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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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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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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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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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45. 혼돈

DUMMY

“스트루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요? 아예?”


“그래.”


이건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어떻게요?”


“어떻게라니... 난 서큐버스라니까?”


“그게...”


‘이유가 되나’라고 중얼거리던 베르는 그게 무슨 의미일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선심을 써서 이야기하자면... 어느 한쪽은 꿈이라는 이야기겠지?”


“꿈이라고요?”


“우리는 가상의 세계에 대해서는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래. 꿈의 주인이니까.”


“아니...”


뭐 당연하게도 서큐버스라는 종족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니까 아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게 어떻게 적용되냐의 문제였지.


“... 각성계의 입장에서 현실계가 꿈이라는 이야기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하지만...”


머콘도 결국 스쿨이 만들어 낸 꿈과 환상의 조합물이 아닌가...?


베르는 순간 자신이 뭔가 기준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테도, 머콘도, 자신의 기준에서는 그냥 사람이자 동료였는데 스쿨의 이야기만으로도 그들에 대한 시선에 이상한 게 섞여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헷갈리는 것도 이해는 가. 애초에 신을 만났을 때 나도 긴가민가 했으니까.”


“... 신을 만났다고요?”


머콘은 로테에게 신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베르에게 한 적은 없었다.


“왜 나만 서큐버스라는 명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다들 스트루프 해도 바뀌는 거 하나 없는데 말이지.”


“... 그건.”


사실 이상한 부분이었다.


“뭐 덕분에 동생들이 스트루프 해도 각성계로 끌려들어 가지 않게 지켜줄 수 있게 되었지만...”


씁쓸한 웃음이었다. 결국 원하던 것은 이런 힘을 가지고도 손에 넣지 못했으니까.


그때 베르는 전혀 다른 생각 중이었다. 과연 머콘이 신을 만났다면 그 신은 누구일까? 데스티니의 멤버가 아니었다면 각성계의 신일까? 각성계의 신은 어떻게 머콘에게 그런 능력을 부여할 수 있었지?


베르의 머릿속에서 각성계의 신은 세 여신에게 끌려 다니는 신일 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


다행히(?) 머콘과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아니 사실 머콘이 진짜로 방에 왔다 간 건지도 의문이었다. 그게 꿈이었다면?


머콘의 말이 사실이라면 현실계나 각성계 둘 중 하나는 꿈이라는 이야기였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머콘이 영향을 받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꿈으로 취급받는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 시스템이 간섭력 없이도 ‘스트루프’를 무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흐음... 역시 스트루프는 각성계 시스템이겠지...?”


애초에 바넘의 일로 스트루프는 각성계 신의 작품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특정 조건에 따라 스트루프를 열어준다면 의도한 대로 각성계와 현실계를 분리하는 게 가능할까?


열심히 오디션까지 해가며 현실계의 신을 찾고 났더니 이젠 다시 각성계의 신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아니지. 그래서 신을 만나봤자 뭘 한다고?”


현실계의 신도 만났지만 결국 해결된 건 없었다. 오히려 뒤통수를 크게 맞았고 답답한 것만 늘었을 뿐.


“...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솔직히 맥이 빠졌다.


“그냥 잠이나 잘까?”


머콘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피곤한 베르였다.


똑똑.


“야. 좀 나와 봐.”


자려고 이불을 뒤집어쓰려는데 문 밖에서 페스가 문을 두드렸다.


“왜?”


문을 열었더니 페스가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테 누님이 찾아왔어.”


“어?”


정말로 거실에는 로테가 앉아있었다.


“어쩐 일이세요?”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어... 네.”


왜 요새 이렇게 이야기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그럼 네 방으로 가자.”


“제 방이요?”


... 괜찮겠지?


페스의 미심쩍은 시선을 뒤로하고 베르와 로테는 방문을 닫았다.


“현실계의 신, 만난 거지?”


“네?”


어떻게 안 거지?


“만났는데 우리에게 이야기를 안 했다는 건 우리가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고...”


베르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우리가 아는, 그리고 연예인이면... 미도?”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아니. 내가 뭘 안심하고 있는 거지?


사실 로테에게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받는 게 나은 거 아닌가?


하지만 막상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거래는 아직 하지 않은 거지?”


뭐라고 해야 할까.


베르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거래를 하긴 할 거지?”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이미 로테하고도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이었다.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도 될까?”


로테는 베르가 이미 신을 만났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 예정대로...”


왕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문득 알베르트가 생각났다.


