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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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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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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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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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DUMMY

잠깐 머릿속이 마비됐다.


그러니까... 로테와 알베르트는 단디가 아닌 스쿨이 만들어 낸 인물이었다는 거지? 그것도 현실계가 아니라...


“원래 현실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아닌 거예요?”


“빙고.”


아니. 빙고가 아니라...


“그래서 스쿨이 만들어 넣었고... 단디가 각성계의 왕을 부여했다?”


“그래.”


이게 무슨...이라고 하고 싶지만 설득력이 있었다.


알베르트의 기억이나 로테와의 대화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과거에 대한 기억 중에 ‘발하임’이라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는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상으로 존재했던 기억만 있을 뿐...


“그럼...”


베르는 말문이 막혔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 아니라고요?”


“그래. 얼마나 많은 영역을 침범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것 같아?”


“하지만...”


지금껏 그렇게 설명해 왔고 자신도 그렇게 믿어왔다. 그리고 그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럼 시간을 되돌린 것이 아니면 알베르트는 뭘 거래한 거죠?”


“알베르트는 미래를 거래한 거지.”


미래를?


“알베르트와 로테, 그리고 그 동생들은 전부 내가 각성계에서 만든 인물들이었고, 현실계에는 존재하지 않았어. 아마 걔들도 깨달았겠지.”


이상하다.


분명히 알베르트의 기억에는 현실계로 추방당하고 돌아가서 베르테르를 만난 기억이 있었다.


“베르테르...?”


그 순간 스쿨의 눈빛이 흔들렸다.


“문제는 베르테르였지...”


“베르테르도 스쿨이 만든 거 아니었나요?”


“그래. 그런데... 예상을 벗어났으니까.”


설마...


“자살...?”


“아니. 그거 말고.”


스쿨이 한숨을 쉬었다.


“애초에 현실계와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서 각성계에 변화를 줬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 네.”


“현실계 인간들이 믿거나 강하게 염원하는 것들이 각성계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말이야.”


이 설명은 다른 게 없었다.


“그래서 가장 힘을 얻은 것은 ‘주’였고...”


스쿨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이없게도 베르테르 역시 만만치 않은 힘을 얻었지.”


“네?”


베르테르를 믿었다?


“사람들은 베르테르를 자신에 겹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 그래서 자신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베르테르의 복장과 행동을 모방하고... 결국 대거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거야.”


“... 그 이전에 자살이 없었던 게 아니라...?”


“무슨 소리야? 인간이 자살하기 시작한 건 공포라는 감정을 알기 시작한 이후에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는데.”


혼란스러워졌다.


왜 스쿨이 이야기해주는 것과 단디와 루드의 이야기가 다르지?


“오히려 너한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는 알베르트가 뭘 했는지 알 것도 같은데?”


“네?”


“알베르트가 뭘 거래했는지 알 것 같다고.”


“... 그게 뭔데요?”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알려줘?”


스쿨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정보의 불균형이 일어난 순간 무조건 스쿨이 갑인 입장이었다.


“덕분에 나는 재밌는 걸 많이 알게 됐네.”


싱글거리고 있는 스쿨의 얼굴을 보니 혹시 거짓말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 너 정말 표정을 못 숨기는구나?”


스쿨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 애초에 신이 뭐 하러 거짓말을 해?”


“... 그럴 리가 없어요. 세 명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정확히는 2대 1로 갈린 거지만 사실 루드와 단디의 이야기도 다른 점이 없던 건 아니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세 명의 신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요?”


“... 베르는 정말...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래?”


스쿨은 진지하게 걱정하는 말투였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게 아니란 말인가?


“자신들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면 그게 사실이 아니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돼. 그리고 거짓말을 하면 범죄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의도적으로 사실을 건너뛰는 경우도 있지. 아니면 부정확한 언어를 사용한다든지...”


아니 신들이 왜 나한테...?


“신들이 왜 나를 속이지...?라는 엄청난 오해는 일단 넣어두고.”


뜨끔했다.


“좋아. 베르니까 인심 써서 이야기를 해주자면... 아마도 알베르트가 그 많은 간섭력을 써서 했던 일은 알베르트와 로테, 그리고 동생들을 현실계에 편입시키는 거였다고 생각해.”


“아...”


“다만 단순하게 윤회에 편입시키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었겠지. 그들이 알베르트였다거나 로테였던 것들이 의미가 없어지니까. 로테의 동생에 대한 사랑도 말이야.”


“그럼 각성계 왕으로서의 책무는...?”


“멸망의 인도자 말이야?”


스쿨은 안쓰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너한테로 왔잖아. 목적을 이뤘다면 계승되지 않았겠지.”


“...”


결국 자신은 알베르트에게 이용당한 건가?


“윤회로 편입시키는 방식의 문제점을 아마도 알베르트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알베르트 자신은 모험을 해서 너에게로 전승되었지만... 로테는 전승하지 않고 현실계에서 방황하며 살아가게 만들었지.”


“잠깐. 아까 시간을 돌린 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시간을 돌린 게 아니야. 그냥 알베르트와 로테, 그리고 그 동생들이 편입된 것뿐이지. 300년 전쯤에 말이야.”


“아...”


하지만 의문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걸 ‘과거’를 다루는 루드 선배가 모르는 거죠? 현실을 다루는 단디 선배도?”


“알베르트가 내건 조건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베르는 아득해져 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 있었다.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 흔들린 세계의 진실을 놓칠 것만 같았다.


“그럼 각성계의 신은 세분과는 관계가 없는 건가요?”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어떻게 봤을 땐 우리가 업어 키웠다고 해야 하나?”


뿌듯해하는 스쿨을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업어 키웠다고요?”


