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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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리아
작품등록일 :
2023.03.19 14:37
최근연재일 :
2023.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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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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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쪽

캠퍼스 러브 스토리 제31화

DUMMY

◐ 지연의 일기 ◑




* 안 오냐? *


아침일찍 선배에게 문자가 온다.

...........


* 네. 오늘은 학교 안 갈래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요 *

* 그래? 알았다. *


.............

이불을 확 뒤집어 써버린다.




왜 일까?

뭔가 답답하다.

잠을 설쳐가며 까지 이유를 찾아 봤지만..

그나마 도달한 결론 이라곤..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뿐이다.


난..

지금..

봉구 선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다.

............




어제 봉구 선배와 윤아가 다정하게 체육관을 나와 길을 걷는 걸 본 후론..

뭔가 기운이 빠지고 아무 의욕도 생기질 않고 있다.

어제도 멍하니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보냈다.

선배가 어디냐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해 와도

받지도 않은 채 그냥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왜지?

난 선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선배가 윤아랑 다정하든 말든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젠데..


아니 오히려..

선배가 여자 친구가 생기면

가장 먼저 축하해 주고 싶었던 게 바로 나였는데..

왜?

도대체 왜?


혹시.. 내 밥 먹을 파트너를 뺐겨서?

아니면 나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 선배를 뺏겨서?

그것도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 해야 할 학업 동지를 뺏겨서?


그런 이기적인 생각들 때문에 내 기분이 이런 거라고?

나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애였어?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기분이 이렇게 우중충 한 건..

이 이유 말곤 없다.


빼앗기기 싫었고..

늘 내 옆에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 했었다.

난 늘 백마 탄 왕자님을 찾아 다니면서도..

선배 만큼은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

아주 이기적인 생각을 말이다.

내가 그런 애였던 것이다.




그래.. 그럴 순 없지.

선배는 선배고 나는 나잖아.

선배가 연애를 하든 말든..

선배만의 인생이 있는 거고

나 역시도 나만의 인생이 있는 건데..

내가 그걸 가지고 우울한 기분을 가지면 안되지.

그리고 뭐..

나도 남자친구 사귀면 되지.

뭐가 문제야..

학교에 가서 당당히 나만의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면 되는 거야.

그래.. 힘내자.

화이팅!





점심이라도 먹기 위해 공주 식당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한산한 식당.


"아줌마 저 왔어요."

"어머 이게 누구야.. 지연이네."

"네.. 잘 지내셨어요?"

"어..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아.. 죄송해요"

"아까 봉구 학생은 밥 먹고 갔는데.. 요즘은 밥 같이 안 먹어?"

"네?"

"봉구 학생이 여자친구가 생겨서 그런가?"

"네? 여자 친구요?"

"아.. 아까 어떤 귀여운 아가씨랑 와서 밥 먹고 가던데.. 여자 친구 아닌가?"


..............


"아.. 뭐.. 곧 여자 친구 될 거에요."

"아.. 그래? 어머.. 봉구 학생 능력 있네."

"그러게요."

"괜찮은 거야?"

"네? 뭐가요?"

"아.. 아니야."


.............

갑자기 굳게 마음 먹었던 결심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나..

혹시 봉구 선배 좋아하는 건가?

그렇지 않고선 이렇게 또 우울해질 리가 없는데..

아 심란해 진짜..




"어머.. 지연아 어디가?"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데.. 앞에 태희가 다가오며 말을 건다.


"어.. 그냥 책이나 보려고.."

"그래? 아 참.. 근데 너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봉구 선배랑 윤아랑 사귀기로 했나 봐."

"뭐?"


지..진짜?


"아까 경은이가 그러는데 둘이 사귀기로 했다나봐."


아..

정말 사귀는 거야?

하하..

뭐야..

왜 이렇게 힘이 빠지는 거지?


"그래? 어머.. 봉구 선배 좋겠네."


최대한 태연한 척.. 대답을 한다.


"그러게.. 그 선배 은근히 능력 좋다니까. 어떻게 꼬신 거야?"


