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12,156
추천수 :
622
글자수 :
1,031,190

작성
23.03.25 12:30
조회
76
추천
5
글자
27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2화

DUMMY

◐ 지연의 일기 ◑




비디오 테이프가 빠지지 않는다.


"아.. 진짜 미치겠네. 이거 왜 이렇게 안 나와."


민성이와 민규가 캠코더 여기저기를 만져보지만..

테이프는 여전히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까.. 내가 캠코더를 들고 오다가 실수로 떨어트렸는데..

아무래도 그때 뭔가 이상이 생긴 거 같았다.

...............


"앙.. 어떡해.. 재영 선배가 10시까지 편집 안 해 놓으면 운동장에 집합 시킨 댔는데.."

"으잉.. 좀 빨리 고쳐봐."


윤아, 태희 모두 울상이다.

물론.. 나는 지금..

캠코더를 고장 낸 장본인 이기에..

얘네들보다..

더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아.. 이거 고장 났나 봐. 아무리 해도 안된다."


민규가 결국 포기를 한 듯..

캠코더를 내려 놓는다.


"아.. 안돼~"


모두 좌절해 버린다.





* 어디냐? *


봉구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동아리 방요 *

* 밥 안 먹냐? *


.............

지금 밥 먹을 상황이 아니랍니다.


* 저 오늘 바빠서 밥 못 먹어요. 혼자 드세요 *

* 왜? *


바쁘다면 바쁜 줄 알지 귀찮게 왜 자꾸 묻는 거야..


* 애들이랑 영화 편집 마무리 지어야 돼요. 지금 머리 아프니까 나중에 연락해요 *

* 그래 알았다 *


..............

에휴.. 부럽네..

속 편하게 밥이나 먹고 다니고..


아..

그나저나 정말 어쩌지?

이제 4시간도 안 남았는데..

지금 테이프를 꺼내도

겨우 편집을 다 마칠까 말까 한 시간인데..

이놈의 캠코더는 도대체 어디가 고장인 거야.. 흑..

혹시 캠코더 고장 냈다고 나만 혼자 운동장에서 기합 받는 거 아냐?

아..

미치겠네..




"안..안녕하세요"

"어이 귀염둥이들.. 잘 들 있었냐?"


때마침 들어오는 4학년 경환 선배랑 기태 선배..


"아.. 선배님.. 이것 좀 고쳐주세요.. 테이프가 안 빠져요."


지푸라기라도 잡듯.. 선배들에게 기대해 본다.


"어 그래? 줘 봐."


그래.. 선배들 이라면 뭔가 알겠지..

제발..

고쳐 주세요 선배님들..


"이거 고장 났나 보네. AS 맡겨야겠다.."


...........


"어디 줘봐"


기태 선배가 건네 받아.. 캠코더를 확인한다.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급기야 방바닥에 툭툭 쳐 댄다.

.............

아예 부셔지겠네..


"야.. 이거 재대로 고장 났구만.. 니들 어쩌다 이랬냐?"

"아.. "


아이들에게서

한숨 섞인 탄성들이 터져 나왔다..




경환 선배랑 기태 선배가 떠나고..

남아 있던 우리들은..

앞으로 다가올 재영 선배와의 만남 시간에 대한 공포로

아무 말 없이 떨기만 하고 있었다.


"아.. 좀 조심 좀 하지 그랬냐.."


..............

민규가 침묵을 깨고 나에게 말을 꺼낸다.


"미안해.."

"아.. 진짜.. 너 때문에 이게 뭐냐.. 진짜.."


민성이까지 합세 한다.

.............


얘네들 뭐야?

치사하게..

지금 나한테 다 뒤집어 씌운다는 거야?

뭐 내가 떨어뜨린 건 맞지만..

그래도..

........

한번 동기는 영원한 동기라면서..

우리들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고 얘기했던 게 불과 몇 일 전인데..

이런 일 생겼다고 바로 무시해 버리다니.. 흑..


"미안하다구.."

"됐어.. 나 그냥 갈래."


민규가 뜬금없이 집에 간다는 말을 하자.. 다들 놀란다.


"뭐..뭐?"

"지연이 니가 재영 선배한테 얘기해 놔.. 캠코더 고장 나서 오늘 편집 못한다고."


