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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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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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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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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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백야 (1)

DUMMY

에필로그 : 백야




“저기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현민은 설마 하면서 고개를 들었다.


오늘은 그다지 신경 써서 입고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 여자가 꼬이는 건가. 이 몸의 인기란. 역시 잘 생긴 게 죄지.


돌아본 그 자리에는 웬만한 아이돌 저리 가라 할 만큼 깜찍한 여자애가 있었다.


순간적으로 현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있었다.


아이돌인가?


아니면 연예인인가?


자신도 은근슬쩍 길거리 캐스팅 같은 걸 기대하면서 방송국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같은 지망생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깐 시간 되시나요?”


옳거니. 진짜로 헌팅인가 보네?


와. 요새는 어린애들도 아주 적극적이고 대담하네. 딱 봐도 내가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데 이렇게 대시하는 걸 보면.


“어... 시간은 있는데 혹시 나이가?”


너무 어리면 좀 곤란하지 않겠어?


“잠깐 이야기 나누는데 나이는 왜 물어요?”


원래 그 잠깐이 며칠이 되고, 몇 달이 되고, 몇 년이 되고, 애들을 키우고...


다 그런 거란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하하... 그렇죠. 그럼 어디로...?”


“제가 커피 살게요.”


먼저 돌아서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감탄했다.


요새 어린아이들이 다 저렇게 당찬 건가?


“그렇게 어린 여자애 엉덩이만 쳐다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텐데요...”


걸어가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본 여자애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흠! 들어가죠.”


현민은 뭔가 변명을 하려다가 괜히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냥 여자애를 따라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는 적당히 한적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골라서 앉은 여자애가 뭘 마시겠냐는 듯이 현민을 바라봤다.


“아. 내가 살게. 너는 뭐 마실 거야?”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더니 잠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여자애가 대답했다.


“... 그럼 에스프레소요.”


... 어린애치고는 취향이 독특하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에스프레소 하나 주세요.”


계산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음. 역시 인기인의 삶이란... 여자 친구는 없다고 말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현민이었다.


“평소에 기가 많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엥?


현민은 황당함과 동시에 김이 팍 세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 예쁘고 어린애가 ‘도를 아십니까’를 한다고?


누가 이런 어리고 이쁜 애한테 그런 걸 시키냐? 이런 나쁜 놈들...


현민이 잠시 대답을 못하고 있자 그 여자애는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 무슨 제사 지내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종교 가입하라는 이야기도 아니에요.”


“아... 그래?”


뭐 다들 처음에는 그런 거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지.


“그... 지금 얼굴에 맺혀있는 기운을 보니까 나중에 저에게 꽤 중요한 일을 하실 것 같아서요.”


너에게? 이거 뭐야.


프러포즈라도 하는 건가?


“아. 고마워.”


현민은 대꾸는 했지만 사실 여자애의 이야기에 자꾸 집중이 잘 안 되고 있었다. 연예인을 꿈꾸긴 했지만 기획사나 이런 데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주변에 아는 사람 중에 앞에 있는 여자애처럼 ‘연예인’ 같은 느낌이 나는 사람은 없었다.


잘 가꾼 것 같은 갈색머리에 얼굴도 작고, 약간 성격이 있어 보이는 눈매지만 그게 매력이었다.


현민은 자신에게 딱히 취향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앞의 여자애를 보는 순간 뭔가 이런 게 자기 취향이나 이상형 같은 거였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 지금은 이해를 못 하시려나.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되시겠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경계를 넘어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현실에서 그 세계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거든요. 기가 강한 사람들만이 가능하죠.”


“... 그래서 내가 그 기가 강한 사람이다?”


“네.”


뭐... 좋은 소리긴 한데 어차피 종교 가입 아니면 제사 지내라는 거겠지.


“그래서... 기가 강한 사람은 뭘 해야 하는데?”


“아. 당장은 특별히 할 일은 없어요. 당장은요. 어차피 나중에 ‘각성’을 한다면 모를까... 그때가 되면 아마 제가 뭔가 부탁드리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인사를 나눠본 것뿐이에요.”


어? 진짜 도인이 아닌 건가?


아니면 요새는 이렇게 좀 진득하게 시간 들여서 꼬시는 건가?


음... 그것도 아니면 설마 내 얼굴을 보고 잘 나가는 연예인이 될 것 같으니 미리 찜해놓겠다. 뭐 이런 건가?


거기까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편 현민은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어. 그래. 나도 뭐... 아는 예쁜 동생 하나 있으면 좋지. 이름이?”