아냐 태희야.

선배가 꼬신 게 아니라..

윤아가 꼬신 거야.

나도 이해는 잘 안 가긴 하는데..

선배가 아니라 윤아였어.

먼저 좋아라 덤빈 건.


"그나저나 지연이 넌 이제 심심해서 어쩌니?"

"응? 뭐가?"

"뭐긴.. 맨날 봉구 선배랑 그렇게 붙어 다녔는데.. 이제 선배도 가버릴 테고.."


............

그러게 말야.

정말..

나 어쩐다니?




태희와 헤어진 후..

그냥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움직이기도 귀찮고..

딱히 갈 데도 없었다.

독서나 해보려고 책을 꺼내서

자세를 잡아 보지만..

이것마저도 부질 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이젠 진짜 혼자구나.

있을 땐 몰랐는데..

없으니까 왜 이리 허전한 거야.




그래도 축하는 해줘야겠지?

뭐 아예 안 볼 사이도 아닌데

괜히 남처럼 굴 필요가 뭐 있어..

폰을 들고 선배에게 문자를 보낸다.


* 커플 되셨다면서요? 축하 드려요. *


그래도 너무 윤아만 챙기진 마시고

저도 가끔씩은 좀 챙겨주세요.

그동안 쌓은 정이 있잖아요.


* 뭔 소리야? *


선배에게 답장이 온다.

오리발은..


* 윤아랑 사귀기로 하셨다면서요? *


아.. 이런 거 물어 보기.. 정말 싫어.


* 어디냐? *


.............

뭐야.. 대답 회피하는 거야?

정말 사귀긴 사귀나 보네.


* 집이에요. *


오늘은 왠지 마주치기 껄끄러울 거 같아서

그냥 거짓말을 해버린다.


* 그래? 아쉽네. 지금 후문쪽에서 화장품 무료로 막 나눠 주던데.."


진짜?

웬일이야?

후다닥 몸을 일으켜 후문 쪽으로 향한다.

헛..

서.. 선배?


"단순하기는.."

"............"

"언제 왔냐?"

"조금 전에요."

"밥은 먹고 다니냐?"

"네.. 알아서 잘 먹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근데 너 어제부터 뭐가 그리 꿍한 거야?"

"뭐가요?"

"아니.. 그냥 뭐.. 어제부터 자꾸 이상해서.."

"별거 아니에요."

"가자. 음료수나 한잔 사 줄 테니까."

"됐어요."

"흠.. 거참.."

"윤아는 어디 갔나 봐요?"

"그걸 내가 어찌 알아?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이상한 소리야?"

"뭐가요?"

"커플 축하 한다는 둥 윤아랑 사귀냐는 둥.."

"둘이 사귄다면서요.. 소문 다 났던데.."

"뭐?"


잉?

저 표정 뭐야?


"아니에요?"

"당연히 아니지. 뭐야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녀?"


..............

뭐야.. 아닌 거였어?

정말?


"진짜 아니에요?"

"우이씨.. 내가 윤아랑 왜 사겨.."


왜 이리 흥분해?.


"뭐 사귀면 좋은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누가 화냈다고 그래? 근데.. 너 혹시 내가 윤아랑 사귀기라도 바라는 거냐? 아까부터 왜 그래 자꾸?"


..............

어휴 이 멍충이 선배..


"이씨.. 제가 언제요? 그냥 소문이 그렇게 나서 그런 거지."

"암튼 소문낸 놈.. 누군지 걸리기만 해봐."


..............

뭐 저렇게 화를 내?

윤아가 사겨 주면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암튼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

근데 나 지금 기분 좋은 거 맞지?




"오늘 술자리 있는 거 알지?"

"왜요?"

"어.. 후배 녀석 하나 재대 해서 학교 놀러 왔다더라. 술 한잔 하자네.."


.............

어째 이놈의 동아리는.. 허구한 날 술이야.


"후배 누구요?"

"어.. 정민수 라고 있어. 00학번."

"그래요? 처음 들어 보는데.."