민규야 이러지 말자. 왜 이러니..

안 그래도 머리 터져 죽겠는데..


"그래.. 어차피 여기 있어봐야 아무것도 안 되는데.. 그냥 가자. 혼나도 내일 혼나지 뭐.."


민성이 너까지 이럴거야?

................


"야.. 그래도 혹시 캠코더 고칠지도..모르는데.."


너희들 다 가버리면.. 난 어쩌란 거야..

캠코더 고장 낸 난 어쩌란 거냐구..


"뭘 고쳐.. 고장 났다잖아. 니가 고칠 거야? 그럼 지금 나가서 고쳐 오든 가.."


아..

민규 너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린다.


"야.. 그만해.. 지연이 울잖아.."


옆에서 말리는 윤아..


"에이 젠장.. 이게 뭐야.. 기껏 고생해 놓고.. 야 민성아 우리 가자"

"어.. 그래.."


................


"야.. 니들 진짜 갈 꺼야?"


말없이 지켜만 보던 태희가 묻는다.


"야.. 니들도 그냥 집에 가.. 어차피 여기 있어 봐야 답도 안 나오는데 뭐.. 그리고 지연이 너.. 재영 선배한테 얘기 확실히 해라. 니가 떨어뜨려서 이런 거라고.. 확실하게 말해. 알았어?"

"뭐? 야.. 너 진짜.."

"뭐가.. 왜.. 어쩔라구?"


눈을 치켜 뜨며 인상을 쓰는 민규..

아.. 너 이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


"얘들아.. 그만해.. 니들 왜 이래 자꾸.."


윤아가 심각한 사태를 눈치 채곤.. 급히 말려본다.


"아.. 진짜 짜증나네. 가자 민성아. 야 영철이 넌 안 갈 거야?"


기다렸다는 듯 말없이 따라 나서는 영철이..

...................


"지연아 우리도 그냥 가자.. 재영 선배한텐 문자 보내 놓으면 되지.."


갑자기 설움이 밀려온다.

그래..

내가 뭐 잘못 하긴 했어.

미안해.

근데

왜 이렇게 서러운 거니?

그래도 동기라고 생각 했는데..

힘들 땐 함께해 줄

친구들이라고 생각 했는데..


"그래 알았어.. 니들 먼저가.. 난 봉구 선배랑 같이 가야 돼서.."

"어.. 그래.. 그럼 먼저 일어 날께.. 태희야 가자.."


자리를 일어서는 윤아와 태희..


"지연아 힘내.. 너무 걱정하지 말고.."


문을 나서며 윤아가 위로를 해온다.


에휴..

제법 착하네. 윤아도..




애들이 문을 닫고 떠나자..

참고 있었던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야.. 왜 이렇게 조용하냐? 어? 야 너 왜 혼자야?"


한참을 울고 있는데 봉구 선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 이 선배는 갑자기 왜 온 거야..

허둥지둥 눈물을 닦는다.


"아.. 애들 갔어요. 근데 그거 뭐에요?"


도시락 같은데..


"어.. 너희들 밥도 못 먹고 편집 할까 봐 도시락들 좀 사왔는데.. 뭐야.. 괜히 사 왔잖아.."


............

왜 생전 안 하던 짓까지 하고..


"연락이나 하고 사오든 가요. 아까워서 어떡해요?"

"그러게 말이다. 근데 니들 벌써 편집 다했냐?"


...............

말할 힘도 없다..


"녀석들 제법이네.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우냐?"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지금 울고 있구만 뭘."


.............

아.. 이놈의 눈물은 왜 자꾸 떨어지는 거야..

짜증 나게..


"실은.. 캠코더 저거 고장 나서 편집 못해요. 애들도 화나서 그냥 다 갔구요."

"뭐? 캠코더가 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캠코더를 집어 드는 선배..


에휴..

몰라요.

선배라도 혹시 알면 좀 고쳐 봐요.

딱히 기대는 안 하지만..


"몰라요.. 테이프가 안 빠져요."

"그래? 이게 좀 오래 되서 종종 문제가 있긴 했는데.. 좀 바꾸라고 해도 말 진짜 안 듣네 짜식들.."


.............


"야 저기 아래 서랍에 보면 작은 드라이버 있거든? 그거 좀 가져와 봐."