“본명은 이루에요. 아이돌 지망생이라 나중에는 가명을 쓰겠지만.”


오... 아이돌 지망생?


“그럼 지금 기획사 들어가 있는 거야?”


“막 들어갔어요.”


“아니 기획사 들어간 연습생이... 길거리에서 헌팅을 해도 되는 거야?”


“헌팅이요?”


이루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헌팅한 게 아니라... 기가 강하고 뭔가 눈이 열려있는 것 같아서...”


“아. 그래그래. 헌팅한 건 아니라고 해둘게.”


연습생이라는데 그런 거 대놓고 말하면 안 되는 거겠지.


“... 나중에 제 부탁을 들어줄 거라서 그냥 넘어가 줄게요.”


“그래 그래.”


나중에 뭘 부탁할 생각인가 보네? 아니 뭐 아이돌인데 데뷔하면 앨범 정도는 사줘야지 뭐.


“그래서 오늘 시간이 어떻게 돼?”


“네?”


“커피 마시고 나서... 어디 놀러 갈까?”


“... 아니요. 저 곧 연습 시간이라서.”


“엥? 그럼 커피만 마시고 가려고?”


“처음부터 제가 커피 마실 시간이 되시냐고 물어봤잖아요.”


“그거야 다 처음에는...”


이루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 하... 아직 각성도 안 했는데 아무래도 좀 보이는 것 같아서 미리 이야기 좀 했더니...”


“각성?”


각성? 각성제? 얘 설마 마약 같은 거 팔려고 한 거였나?


“그... 아직 어려 보이는데 벌써 그런 거 손대면 안 돼.”


“네?”


“각성제 그런 거 위험한 거야.”


“...?”


이루는 대체 이 사람이 뭔 소리를 하는 거지 하고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이루언니. 여기서 뭐 해?”


예쁘게 생긴 다른 여자애 두 명이 커피를 사서 나가다가 말을 걸었다.


“아. 잔디야. 잠깐 누구 얘기할 사람이 있어서... 이제 나가자.”


“어? 가려고?”


현민은 이루가 일어나려고 하자 당황했다.


“연락처 이런 거 교환도 안 하고?”


“저를 도인으로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연락처를 주셔도 되는 거예요?”


“아니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현민은 뜨끔했지만 발뺌을 했다.


“어차피 연락처 주고받지 않아도 또 만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는 내가 누군지도 알게 될 거고. 그때 인사를 나누도록 하죠.”


“엥?”


“그럼 이만 가볼게요.”


딸랑!


다른 여자애 두 명과 카페 문을 열고 나가는 이루의 뒷모습을 현민은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지? 까인 건가? 먼저 헌팅해놓고?


“11번 손님! 커피 나왔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가 이제야 나왔다.


현민은 어쩔 수 없이 받아서 에스프레소를 바라봤다. 아니 이 쓰디쓰고 조그만 걸 왜 마시는 거야?


-----------------------------------


“기억이 나시죠? 현민 씨? 아니 백야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 너 누구야?”


루드는 픽 웃었다.


“너라고 불러도 될 사람인지 파악이 안 되시는 건 아니잖아요?”


“... 설마 각성계에서 현실계로 넘어온 악마라든가...”


“현실계에서 정말로 넘어와 있는 악마를 본 적 있으세요?”


물론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백야’라는 이름의 각성자가 되어버린 현민은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던 ‘이루’를 겨우 끄집어냈다.


“... 이루?”


“어? 기억하시네요? 번호도 주고받지 않았는데?”


처음 각성하고 나서 어디선가 각성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 착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의 루드를 보고 나니 떠올랐다.


거의 10여 년이 지난 일이라 거의 구석으로 사라졌던 기억이었다.


“너... 대체 뭐야?”


“그 너라는 표현이 되게 거슬리네요. 그때는 저도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라서 말을 안 했지만 지금은 느껴지지 않나요?”


말도 안 되는 간섭력의 덩어리가 앞에 있었다. 악마라고 친다면 너무 고위급이고...


백야는 자신이 강한 간섭력을 가진 존재들을 끌어들인다는 바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설마... 주?”


자신의 선배 격이었던 ‘인피리오리티’, 줄여서 ‘인피’라고 부르던 사람은 스트루프가 아니라 ‘주’라고 부르는 스스로 신인척 하는 존재를 섬기는 각성계의 세력에 동참해 버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종교에 귀의해서 목사가 된 줄로 알지만 어라우절에서는 그들이 ‘각성계’의 일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악마도 아니면서.