"처음 들어봐?"

"네.. 유명한 사람이에요?"

"뭐.. 유명 하자면 유명하지. 팬클럽도 있다는데.."


................

잘생긴 선밴가보네.


"근데 술 마시러 갈 거에요?"

"뭐.. 할 일도 없는데 가지 뭐.. 넌?"

"전.. 별로 생각 없는데.."

"그래? 알았어 그럼.."


이씨..

이젠 같이 가자고도 안 하네..

뭐야.. 윤아만 있으면 된다는 거야?




..............

결국 술자리를 쫓아와 버렸다.

사실..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다.

술 한잔 하고 싶던 밤이기도 했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오게 된 것이다.


"어이구.. 지연이 왔네. 이리와 여기로 앉아."

"네.."


엉겁결에 경수 선배의 손에 이끌려 앉아 버린다.

봉구 선배는..

자리를 찾더니..

............

이씨.. 또 윤아 옆이야?

기다렸다는 듯 가방을 놓고 앉아 버리는 선배..

뭐야..

예약이라도 해 놓은 자리처럼..

칫..


"니가 지연이니?"


헛..

누구지?


"네?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반가워.. 난 정민수야. 00학번."


아.. 이 선배가 아까 봉구 선배가 말한 그 선배구나.

어휴.. 뭐 이렇게 잘생겼데..

부담스럽게 시리..




"지연이 넌 무슨 과야?"


앞에 앉아있는 민수 선배가 먼저 질문을 해온다.


"영문과에요."

"영문과? 진짜?"

"네.."

"하하 뭐야.. 학과 후배였네."

"네?"

"나도 영문과거든."

"어머.. 그러세요? 과 선배님 이셨구나.."

"어.. 앞으로 잘 지내보자. 하하.."

"네 저도 잘 부탁 드려요."

"그나저나 영문과에 이쁜애 한 명 들어 왔다더니.. 너였나 보구나."


.............


"아.. 그래요?"

"어.. 김윤경 이후로 최고의 퀸카가 등장 했다고 소문이 하도 자자해서 나도 누군가 궁금했거든."


김윤경?

설마 그 윤경 언니?


"윤경 언니요? 00학번?"

"어.. 너도 아는구나. 얘긴 들었지?"

"아.. 네.."

"진짜 안타까워.."


..................


"그러게요.."

"우리 동아리였다는 것도 알지?"

"네.."

"그럼 그것도 알아?"

"뭐요?"

"저기 봉구형이랑 사귄 거.."


..............


"네.. 들었어요"

"뭐야.. 다 알고 있네?"

"아.. 우연히 들었어요.. 안 좋은 일 있었다는 것 도요."

"그래.. 에휴 진짜.. 생각만 해도.."

"그러게요. 참 안타까워요."

"그래도 봉구형.. 요즘은 좀 괜찮아 진 거 같네."

"왜요?"

"아.. 예전엔 그 사고 이후로.. 진짜 폐인처럼 살았었거든."


..............


"선배님은.. 봉구 선배님 이랑 친했어요?"


왠지 어울리기 힘든 조합 같은데..


"아.. 뭐.. 윤경이 그 일 있고 나서 서로 위로 한다고 술을 좀 같이 마시다 보니까.. 좀 친해졌어."

"서로 위로요? 왜요?"

"어? 하하.. 그냥 그런 게 있어."


............

왜 잘 얘기 하다가 갑자기 얼버무려?

궁금하게시리..


"에이.. 말씀해 보세요. 뭐 어때요.."

"아냐.. 이건 말하기 좀 민망한 거라.. 자.. 술이나 한 잔 하자."


.............

아.. 궁금해!!

얘기 좀 해주세요 선배~

봉구 선배랑 선배님이랑 도대체 왜 서로를 위로 한 건지..

너무 알고 싶어요.. 흑..




하지만 이유를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몇 잔 건배를 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배 입에서 이야기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거 비밀이다. 애들한테 절대 얘기 하면 안돼.."