"드라이버는 왜요?"

"왜긴.. 테이프 빼야지."

"선배는 고칠 수 있어요?"

"언능 드라이버나 들고 와"

"아.. 네.."


서랍에서 드라이버를 꺼내어 건낸다.

선배는 나에게 드라이버를 건네 받더니

이내 캠코더의 안쪽 부분을 이리저리 휘적이기 시작했다.

저러다 더 고장 나는 거 아냐?

왜 이리 불안하지?


찰카닥..


"오케이. 됐다."


헉..

나왔다!!

뭐야.. 그렇게 안 나오더니..

어떻게 고친 거야?


"아.. 나왔다. 진짜 나왔네.. 아.. 정말.."

"어? 뭐가?"

"아...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한 거에요?"

"아.. 이거 가끔 안쪽 연결 부분이 꼬여서 테이프가 종종 걸려. 근데 이거 누가 떨어트리기라도 했냐? 몇 일 전까진 멀쩡 했는데.."


...............

죄송해요.. 제가 그랬어요.


아.. 그나저나..

너무 좋은 나머지

나도 모르게 선배를 껴 안아 버릴뻔했다.


고마워요 선배..

정말 너무 고마워요..

내일 제가 맛있는 거 쏠게요..

진짜 눈물 나게 고마워요.


"고마워요 선배.. 진짜.. 아우.. 진짜 너무 고마워요."

"아.. 그래? 뭐 별거라고.."


머리를 긁적이는 선배..

아... 그냥 한번 확 안아줘?

너무 좋으니까..

눈에 뵈는 것도 없잖아.. 힝..




"근데 이것들은 다 어쩌냐?"

"뭘 어째요.. 다 드셔야지.."


편집에 대한 걱정을 하는 나와는 달리..

선배는.. 잔뜩 사온 도시락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말도 없이 많이 사 오래?

매번 말 하지만..

그 돈 모아서 저 스테이크나 좀 사 달라구요.

제발.. 플리즈..

...............


뭐.. 오늘은 고마운 것도 있으니..

용서해 줘야겠지?




근데.. 애들을 불러야 되나 말아야 되나..

..............

남자애들은 그냥 안 부르기로 했다.

괜히 와봐야..

얼굴만 서로 붉힐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른 민규만큼은

절대 보고 싶지 않았다.


* 테이프 빼 놨어. 아직 멀리 안 갔으면 빨리 와. *


그래.. 우리 여자들끼리 열심히 해 놓자.

그래서 내일 남자애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자고..


* 어머? 어쩌니.. 나랑 태희 지금 스쿨 버스 타고 집에 가는 중인데.. *


...................




그냥 혼자 하기로 했다.

뭐 어차피 혼자 하나 셋이 하나.. 다를 건 없었다.

다만..

편집 하는 법을 배웠던 게 좀 가물 가물 해서..

중간 중간 모르면 어쩌나..

그게 걱정일 뿐이었다.

..............

혹시 선배는 좀 알려나?


"선배님.. 혹시 편집 좀 할 줄 알아요?"

"어?"


................

입에 한가득 밥을 넣고 있는 선배..


"편집 좀 할 줄 아시냐구요.."

"어.. 근데 왜?"


다행이군.


"아.. 그래요? 그럼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볼 테니까 좀 알려줘요.."

"어.. 그래 알았다.."


오케이.. 시작해 보자.

테이프를 넣고 본격적인 편집에 들어간다.


...........

처음부터 막힌다.


"선배님.. 이거 어떻게 시작하는 거에요?"

"너 할 줄 알긴 아는 거냐?"


.............


"당연하죠. 처음만 기억이 안 나는 거에요..

"거기 둥근 거 있지? 그거 오른쪽으로 돌려봐.."


아.. 맞다.


"아.. 고마워요. 이제 알아서 할 테니까 먹던 거 마저 드세요. 그나저나 그거 언제 다 드실 거에요? 아직도 6개나 남으셨네."

"야.. 너도 좀 먹으라니까.."

"전 바빠서 먹을 시간 안나요. 끝나고 먹든지 할 테니까 남겨 놔요."

"식으면 맛 없다니까 그러네.."


..............

맛없어도 먹어줄 테니까 걱정 마세요.


