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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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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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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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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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혼돈의 회의

DUMMY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뭐... 그렇죠?”


“야... 부럽네요. 솔직히 ‘각주’는 너무 깐깐한 구석이 있어서... 이크. 이건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붙임성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에게 뭔가 알아내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베르는 이 대화가 멈추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런 거였냐.]


자기도 모르게 페이의 말에 대답할 뻔했다. 지금처럼 옆에서 딱 붙어 있는 상황에서 혼잣말은 좀 위험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드르륵, 드르륵.


일제히 의자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일어났다.


“‘각주’님께서 오셨습니다.”


뭐라고?


-----------------------------------


베르는 약간 패닉이 오고 있었다. 이 회의가 대체 뭐였지?


그제야 앞에서 들어올 때 나눠준 자료를 다시 살펴보았다. 자료에는 특별히 나와 있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마치 급조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어느새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 ‘각주’는 자리에 앉았다.


베르는 머콘의 걱정이 생각나서 계속 갈등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베르가 각주를 바라본다면 혹시 자신을 알아보는 게 아닐까? 그리고 탈출에 자신 있다고 했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각성자라면 탈출은 꿈도 못 꿀 것 같았다.


그나저나 각성자가 이렇게 많다고?


“오늘의 긴급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갑작스럽지만 CIA 쪽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부득이하게 긴급회의를 소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죠.”


각주의 태도는 정치인들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일단 CIA의 헛소리에 동요하시는 분이 있을까 하여 말씀을 드리면, 각성계의 왕을 잡았다고 하는데...”


회의장 내부가 술렁였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각성계의 왕은 없습니다.”


동요가 더 커졌다.


“CIA의 그런 도발에 넘어가시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왕의 유산’을 찾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차질은 있지만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때였다.


“거짓말은 그만둬라!”


누군가가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각주의 뒤에 있던 경호인력으로 보이는 자들이 움직이려고 했으나 각주가 제지했다.


“이게 누구신가요. 벤더파의 수장이셨던 리마님 아니십니까.”


“나를 기억하고 있는 녀석이 거짓말을 해?”


“리마님을 기억하는 것과 ‘왕’이 죽었다는 것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리마라고 불린 사내는 분노에 찬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 자신이 예지계열 각성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봐라.”


장내는 조용했다.


“왜 여기에 예지계열이 없는지 아는가? 예지계열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기 때문이지. 각성계의 왕이 있다는 것을.”


조용히 듣고 있던 각주가 말했다.


“그 말은 틀렸습니다.”


“뭐가 말이냐!”


“리마님도 예지계열이시니 잘 아시겠군요.”


각주가 조용히 리마를 쳐다보았다.


“왕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왕이 있었던 겁니까?”


“왕은 있다!”


“왕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게 아니고요?”


그 말에 리마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왕은 죽었습니다. 왕은 있어야 했는데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죠.”


“그게 사실이었다면 각성계 사람들이 너를 따르고 있었겠지.”


“이들도 각성자들인데요?”


“... 말장난하지 마라!”


둘의 대화에 장내는 점점 소란스러워졌다.


“아. 설마 저 리마라는 남자가 각주처럼 각성계의 인간인 건가?”


옆의 떠벌이(?)의 이야기에 베르는 흠칫했다. 각성계의 인간이라면 원래 악마라는 뜻 아닌가?


“각주는 각성계에서는 추방된 자다. 현실계의 각성자들이여. 너희가 각성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그 영향력은 각성자의 왕의 영향이다.”


각주는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언젠가 각성계와도 결국 붙게 될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각성계의 목적을 말씀드리죠. 그리고 왜 우리가 각성계와 긴장상태에 있는지도 말이죠.”


각주는 리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리마님이 거짓말을 안 하신다 하시니 묻겠습니다. 각성계의 목적은 뭡니까?”


“... 그건 각성계의 사람마다 다르다.”


“거짓말하지 마시고 각성계가 가지고 있는 진실을 말씀해 주시죠. 그래도 벤더파 수장 아니십니까. 현실계가 유지되길 바라던 분이니 사실대로 말씀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리마는 망설이고 있었다.


“각성계는 현실계를 ‘고장 난 세계’쯤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없어져야 할 세계’로 보고 있죠. 그래서 각성계에 흡수되는 흐름으로 보고 있는 거 아닙니까?”


