자, 다짜고짜 여희의 손을 붙잡는 황제. 승상을 비롯한 모두가 놀란 눈동자가 되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놓으시지요.”

“황제의 명을 거역할 것인가?”

“조금 전에는 제안이라고 하셨으면서, 지금은 명령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크흠! 난 이 나라의 황제다! 내가 못 할게 뭐 있겠느냐!”


황제는 억지로 여희를 자신의 품에 안으려고 했다. 증 승상이 딸을 구하기 위해 황제의 앞에 나서려 했지만, 그의 행동을 읽은 충식이 빠르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 이러려고 이곳에 오셨습니까?”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승상의 얼굴만 보러 왔는데, 내가 반려자를 맞이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이건 하늘의 운명이니라!”


황제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여희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겼다. 그런데,


“어, 어...”


여희가 꿈쩍을 하지 않는다. 있는 힘껏 끌어당겼지만, 여희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뭐 하시는 겁니까?”

“이, 이게...”


황제는 다시 한번 여희를 끌어당겼지만, 여전히 그녀는 요지부동. 이런 상황에 당황하기 시작한 것은 비단 황제뿐만은 아니었다.


“폐, 폐하! 지금...”

“병필태감! 아니요! 내가 존중의 차원에서 힘을 안 쓴 것일 뿐이오!”


꼴에 남자라고 허세를 부리는 황제. 그는 어금니까지 꽉 깨물고, 여희의 팔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끌려가기는커녕, 오히려 황제를 끌어 당겨버리는 여희. 여희 쪽으로 당겨진 황제는 그대로 방 한구석으로 처박혀 버리고야 말았다.

이 모습을 본 승상과 충식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몸집도 작은 여성이 어떻게 건장한 남성을 이리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모두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광귀의 실수와 현과장의 도움으로 엄청난 무공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언니, 우린 가죠.”

“그, 그래.”


여희는 여린을 데리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방 밖까지 쫓아오는 남자, 충식. 그는 황제를 대신해 여희를 굴복시킬 심산이었다.


“여희야! 집안을 생각해야지!”

“아무리 존경하는 아저씨라도 그런 말씀을 하시면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여희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 표독스러운 눈빛에, 그만 뒷걸음질 치고 만 충식. 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여희를 보내주는 수밖에.

멀어지는 여희를 바라보며,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한 충식의 표정. 그는 그 순간 다짐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제의 곁에 여희를 데려다 놓겠다는 다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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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20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3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2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5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3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8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3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7 4 11쪽
»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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