"선배님.. 이거 돌린 다음 어찌하는 거에요?"


............

대체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 거야..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구만.."

"알아요.. 잠깐 생각이 안 나서 그렇지.."

"자 봐.. 요거 돌리고 스톱. 그 다음 이거 누르고.. 오케이?"

"아.. 맞다.. 기억 났어요. 이제 됐으니까 알아서 할게요."

"진짜 된 거야?"

"네.. 빨리 가서 드시던 거나 드시라니 까요.."


맞아.. 왜 이게 기억이 안 났을까..

오케이.. 이제 본격적으로..

...............


"선배님.. 장면을 자르긴 했는데.. 붙이는 건 어떻게 하는 거였죠?"


................




결국 선배에게 기본 작동법을 듣고 나서야..

재대로 된 작업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요령이 생기니..

작업 속도도 제법 빨라졌다.

잘하면 여유 있게 끝낼 수 도 있겠는 걸?

기분이 좋아진 채로 다시금 모니터에 집중하는 나였다.




앗.. 내가 나오는 씬 이네..

화면에서 내 모습을 보니..

괜히 민망하다.


잠깐..

근데 뭐야?

내가 나오는 씬 들만 너무 튀잖아!!


"선배님.. 이거 뭐에요?"


누워서 영화를 보고 있던 선배가..

귀찮다는 듯.. 뒤돌아 본다.


"뭐가?"

"이거요.. 왜 제 장면만 이렇게 페이드 오프 시켰냐구요."

"페이드 오프? 아.. 페이드 아웃? 그게 왜?"


.............

페이드 아웃이었나?

뭐 암튼..


"너무 튀잖아요. 그리고 왜 민성이랑 투 샷 잡아야 되는데 저만 클로즈업 한 거에요?"

"아.. 그런 거였어? 몰라.. 그냥 찍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대충 찍으면 돼지 뭘 그리 따지냐.."


그리고선 다시 등을 돌려 영화를 보는 선배..

................

으이그..

저 선배가 카메라 잡을 때부터 영 찝찝 하더라니..




후아.. 드디어 끝냈다.

시간을 보니.. 9시 ..

재영 선배가 올 시간보다 1시간이나 빨리 끝낸 것이다..


"다했냐?"


옆에서 영화만 보던 선배가 묻는다.


"네.. 한번 보실래요?"


괜시리 자랑하고 싶어졌다.


"뭐 잘했겠지. 그나저나 너 이거 빨리 먹어.."


...............

뭐야.. 후배가 힘들게 작업 했으면..

그래.. 어디 볼까? 하면서 봐주면 좀 좋아?

그놈의 도시락에 한이 맺혔구만.. 으이그..


"아.. 알았어요. 그놈의 도시락.. 도시락.."


선배가 준 도시락을 연다.


"어디 좀 봐볼까?"


그러더니 재생 버튼을 누르는 선배.

치.. 볼 거면서 튕기긴..

훗.. 놀라지나 마세요.


"어때요?"

"오.. 괜찮네.. 재대로야.."

"진짜요?"


웬일이야?

이 선배가 칭찬을 다 해주고..

나도 모르게 우쭐해진다.


"뭐.. 이 정도면 1등은 문제 없겠어.."

"진짜요? 그렇게 잘 한 거에요?"

"응.. 이거 봐. 캬.. 진짜 잘 찍지 않았냐? 나 그냥 카메라 감독할까?"


.................




그나저나 도시락을 먹어서 그런지

슬슬 잠이 온다.

긴장이 풀려서.. 피곤함도 몰려들고..

재영선배 오려면 40분은 남았으니..

잠깐 자 둬야겠다.


"선배님.. 저 30분만 잘 테니까 좀 깨워줘요.."

"어.. 그래.. 피곤해 보이네.."


바닥에 배게 하나를 놓고..

바로 잠들어 버린다.




"야.. 가자.."

"어? 선배 지금 몇 시에요?"

"어.. 10시 반.."

"네? 아.. 지금 깨우면 어떡해요.."

"재영이가 테이프 가져갔어. 너 피곤해 보인다고 그냥 자게 냅두라더라.."

"그..그래요?"


..............

뭐.. 그럼 다행이고..





다음날..

동아리 사람들이 시청각실에 모였다.

세 팀들이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고..