“... 그걸 원하는 건 아니다.”


“그렇죠. 그걸 원하지 않는 게 그나마 벤더파와 릴리파인데... 각성계가 당신들만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리마가 침묵하자 사람들이 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엥. 진짜로 각성계는 현실계를 먹을 생각이었던 거야? 이 나쁜 놈들이...”


옆에서 떠벌이가 계속 분개하고 있었다.


베르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각성계는 악마의 세계가 아니었나? 아니 ‘주’ 같은 존재도 있으니 뭐 복잡한 세계긴 하지만... 각성계에서는 현실계를 고장 난 세계로 보고 흡수하려고 했다고? 그럼 ‘각성계의 왕’이었던 자신은 뭘 한 거지?


“... 어쨌든 각성계의 왕은 죽지 않았다. 그를 빨리 찾는 것이 이 상황의 끝을 가져올 열쇠다.”


“미국 CIA에서 각성계의 왕을 잡았다던데 그쪽에나 가보시면 되시겠네요. 저희는 왕이 죽었다고 판단하여 그의 유물만 갖도록 하겠습니다.”


유물 이야기에 리마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각주’인 것이죠.”


잠시 각주를 노려보던 리마는 이내 표정을 거뒀다.


“아니. 너는 모른다. 그가 뭘 남겼는지 알 리가 없지.”


“뭐 생각은 자유롭게 하셔도 됩니다. 이제 저희는 회의를 진행해야겠으니 다시 각성계로 돌아가시죠. 다음에 만날 때는 적일지도 모르겠군요?”


“... 너는 모른다. 각성자의 왕은 현실계를 없애고 싶어 하지 않았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은 거니까요.”


각주가 눈을 빛냈다.


“각성자의 왕은 확실히 죽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는 다음에 따로 뵈면 말씀드리기로 하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리마는 적어도 각주가 믿지 않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분명히 그는 각성자의 왕이 죽었다고 믿고 있었다.


“현실계의 각성자들이여. 각성계와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그것은 각성계의 뜻은 아니다. 각성계는 지금 왕을 잃었으니...”


각주가 리마의 말을 끊었다.


“그가 있을 때도 각성계는 하나는 아니었잖습니까. 만의 하나로 그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모든 건 흐름대로 돌아가겠죠.”


리마는 각주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은 많은 부분을 사실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럼 이만 퇴장해 주시죠.”


“... 후회할 거다.”


리마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각성능력 같은 건가?


“자. 조금 소란이 있었지만 오히려 이걸로 명확하게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성계조차도 자신들의 왕의 생사를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죠.”


각주는 회의장을 둘러보며 말했다.


“각성계의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세계가 중심일 테니까요. 그들은 현실계를 부정하고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는 겁니다.”


각주는 낮지만 분명한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현실계를 지키는 입장인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왕의 유산’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게 우리에게 현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


대혼란에 허덕이던 베르는 회의가 점차 정리되어 가는 분위기가 되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른 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사실상 적의 소굴에 들어와 있는 셈이라고나 할까. 이대로 잠시만 버티면...


[온다.]


뭐?


그때 뭔가 익숙한 느낌이 났다.


“미친...”


몇 각성자들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휘둘렀다.


하늘에서 네모난 무언가가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떨어졌다.


“푸엑. 켈렉. 어우... 이건 맨날 착지가 이 모양이야.”


베르는 그걸 보는 순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하얀 정장을 입고 온 백야가 회의장 한가운데 착륙했다.


“... 이거 선전포고로 봐도 되는 겁니까?”


각주는 드물게 분노를 표출했다.


“아니? 왜 당신이 여기 있지?”


“알고 왔으면서 시치미를 떼시는군요. 균형을 잡는 자여. 우리의 회의에 이렇게 난입했다는 것은 균형을 위해 우리를 치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아니. 그거 진짜 아닌데. 나는 익숙한 코드가 떠서...”


백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크.


베르는 재빨리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였다.


“이상하다...?”


백야가 갸웃거리고 있으니 각주가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각성자의 왕에 대항하는 세력으로서 비슷한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는데요.”


“아.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긴 하지만...”


“그쪽도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가 아닙니까?”


“뭐 그렇긴 하지.”


