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255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26 07:50
조회
120
추천
4
글자
12쪽

53. 경계의 붕괴

DUMMY

앞에 있는 사람은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맞은 편의 베르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주변을 살핀 뒤 조금 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각성자시라고요?”


“그래.”


“... 그런데 왕의 맹약은 뭐고요?”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베르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리저리 베르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베르의 왼팔에 멈췄다.


“왼팔은 다친 건가?”


“... 네.”


“일시적으로? 아니면 영구적으로?”


“...”


이걸 대답해야 하는 건가.


“... 왼팔에 무슨 짓을 했나 보군.”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니죠.


“뭐 캐묻진 않겠어. 나름대로 영업 비밀일 테니까.”


여전히 영문 모를 소리만 하고 있었다.


“너와 나는 ‘왕의 맹약’을 맺었고, 나는 그것을 지키러 왔다.”


“... 그러니까 그 왕의 맹약이 뭐냐니까요.”


사실 베르는 이제 웬만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게 되었다.


“... 우리 계약 내용에 계약에 대해서 입에 담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것도 기억 못 하는 거 보면 확실히 반쪽인 것 같은데 말이야.”


“...”


베르는 순간적으로 이 계약을 맺은 것은 내가 아니라 ‘그 베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지... 를 하신다고 했나요?”


“음... 비슷한 거를 하는 거지.”


“... 좋아요. 그럼 그 비슷한 거를 통해서 저를 찾아오셨을 텐데, 찾아오신 이유가 ‘맹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거죠?”


“아니. 맹약을 지켜야 하는 건지 확인을 하기 위해서였지.”


“... 그래서 확인을 했더니 맹약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고요?”


“그래.”


“...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왕은 그쪽인가요?”


“... 아니. 너다.”


내가 왕?


베르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문득 어제 슈베르트에 대해서 찾아보던 게 생각나면서 ‘마왕’이 생각났다.


진짜로 마왕이었단 말이야?


“제가...”


마왕이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막상 물어보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흑염룡으로 단련될 만큼 된 거 아니었어?


“전쟁이 시작될 타이밍이다.”


기다리기 지루했던 걸까.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편이 나눠질 때가 된 거야. 그래서 나도 너에게 온 것이고.”


전쟁? 무슨 전쟁?


그러고 보니 머콘도 결정할 때가 됐다고 한 것 같았는데.


“그래서 네가 마지막에 했던 맹약이 유효한지 보러 온 거였지.”


답답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너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싸울 거지?”


“... 일단 누구랑 싸워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는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 이래서 아직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였나?”


“아니 자꾸 핵심적인 것을 물어볼 때만 말을 피하시면...”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바넘에게 같이 가자.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 네.”


어차피 나한테는 말해줄 생각이 없는 거 같으니깐.


-----------------------------------


바넘은 말이 없었다.


“수고하셨어요.”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머콘.”


“바넘의 역할은 여기까지군요.”


“... 그런가 보군.”


바넘은 물끄러미 자신의 복부에 뚫린 상처를 바라봤다.


“나는 내 역할을 다 한 건가?”


“아마도요.”


바넘은 머콘이 자신의 뒤를 잇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이니 욕심을 좀 부려도 될까?”


“... 조금이라면요.”


“나는 결국... 무엇을 위해서 발버둥 치고 살았던 거지?”


“바넘은...”


머콘은 잠시 침묵했다.


“저번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으니까요.”


“...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콘은 무언으로 긍정했다.


“그런가... 두 번째였군. 그렇다는 건 저번에는 무언가 좋지 않았거나 실패했다는 건데... 이번에는 괜찮았다는 거겠지?”


“역할을 다 했으니까요.”


“내 역할은...”


그때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바넘!”


뛰어 들어와서 머콘과 바넘을 번갈아 보더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베르였다.


“... 베르였나?”


바넘의 시선에 머콘은 말없이 끄덕였다.


“이... 이게, 설마 머콘이?”


“아니. 나는 늦었을 뿐이야.”


“그럼 누가 이렇게 한 거죠?”


“소리 지르지 마라. 예언이 완성됐을 뿐이야.”


바넘이 죽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베르는 그게 말 그대로 수명이 다해서 죽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 결국 그렇게 된 건가?”


천천히 베르의 뒤에서 들어오는 인물을 보고 바넘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로테?”


“그리운 이름이로군.”


“... 내가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모습을 바꿨군.”


“그게 내 능력이니까.”


베르는 그 말에 의문이 들었다.


저게 본모습이 아니라는 건가?


바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랬군. 너였어. 너였군.”


“마지막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니. 나는 내 역할을 다 했으니 이만 물러가야지.”


로테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되는 군. 그래. 베르였구나.”


“바넘.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면...”


“베르. 아마도 지금이 마지막이니 잘 들어두렴.”


그러고 보면 저렇게 배에 구멍이 뚫려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평온하게 말하고 있는 거지.


“정확히 말하면 나는 예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믿는 것들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 내 능력이지.”


바넘은 베르의 손을 잡았다.


“이 정도로 질투하는 건 아니겠지?”


바넘이 그 자리에 있는 나머지 두 명을 돌아보았다.


머콘은 쓴웃음을 지었다.