알베르트는 각성계의 왕으로 그렇게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텼던 걸까.


자신은 벌써 이렇게 지쳤는데 알베르트는 오래도 버틴 것 같았다.


“만나는 자리에... 나도 같이 만날 수 있을까?”


“로테가요?”


“부담스러우면 말고.”


일단 데스티니를 만나는 건데요...


“아무래도 좀...”


로테의 실망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뜨끔했다.


“그래...”


로테는 왜 직접 만나려고 하는 거지?


“궁금했어.”


“뭐가요?”


“만일 신과 거래하려는 자 두 명의 거래내용이 겹칠 때 어떻게 판단하는지”


“... 같은 조건을 내세우시게요?”


“그건 아마 어렵겠지... 나에게는 너만큼의 간섭력이 없으니까.”


베르는 로테의 눈에서 불안함을 읽었다.


그리고 그걸 이해할 수 있었다.


알베르트의 거래 당시에 로테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알베르트를 믿었기에 알베르트에게 맡겼을 것이고...


그 대가는 생각보다 잔인했다.


동생들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


어느 것 하나 로테에게 수월했을 것 같지 않은 선택들이었다.


하지만 로테가 데스티니와 만나서 거래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미리 이야기해 줘야 되는 부분이지만 데스티니가 현실계의 신이라는 건 미도와는 급이 다른 이야기였다.


“저는...”


나를 믿어달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한 걸까?


“내가 너를 너무 곤란하게 했구나.”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잠시 베르를 바라보던 로테는 한결 후련한 얼굴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떻게 보면 신은 생각보다 무능할지도 몰라.”


“네?”


“그들이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를 상대로 이런 장난 같은 짓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어떻게 봤을 때 로테는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었다. 데스티니는 지금 간섭력이 자신보다도 없었으니까.


“알베르트가 시간을 돌리기 전에 베르테르를 만나러 갔던 이유는 그의 간섭력을 받기 위해서였어.”


알고 있었다.


알베르트의 기억을 꿈처럼 들여다본 적이 있었으니까.


잠깐.


그 기억이 떠오른 순간 다시 의문이 들었다.


“... 분명히 알베르트가 시간을 돌리겠다고 한 거였죠?”


“그래.”


기억을 되짚어보니 분명히 베르테르를 설득하러 갔을 때도 시간을 돌리겠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혹시라도 신이 뭔가를 한다면 자신이 그걸 막아보겠다고.


그런데 왜 시간을 돌리지 않은 걸까? 아니 그렇게 되지 못한 걸까? 간섭력이 모자랐나?


“혹시... 알베르트가 거래에 필요한 간섭력이 모자랐을 가능성은 없나요?”


“그럴 리는 없어.”


“왜요?”


“알베르트를 부른 건 신이었어. 알베르트가 아니라.”


어?


“알베르트가 먼저 거래를 하려고 한 것 아니었나요?”


“아니. 알베르트에게 간섭력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대가를 말하라고 했지. 그래서 알베르트는 잠깐의 시간을 벌어서 나와 베르테르에게 의논하겠다고 한 거였고.”


“아...”


알베르트가 준비를 하고 신을 만나러 간 것은 맞지만 그전에 다른 순서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 지금 자신의 상황과 똑같은 걸까?


“사실 네가 이미 신을 만났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도, 그리고 다시 만나서 거래를 하리라는 것도 그래서 알고 있는 거고...”


어떻게 봤을 때는 자신은 결국 알베르트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었다.


그리고 그게 로테의 불안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적어도 예전처럼 동생들에 대한 부분이나 이런 것들을 내려놓았다 하더라도 충분히 트라우마겠지.


“... 일단 최대한 고민해 볼게요.”


“난 알베르트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봐.”


어떻게 봤을 때는 페스와 베르가 낸 결론과 닿아있었다.


“이번엔 조금 더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될 거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


베르는 로테의 얼굴을 마주 봤다.


완벽한 아름다움.


신이 빚어낸 아름다움.


그 얼굴로 마치 데스티니의 단디가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습격! 인터뷰를 간다!’에서 가장 유명한 엔터사 중 한 곳을 찾았습니다. 지금 가장 핫한 곳이죠? 바로 어라우절입니다!”


카메라맨은 과장된 몸짓을 하는 리포터의 손짓을 따라서 건물을 화면에 담았다.


