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088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7.02 07:50
조회
82
추천
2
글자
19쪽

151. 결말

DUMMY

[... 베르. 말려들면 안 된다.]


페이의 반응을 보면서 페이를 심어둔 의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신들이니까 최악의 경우에 이렇게 나와 신이 단독으로 거래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겠지. 아니.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그들을 상기시킬 수 있는 건 나와 한 몸인 페이 정도일 테니까.


“죽음과 같은 절망적인 것을 생각해 냈으면서도 윤회 같은 쓸데없는 걸 만든 걸 보면 결국 그들도 말과는 달리 자신들의 ‘영원한’ 속성을 버리고 싶지 않은 거지.”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도 알고 있었다.


“그 ‘죽음’이 너에게 붙어 있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는 거야. 너의 삶이 평범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너에게 교통사고를 줘 놓고는 페이를 가지고 살려줬다고 생색을 내?”


그는 비웃었다.


“루드가 ‘주’를 꼬드겨서 인간들이 섬기게 만든 것 자체가 웃기는 거지. 그들에게 좋지 않은 수많은 일을 준 것에 대해서는 입을 싹 닫아버리고 좋은 일에만 감사하게 하는 ‘조삼모사’로도 인간들을 컨트롤하는 건 간단하니까.”


“그래서...”


베르가 입을 열었다.


“내가 유일한 존재이고 모든 것을 바꿀 가능성이 열렸다는 거지?”


“그래.”


심플한 이야기였다.


지금 자신에게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거래가 가능했다.


“어떻게 거래를 해 볼 생각이지?”


“난 말이야...”


베르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각성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확실하게 느낀 게 있어.”


창밖에는 여전히 하교를 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인간은 결국 혼자다.”


“그래서 네가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거지.”


“그래. 그 말도 맞는데... 그 이야기는 내가 유일한 존재라고 해서 유일한 존재가 나뿐이라는 건 아니라는 거지.”


베르는, 아니 현우는 오랜 친구의 얼굴을 쳐다봤다.


“나는 진우라는 녀석은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했어. 그럭저럭 공부도 하는 녀석이지만 아이돌 뒤꽁무니나 쫓아다니는 녀석이거든. 그래서 어떤 면으로는 나와 더 잘 지내는 거기도 하지만.”


“... 감상적이로군.”


“인간이니까. 유일한 존재라고 해서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더라고.”


진우는 약간은 실망한 듯한 얼굴이었다.


“설마 전 인류의 행복 같은 걸 바랄 생각은 아니겠지?”


“나도 행복하지 않은 데 그걸 왜 바라겠어?”


베르는 조용히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이 되고 보니까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귀찮아. 네 말대로 내가 뭘 어쨌다고 나에게 전부 떠넘기는 거야?”


그러고 보면 페스가 정말 현명한 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난 남을 신경 쓰지 않는 걸로 하겠어. 하지만 당한 건 갚아줘야지.”


“데스티니에게 복수할 생각이야?”


“아니. 복수고 뭐고... 아예 신이랑 더 엮일 생각 자체가 없어. 만나본 신들은 다 불행하더라고. 오히려 인간 중에는 행복해 보이는 인간들도 있었는데 말이지.”


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인정하지. 인간의 행복이라는 감정은 좀 헤프긴 하지만 그만큼 쉽게 얻을 수 있는 거라서 좋으니까. 덕질하는 아이돌만 한번 만나도 정신을 못 차리고.”


대표적인 이터니티였던 진우의 얼굴로 진지하게 그 말을 하고 있으니 엄청난 위화감이 들었다.


“그럼 로테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인 건가?”


로테는 다른 의미로 아이돌이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 사실 로테가 현실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긴 한데...


로테의 말처럼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서 로테와 행복하게 산다면 어떨까?


“그도 아니면 설마... 하렘?”


“뭐?”


“솔직히 너한테 접근한 여자들은 많잖아? 그 정도면 하렘도 가능하지.”


“그게 무슨...”


그게 무슨 소리냐면서 반박하려다 생각해 보니 꽤나 많았다. 소라, 머콘, 데스티니는 빼더라도 로테에 넓게 봐서 미도까지 포함하면...


