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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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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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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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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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진실의 조각

DUMMY

“... 이해가 가지 않는데... 그럼 각성계의 신들은 뭐죠?”


“뭐겠어?”


... 각성계의 신마저 루드의, 아니 현실계 신의 화신이었던 건가? 그럼 주는 화신의 화신인 존재? 너무 어지러운데?


“각성계는 나 혼자서 만든 건 아니야. 거기에는 ‘상상력’이 들어가야 했으니까... 하지만 거기까지였지. 하지만 각성계는 완벽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세계였어.”


“그럼 각성계의 왕은...?”


루드는 베르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결국 각성계는 버려졌지.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세계는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까 말했잖아. 각성계는 나 혼자서 만든 게 아니라고. 스쿨이 방법을 내놨어.”


스쿨의 평소의 행실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닐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방법은 2가지였지. 각성계의 신을 만든다... 그리고”


루드가 웃었다.


“현실계와 연결해서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드는 거였어.”


#


고생 끝에 각성계의 신을 만들었지만 그마저도 의미가 없었다. 각성계는 고정된 세계라서 신도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쿨이 생각해 낸 것이 각성계와 현실계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단디는 반대했다.


“취미활동을 뭘 하든지 상관없지만 현실계의 시스템을 망치는 것은 거절하겠어요.”


“어차피 인간들은 과거를 환상으로 만들어 무서워하기 마련이야. 그 환상을 좀 더 명확한 세계로 만들 뿐이라고.”


“그래도 거절하겠습니다.”


스쿨은 인간의 희망과 가능성을 다룰 수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이 갖고 있는 환상에 대한 인지값을 각성계에 대한 변수로 넣어버렸다.


신, 악마, 괴물, 요정 등등...


넣는 순간 선후관계는 없어졌다. 인간은 각성계가 있었기에 그런 환상 속의 세계를 상상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환상의 그런 세계를 만들어냈는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단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각성계의 신은 현실계의 영향으로 각성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인간의 ‘신’에 대한 믿음은 각성계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가장 큰 근원이었다.


단디는 분노했다.


하지만 과거는 현실에 영향을 미쳤지만 현실은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없었다. 그리고 미래는 현실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게 정확하게 의도한 대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단디는 각성계가 현실계의 영향을 받는 이상 각성계 스스로가 멸망을 향해서 달려가면 된다고 판단했다.


-----------------------------------


거기까지 들은 베르는 신음을 흘렸다.


“각성계의 왕...”


“그래. 각성계의 왕은 단디의 작품이야. 나와 스쿨이 아니라.”


오히려 바이러스는 베르테르가 아니라 알베르트였다는 건가.


단디가 자신에게 신경을 쓰고 잘 해준 건 그것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문제가 있었지. 각성계의 왕은 단독으로는 움직일 수가 없었어. 각성계는 고정된 세계니까. 그래서 거기에 변수를 하나 추가했지.”


베르는 직감적으로 그게 누굴 의미하는지 이해했다.


로테.


각성계의 왕비이자... 각성계로 넘어간 최초의 현실계 인간.


“로테가 알베르트를 찾고, 서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것까지는 단디의 의도대로였어. 하지만 경계에 문제가 생겼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베르테르가 나타났어.”


베르테르는 선택을 통해서 현실과 각성계의 경계를 무너트렸다.


죽음.


누구에게나 두려운 존재이고 피하는 것이 당연하던 존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였다.


모든 것의 의미가 바뀌고, 경계에 구멍이 생기면서 단디는 분노했다. 그리고 현실계의 시스템에 반하는 이들, 자살한 이들을 구멍에 밀어 넣어 각성계로 보내버렸다.


“... 각성계를 사람들이 지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뭐 인간의 상상력이야 그런 거니까.”


어렴풋하지만 조금씩 뭔가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거기까지 망가지고 나서야 나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말이야.”


루드와 스쿨은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합의를 봤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은 더 솔직해지기로 했지. 그리고 소요를 끝내고 세계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기로 뜻을 모았어.”


문제는 이미 너무 틀어져버린 세계를 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루드와 스쿨은 각성계를 만들고 움직이는데 너무 많은 간섭력을 써버린 상황이었다. 그리고 단디는 현실계를 유지해야 했다.


“직접적인 간섭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간접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실계와 각성계를 오가면서 간섭력을 쌓은 각성계의 왕이 루드의 앞에 나타났다.


“알베르트는 자신이 멸망의 인도자라는 것을 알고 나서 혼란에 빠졌지. 단디는 자신의 피조물인 알베르트만은 구해주겠다고 했지만 알베르트는 선택할 수 없었어.”


알베르트는 어떻게 했을까?


“그래서 알베르트는 나와 거래하고 세상을 과거로 되돌렸어. 끝!”


루드는 이야기를 거기서 끝내버렸지만 베르는 계속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거기서 끝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각성계의 신은... 무엇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거죠?”


“그거야 걔 맘이지.”


아니다.


베르는 각성계의 신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을 ‘수거’하려 했다는 것을.


각성계의 신이 각성계에서 인과를 수거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저번에 자신을 만났을 때 수거하겠다던 이유도.


“... 각성계의 신은 지금 루드를 대신해서 각성계를 정리하고 있고.”


현실계의 신들은 각성계의 신에게 뒤처리를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섭력... 너무 많이 써버렸던 거군요.”


처음으로 루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방법이 없었지.”


“그럼 되돌리고 나서 3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게 된 것도...?”


