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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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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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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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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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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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빌런

DUMMY

“혹시 남은 해외 투어를...”


말을 하던 단디가 잠시 망설였다.


“취소할 수 있을까요?”


이어진 단디의 말에 설단의 눈이 커졌다.


“왜? 무슨 일 있어? 혹시 베르가 고백이라도 했니?”


베르는 어이가 없었다.


고백(?) 한 걸로 따지면 데스티니가 신이라는 걸 고백한 거지.


“베르야. 그러는 거 아니다. 그... 고백으로 혼내주기 이런 거는 좀...”


“아닌데요.”


“그럼 뭐가 불편한 거야? 응? 뭐 혹시 서운한 거 있어?”


“... 아니요.”


해외 투어를 취소하자는 말은 데스티니 안에서도 서로 합의가 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루드와 스쿨도 반대하지 않았다. 사실 인터뷰의 데미지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저희 잠시... 베르와 이야기 좀 해도 될까요?”


“응? 베르하고?”


설단이 베르를 쳐다봤다.


‘역시 네가 뭘 한 거 아냐?’라는 눈빛이었다.


“공연 관련해서 좀 협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아... 저번에 통제 안 되고 날뛴 거 때문이구나? 그건...”


“그때도 설명을 들었고 충분히 이해하긴 하는데 그래도 직접 이야기를 좀 더 나눠보고 싶어서 그래요.”


“어... 그래.”


설단은 눈빛으로 베르에게 ‘잘해라’라는 눈빛을 보내며 페스와 헤일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 무슨 생각이에요?”


베르는 데스티니가 해외 투어를 취소하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하라던 데스티니 아니었나? 갑자기 왜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 거지?


“제가 뭘 한 것도 아닌데 분위기는 왜...”


“사실대로 말해야 할 것이 있어.”


베르의 반응은 ‘또?’라는 느낌이었다.


“... 뭘요?”


“너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하는데요...”


더 이상 머리 아픈 게 싫었다.


“우린 어제 각성계의 신을 만났어.”


베르는 놀라지 않았다. 각성계의 신은 루드 본인이거나 루드의 영향력 아래 있는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옆에 있던 루드가 말했다.


“네가 생각하는 그 각성계 신이 아니야. 그건 나였으니까.”


베르는 시큰둥 한 반응이었다.


단디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세 명의 간섭력이... 너보다 약할 거라고 했지? 그 이유가 있어.”


“... 저번에 다 설명하셨잖아요?”


“아니. 그 설명들은...”


“아. 물론 거짓말들이 부분 부분 섞여있었죠. 그것도 스쿨과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됐고요.”


단디는 슬픈 눈으로 베르를 바라보았다.


“... 왜 그러시는 거죠?”


“내 이름은...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잔디 아니에요?”


홈페이지에 본명이 김잔디로 나와 있던 거 같은데? 하긴... 신이 본명이 한국이름인 것도 이상하긴 하네.


“내 진짜 이름은 ‘Belldandy’야.”


“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물론 만화에서 본 거였지만.


“그런데 지금 나는 ‘단디’밖에 쓸 수가 없어.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아니?”


“... 네?”


“베르. 네가 내 이름의 절반을 가져갔다는 걸 말이야.”


“... 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참 좋아하지.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야.”


뜬금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영원한 것을 꿈꿔. 죽음을 두려워하고 과거를 잊어버리지.”


진지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모두가 신을 닮기 위해서 영원하길 바라는 거야. 하지만 영원하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우리는 영원함에 갇혀 있어. 어디가 시작인지 모를 과거와 어디가 끝일지 모르는 미래. 그리고 영원히 지금을 현재라고 부르지.”


베르는 이미 처음에 던진 이야기에서 넋이 절반쯤 나가 있었다.


베르의 의미가 그거였다고?


“그 영원의 신에 맞서서 우리는 유한한 세계를 꿈꿨어. 시작도 있고 끝도 있는 세계. 그게 현실계야.”


