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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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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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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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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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환각

DUMMY

사실 이미 머리는 한계였다.


며칠 동안 뒤집힌 이야기를 몇 번째 듣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각성계를 만들었다더니 이제 와서는 현실계를 만들었다고 하고.


처음에는 시간을 돌렸다더니 이제 와서는 시간은 반복되고 있는 거라서 돌릴 필요가 없었다고 하고.


처음에는 각성계의 신은 별거 아니라더니 이제는 자신들이 각성계에서 도망치고 있는 거라고 하고.


베르는 데스티니의 팬이었지만 그건 아이돌 데스티니의 이야기였다. 지금 현실계의 신이라는 데스티니는 아무리 봐도 빌런에 더 가까웠다.


새어 나오려는 반감을 꾹꾹 눌러 담으며 차분히 물었다.


“바넘은... 그럼 루드의 힘을 빌어서 미래를 보고 있던 건가요?”


“미래를 보는 게 내 힘일 것 같아?”


아.


“그럼 바넘에게 각성명을 알려준 건...”


“그건 내가 맞아. 이전에 있던 각성명을 찾아준 거지. 그리고 너에게 ‘베르’를 주고.”


로테의 남매들은 전부 각성계에서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그럼 내가 바넘에게서 베르를 받으면서 계승이 된 건가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미 넌 베르였는데 베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뿐이지.”


그게 대체 뭔 차이지?


“그래서... 바넘에게 이것저것 시켜서 어라우절을 움직여서 자리를 만들었다는 거죠?”


“그건 단지 우리만을 위한 건 아니었어.”


또 무슨 핑계야?


“베르 네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아. 알베르트.


“알베르트와의 약속을 위해서 어라우절을 만든 거지.”


“... 시간을 돌린 건 아니었으면서 말이죠.”


“시계를 여섯 시에서 열두 시로 돌리는 건 앞으로 돌리나 뒤로 돌리나 차이가 없어.”


... 그렇게 말하니 맞는 말인 것도 같다.


“페이는...”


스쿨에게 물었다.


“페이는 무슨 의미인 거죠?”


“원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마지막이야. 그래서 나에게 원래는 죽음에 대한 것이 있는 게 정상이지.”


아니 그래서 왜 얘가 이렇게 왼팔에 붙었냐고요.


베르의 어이없어하는 시선을 느꼈는지 스쿨이 재빨리 이어서 말했다.


“왼팔은 ‘사도’의 의미야. ‘정도’가 지금은 영원에 가있으니 우리는 사도를 이용해서 돌파하는 수밖에.”


못 알아들을 소리만 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저에게 와 있냐는 건데요.”


“아. 원래는 알베르트가 각성계에서 쫓겨났을 때 알베르트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붙여준 거였어.”


기억으로도 그때쯤 알베르트가 페이로드를 얻었던 것 같다.


“각성계와 현실계 양쪽에서 간섭력을 얻기 좋게 만드려고 했던 거였지.”


“... 하지만 각성계는 페이를 써도 죽지 않잖아요?”


“맞아. 어차피 불멸이지. 그래도 간섭력은 쌓이니까.”


결국 이 녀석은 정체불명이로군.


페이가 현실계의 신들과 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가 좀 궁금하긴 했는데 그건 이해가 갔다.


직장 상사 만나면 말하기 싫지...


“그럼 좀 더 단순하게 물어볼게요.”


더 이상 복잡한 건 싫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성공인 거고... 어떻게 되면 실패인 거죠?”


성공이냐 실패냐 그것만 알면 되는 거 아닐까?


“... 사실 각성계의 신에게 달려있는 거지. 너의 간섭력이 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등한 존재가 된다면...”


“그럼 끝나는 건가요?”


“... 아마도? 그건 가보지 않은 미래라서 우리도 모르지.”


불확실한 도박에 나를 밀어 넣고 있는 거였군.


“제가 베르... ‘Bell’이면 벨 아니에요?”


“... 알베르트와 베르테르를 속이기 위함이었지.”


역시 속인 거로군.


“그들은 너를 자신들의 후신, 또는 전생으로 생각했겠지만.”


이제야 베르테르가 이야기했던 알베르트와 베르테르가 자신에게 눌려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성공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라는 거군요.”