1등을 가리는 자리였기에..

평소엔 못 보던 여러 선배님들도 오랜만에 방문해 주셨다.


불이 꺼지고..

각 팀들이 만든 영화들이 차례로 공개 되었다.


훗.. 뭐야..

우리팀이 찍은 게 젤 낫네.

어휴.. 저 어설픈 편집하고는.. 쯔쯧..


드디어 우리 작품 차례가 왔다.

멋진 캠퍼스가 먼저 잡히고 윤아와 민성이의 걸어가는 씬을 시작으로

서서히 내가 나오는 씬을 향해 진행해 가고 있었다.


드디어 나의 장면..

잔잔한 음악이 깔린다.

잉?

웬 음악?

다들 웅성거린다.

나 음악 깐 적 없는데?

아니 깔 줄도 모르는데?


그러더니.. 내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순간엔

화면의 색감이 서서히 옅어지다가 갑자기 다시 짙어져 버린다.

그리고 페이드 아웃 되어 버린다.


헉..

뭐야 저거?


"오~~"


여기저기 탄성이 나온다..

저.. 저거 혹시..

봉구 선배가 저래 논 거야?


"지연아.. 저거 니가 한 거냐?"


옆에 앉아있던 환수 선배가 묻는다.


"아.. 아니요. 누가 저랬지?"

"그러게.. 제법이네."

"잘한 건가요?"

"애들 놀래는 거 보면 모르냐? 니들이 한 건 아닐테고.. 봉구가 했나?"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하하.. 역시 저놈이었구만.."

"네?"

"원래 저놈이 1학년 때 영화 찍는 걸 하도 좋아해서 실력이 제법 있긴 있었어. 아직 녹슬진 않았나 보네.."


...........


"근데.. 왜 하필 너 나오는 장면만 저래놨다냐?"

"그러게요.."

"하하하.. 짜슥.."


..............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난 시청각실의 불을 켜고자 어둠을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오~~~"


아..

뭐야 이번엔 또..

뒤를 돌아 화면을 본다.


헉..

저.. 저건..

............


아.. 봉구 선배..

도대체 왜 저래 놓으신 거에요..흑..


"지연아.. 어머 너 짱이다. 근데 마지막에 뭐니.. 호홍.. 웃기려고 그런 거야?"

"오.. 지연이 다시 봤어. 대단해. 하하"

"기집애.. 누가 보면 니가 주연인 줄 알겠다 얘.."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건네는 사람들..

아 쪽팔려 진짜..




화면엔..

언제 찍혔는지도 모를..

나와 윤아..태희가 밝게 웃으며 수다 떠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그 모습 위로.. 천천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주연 : 이지연.김민성

조연 : 장윤아.

감독 : 이재영

촬영 : 이재영

조명 : 조영철

마이크 : 강민규

편집 : 이지연



윤아 얼굴 어떻게 봐.. 힝..








◐ 봉구의 일기 ◑




심심하다.

지연이는 영화 다 찍었나?

밥 먹을 시간 됐는데.. 왜 연락이 없는 거야..

문자를 보낸다.


* 어디냐? *

* 동아리 방요 *

* 밥 안 먹냐? *

* 저 오늘 바빠서 밥 못 먹어요. 혼자 드세요 *

* 왜? *

* 애들이랑 영화 마무리 져야 돼요. 지금 머리 아프니까 나중에 연락해요 *


편집하나 보군.

이거 오늘 왠지 혼자 먹어야 될 거 같다.


* 그래 알았다 *


공주 식당으로 향한다.




"어이 봉구.. 어디 가냐?"


동아리 동기인 정우 녀석이 부른다.


"어.. 밥 먹으러.. 넌 어디가?"

"아.. 애들 밤 늦게 까지 촬영 한다고 해서 도시락이나 사다 줄려고.."

"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


뭐야..

저놈.. 언제부터 저렇게 선배 티를 내고 다닌 거야?

..............


"야.. 같이가자.."

"왜?"

"어.. 나도 애들 도시락 좀 사다 주게."

"오.. 웬일이냐 니가?"

"웬일은 무슨.. 나도 쏠 땐 쏜다 이 놈아.."

"하하.. 그래 가자."


지연이가 밥도 못 먹고 편집을 한다는데..