“아무것도 모를 때 가장 많이 도움을 준 게 나니까.”


각성계는 텅 빈 세계였다고 했다. 신은 있었겠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을 테고... 루드와 스쿨이 채워 넣은 다음에 ‘점퍼(?)’를 해주고 나서야 동력이 생겼다.


그리고 그렇게 ‘기생’된 세계의 신이 각성계의 신이었을 것이다.


“뭐 뿌듯하긴 하지만 이제 그것도 얼마 안 남았지...”


“뭐가요?”


“스트루프로 이제 잘라낼 거잖아.”


“... 그게 경계였어요?”


“그래. 점점 스트루프가 강해지는 거 못 느꼈어?”


그제야 베르는 자신이 처음에 신을 찾게 된 이유가 스트루프가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 그럼 떼어지게 된 각성계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음... 역시 각성계의 왕이다 이거지?”


아니 지금 장난칠 분위기는 아닌데요...


“각성계는 알아서 살아가겠지. 신이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알아서 살아갈 방법을 만들지 않을까?”


“...”


이걸 무책임하다고 하기에는 스쿨이 각성계에 미친 영향이 너무 컸다.


“아까 베르테르... 베르테르가 문제였다고 했죠?”


“아. 그거.”


다시 스쿨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어떻게 봤을 때는 그게 근원이었지. 지금 데스티니의 근원이기도 하고...”


“네?”


“베르테르는 자아가 강한 인간이었어. 가상의 인물인데도 말이야. 그리고 그는 아이돌이 되었지.”


아이돌?


“지금처럼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만이 아이돌이 아니야. 어떤 세대에 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을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거지.”


아이돌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께름칙하게 들리고 있었다.


“결국 베르테르는 추방당한 이들을 모아서 힘을 키웠지.”


“추방당한 이요?”


“단디는 자살한 사람을 용서하지 못해. 때마침 우리가 각성계를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윤회에서 추방해서 각성계로 보내버렸지.”


베르테르에 대해서는 어째서인지 대부분의 기억이 없었다. 뭔가 지금 나오는 이야기가 그 실마리가 아닐까.


“베르테르가 힘을 키우긴 했지만 알베르트만큼은 아니었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긴 하지. 적어도 설정 상 연적이었던 둘이었으니까.”


“...”


‘설정 상’이라는 말이 가슴을 찔렀다.


그들의 이야기가 설정이라고?


“알베르트는 루드를 만나기 전에 베르테르를 만났다며? 그리고 뭔가 그 협상에 발을 하나 걸쳤겠지.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고.”


적어도 베르테르도 현실계로 편입하고 싶었던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았겠지. 하지만 베르 자신에게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를 동시에 구겨 넣은 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지금껏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너무도 많은 내용이 한 번에 갱신되었다.


“이 정도면 궁금한 이야기는 끝난 걸까?”


“... 아니요.”


이대로 보내는 게 아니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선배들이자 만나자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데스티니였지만 지금이 아니면 뭔가를 놓칠 것 같았다.


“각성의 주문은... 무슨 의미죠?”


“각성의 주문?”


“어라우절 멤버들만 각성의 주문을 쓰잖아요.”


스쿨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었다.


“... 바넘을 통해서 어라우절 멤버들에게만 각성명과 각성의 주문을 준 게... 적어도 스쿨은 아니군요.”


“바넘이면 그 각성계 신의 화신?”


“네.”


“걔는 스트루프 때문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바넘의 죽음과 동시에 스트루프가 무너졌던 것이 기억났다.


“그럼 혹시 바넘은 누가...”


베르는 묻다가 입을 다물었다. 누가 죽인 게 중요한 걸까? 아니면...


“아니 바넘은 윤회로 돌아간 건가요?”


“아마도?”


“...”


바넘은 각성계 신의 화신이었다. 그렇게 봉사했던 대가로 윤회를 받은 게 아닐까.


“그럼 각성의 주문은 각성계의 신이 해 준 것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각성계의 신이? 흐음...”


스쿨은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어라우절이 만들어지고... 약속의 대상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건 아무리 봐도 루드 아니면 단디가 한 것일 텐데...”


“하지만 그 안에 바넘이 포함되어 있었잖아요. 각성계 신의 화신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알고는 있었지만... 뭐랄까. 토템정도로 생각했는데.”


사람을 두고 토템이라니... 갑자기 스쿨이 인간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정색하는 베르를 보고 스쿨이 어이없어했다.


“왜? 너네도 스포츠 보면서 사람보고 토템이라고 하는 거 많이 봤는데?”


“... 그거랑 이건 다르죠.”


“승리요정 뭐 그런 것도 비슷한 거 아니야?”


“아니 그건...”


그런데...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지금 각성계의 신과는 협력관계인 거 맞죠?”


“...”


이번엔 스쿨이 침묵했다.


“협력관계가 지속된다면 굳이 끊어낼 필요가 있겠어?”


“... 그럼 각성계의 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건가요?”


“신끼리 친하고 나쁘고 이런 걸로 따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럼?


“우리는 각성계를 떼어내려는 입장이고... 그쪽에서는 우리에게 뭐라도 더 뜯어내려는 입장일 테니까 말이야.”


“아...”


“그래서 단디가 절대 용서 안 할 것 같았던 자살한 이들을 다시 수거한 거지.”


“네?”


“이쪽에서 넘어간 인간들은 그래도 간섭력을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걸 줄이고 싶었을 거야.”


각성자들?


“자살했던 사람은 각성자로 돌아온...”


말하던 베르가 깨달았다.


“백야?”


“그래. 그 백야가 그런 역할이었지. 스트루프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각성자들의 간섭력을 회수하기 위해서 백야를 보낸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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