“아니. 우리는 1차적으로 성공했어.”


“1차적으로요?”


“사실 어제 우리는 각성계의 신을 만났으니까.”


“...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거 아니었어요?”


“우리도 그런 줄 알았지.”


단디는 그가 베르의 학교 친구였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1차적이라는 건 다음이 있다는 거죠?”


“최종적으로는 네가 각성계의 신에게 간섭력을 대가로 거래를 해야 하니까.”


“... 왜 단디나 루드, 스쿨이 직접 하지 않은 거예요?”


“신은 그의 흥미를 끌어낼 수 없으니까.”


... 결국 다들 누군가에게 미룬 것뿐이로군.


“좋아요. 뭐 제 인생의 목적이 그런 거였다니... 차라리 빨리 결론이 나면 좋죠. 각성계의 신은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죠?”


데스티니는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방법을 몰라요?”


“... 학교에 가는 건 어때?”


“네?”


-----------------------------------


학교에 가면 알 수 있을 거라는 솔직히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을 했지만, 적어도 이야기한 게 신이라면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학교에 뭐가 있다는 거지?’


등굣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곳곳에서 스마트폰을 들어 자신을 촬영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야. 저기 봐!”


“베르 아니야? 오늘도 학교 왔네?”


“해외 투어 아직 안 가나 봐.”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파지직.


미묘한 느낌이 간질거렸다.


설마 각성계의 신이 등장하는 건가?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아주 익숙한 감각.


이건 베르가 어릴 때 겪던 환각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주변의 친구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일그러져 보였다. 베르는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봤다.


“야. 저거 흑염룡 아니냐?”


“쟤 뭐 하냐?”


지나가던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베르는 고개를 휙 돌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신을 괴롭히던 패거리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연습생이 되고 연예인이 되면서 그 패거리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멀어지고 더 이상 괴롭히는 일도 없었다.


이건 뭐지?


“야. 흑염룡. 뭘 꼴아 보냐? 병신 같은 게.”


“저거 이제 애미 애비도 없잖아?”


뭔가 답답한 감정과 함께 가슴속으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정신 차려라.]


뭐?


[여기는 현실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라고.]


페이...?


사실 이제는 이 녀석도 의심스럽다. 결국 스쿨의 하수인 아닌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야 뻔히 알겠는데,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날뛰어야 할 타이밍이지.]


“그게 무슨 소리야?”


[각성하라는 이야기다.]


각성? 이제 항상 각성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나?


[주문 말이야.]


아. 주문.


결국 데스티니는 끝내 주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학교에 가면 된다는 것을 데스티니는 어떻게 안 것일까? 혹시 최종보스가 학교의 이사장이라던 그런 이상한 게임 같은 설정은 아니겠지?


“... 꼭 주문 외워야 하냐?”


[왜? 무슨 문제가 있어?]


“... 아니.”


사실 저놈들 앞에서 주문을 외우기 싫었다. 안 그래도 흑염룡이라며 중2병이라고 놀리던 녀석들이었으니까.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 다행히도 잊어버리진 않았군.


“... 저거 중2병으로 완전히 돌아버렸나 본데?”


이럴까 봐 싫었다고.


“까불어 봐라.”


힘이 생겼다고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복수 같은 건 시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한 거니까.


“야. 흑염룡 진짜로 지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본데?”


“중2병이 중증이면 중3병이냐?”


... 하지만 여기는 각성계니까 상관없겠지?


------------------------------------


각성 능력을 쓸 것도 없었다. 이미 현실계에서의 체력과 근력도 저런 양아치들에게 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보다 다르다고 느꼈던 건 전투의 경험이랄까. 학교 일진의 주먹은 느리고 진부했다.


“... 그런데 얘들은 왜 악마가 아닌 거지?”


각성계라면 악마가 튀어나왔어야 정상인데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악마가 되지는 않았다.


악마로 변했다면 당연히 처리했겠지만 사람 모양으로 맞고 있으니 왠지 찜찜해서 그냥 두들겨 패기만 하고 놔뒀다.


“페이. 여기 뭐야?”


[... 각성계겠지?]


“뭐야. 정확히 모르는 거야?”


[각성 주문에 반응했으면 각성계일 거 아냐?]