나 혼자 밥이 넘어 갈 리가 없지.




지연이건 특별히 비싼 걸로 샀다.

사실.. 애들이나 지연이가 오해 할까 봐

다 똑같은 걸로 통일하려고 했는데..

그냥 내가 먹으려고 샀다고 해 놓고..

맘 바뀌어서 지연이랑 할 수 없이 바꾸는 척 하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떠 오른 것이다.

역시 내 머리.. 아직 녹슬지 않았어. 후훗..


모처럼.. 지연이를 비롯한 후배들에게

재대로 선배 다운 모습을 보일 기회 이기에..

더더욱 신나는 발걸음으로 동아리 방을 향하고 있었다.




"야.. 왜 이렇게 조용하냐? 어? 야 너 왜 혼자야?"


문을 열고 들어서니..

지연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

설마 이것들 벌써 밥 먹으러 간 거야?

아 젠장..

괜히 사왔잖아..

근데 지연이는 왜 안 가고 혼자 있어?


근데 뭐야..

얘 지금 우는 거야?

허둥지둥 눈물을 닦는 그녀..


"아.. 애들.. 집에 갔어요. 근데 그거 뭐에요?"

"어.. 너희들 밥도 못 먹고 편집 할까 봐 도시락 좀 사왔는데.. 뭐야.. 괜히 사왔잖아.."

"연락이나 하고 사오든 가요.. 아까워서 어떡해요?"


..............

그러게..

연락이나 해볼 걸..


"그러게 말이다.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우냐?"


영화를 너무 슬프게 찍었나?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지금 울고 있구만 뭘.."


혹시 아무도 없는 거하고 지연이 우는 거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건가?


"실은.. 캠코더 저거 고장 나서 편집 못해요. 애들도 화나서 그냥 다 갔구요.."


...............

그래서.. 혼자 답답해서 울고 있었나 보네.

불쌍한 것..


"캠코더가 왜?"

"몰라요.. 테이프가 안 빠져요."

"그래? 이게 좀 오래 되서 종종 문제가 있긴 했는데.. 좀 바꾸라고 해도 말 진짜 안 듣네 짜식들..."


..............

그나저나

테이프가 안 빠지는 거면 왠지 그 문제겠구만..


오래된 캠코더라..

충격만 좀 가해지면

테이프가 열리는 연결 부분에 문제가 생기곤 했던 터였다.

캠을 들고 안쪽을 확인해 보니.. 역시나였다.


"야 저기 아래 서랍에 보면 작은 드라이버 있거든? 그거 좀 가져와 봐."


그녀에게 드라이버를 건내 받고

매번 그랬던 것처럼.. 안쪽 부분을 툭툭 건드려준다.


찰카닥..


"오케이. 됐다."

"아.. 나왔다.. 진짜.. 나왔네.. 아.. 정말.."

"어? 뭐가?"


표정이 급 환해지는 그녀..

뭐야.. 그렇게 좋은 거야?


"아... 아니에요.. 근데 어떻게 한 거에요?"


평소 답지 않게 바짝 달라붙는 그녀..

어이.. 위험해!!


"아.. 이거 가끔 안쪽 연결 부분이 꼬여서 테이프가 종종 걸려.. 근데 이거 누가 떨어트리기라도 했냐? 몇 일 전까진 멀쩡했는데.."


애들한테 조심해서 들고 다니라고

공지라도 띄워야겠군.


"고마워요 선배.. 진짜.. 아우.. 진짜 너무 고마워요."


근데 얘 왜 이렇게 좋아해?

흥분에 못 이겨 나를 껴안기라도 할 기세다.

뭐야..

별것도 아닌 거에 이렇게 난리를 치고..

캠코더 분해 조립이라도 보여주면..

아예 기절하겠네.




상태가 좀 진정되자..

방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도시락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 저게 얼마친데..

후아..

나 하나 지연이 하나 먹는데도.. 6개나 남는데..

나 세 개까진 먹는다 치고 지연이 2개 먹으라고 해도..

그래도 3개나 남네 젠장..

슬쩍 지연이에게 물어 본다.


"근데 이것들은 다 어쩌냐?"

"뭘 어째요.. 다 드셔야지.."


..................

이거 환불 안되나 혹시?




난 도시락을 먹고..