베르는 고개를 흔들어서 털어버렸다.


“... 물론 어떤 의미로 행복하겠지만 그건 네가 말하는 착취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겠지?”


“오... 역시 내 친구 답군.”


인간관계를 착취와 피착취로 나눠야 하다니... 그게 맞을까? 그럼 연애 따위는 생각지도 말아야 하는 건가?


그 순간 뭔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야.”


“어?”


“거래가 꼭 한 문장이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없는 거잖아?”


“그렇지.”


괜한 고민을 하고 있었군.


베르는 연애에 대한 고민은 저리 치워버렸다.


“... 무슨 복잡한 주문을 하려고 하는 거지?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그런 거 아냐. 그 정도로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아. 그랬지.”


“... 인정하지 마라.”


“나 전 과목 1등급.”


“... 머리 좋은 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 거든?”


“성적 나쁜 녀석의 변명이라서 안 들리는데?”


“신이라서 머리를 조작한 거 아냐?”


“야. 그렇게 할 거면 너와 거래를 하는 게 의미가 있겠냐? 그냥 조작해서 내가 알아서 하고 말지. 주작무새는 답이 없어요~.”


“...”


그리웠다. 친구가.


이 녀석이 신이었든 어쨌든 자신이 고립되었을 때 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착취하지 않는 관계... 상대가 신이라서 가능했던 걸까?


“... 거래하자.”


“음? 내가 고민하지 말고 하라고 했다고 해서 그렇게 단번에 정해도 되는 거야? 솔직히 정확하게 머리에서 단번에 끄집어내지 못할 거면 좀 어디다 적어서 말하지 그래?”


“어차피 그렇게 복잡한 조건도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진우는 베르가 진지하게 결정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 베르. 진현우. 충분한 간섭력을 갖춘 유일한 인간. 어떤 거래를 원하지?”


“나는 시간을 돌릴 거야.”


“뭐?”


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알베르트처럼 멍청한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야.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시간만 돌리는 걸 바라는 게 아니야. 평범한 삶? 나도 그냥 평범한 삶이 없다는 건 알겠어. 그래서 나는 아주 나에게 유리한 삶을 살 거야.”


“흐음...”


진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턱을 괴었다.


“이유를 좀 듣고 싶은데?”


“아까 말했잖아. 인간은 혼자야.”


“... 그런데?”


“착취든 뭐든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은 혼자라는 것을 깨달으면 유일한 존재가 되겠지.”


“... 그러면?”


“그들이 완전히 자격을 갖추면 각각 알아서 책임을 져야지.”


“뭐?”


“나만 책임을 질 필요가 있어? 인간이 전부 유일하다면 각자 알아서 책임을 져야지.”


“... 그거 좀 억지 아냐?”


“아니. 내가 어떻게 각성을 했는데?”


“... 각성의 주문 때문이지.”


베르는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각성의 주문 만은 아니야. 데스티니가 내 뒤통수를 거하게 때리긴 했지만 나는 데스티니의 노래들이 좋았어. 복잡한 거 다 필요 없이 나 자신을 고양시키는 노래들 말이야.”


“뭐... 나도 좋아하긴 했지.”


떨떠름한 얼굴로 진우가 말했다.


“다만... 아이돌이 되어 노래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방법은 좀 바꿔야겠어. 아무래도 한계가 좀 있고, 한 번 해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어라우절을 해보면서 확실히 알았는데... 돈이 있으면 어차피 어떤 것이든 해볼 수 있는 거니까.”


“... 그렇긴 한데.”


“좋아. 그럼. 거래하자.”


진우는, 아니 진우의 모습을 한 각성계의 신은 뭔가 떨떠름해 보였다.


“... 정말 결정한 거지?”


“조건을 정확히 말할 테니 기다려.”


“어...”


“나는 내가 90살까지는 절대로 죽거나 병에 걸리지 않아야겠어.”


“... 왜 90살이야?”


“그냥. 별 의미 없어. 오래 사는 것도 별 의미가 없어 보이더라고.”


“계속 젊은 상태로 사는 건 어때?”


베르는 로테를 떠올렸다.


“필요 없어. 늙고 병들어서 움직이기 힘들다거나 이런 건 없을 거잖아?”