“그래. 우리의 간섭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 했으니까.”


그 이야기는,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는 이야기겠지.


“... 그럼 저에게 원하는 건 뭔가요?”


“너에게?”


“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지?”


알베르트는 현실계의 신을 만나려던 것이 아니었다. 이미 만난 거였다. 그럼 알베르트가 나에게 넘긴 건 뭘까?


“알베르트를 누가 만들었는지 잊었어?”


단디.


베르는 솔직히 외면하고 싶었다. 알베르트를 만들었고, 현실계의 현실을 관장하는 여신이라니...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를 품고 있는 베르는 단디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그런데 왜 단디는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준 것이었을까?


“어라우절은... 우연이 아니었군요.”


“세상에 우연 같은 건 없어.”


“설대표가 데스티니를 뽑은 것도...”


“바넘은 각성계 신의 화신이었으니까...”


신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루드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중요해? 베르는 이제 잘 나가는 아이돌에 조금 있으면 드라마 주연이라고.”


“...”


내가 원했던 것들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게 된 것들일 뿐.


루드는 대부분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주고 있었지만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베르의 마음속은 답답해지고 있었다.


‘뭐가 이상한 거지?’


각성자. 어라우절. 아이돌. 각성계.


문득 베르의 시선이 왼팔에 닿았다.


“페이로드는...”


오랜만이다. 풀네임으로 불러보는 것은.


“페이는 어떤 존재인 거죠?”


“... 어떤 존재냐니?”


“사신이라고 했는데... 페이의 이야기만 빠져있으니까요.”


“... 글쎄...”


언급하지 않는다고? 페이만? 왜?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를 만나려던 이유도 다 풀리지 않았을까?”


백야가 생각났다.


“백야는 소멸한 건가요?”


“그게 소원이었으니까.”


베르도 그게 사실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럼 백야와 함께하던 사람들은...”


“음?”


루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백야는 함께한 사람이 없었어.”


“아니 백야가 데려간 스트루프한 각성자들이 있었을 텐데요...?”


“그들은 백야가 흡수해 버렸지.”


“흡수라고요?”


루드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야가 예전에 나랑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겠지?”


“네...”


“그때 무슨 말을 들었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도인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 너무 곱게 소멸시켰군.”


루드의 이마에 살짝 힘줄이 돋았다.


“그놈이 헤벌쭉해서 잘 못 들었는지 몰라도 그때 부탁을 했지. 각성계로 넘어간 각성자들을 모아달라고. 장황하게 이유도 다 설명했는데 알았다고 하길래 다 알아들은 줄 알았더니...”


“그럼...?”


“그래. 백야가 각성자의 ‘수거책’이었다.”


원래 세계에서 어긋나는 존재들을 수거하는 건가?


그럼 어라우절의 각성자들은...?


“설마...”


“현실계의 각성자들은 걱정하지 마. 거기는 이미 ‘현실’이 되어버려서 수거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스트루프 한다면 또 모를까.”


“... 어라우절 식구들한테는 뭐라고 말해야 하죠?”


어라우절 식구들도 CCTV를 돌려보다 알게 될 것이 뻔했다.


“아니. 그들은 몰라. 그 CCTV에서 나라는 걸 알아본 게 왜 너뿐이라고 생각해?”


... 유인당한 거였구나.


“... 그럼 그냥 데스티니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왜? 데스티니가 해체라도 됐으면 좋겠어?”


당연히 ‘아니요’라고 대답이 나왔어야 했지만 베르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와... 이거 실망인데? 이터니티가 이렇게 쉽게 배신하는 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멀지 않았어. 아마 각성계가 완전히 닫히고 틀어진 부분들만 수정되면 우리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겠지.”


루드는 시간이 다되었다면서 가버렸다.


-----------------------------------


베르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뭔가 답답해서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


뭐가 문제지?


일단 페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으려는 것은... 페이가 ‘수거’를 해야 하는 대상이라서 일까?


그것 말고도 뭔가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뭐 해? 화장실 가다가 빠져 죽은 줄 알았잖아?”


복도에서 멍 때리고 있는 걸 발견한 설단이 어이없어하면서 물었다.


“아... 그냥요.”


대표님한테도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 로테한테는 뭐라고 하지? 알베르트도, 그리고 그 자신도 신의 장기말로써 그렇게 된 거라고 하면 이해를 할까?


“바넘 때도 내가 이야기했지만... 사람이 죽는다는 게 참 허무한 일이지.”


어... 그런 거 아닌데요.


“백야랑 투닥거리긴 많이 했지만 나한테는 그래도 사수였어. 뺀질거리는 부분은 있었지만 능력 있는 사수였지. 아마도 스트루프 하지 않았으면 어라우절의 중심은 백야였을 거야.”


그 스트루프를 시킨 게...


“현실계의 신이니까 가능한 거겠지만... 그냥 닿는 것만으로 소멸이라니 뭔가 허무하긴 하네. 우리는 악마랑도 죽어라고 싸웠는데 말이지.”


그러고 보니 악마... 악마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을 잊었다. 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막상 악마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힘내고... 우리가 현실계의 신을 만난다고 해도 백야랑 다르라는 법은 없겠지만... 그래도 신에게 뭔가 물어볼 수는 있지 않겠어?”


... 이미 물어봤는데요.


“너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나도 어라우절을 짊어지고 가는 입장이다 보니 충분히 공감이 가. 나도 너희와 데스티니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겠지.”


... 그 데스티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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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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