"당연하죠. 저 입 무거워요. 자 그럼 말씀해 보세요. 왜 봉구 선배랑 서로를 위로한 거에요?"

"하하.. 그게 사실.. 나도 윤경이를 많이 좋아 했거든. 근데 고백 했다가 차였어."


헐..

역시 윤경 언니 취향은..

지나치게 유별난 거였어.


"선배님이요? 왜요? 선배님 정도면 훌륭하신데.."

"하하.. 그러게 말야. 근데 윤경이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거든."


............


"봉구 선배요?"

"어.. 어찌나 봉구형을 좋아라 하던지.. 내가 고백하니까 아주 단칼에 거절해 버리더라."

"에구.. 안쓰럽네요."

"하하..어차피 과거 일인데 뭐. 그나저나 왠지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예감이 드네."

"네?"

"아냐.. 자.. 술이나 마시자."

"네.."


이 선배.. 왠지 좋은 사람 같다.

잘생긴 사람들..

뭔가 자뻑 같은 거 심해서 거부감 드는데..

이 선배는 그런 것도 없고..

뭔가 순수한 느낌이 든다.


조금만 덜 잘생겼어도..

좋았을 것을..




"야.. 정윤아.이지연 이리 와 봐."




잉?

이 목소리는?

재.. 재영 선배?


뒤를 돌아 확인해 보니..

반대쪽 테이블에서 나와 윤아에게

술잔을 들고 오라며

손짓하는 재영 선배가 있었다.

아.. 어떡해..



"너희들 뭐야? 와서 아는 척도 안하고.."

"죄송해요."


윤아와 나는 새파랗게 질린 채 재영 선배의 앞에 나란히 앉았다.

아.. 무서워 증말..


"자 한 잔들 받아."

"네.."

"니들은 내가 무섭냐?"


말이라고 하세요?


"아니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대답을 한다.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다. 자 일단 한 잔 마셔."


..............


"네.."


소주잔을 들이킨다.


"자.. 한잔 더 받어."


............


"니들이 말만 잘 들으면.. 선배는 한없이 착한 사람이야. 오케이?"

"네.."

"자.. 그럼 건배."


..............


"또요? 방금 마셨는데.."


하지만 윤아는 아무 말 없이 원샷을 한다.

치.. 기집애. 술 쎄다고 자랑하는 거야?


"나 안마셨잖아. 자.. 원샷."


으잉..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꼴통이냐고. 생긴 건 안 그렇게 생겨서 말야."


이씨.. 진짜.. 쪽팔리게..


"저 꼴통 아니에요."

"어쭈.. 너 지금 인상 쓰냐?"

"선배님.. 술 많이 취하신 거 같아요. 그만 드세요."

"뭐? 야.. 니가 뭔데 내가 술을 마시는 거까지 간섭이야?"


................


"죄송해요.."

"죄송하면 한 잔 마셔."


으아아아...

저 지금 몇 잔째인 줄 아세요?

선배님 앞에 와서 10분 만에 한 병이나 마셨단 말이에요.

이러다가 제가 선배님 보다 먼저 필름 끊기겠어요.


............

옆에 윤아는 거의 기절 직전 같았다.

그래도 얼마나 무서우면..

아무 말도 못하고 계속 주는 대로 마셔 버리고 있다.


"못 마시겠어요."


하지만 난 도저히 안되겠어서 그냥 거절해 버렸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못 마시겠다구요. 죄송해요."

"지연아 너 왜 이래?"


윤아가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나를 말린다..


"너 지금 장난해?"

"죄송해요."

"이게 미쳤나.. 야~"


고함을 치며 일어서는 선배.

갑자기 술자리 분위기가 조용해지며..

모든 시선이 나와 재영 선배에게로 쏠린다.


"너 이게 미쳐 가지고.. 어디 건방지게 선배한테 덤비고 난리야?"

"죄송해요. 전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거의 애원 하다시피 간청해 본다.


"잔 들어라.. 좋은 말로 할 때.."


아.. 누가 이 선배 좀 말려주세요.