“뭐 그렇지...”


“그리고 외모와 체형을 헤일 형처럼 바꿔줘.”


“어?”


진우는 갸우뚱했다.


“외모나 체형을 왜 바꿔? 너 지금도 나름 잘 나가는 아이돌이잖아?”


“아예 연애 같은 거에 장벽이 없을만한 외모로 만들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아냐?”


“아니 뭐... 그렇긴 한데.”


여전히 뭔가 떨떠름했다.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돈이 넉넉해야겠어. 뭐 나중에 가면 내가 알아서 돈을 벌겠지만 최소한 기본적으로 재물 운이 있어야 내가 원하는 걸 해보겠지.”


“... 그 기본적이라는 기준이 되게 애매한데...?”


“잘나가는 재벌집 막내아들 정도로 태어나면 되는 거 아니야?”


“... 그래. 뭐.”


진우의 생각보다는 아주 소소한 그런 삶이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거야.”


“뭔데?”


“그건...”


-----------------------------------

[ 쏟아지는 빛이 눈을 간지럽혔다.


“조금 만 더...”


자려고 이불을 끌어올리려던 클라우디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불의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그 부드러움이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


전신?


화들짝 놀라 일어나보니 낯선 풍경이었다. 커다란 침대 구석에는 자신의 옷이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었다.


그 때 등 뒤에서 뻗어온 손길이 클라우디아의 상반신을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깜짝 놀라 돌아본 클라우디아의 눈에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들어왔다.


빛이 나는 것 같은 외모,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그의 외모를 보는 순간 클라우디의 기억에 어젯밤 일이 떠올라 버렸다. ]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학교 안 가니?”


엄마의 목소리에 번뜩 정신을 차린 혜리가 시계를 보니 이미 7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혜리는 인사만을 남기고 밥도 먹지 않은 채 후닥닥 집을 나섰다. 엄마의 잔소리보다 혜리의 달리기가 더 빨랐다.


“얘! 밥은 먹고 가야지! 천천히 좀 가! 쟤가 저렇게 학교 가는 걸 좋아했나?”


“같은 반에 잘생긴 남자애라도 있나 보지 뭐.”


엄마의 걱정에 혜리의 아빠는 별 걱정 말라는 듯이 얘기했다.


혜리 아빠의 예감은 적중이었다.


“야! 김혜리! 네가 왜 이렇게 일찍 온 거냐?”


“너는?”


전학생 한 명에 반 전체의 등교시간이 당겨지다니... 그건 한쪽에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저 빛나는 남학생 때문이었다.


“와... 진짜 엄친아... 아니 먼치킨이네. 잘생겨, 공부 잘해, 집안 재벌이야... 전생에 뭘 했길래 저렇게 혼자 다 가지고 태어났대?”


혜리는 친구의 말을 귓가로 흘리며 남자애의 모습을 감상하고 있었다.


남자아이의 이름은 진현우. 다들 보자마자 거의 빛이 나는 수준의 외모를 보고 아이돌 연습생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듣고 더 놀랐다.


하지만 그의 집안이 삼진이라는 국내 정상급 재벌이라는 것을 듣고는 다들 납득했다. 집안이 그 정도인데 굳이 아이돌 같은 걸 할 필요는 없겠지. 공부만 해도 충분할 텐데.


약간은 교우관계를 낯설어하는 점도 그렇고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에 앉아서 탭과 키보드로 뭔가를 쓰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거 뭘까?”


“궁금하긴 한데... 누가 보니까 무슨 에세이 같은 거라고 하던데.”


“에세이?”


“크... 저 외모에 저 배경에 문학소년... 야. 이거 무슨 억지로 짜 맞춰도 저렇게 안 나오겠다.”


문학소년이라는 말에 잠시 움찔했지만 혜리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혜리는 철저하게 학교에서는 ‘일코’를 하고 있었기에 친구들은 아무도 그녀가 ‘로맨스 판타지’를 쓰는 작가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글을 쓴다는 이야기에 잠시 ‘취미가 같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순문학이라면 자신처럼 장르문학을 쓰는 걸 오히려 좋지 않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쉽지만 보기만 해도 어디야.’


