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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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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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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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왕의 유산

DUMMY

“아.. 정말 가야 되는 거예요?”


“야! 막내가 까라면 까야지 안 들어갈 거야? 빨리 따라 들어가!”


문제는 촬영팀이었다. 어차피 스튜디오의 메인카메라들을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 핸디캠이나 액션캠을 들고 VJ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짬에 밀린 막내 카메라맨들이 억지로 각성계로 향하게 됐다.

막내 중 한 명이 팀 베르를 맡아서 카메라를 들고 따라 들어갔다.


“어? 여기는?”


의외로 도착한 곳에는 건물이 있었다.


“어서 오시죠.”


카메라맨이 도착한 곳은 어느 건물 내부로 보이는 곳이었다. 이미 각주와 베르, 그리고 미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는 저희 각성자관리국에서 각성계 진출을 위해서 미리 마련한 전진기지입니다.”


“아니... 이런 거 막 공개하셔도 괜찮은 겁니까?”


깜짝 놀란 카메라맨이 저도 모르게 말했다.


“하하. 괜찮습니다. 군대 막사도 다 공개하는 시대잖아요. 별로 상관없습니다.”


미도는 그래도 들어오고 나니 조금은 안정을 찾았는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아무리 요새 건물이 빨리 올라간다지만 그렇게 보기에도 너무 큰 건물이었다.


“사실 이 건물은 원래 각성계에 있던 건물입니다. 나가서 각성계의 모습을 한번 보시죠.”


베르는 말없이 각주의 요청에 따라서 움직였다. 옆에는 미도가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베르에게 딱 붙어있었다.


베르가 아무 말 없는 것 같았지만 사실 베르는 페이에게 시끄러운 잔소리를 듣는 중이었다.


[어쩔 생각이야? 문제가 생기면 1대 1로 붙어보려고? 적의 홈그라운드에 와서 혹까지 달고 그게 되겠냐? 로테가 말했던 네가 잡히면 안 된다는 의미를 이해를 잘 못했나 본데 말 그대로 네가 잡히면 안 된다는 의미야. 위험한 곳은 무조건 피해야지!]


마음 같아서는 입을 열어 반박하고 싶었지만 각주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각성계라고 해서 엄청 걱정했는데 별로 다를 게 없다. 그치?”


속도 모르는 미도가 옆에서 물어보자 베르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설마 베르 너 나보다도 더 겁먹은 거야?”


들어올 때 매달려서 질질 끌다시피 데려온 건 기억 못 하나 보군.


“이쪽으로 오시죠.”


[안돼! 들어가지 마! 함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각주를 따라가던 베르는 덜컥 발걸음을 멈췄다.


“왜?”


같이 가던 미도가 물었다. 뒤를 보니 뒤따라오던 카메라맨도 무슨 일이 있냐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망했군. 외통수다. 방법이 2개 있는데... 1번은 증거인멸을 위해서 카메라맨과 옆에 여자를 죽이고 카메라를 부순 뒤에 탈출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2번은...]


1번만 들어도 이미 정신 나간 방법이었다. 한숨을 푹 쉰 베르는 각주가 들어간 문으로 따라서 들어갔다.


[야! 안 듣고 들어 가냐? 함정이라니까?]


문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낯익은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도 베르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삼진그룹 회의장에서 만났던 떠벌이였다.


“... 안녕하세요.”


베르는 애써 외면했다.


“자. 여기는 저희 각성자 관리국에 등록된 각성자 분들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여러분도 본 적 있을 유명 그룹 에이라인의 리더 미도님과 신인 그룹 그래비티의 베르 님입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시죠.”


미도는 밖으로 나가는 줄 알았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당황했지만 연예인답게 당황하지 않고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에이라인의 미도입니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던 각주가 입을 뗐다.


“그런데...”


각주가 노골적으로 베르에게 다가왔다.


“왼팔에는 붕대를 감고 계시네요?”


베르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각주의 행동으로 봤을 때 뭔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사고를 당해서요.”


“저런. 그럼 흉터가 남은 겁니까?”


“네.”


“요새는 성형기술이 좋아져서 거의 흉터를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다던데...”