“각성자. 악마. 배신자. 천사. 이 모든 것들은 이 세상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선입견과 사념이야. 보편적 관념이 특성을 만들어내는 거지.”


바넘은 베르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이제 내가 구축해 놓은 경계를 풀 때가 되었구나.”


뭐지? 이 느낌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베르. 그리고...”


바넘이 눈을 감았다.


“왕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 바넘?”


베르는 바넘의 손을 꼭 잡았다.


“경계가 무너진다...”


바넘은 그 말을 끝으로 말이 없었다.


“바넘?”


바넘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게 눈에 보였다.


“바넘?”


베르가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것을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 첫 번째는 자신의 아버지.


그 고통스러운 사고 속에서도 베르와 동생을 꼭 안아주었던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바넘?”


“... 바넘은 갔어.”


머콘이 말했지만 베르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갈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베르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바넘?”


“이해는 하지만 받아들여야 해.”


로테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넘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주고 갔으니까.”


베르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고 있었다.


“... 그래서 나는 무슨 왕이라는 거죠?”


머콘이든 로테라고 불리는 사람이든 대답을 해주길 바랐다.


내가 뭘 물어봐도 대답해 줄 수 있었던 바넘의 역할을 누군가가 해줘야 했다.


로테가 말했다.


“당신은... 각성계의 왕이지.”


“내가...?”


“그래. 영토를 빼앗긴 왕이지만.”


내가 각성계의 왕이라고? 내가 왜?


“... 나를 잘못 본 게 아닐까요? 그건 내가 아닐지도 모르는데...”


로테는 ‘또 하나의 베르’를 모르니까.


그런데 머콘이 대답했다.


“아니. 베르가 맞아.”


“저요? 지금 이 베르가요? 진현우로 18년을 살아온 이 베르가요?”


머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왕이라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아마 어떤 조건이 필요한 거겠지. 그중 첫 번째가 아마... 바넘의 죽음이었을 거고.”


로테는 너무도 담담하게 바넘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베르는 죽음이 쉽게 이야기 되어 진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 확실히 아직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군. 바넘의 죽음에 그렇게 분노하는 것을 보니.”


“사람의 죽음에 분노하는 것이 어째서 이상하다는 거죠?”


만난 지 그리 오래된 시간은 아니었지만 베르에게 바넘은 할머니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을 텐데 일일이 거기에 분노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단지 지금의 분노는 아는 사람이기 때문인 건가?”


당연한 거 아닌가? 아는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이?


“각성계의 왕이라는 입장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군.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전혀 모르겠어요.”


그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버거운데 무슨 왕이네 하는 것도 모르겠어요.”


그것도.


“내 가족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히 힘드니까.”


베르는 싸늘해져 가는 바넘의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


설단이 오고 나서야 상황은 정리가 됐다.


설단은 잠시 감정에 흔들리는 듯했지만 이내 확실하게 조치를 했다.


그리고 베르는 감정적으로 아직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바넘을 죽인 건 누구죠?”


머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도착했을 땐 이미 늦어있었어.”


“... 의심이 가는 적이라도...?”


“우리에게 적이 하나 둘은 아니었으니까?”


그러고 보면 머콘도 스트루프된 상황일 텐데.


“... 나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


머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아니에요.”


그러기에는 베르는 머콘과 너무 가까웠다. 머콘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베르는 말없이 서있던 로테를 보았다.


“로테...라고 하셨죠?”


“그래.”


“예지 같은 걸 한다고 하셨죠?”


“비슷해.”


“그럼 바넘을 누가 죽였는지 찾아주실 수 있나요?”


로테는 잠시 말없이 베르를 바라보았다.


“찾으면?”


“... 적어도 이유는 알 수 있겠죠.”


“이유를 알고 나면?”


“... 복수가 필요하다면 해야죠.”


“죽일 거야?”


베르의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 68. 액션 서바이버 23.04.10 107 3 14쪽
68 67. 트리플 A 23.04.09 106 3 15쪽
67 66. 핫라인 발동 23.04.08 107 3 14쪽
66 65. 왕의 자격 23.04.07 97 3 13쪽
65 64. 압도적인 23.04.06 104 3 13쪽
64 63. 혼돈의 회의 23.04.05 107 3 14쪽
63 62. 팀 머콘 23.04.04 114 3 14쪽
62 61. 첫 번째 선택 23.04.03 104 3 13쪽
61 60. 시작 +1 23.04.02 111 5 14쪽
60 59. 드러나는 정체 23.04.01 115 3 14쪽
59 58. 전운 23.03.31 113 4 15쪽
58 57. 그래비티 데뷔 23.03.30 116 4 13쪽
57 56. 보호 23.03.29 108 4 13쪽
56 55. 결코 다시 +1 23.03.28 113 4 14쪽
55 54. Phase 2 23.03.27 118 4 13쪽
» 53. 경계의 붕괴 +1 23.03.26 121 4 12쪽
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20 4 13쪽
52 51. 갈등 또는 갈증 +1 23.03.24 110 4 13쪽
51 50. 그래비티 23.03.23 124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8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5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4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9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20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2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8 4 15쪽
41 40. 악성민원인 23.03.15 124 4 14쪽
40 39. 돌파 23.03.14 129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