“... 그럼 각성계를 만들었다는 건...”


루드가 말했다.


“나의 이름은 ‘Urd’. 그리고 지금은 루드만을 쓸 수 있지. 나의 ‘U’와 맞바꿔서 현실계의 시작을 만들었지.”


“각성계가 아니라 현실계를 만들었다고요?”


그럼 로테와 알베르트 이야기는 다 뭐였지?


“그리고 스쿨의 이름은 ‘Skuld’. 그리고 지금은 ‘스쿨’만을 쓸 수 있어. 그 ‘D’는...”


루드가 베르의 왼팔을 가리켰다.


“‘Death Dark Dragon’. 지금 너의 왼팔에 있지.”


... 방금 뭔가 엄청난 작명이 지나간 거 같은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페이가... 스쿨이 준 거라고요?”


“처음에 말했잖아.”


스쿨은 뾰로통한 목소리였다.


“알베르트는 내가 만든 거라고.”


뒤죽박죽이었다.


“... 그럼 저번에 그 이야기들은 다 뭐고요?”


“그건... 알베르트의 스토리였지.”


... 좀 알아듣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될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로 균형을 맞춰서 연결하려고 했던 것이 첫 번째 시도였어. 샤를로테와 프로테우스로 연결해서...”


“시도요?”


“각성계를 벗어나서 유한한 세계를 만들려는 시도 말이야.”


“... 그건 성공한 거 아니에요?”


그럼 지금 있는 현실계는 뭔데?


“... 지금의 현실계는 사실 루프야.”


“루프요?”


“시작점과 끝점이 없이 ‘우로보로스의 고리’에 갇혀있지.”


“... 우로보로스가 뭔데요?”


“순환을 의미하는 거야. 꼬리를 물어버린 뱀. 신화에 나오는 존재지. 사실 우리에게는 요르문간드의 이야기지만...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단디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받았다.


“내가 조금 정리를 해줘도 될까?”


“... 네.”


이제 더 정신없어질 구석도 없을 것 같다.


“각성계는 완벽을 추구하는 세계야. 각성계는 변화가 없다는 거 기억해?”


“... 네.”


“각성계는 완벽과 영원의 세계지.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과 다를 게 없어.”


“...”


“그리고 우리는 영원의 속성 안에 있었지. 어딘지 모를 시작과 어딘지 모를 끝과 영원히 지속되는 현재.”


“... 그러니까 신이었다는... 아니 지금도 신인가?”


“지금도 신이긴 하지. 힘을 잃었지만.”


힘을 잃었다고?


“우리에게는 우리 나름의... 규칙? 균형? 그런 것이 있어. 그래서 서로 간섭할 수 없게 되어 있었지.”


단디는 루드와 스쿨을 쳐다보았다.


“각성계는 순차와 인과가 없는 세계. 비선형의 세계에서는 과거와 현실과 미래는 서로 영향이 없어.”


이건 그래도 여러 번 듣다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갔다.


“지금 현실계의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었다.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는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게 맞았다.


“... 아니죠.”


아니 하지만 애초에 각성계라는 세계가 존재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데...


“우리는 고정되지 않은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기로 했어. 그리고 그게 한계와 무한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현실계였지.”


“...”


정말로 신이었구나.


“긴긴 시간의 기다림 끝에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생겨나고 또 없어지고... 그리고 인간이 태어났지.”


갑자기 창조론인가...?


“그런데 거기서 깨닫게 된 거야. 애초에 우리가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걸... ‘Urd’, ‘Belldandy’, ‘Skuld’... 우리는 어디서 온 걸까?”


그걸 저한테 물으셔도...


“괜히 우리가 영원의 속성인 게 아니었어. 우리 역시 근원과 결과가 없는 영원의 일종이라는 거지.”


“그...”


베르가 말을 꺼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그러는데... 그래서 뭘 바라시는 거죠?”