저렇게 소설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사람을 현실에서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었다.


위이이잉.


“너 카톡 왔다.”


카톡을 확인한 혜리는 눈이 커졌다. 오늘 자신이 쓴 소설을 계약한 출판사 담당자를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리 큰 출판사는 아니었지만 평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사실 계약이 처음이라서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못했다.


‘대표님이 같이 뵙고 싶어 하시는데 괜찮을까요?’


혜리는 담당자의 문자를 보고 눈을 찡그렸지만 방법이 없었다. 아직 자신은 을이니까.


‘알겠습니다.’


보내놓고 나니 어느새 현우는 자리에 없었다.


“어디 갔어?”


“화장실 갔나 보지. 따라가게?”


“내가 그 정도로 변태인 줄 알아?”


“나는 저번에 따라갔는데?”


“...”


할 말을 잃은 혜리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친구가 말했다.


“친구야. 평범한 여고생이 변태인 게 뭐가 어때서?”


이런 성향의 친구라서 언젠가 이 친구한테는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혜리는 죽을힘을 다해서 뛰었다.


하필이면 거기서 교통사고가 있어서 길이 막히다니.


“헉헉...”


카페에 들어서자 저쪽에 미리 사진으로 얼굴을 알고 있던 담당자가 손을 들었다.


“헉헉... 죄송합니다.”


“아니 왜 이렇게 뛰어오셨어요? 좀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오다가... 헉헉... 교통사고 때문에 버스가 막혀서... 헉헉...”


“미리 음료를 시켜놓긴 했는데 마시고 싶은 걸 골라보세요.”


혜리는 앞에 있는 아이스티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어서 빨대로 쭈우우욱 빨아 당겼다.


겨우 숨이 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 대표님은요?”


“아. 처음부터 있으면 편하게 말을 못 하지 않을까 하셔서 조금 늦게 도착하신다고 했어요. 일 얘기 어느 정도 끝날 때쯤 오신다고.”


“네.”


담당자와는 다행히 좀 잘 맞는 편이었다.

“지금 남성향 쪽은 제일 이슈가 되는 화제작이 ‘그래비티’ 작가의 먼치킨 소설이고, 여성향 쪽은 ‘후피집’이 잡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그렇죠.”


“소재가 지금이 딱 시기에 맞는 편이라 다음 플모를 한 번 생각해보고 있어요. 나이는 18세는 넘으시긴 했는데... 그래도 조금 안전하려면 15세 버전으로 해서 넣어보는 게 나을 것 같고요.”


“아... 그래요?”


그때 커피숍 입구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혜리와 한참 이야기를 하던 담당자가 갑자기 일어나서 손을 들었다.


“이쪽입니다.”


아. 대표님이 오셨구나.


일어서서 인사를 하려던 혜리는 상대방을 보고서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안녕하세요. 김혜리 양. 우리 구면이죠?”


“어...? 어...?”


빛이 나는 것 같은 외모. 찰랑거리는 머리카락.


그 자리에는 같은 반의 진현우가 와 있었다.

“어... 어...?”


현우는 혜리의 얼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련한 옛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아이를 이렇게 얼빠진 모습으로 오래 놔둘 수는 없겠지.


“여기가 우리 대표님이자... 우리 출판사의 간판 작가인 ‘그래비티’님이죠.”


“어...? 그래비티?”


혜리가 로판쪽이라 다른 것을 잘 안 읽지만 유명한 작품들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들도.


“그... ‘신 그거 별거 없더라’ 쓰신 그래비티 님이요?”


“네. 맞습니다.”


혜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시를 읊을 것만 같은 문학소년 분위기의 미소년이 ‘이고깽’ 먼치킨 물을 썼다고?


“어... 저도 ‘맛만좋으면’... 님의 작품을 읽어 봤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네... 네? 제 작품을 읽었다고요?”


같은 학교 동급생 남학생이 내 19금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고?


“당연히... 저희 작품 선정할 때 제가 항상 참여를 합니다. 이래 뵈도 작가 경력이 없는 건 아니라서요.”


“아. 그야 당연히 그런데...”


그러고 보니 당황할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상대방도 웹소설을 썼잖아?


