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6화

◐ 지연의 일기 ◑

누군가 쫓아온다.

분명 느껴진다.

한참 전부터 계속..

나의 스텝에 맞춰 꾸준히 쫓아오는 발걸음.

무섭다.

아직 집에 도착 하려면 10분은 더 가야 되는데..

누구지?

스토커인가?

가로등 조차 꺼져 버린 어두컴컴한 골목..

다행히 저 멀리..

환하게 켜진 분식집 간판이 보인다.

아.. 저기까지만 가면 돼..

제발 저기까지만..

하지만 발자국 소리가 매우 가까이 다가옴을 느낀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급기야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뛰어갈까?

그러면 왠지 뒤에서 확 덮칠 것 같고..

극심한 공포가 온 몸을 뒤 덮어 버렸다.

남은 거리는 대략 10미터 남짓..

제발 조금만 더..

하지만.. 스토커는 이미 내 바로 뒤까지 바짝 다가와 버렸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달려갈 자세를 취하려는 찰나..

"꺅~~~~~"

나의 팔을 붙잡아 버리는 스토커였다.!!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며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

때마침 누군가가 분식집 문을 열고 나온다.

"살려 주세요.. 엄마야.."

나의 비명 소리와.. 분식집에서 나온 누군가에 놀란 스토커는..

성급히.. 잡았던 손을 놓고 후다닥 도망쳐 버린다.

헉.. 헉..

너무 놀란 나머지 호흡 조절이 되질 않았고

심하게 떨리는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괜찮아요?"

분식집에서 나온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한다..

"어라? 지연이?"

헛.. 봉구 선배?

아.. 선배님... 흑..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자.. 마셔.."

"고마워요."

봉구 선배가 분식집에서 따뜻한 물을 가져다 준다.

"괜찮냐?"

"네.. 너무 고마워요 선배님."

"고맙긴 뭘.. 내가 한게 뭐가 있다고.."

"아니에요. 그때 봉구 선배님 아니었으면.. 저 진짜.. 심장마비로 죽었을지도 몰라요.. 흑"

하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무 놀래서.. 충격으로 쓰러질뻔 했으니..

"그나저나.. 너희 집 이쪽이냐?"

"네.. 저 윗쪽에.. "

"그래? 여기 골목들 좀 으슥해서.. 혼자 다니기 쉽지 않을텐데.."

.........

정말 그랬다.

이제까진 별 생각 없었는데

막상 이런 일 당하고 나니까..

갑자기 이런 으슥한 동네에 방을 얻은 게 너무 후회되었다.

"저.. 저.. 선배님.."

"어.."

"저기.. 죄송한데 오늘만 좀 집까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

혼자 가기 너무 무서웠다.

아까 그 스토커가 왠지 기다렸다가 다시 나타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

"고마워요.."

의외로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그동안 이 선배를 너무 삐딱하게 만 본 건 아니었을까..

아무 말없이 옆에서 동행해주는 선배가..

너무 고마울 따름이었다.

"선배님은 이 근처에 사세요?"

"나? 아니.. 난 저 아래쪽에.."

"그런데 여기 분식집까진 왜 오셨어요?"

"어.. 여기가 맛이 좋아서.. 그리고 좀 싸거든.."

"그래요?"

"어.. "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되었다.

그 분식집 가격은 결코 싸지가 않았다는걸..

그리고..

그 집에서 잠깐씩 일을 도와주는 딸이..

꽤나 이쁜 아가씨 였다는걸..

...............

◐ 봉구의 일기 ◑

오늘도 그 아가씬 안왔다.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내일부턴 좀 일찍 와봐야겠다.

"아줌마.. 여기 계산이요."

"어.. 학생.. 2천원이야"

"그나저나.. 오늘은 따님 안보이시네요?"

"어.. 아까 잠깐 봐주고 갔어. 그런데 왜? 혹시 관심 있어?"

..............

"푸하하.. 관심은 무슨.."

후다닥 돈을 건네고.. 문을 나선다.

저 아줌마.. 눈치가 장난 아니네..

담부턴 좀 티 안 나게 먹어야겠다.

"꺅~~~~~"

길 아래편에서 어떤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지?

"살려주세요.. 엄마야..."

어떤 남자가.. 후다닥 도망을 친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던 여자는.. 힘없이 주저앉아 버린다.

뭐지?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보았다.

어? 저건 지연이 같은데?

"어라? 지연이?"

날 한번 쳐다 보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버린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어 버린다.

스토킹을 당했단다..

이놈의 동네가 혼자 사는 여자들에게 좀 위험하단 얘길 종종 듣긴 했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다니..

여자들은 정말 힘들게 사는구나.

"저.. 저.. 선배님.."

"어.."

"저기.. 죄송한데 오늘만 좀 집까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

헛.. 그녀가 나보고 집까지 바래다 달랜다.

하긴.. 이런 일을 당했는데.. 무섭긴 하겠다.

그나저나 졸지에 이게 왠 횡재래?

그 스토커.. 누군지 몰라도 밥 한 끼 사주고 싶네.

...........

아.. 아니지. 그런 나쁜 놈한테 밥 한 끼라니..

나중에 걸리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나란히 그녀의 집을 향한다.

뭔가 어색한 분위기라.. 말을 꺼내긴 해야겠는데..

겁에 질려 있는 애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말없이 걷기만 했다.

그나저나 이게 얼마 만에 여자랑 걷는거야..

감격에 눈물이 찔끔 흘러 내린다.

앞으로도 이렇게 맨날 집에 바래다 주면 좋을 거 같은데..

꿈 같은 얘기려나?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