“그런데 오늘과 같은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군요.”


“아니. 그게... 그럼 혹시 ‘각주’의 쪽에 어라우절도 붙은 거야?”


어라우절이라는 이야기에 각주가 멈칫했다.


“... 협상 중입니다.”


“... 그렇군. 그래서 내가 착각했나 보군. 이번 일은 내가 사과하지.”


“... 사과를 받아들이죠.”


백야는 ‘이상한데’라고 중얼거리더니 다시 박스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박스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날아갔다.


“대체 뭐야?”


옆자리의 떠벌이는 백야의 등장 이후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베르는 마지막 어라우절 이야기를 듣고 그가 자신을 찾아서 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현우 씨? 잠깐 나가지.”


누군가 불러서 봤더니 창백해진 표정의 헤일이었다.


“아. 네.”


헤일의 뒤를 따라 웅성거리는 회의장을 나서고 나니 그제야 살 것 같았다.


“... 어떻게 된 거야?”


헤일이 정말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말해준 대로 와봤더니 회의장이 두 개라서... 갑자기 제 명찰을 보고 저쪽에서 저를 데려갔어요.”


“아...”


헤일은 자신이 베르에게 발급해 준 ID카드가 UOE관련이었다는 게 문제라는 걸 알아차렸다. 저쪽 회의도 각성자 회의다 보니까 관련자로 분류되어 들어간 것 같았다.


“별 문제는 없었고?”


“... 각주가 왔어요.”


“각주면... 그 대통령의... ?”


사실 이 회의는 워낙 갑자기 잡힌 거라서 헤일도 옆 회의실에서 이런 회의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거기다... 백야도 왔고... 리마인가 뭔가 하는 각성계 인물도 왔는데... 너무 복잡해서 어라우절에 가서 좀 정리를 해보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원래 우리 임무가...”


헤일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쉬었다.


“... 하긴 어떻게 봤을 때는 정보는 최대한 얻은 것 같긴 하네.”


베르의 머릿속은 너무 많은 정보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과부하에 걸리고 있었다. 그중에 뭔가 몇 가지 놓친 것들이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정신은 없었다.


“저쪽은 어떻게 하고 있으려나...”


-----------------------------------


"CIA 한국 지부의 위치는 알고 있나?"


"당연히 모르지."


로테의 당당한 답변에 모두들 당황했다.


"아니 모르면서 어떻게 구출하겠다는 거였어?"


"CIA 한국 지부 위치는 모르지만 자이의 위치는 찾을 수 있으니까."


"아니 그런게... "


말을 하던 이춘봉이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면 백야도 각성계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어라우절 멤버들을 찾아내는 게 가능했다.


"그럼 위치는 알고 있는 거로군. 그럼 작전은?"


로테는 약간 갸우뚱 하는 얼굴로 나머지 네 명을 찬찬히 둘러봤다.


"... 이정도 멤버로 어떻게 습격할지 고민을 해야 하나?"


그 말에 박만운이 끄덕거렸다.


"... 이제 현실계에서도 각성 능력이 먹는 거였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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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6. 핫라인 발동 23.04.08 106 3 14쪽
66 65. 왕의 자격 23.04.07 97 3 13쪽
65 64. 압도적인 23.04.06 104 3 13쪽
» 63. 혼돈의 회의 23.04.05 107 3 14쪽
63 62. 팀 머콘 23.04.04 114 3 14쪽
62 61. 첫 번째 선택 23.04.03 104 3 13쪽
61 60. 시작 +1 23.04.02 110 5 14쪽
60 59. 드러나는 정체 23.04.01 115 3 14쪽
59 58. 전운 23.03.31 112 4 15쪽
58 57. 그래비티 데뷔 23.03.30 116 4 13쪽
57 56. 보호 23.03.29 108 4 13쪽
56 55. 결코 다시 +1 23.03.28 113 4 14쪽
55 54. Phase 2 23.03.27 117 4 13쪽
54 53. 경계의 붕괴 +1 23.03.26 120 4 12쪽
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19 4 13쪽
52 51. 갈등 또는 갈증 +1 23.03.24 110 4 13쪽
51 50. 그래비티 23.03.23 123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5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4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9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9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2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7 4 15쪽
41 40. 악성민원인 23.03.15 12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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