베르는 솔직히 이제는 뭐가 뭔지 파악하는 걸 포기하고 싶어졌다. 매번 말이 달라지는데 어쩌라는 말이지?


“현실계를 만들고, 죽음으로 유한의 경계를 만들면서 루드와 스쿨은 힘을 다 써버렸어. 그런데 물려버렸지.”


“물려요?”


“우로보로스 말이야.”


아. 그 뱀.


“현실계를 만들어서 각성계로부터 분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루프에 빠진 것뿐이었어. 그래서 과거를 알 수 있고, 미래를 볼 수 있지.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야.”


“미래를... 알 수 있다고요?”


베르의 머릿속에 ‘로또 번호’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야. 계속 무언가 변하지만 루프 하는 거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든. 심지어는 그게 몇 번째인지도 의미 없어. 그것도 처음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


... 로또 번호는 안 되는 거구나.


“변수를 심어야 했어. 각성계로부터 분리되기 위해서. 그래서...”


“그래서 알베르트가 각성계에 가게 된 거군요.”


“그래.”


거기서부터...


“아마 거기서부터는 네가 알고 있는 이야기 들일 거야.”


“... 그럼 알베르트와 거래를 한 건요?”


“알베르트는... 거래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회수였지. 알베르트에게 걸었던 임무는 실패했으니까.”


... 멸망의 인도자.


“각성계의 멸망...이었던 거죠?”


“...”


설마...


“현실계의 멸망이라고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네?”


“고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 각성계든 현실계든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야.”


“아니 하지만 현실계는...”


베르의 말을 자르고 루드가 말했다.


“우리는 지쳤어. 이제 순환의 고리에서 내려오고 싶어.”


루드의 말을 받아서 스쿨이 말했다.


“실제로 끝내기 위한 방법을 나름대로 써봤지... 사실 핵전쟁으로 흘렀던 적도 있었는데... 결국 원래대로 돌아왔을 뿐이야.”


“... 그게 멸망이랑 다를 게 뭐죠?”


“다시 처음부터 반복되고 있으니까.”


베르는 뭔가 미세하게 어긋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결국 알베르트를 회수하면서 얻은 몇 가지 가능성을 통해서 다시 도전을 하게 된 거지.”


단디의 손가락이 베르를 가리켰다.


“너를 통해서 말이야.”


베르는 싸늘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 그렇게 오래 알고 있던 데스티니가 완전히 타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응?”


“사람은 아니었군요.”


“뭐?”


베르는 그들이 생각하는 멸망은 전체일 뿐이지 개인의 삶과 죽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저를 선택한 이유는 뭐죠?”


“선택이라고?”


“진현우였던 저를 선택한 이유 말이에요.”


“아니지. 우리가 너를 선택했고 너는 진현우로 자란 거야.”


그들의 관점은 크게 봐서는 각성계의 관점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그럼 알베르트에게 회수한 간섭력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게 없었다면 아직도 각성계의 신이 우리를 지켜보며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불현듯 베르의 머리에 스친 게 있었다.


“... 스트루프?”


“그래.”


알베르트와 로테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예전에는 스트루프라는 게 없었다고.


“그리고 알베르트에게 모자랐던 것은 ‘자아’에 대한 강력한 자존감이었지.”


“...”


‘밥맛모드’라고 부를 정도였는데 자존감이 없는 거라고?


“설마 그 주문은...”


“주문?”


“각성의 주문이요.”


“...?”


다른 것들을 다 계획했으면서도 주문은 모른다고?


“바넘이... 루드의 화신이었던 것 아니에요?”


“그건 맞아.”


이제야 구조를 좀 알 것 같았다. 루드는 각성계의 신인척 하면서 사기를 친 거였고, 단디와 스쿨은 현실계의 신이면서 모른 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 의해서 알베르트, 베르테르, 그리고 어라우절 식구들이 전부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다.


... 빌런이 여기 있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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