“이야~ 솔직히... 아담하네요. 세계적인 그룹을 2개 정도 배출했으면 더 좋은 건물에 있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어라우절이 그들 말처럼 아주 작은 사옥은 아니었지만 초창기 쓰던 사옥을 리모델링만 해서 그대로 쓰고 있기에 그리 크지도 않았다.


“거기다 이번에 삼진 그룹과 넷트릭스와 손을 잡고 드라마도 제작을 한다죠? 말 그대로 글로벌 컴퍼니 그 자체 아닙니까? 나중에 외국인들도 구경 오고 할 텐데 건물이 이래서는 안 되죠. 나중에 대표님께 투자 좀 하시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자! 건물 내부로 가 보시죠.”


빠른 화면으로 카메라맨이 리포터의 뒤를 따라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지하에 들어가서 연습실 문을 빼꼼히 열자 거기에는 데스티니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또 다른 카메라가 내부에서 문을 빼꼼 연 리포터의 모습을 담아 이게 미리 예정된 인터뷰라는 것을 보여줬다.


“안녕하세요! 데스티니 여러분!”


“어머! 깜짝이야! 안녕하세요!”


리포터의 등장에 데스티니가 나름 놀란 것 같은 리액션을 보여주었다.


“반갑습니다! ‘습격! 인터뷰를 간다!’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우리는 데스티니입니다!”


데스티니는 어느새 익숙하게 인사를 했다.


리포터는 능글능글하게 대화를 이었다.


“에이 그런데 너무... 데스티니는 앞으로도 좋은 노래 들려주시는 걸로 하고 연기는 한참 뒤에 하셔야 될 것 같네요.”


“네? 너무 티 났나요?”


“지금은 수많은 국내와 해외 팬들을 위해서라도 음악활동에 집중해 주시고 연기는 나중에 부탁드리겠습니다.”


“에이~ 뭐야.”


스쿨은 화난 것처럼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연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잠깐 어라우절 이야기 좀 할게요. 이번에 드라마 들어간다고 하던데.”


“아. 저희 후배인 그래비티의 베르가 주연으로 참여한 각성자 히어로물 드라마입니다. 스포는 딱 여기까지만... 아! 여주인공으로도 아주 유명한 분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리포터가 과장되게 놀란 몸짓을 해 보였다.


“아니. 그래비티의 베르요? 데스티니 여러분보다 더 후배잖아요?”


“네. 그렇죠.”


“그럼 연기를 더 못할 것 같은데?”


데스티니가 막 웃더니 말했다.


“이거 방송 나가고 팬들한테 감당이 되시겠어요?”


“아. 아닙니다. 팬 여러분들. 유명한 감독님이 직접 캐스팅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딱 맞는 배역이니까 캐스팅했겠죠.”


이번엔 리포터가 역공에 진땀을 흘렸다.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아직 해외투어가 끝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네. 유럽 투어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귀국한 시간을 저희에게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포터가 90도 인사를 하자 데스티니가 당황하여 손사래를 쳤다.


“저는 사실 데스티니라는 팀명이 궁금했어요. 물론 ‘데스티니!’ 딱 운명이다라는 느낌이긴 한데 누가 지었어요?”


“대표님이요.”


“마이더스의 손 설대표님 말씀하시는 거죠?”


“네.”


“그럼 예명도?”


“네.”


“예명은 어디서 온 거죠?”


“... 아마도 운명과 시간의 세 여신에서 따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 만화죠? 그거.”


“네?”


“... 농담이었는데 이게 안 통하네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세 분이죠? 자세한 설명은 여기 화면에 자막으로 나갈 겁니다.”


리포터가 자신의 가슴 언저리에 손가락을 왔다 갔다 하며 표시를 했다.


“자 그럼 데스티니 여러분께 돌발질문 드리겠습니다. 혹시 종교 있으신 분?”


데스티니는 움찔했지만 서로 쳐다보면서 손은 들지 않았다.


“없군요~. 그럼 좀 더 편하게 질문할 수 있겠네요. 신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


작가의말

개인적인 사유로 업로드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제 시간에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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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49. 거래 23.06.30 5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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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144. 악마종 23.06.25 5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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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23.06.23 59 1 13쪽
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0 2 12쪽
141 140. 폭탄 돌리기 23.06.21 60 1 13쪽
140 139. 유산의 무게 23.06.20 74 1 15쪽
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5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6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2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6 2 13쪽
134 133. 비공개 오디션 (3) 23.06.14 54 1 14쪽
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132 131. 비공개 오디션 (1) 23.06.12 59 1 14쪽
131 130. 제작사 어라우절 23.06.11 5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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