이 녀석이 뭔가 항상 물어보면 정확하게 모르는 것은 아무래도 스쿨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은데...


[어차피 각성계의 신을 만나러 왔는데 각성계의 신이 각성계가 아닌 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 각성계로 가는 거였으면 뭐 하러 학교에 왔어?”


각성계를 들어가는 조건 자체는 어디서든지 만들 수 있는데?


그때 환각이 풀리기 시작했다.


“어...?”


이제 기억이 났다. 환각일 때 일어난 일들은 각성계가 아니라 현실계에 영향을 줬다는 것을.


“어떻게 해...?”


“선생님 불렀어?”


“와. 연예인인데 신경도 안 쓰고 패버리네?”


“야. 찍었어?”


“당연히 찍었지.”


“인터넷에 올릴 거임?”


“당근이지. 대박 날 걸?”


정신을 차린 자신 앞에는 이미 자신에게 맞아서 뻗은 한수 패거리가 쓰러져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 아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선생님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학교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


“아... 그게...”


“진현우! 너는 연예인인데 이런... 일단 교무실로 가! 너희들도 뭐 구경 났다고 계속 그러고 있어! 빨리 교실로 들어가!”


교무실에 끌려가긴 했는데 솔직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어라우절에 들어간 이후로 한 번도 옛날처럼 환각을 겪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실수를 할 리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환각을 겪는다고?


“너... 어쩌려고 그러는 거냐? 활동 중단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거야?”


어쩌다 보니 3학년 담임선생님도 2학년 때와 같은 선생님이었다. 베르가 연습생이 된다고 할 때 응원해 주셨던.


“연예계 활동이 힘든 건 당연하지. 그런다고 해서 이렇게 하면...”


“선생님!”


그때 누군가가 선생님을 찾아왔다.


“그게... 현우가 원래 중학교 때 교통사고 이후로 계속 환각을 봤었거든요. 그래서 환각 때문에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친구의 말을 들은 선생님은 현우에게 물었다.


“그럼 환각이 재발한 거냐?”


“... 네.”


“너 그럼... 예전에 환각을 치료받았거나 그런 기록은 다 남아있는 거지?”


“네.”


“그래. 그럼 그것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알고 있으마. 학폭위에서도 그렇게 소명을 좀 하면 될 거야.”


“... 네.”


학폭위라니... 미치겠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데스티니가 날 골탕 먹인 건가?


그보다 갑자기 환각이 왜 다시 나타나는 거지?


“야. 괜찮냐?”


“어. 고맙다.”


그래도 덕분에 난감한 상황은 좀 면했으니.


“그래비티 데뷔하고 괜찮은 것 같더니 또 그래?”


“... 그러게.”


나도 괜찮은 줄 알았지.


“각성자라더니 그래도 엄청 폭력적이지는 않네. 아니... 사람을 팼는데 그건 좀 아닌가?”


피식 웃었다.


“각성자가 됐다고 사람 패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그런 것 치고는 엄청 잘 다져놨던데?”


“음... 뭐 아무래도 몸도 좋아졌고...”


각성계에서 잔뜩 싸워서 싸움에 이골이 났다고 이야기하긴 좀 그렇네.


“그런데 학교는 웬일이야? 저번에 왔다 간지 얼마 안 됐잖아?”


“어... 그렇게 됐어.”


“... 설마 수능 보게?”


“아...”


그러고 보니 수능 문제를 까먹었네.


“데스티니랑 지금쯤 출국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럽 투어 안 가?”


“아... 음...”


유럽투어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이터니티인 이 녀석한테 이야기하면 난리가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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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143. 근원 +1 23.06.24 69 2 14쪽
143 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23.06.23 59 1 13쪽
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1 2 12쪽
141 140. 폭탄 돌리기 23.06.21 60 1 13쪽
140 139. 유산의 무게 23.06.20 75 1 15쪽
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6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8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7 2 13쪽
134 133. 비공개 오디션 (3) 23.06.14 54 1 14쪽
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132 131. 비공개 오디션 (1) 23.06.12 59 1 14쪽
131 130. 제작사 어라우절 23.06.11 55 1 14쪽
130 129. 이슈의 중심 23.06.10 5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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