잠깐 머릿속 저울에서 19금 로판 작가로 알려져버리는 자신과 이고깽 먼치킨 작가라는 게 들킨 상대방을 비교해보았다.


... 어떻게 해도 자신만 망한 것 같았다. 애초에 학교에서 글을 쓸 정도로 숨기지도 않는데... 그러고 보니 학교에서도 웹소설을 쓰고 있는 거였구나.


망연자실한 혜리에게 현우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직접 작가님을 담당하고 싶은데 어떠세요?”


“네?”


혜리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 대표님... 이시잖아요?”


“아.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제가 담당을 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어요.”


‘마음에 드는’ 이라는 말 이후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설마... 저 엄친아 먼치킨이 내가 맘에 들었다고? 진짜?


“싫지는 않으시죠?”


“네...? 네...”


살짝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묻는 현우의 말에 혜리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해버렸다.


“이야...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만 아셔야 할 게 있는데요...”


“네? 뭔가요?”


“저와의 관계는... 작가와 담당자이지만 담당자가 신입니다. 아시겠어요?”


“네...?”


이게 무슨 소리지?


“신이라고 별로 겁먹으실 것 없습니다. 신 그거 별거 없더라고요.”


자기 자신의 작품이름으로 농담을 던지며 화사하게 웃는 ‘그래비티’ 현우의 모습에 왠지 뭔가 잘못 엮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혜리였다.



- END -


작가의말

음... 어찌어찌 정해놨던 결말에 도달했습니다.


정말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는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특히 댓글까지 달아주신 李神독자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마 독자님들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쓰지 못했겠죠.


 사실 처음 시작할 때 문피아에 일반연재로 올라가기 위한 용도로 2년 전에 쓰다 포기했던 전반부를 가져와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만... 일단 읽어주기 시작한 분들이 있는 작품은 더 이상 습작이 아니더군요.


그래서 미흡한 글이나마 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변명이지만 매일 연재를 맞추다 보니 그렇게 퀄리티 있는 글을 올리지 못한 점은 죄송합니다. 다음 작품은 꼭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더 즐겁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으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에필로그를 쓰고 싶긴 한데... 당장은 좀 쉬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같은 세계관에서 연결되는 작품을 쓸 생각이기도 했는데... 그것도 언제 쓸지 조금은 고민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 여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모쪼록 건강에 유의하시고 보여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 유로비트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0 李神
    작성일
    23.07.03 07:15
    No. 1

    좀 더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아쉽지만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꾸준히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작품으로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3 유로비트
    작성일
    23.07.03 09:18
    No. 2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더 좋은 작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에필로그 관련 공지 +1 23.07.09 49 0 -
공지 본 작품은 허구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23.03.04 63 0 -
공지 현재 연재시간은 매일 오전 7시 50분입니다. 23.02.28 49 0 -
공지 머콘 일러스트 입니다. 23.02.27 116 0 -
공지 표지사진 변경합니다. 23.02.20 117 0 -
154 에필로그 : 백야 (2) +3 23.07.09 57 2 16쪽
153 에필로그 : 백야 (1) 23.07.09 43 2 14쪽
» 151. 결말 +2 23.07.02 83 2 19쪽
151 150. 인간의 신 23.07.01 56 1 15쪽
150 149. 거래 23.06.30 52 1 14쪽
149 148. 환각 23.06.29 58 2 13쪽
148 147. 빌런 23.06.28 57 1 13쪽
147 146. 우로보로스 23.06.27 55 1 14쪽
146 145. 혼돈 23.06.26 59 1 14쪽
145 144. 악마종 23.06.25 58 1 14쪽
144 143. 근원 +1 23.06.24 69 2 14쪽
143 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23.06.23 59 1 13쪽
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1 2 12쪽
141 140. 폭탄 돌리기 23.06.21 60 1 13쪽
140 139. 유산의 무게 23.06.20 75 1 15쪽
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6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8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7 2 13쪽
134 133. 비공개 오디션 (3) 23.06.14 54 1 14쪽
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132 131. 비공개 오디션 (1) 23.06.12 59 1 14쪽
131 130. 제작사 어라우절 23.06.11 55 1 14쪽
130 129. 이슈의 중심 23.06.10 59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