“그러기엔 너무 심한 흉터라고 하더군요.”


미도는 베르가 불쌍했는지 안타까운 표정으로 베르의 등을 쓸어주었다. 카메라맨도 베르를 클로즈업해서 찍으면서 어떻게 봤을 때는 편집할 때 그림이 잘 나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각주가 박수를 한 번 치고는 말했다.


“제가 그래비티 팬이라고 했잖아요. 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으면서도 이렇게 이 자리에서 언급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와주시죠.”


각주가 지목한 쪽에 있던 각성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순해 보이는 인상의 여성 각성자였다.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저는 ‘이소연’이라고 합니다. 각성자가 된 지는 얼마 안 되긴 했는데... 치유계열 각성자라서 흉터가 남은 상처 같은 걸 원래대로 복원시킬 수 있어요.”


“와!”


카메라맨과 미도는 환호성을 질렀고 베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말했잖아. 함정이라고.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렇긴 한데... 제가 남들 앞에서 흉터를 보이기가 좀...”


“걱정 마세요. 굳이 보여주지 않으셔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베르는 지금 당장 페이한테 저 치료가 혹시 페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와~! 그래비티의 사연을 알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신 거군요?”


아무것도 모르는 미도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카메라맨도 혹시라도 베르가 감동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베르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있었다.


외통수다. 진짜 외통수다.


베르는 그래비티로의 베르를 연기하는 것을 포기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자신이 한동안 싸우지 않았다고 해도 페이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이 자리가 위험하긴 해도 벗어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문제는 에이라인과 카메라맨이었다.


드러내는 순간 자신이 주목받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잠깐. 주목받는다고? 어차피 연예인도 주목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뭘 기대하고 있던 거지? 조용한 삶? 평범한 삶?


베르가 망설이고 있자 미도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잘 됐다. 잘 된 거야.”


등을 두드려주며 베르의 표정을 본 미도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베르?”


베르는 이를 악 물었다.


“... 미도 씨와 카메라맨은 그냥 보내시죠?”


“베르?”


미도는 뭔가 베르의 분위기가 변했다고 느끼면서 한 발 물러섰다.


“저 때문에 이렇게 무대를 깔아주신 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휘말리는 건 좀 아니잖아요?”


각주도 말투를 바꿨다.


“아. 뭐. 우리도 ‘노멀’을 휘말리게 할 생각은 없어.”


노멀? 뭔가 기억에서 스쳐 지나가는 게 있는데 확실하지 않았다.


“너지?”


각주가 노골적으로 물었다.


“‘왕의 유산’을 갖고 있는 게.”


베르는 마른침을 삼켰다. 각오는 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이쪽으로 오시죠.”


방금 지목당해서 나왔던 이소연이라는 각성자가 얼떨떨하게 보고 있는 미도와 카메라맨을 한쪽으로 끌어당겼다.


미도는 작게 카메라맨에게 물었다.


“이거 깜짝 이벤트 같은 거예요?”


카메라맨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희는 여기 들어온다는 것도 방금 알았어요.”


미도는 어딘가 몰래카메라 같은 것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베르 쟤도 연기를 잘하네. 그렇게 숙맥인 척하더니 카메라 돌아가니까 무슨 영화 주인공처럼 분위기가 바뀌고.’


미도의 생각과 달리 베르의 머릿속은 엄청나게 복잡했다. 여기서 삐끗하면 각성자관리국과 맞서는 또는 도주하는 각성자가 될 테고, 그럼 곤란한 상황이 생기는 거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자신은 어머니와 동생이 있었고 그렇게 도망자 신세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뭘 원하시는 거죠?”


“일단은 확인을 하려는 거지.”


각주가 눈을 빚냈다.


“각성자는 각성영역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각성모드가 되니까 말이야.”


순간적으로 어디선가 베르를 향해 번뜩이는 것이 날아들었다. 베르가 눈치채기도 전에 페이가 검은 오라를 일으켜 날아드는 것을 잡아챘다.


콰직!


“어어?”


카메라맨과 미도는 너무도 놀랐다. CG였다면 나중에 효과로 입히겠지만 저건 ‘진짜’였다.