그녀는 편집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사실 내가 도와주고 싶긴 한데..

이번 영화 제작은

선배들이 절대 도와주지 말라는 특명이 내려져 있었다.


"선배님 편집 좀 할 줄 알아요?"

"어.. 근데 왜?"


설마 편집해 달라는 건 아니겠지?

미안쿠나..

맘은 굴뚝 같다만.. 도와줄 수가 없단다.


"아.. 그래요? 그럼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볼 테니까 좀 알려줘요."


오.. 다행이네.

고민할 뻔 했잖니..


그나저나 얘도..

은근히 자기 일은 철저하단 말야.

맘에 들어..


"어.. 그래 알았다.."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할 거 같았기에..

먹던 도시락을 집어 든다.


"선배님.. 이거 어떻게 시작하는 거에요?"


..................

뭐야.. 시작부터..


"너 할 줄 알긴 아는 거냐? 거기 둥근 거 있지? 그거 오른쪽으로 돌려봐."

"아.. 고마워요. 이제 알아서 할 테니까 먹던 거 마저 드세요. 그나저나 그거 언제 다 드실 거에요? 아직도 6개나 남으셨네."


.................


"야.. 너도 좀 먹으라니까.."


배 안 고픈가?

밥 먹고 해도 충분하겠구만..


"아.. 전 바빠서 먹을 시간 안나요. 끝나고 먹든지 할 테니까 남겨 놔요."


그냥 내가 도와주고 얘는 밥 먹으라고 할까?


"식으면 맛 없다니까 그러네."


쳐다도 안보는 그녀..

................

생각이 별로 없나 보군.

뭐.. 알아서 먹겠지.

다시 도시락을 집어 든다..


"선배님.. 이거 돌린 다음 어찌하는 거에요?"


...........

우씨.. 진짜로 할 줄 알긴 아는 거야?


"뭐야 아무것도 모르는 구만.."

"알아요.. 잠깐 생각이 안 나서 그렇지.."

"자 봐. 요거 돌리고 스톱. 그다음 이거 누르고.. 오케이?"

"아.. 맞다. 기억 났어요. 이제 됐으니까 알아서 할게요.."

"진짜 된 거야?"


왠지 영 찝찝한데?

그냥.. 모르면 솔직하게 얘기해..

처음부터 가르쳐 줄 테니까..


"네.. 빨리 가서 드시던 거나 드시라니까요."


그녀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도시락을 들었다..


"선배님.. 장면을 자르긴 했는데 붙이는 건 어떻게 하는 거였죠?"


에이 진짜..

결국 그녀를 앉혀 놓고 처음부터 다 가르쳐 줘야 했다.





"선배님.. 이거 뭐에요?"


영화를 보는데 그녀가 부른다.


"뭐가?"


보아하니.. 내가 찍은 장면이었다.


"이거요.. 왜 제 장면만 이렇게 페이드 오프 시켰냐구요?"


페이드 오프?


"페이드 오프? 아.. 페이드 아웃?그게 왜?"


원래 다 그렇게 하는건데..

뭐야.. 그럼 딴 장면은 다 그냥 넘어 갔단 거야?


"아.. 너무 튀잖아요. 그리고 왜 민성이랑 투 샷 잡아야 되는데.. 저만 클로즈업 한 거에요?"


그건.. 흠..

선배가 사심을 좀 담았단다..

미안해.. 후훗..


"아.. 그런 거였어? 몰라. 그냥 찍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 대충 찍으면 돼지 뭘 그리 따지냐.."


그리고선 괜히 더 따지고 들까 봐 그냥 돌아서 영화를 보고 만다..





"다했냐?"


뒤를 힐끗 돌아보니 그녀가 기지개를 펴길래.. 물었다.


"네.. 한번 보실래요?"


어디 실력 좀 볼까나..


"뭐 잘했겠지. 그나저나 너 이거 빨리 먹어."


일단은 도시락이나 좀 먹어줘라.. 응?

제일 비싼 걸 끄집어내 그녀에게 건낸다.


"아.. 알았어요. 그놈의 도시락.. 도시락.."

"어디 좀 봐 볼까?.."


그리곤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뭐.. 그럭저럭 괜찮군..

손 좀 봐줄까 했는데 딱히 안 건드려도 될만한 수준이었다.