“엥? 주는 이런 느낌이 아닌데? 그런 ‘가짜 신’과 비교를 하면 제가 서운하죠.”


가짜 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는 보통 둘 중 하나다. 신을 곁에서 섬겨서 아주 잘 알거나 또는...


“신?”


“정답!”


즐거운 표정으로 루드가 정답을 외쳤다.


“제가 이 세계의 신이랍니다. 여러분이 발을 딛고 사는 현실계 말이죠.”


“... 그게 말이 돼?”


백야는 부정하고 싶었다. 아무리 어라우절에 들어오고 각성계를 오가고 있지만 갑자기 신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신이 심지어 자신이 ‘한번 만난 적 있는 사람’ 일 거라고는.


“그때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현민 씨, 아니 ‘백야’는 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서요.”


신이 하는 ‘부탁’이라.


저걸 부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백야는 상대의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렵지 않아요. 당신의 동료들을 돕는 일이니까요.”


“... 내 동료들을 돕는다고?”


“스트루프 하는 동료들 말이에요.”


“...!”


상대가 신인 것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어라우절이나 각성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확실히 ‘백야’에게 솔깃한 부분이었다. 최근에 고민과도 맞물린 이야기였으니까.


“... 그게 무슨 소리지?”


“신이라고 설명을 드렸는데도 계속 반말을 하시니 저도 반말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루드는 담담하게 말을 놓았다.


“간단한 이야기야. 지금까지 스트루프한 수많은 각성자들, 아마도 악마가 되었겠지?”


“... 그렇겠지.”


“그들을 모아서 현실계로 다시 데려오는 일을 맡기려고 하는 거야.”


“...? 그게 가능해?”


“그럼. 이제 곧 스트루프 하려는 거 아니었어?”


백야는 순간적으로 굳었다.


자신이 스트루프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으니까.


백야는 나름 오랫동안 바넘을 따랐지만 이번 결정만큼은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스트루프를 피해서 도망치면서 지치기도 했고...


결국 스트루프를 해버리는 것은 어떨지 계속 고민 중이었다. 다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 정말로 신이긴 한가 보군.”


“뭐야? 안 믿고 있던 거야?”


믿고 있었다. 하필이면 백야의 특성은 ‘백귀야행’. 다른 존재들을 가까이 느끼는 독특한 친화적 특성이니까.


사실 스트루프를 할까 마음을 먹게 된 이유도 이러한 특성에 있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백야는 이미 각성계에서 악마와 만나서 친구가 된 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럼 각성자들을 모아서 다시 현실계로 돌아오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그렇지.”


“어떻게...?”


“시간이 지나면 내가 너를 찾을 테니까.”


백야는 날카롭게 질문했다.


“내가 스트루프를 한다는 건 각성계의 일부가 된다는 건데... 넌 현실계의 신인 거 아니야?”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각성계에 힘을 못 쓰는 건 아니지.”


“뭐? 그럼 왜 각성계를 그냥 놔두는 거야?”


“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그 질문을 이해하고 있지 않아?”


백야는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실제로 다른 각성자들은 발버둥 치고 도망치고 포기하고 각성계와 맞서 싸우지만 자신은 그게 뭔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각성계를 적으로 보는 게 맞아?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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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 백야 (1) 23.07.09 44 2 14쪽
152 151. 결말 +2 23.07.02 83 2 19쪽
151 150. 인간의 신 23.07.01 57 1 15쪽
150 149. 거래 23.06.30 53 1 14쪽
149 148. 환각 23.06.29 58 2 13쪽
148 147. 빌런 23.06.28 57 1 13쪽
147 146. 우로보로스 23.06.27 55 1 14쪽
146 145. 혼돈 23.06.26 59 1 14쪽
145 144. 악마종 23.06.25 58 1 14쪽
144 143. 근원 +1 23.06.24 69 2 14쪽
143 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23.06.23 59 1 13쪽
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2 2 12쪽
141 140. 폭탄 돌리기 23.06.21 60 1 13쪽
140 139. 유산의 무게 23.06.20 76 1 15쪽
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6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8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7 2 13쪽
134 133. 비공개 오디션 (3) 23.06.14 54 1 14쪽
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132 131. 비공개 오디션 (1) 23.06.12 59 1 14쪽
131 130. 제작사 어라우절 23.06.11 55 1 14쪽
130 129. 이슈의 중심 23.06.10 5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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