“베르가 각성자야?”


각주는 만족한 듯이 박수를 쳤다.


“어라우절의 베르. 전투계 각성자. 공방 밸런스가 잡힌 왼팔과 검을 사용하는 각성자. 그리고 그 왼팔은... 왕의 유산인 거겠지?”


이미 뒤가 없었다.


베르의 왼팔은 타오르는 듯한 검은 화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베르는 갑자기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강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국장... 아니 각주님이 직접 나섰다는 건 어라우절에 대한 적대행위로 봐도 되는 거겠죠? 감당할 수 있으신 거죠?”


“오! 드디어 본모습을 보일 생각인가?”


각주의 손짓에 각성자들이 긴장했다.


베르는 스윽 둘러보고는 말했다.


“설마 저분들만 믿고 이런 일을 벌인 건 아닐 테고... 밖에 누가 더 있나 보군요.”


“이상하군.”


각주가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분명 듣기로는 약간 어리숙하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각주는 카메라맨과 미도를 향해서 말했다.


“자. 그래비티의 베르 군은 각성자로 판명이 나서 이제부터 저희 각성자 관리국의 소관으로 넘어왔습니다. ‘노멀’인 두 분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시죠.”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제부터는 좀 위험한 대화를 할 예정이라서요.”


미도는 뭐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베르의 불타는 왼팔을 보고 있으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미국과 꽤 오래 공조를 해 왔거든. 그래서 대 각성자 전략도 나름 갖고 있지.”


“그런 것 치고는 CIA도 거 하게 당했지.”


“그 자리에 너는 없었고. 거기는 베테랑이었던 이춘봉이나 박만운, 설단 같은 자들이 갔으니까.”


베르는 조금 이상했다. CIA와 공조를 했으니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있었다.


“... 어쨌든 화려하게 해 볼 생각이라면 거절하지 않겠어.”


오른손을 커버할 칼을 들고 오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왼팔의 페이만으로 베르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내가 그럴 마음이 없게 해 주지.”


각주가 박수를 치자 뒤쪽 문이 열리고 군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베르는 사실 각성계가 아닌 곳에서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CIA에서의 전투 후에 페스가 충격에 빠져있을 때 나름 위로를 해줄 수는 있었지만 만일 자신이 그렇게 사람을 죽이는 것을 눈앞에서 봤다면 자신도 그런 충격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특히 총이나 화기에 대해서는 아직 일반인의 감각이 남아있는 베르에게는 긴장하게 만드는 대상이었다.


[긴장하지 마라. 총알 따위 너에게 스치지도 못하게 해 주지.]


그나마 베르가 떨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건 나름 오래 파트너로 뛰고 있는 페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왕의 유산의 성능 시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그런데... 과연 다 막을 수 있겠어? 이춘봉이라면 몰라도 말이지.”


겁을 주려는 마지막 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베르에게는 안심이 되는 말이었다.


설단이나 다른 선배님들이 항상 했던 말이었다. 페이는 이춘봉이나 박만운의 아래가 아니라고.


‘음악이 없는 게 아쉽네.’


테마송이라도 들어서 각성을 강화하면 좋겠지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생각이 각성의 주문에까지 미쳤다.


그러고 보니 각성의 주문을 안 외웠네? 자동으로 각성상태라서... 여기서 각성의 주문을 외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주변을 보니 수많은 눈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 이제는 누가 보든 말든 뭔 상관이냐. 이 시선 속에서도 각성주문을 외울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자신도 무던해진 것 같았다.


“나의 손 끝에 세상이 흔들리고 나의 눈빛에 세상이 침묵한다. 여기 나의 충성스러운 왼팔을 빌어 어둠의 지식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나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길이며 나의 말이 곧 진언이다. 나와 눈을 마주치지 마라.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존재다. 흑염룡이 너의 등뒤를 쫓는다.”


베르가 뭔가 하려고 해서 움직이려던 각주가 베르의 주문을 듣고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 쪽팔림이라는 게 없는 거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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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2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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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결심 +2 23.03.22 118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7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5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9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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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2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7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9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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