근데 아무리 봐도..

내가 찍은 장면은 참 예술이란 말이지..

캬.. 지연이 저 표정 봐라.

여신이 따로 없구만...


..............

그나저나 이해 할 수가 없네..

지연이가 주연을 해야지..

어쩌자고 윤아가 주연을 한 거야 대체..




"선배님.. 저 30분만 잘 테니까 좀 깨워줘요.."


에고..

하루 종일 고생 하더니 피곤한가 보네..

그래 좀 자라.


"어.. 그래. 피곤해 보이네.."


눕자마자 잠들어 버린 그녀..

이쁘게도 자는군.

귀여운 것..


잠든 지연이나 계속 쳐다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잠시 할 일이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편집기 앞에 앉는다.


오랜만에..

옛 실력이나 한 번 발휘해 볼까나..





영화 상영이 끝나자 지연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선배님 뭐에요?"

"뭐가?"

"편집 그거 뭐냐구요.."

"그게 왜? 맘에 안드냐?"

"뭐.. 맘에 안드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제 장면만 너무 튀잖아요. 할 거면 전체적으로 다하던가.."

"내가 찍지도 않은 부분을 왜 건드려.. 그건 재영이가 해야지. 그리고 넌 화면빨이 별로라 효과 좀 줘야겠더라고.."

"뭐에요?"

"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리고 엔딩 크레딧 그건 왜 그렇게 해 논 거에요.. 망신스럽게.."

"뭐가?"

"몰라서 물어요? 왜 제가 주연 이냐구요.."

"에이 딱 봐도 니가 주연 이던데 뭘.."

"네?"

"아.. 아냐.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방금 저 보고 주연이라고 하신 거 맞죠? 홍홍.. 선배님도 아시는구나. 선배님이 봐도 제가 주연이긴 했죠?"

"주연은 무슨.."

"치.. 방금 주연이라고 해 놓고선.."

"뭐 먹을래?"

"고기.."

"뭐래.."

"고기요.."

"니가 쏘냐?"

"몇 일 전에도 제가 쐈잖아요."

"어젠 내가 도시락 쐈잖아. 니 차례네.."

"이씨.. 진짜로 나 스테이크 안 사줄 거에요?"

"어?"

"아.. 아녜요.. 그냥 공주 식당이나 가요."

"스테이크 먹고 싶냐?"

"아뇨.. 뭐.."

"먹고 싶나 보네. 가자 그럼.."

"진짜요?"

"어.. 가.."

"오.. 웬일이에요? 어? 선배님 근데 그쪽 아닌데.."

"중국집 할인 기간 오늘까지다.. 빨랑 와.."

"이씨.. 진짜.."




(다음편에 계속)

aa.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캠퍼스 러브 스토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2화 23.03.26 76 4 28쪽
45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1화 23.03.26 72 4 35쪽
44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0화 23.03.26 75 4 28쪽
43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9화 23.03.26 67 4 30쪽
42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8화 23.03.26 75 6 25쪽
41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7화 23.03.25 74 4 24쪽
40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6화 23.03.25 78 4 27쪽
39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5화 23.03.25 83 3 27쪽
38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4화 23.03.25 80 4 15쪽
37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3화 23.03.25 89 5 31쪽
»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2화 23.03.25 77 5 27쪽
35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1화 23.03.25 85 4 16쪽
34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20화 23.03.24 88 4 25쪽
33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9화 23.03.24 84 3 14쪽
32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8화 23.03.24 93 6 19쪽
31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7화 23.03.24 94 4 14쪽
30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6화 23.03.24 93 4 18쪽
29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5화 23.03.23 89 4 26쪽
28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4화 23.03.23 94 5 19쪽
27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3화 23.03.23 97 3 12쪽
26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2화 23.03.23 102 4 15쪽
25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1화 23.03.23 103 4 13쪽
24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10화 23.03.23 109 4 10쪽
23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9화 23.03.22 112 5 16쪽
22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8화 23.03.22 112 5 11쪽
21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7화 23.03.22 118 6 9쪽
20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6화 23.03.22 121 5 6쪽
19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5화 23.03.22 122 6 6쪽
18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4화 23.03.22 127 7 7쪽
17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화 23.03.21 132 6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