"안 들어? 이걸 확.."


그러면서 술병을 집어 드는 선배..


"꺄~~악.."


..............


"너 뭐야?"


헛..

봉..봉구 선배?


"아.. 형님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쇼."

"이 자식이 미쳤나.. 너 정신 안 차려?"


...............


"놓으시라니까요.. 지금 애 교육중 이잖습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앉아라."

"하하.. 형님. 저 성질 건들지 마시고 나오십시요."


저.. 저기요 다른 선배님들..

뭐.. 뭐하세요.. 이거.. 말리셔야죠..

이러다 싸움 나겠어요. 흑..


"야.. 이지연.. 가방 챙겨."


봉구 선배가 나를 보며 외친다.


"네?.. 아..네.."

"아.. 진짜 형님이라고 봐 줄라고 했더니.."


퍽..

순간 재영 선배의 주먹이 봉구 선배의 얼굴을 강타했다.

헉..


"서..선배님.."

"야.. 재영이 너 왜 이래?"


그제서야 구경하던 선배들이 일어나 말리기 시작한다..

이씨.. 이제서야 말리면 어쩌란 거에요..


"아 XX 짜증나네. 형님.. 앞으로 조심하십쇼. 저.. 꼭지 돌면 눈에 뵈는 거 없는 놈입니다."


...............

아..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선배님 괜찮아요?"

"어.. 괜찮아."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는 선배..

아.. 진짜..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흑..


"어디 봐봐요. 아.. 화장지 어딨지? 좀 닦아야겠는데.."

"아냐 괜찮아. 넌 빨리 가방이나 챙겨. 집에 가게.."

"이씨.. 지금 집이 문제에요?"


왜 괜히 나서 가지고 이렇게 얻어맞는 거에요..

그냥.. 가만 있으시지..

아.. 속상해 정말..


"언능 가자. 피곤해 죽겠다."

"알았어요. 가요 그럼.."


선배를 부축해서 일으킨 후.. 가방을 챙긴다..


"어디 가십니까.. 저랑 맞짱 한 번 뜨셔야죠. 맞고서 열 받지도 않습니까?"


선배들에게 제지 당한 채..

계속 봉구 선배에게 독기를 뿜어내는 재영 선배였다.


"재영아.. 난 술 마신 놈들은 상대 안 한다. 나중에 멀쩡하면 덤벼라."


아.. 그냥 가지 또 왜 불을 붙이는 거에요..

그냥 조용히 좀 넘어 가자구요.


"하하.. 좋습니다. 내일 술 깨는 대로 달려갈 테니까 준비하고 기다리십쇼."

"그러든가.."


뭐야.. 이러면 내일 또 싸운다는 거잖아?

아.. 끔찍해 증말..







◐ 봉구의 일기 ◑




신경 쓰여서 잠도 재대로 못 잤다.

도대체 왜 집에 혼자 간 거야?

아니.. 집에 가기 전부터 연락도 한참 안 받고..

내 앞에서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던 이유가 대체 뭐냐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

급한 일을 보러 갔을 때..

뭔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선..

멀쩡히 응원하러 온 다던 애가

한 순간에 그렇게 돌변할 리가 없지.


..............

근데 도대체 그게 뭔 일인 거냐고..

아.. 궁금해 미치겠네.




그녀에게 문자 올 시간이 한참 지났다.

역시.. 어제의 일이 오늘까지도 이어지나 보다.

에휴.. 전화 안 할 생각인가?

궁금함을 못 참고

결국 내가 먼저 문자를 보낸다.


* 안 오냐? *

* 네.. 오늘은 학교 안 갈래요. 그냥 집에서 쉬고 싶어요 *


...............

그나마 답장을 하는 거 보니..

나한테 삐지고 뭐 그런 문젠 아닌가 본데..

흠.. 뭘까 도대체..




아침은 심란해서 대충 빵으로 때웠는데..

점심은 누구랑 먹나..

오랜만에 공주 식당이나 가야겠구만.


띵동~ 문자가 왔어요~♬


* 오빠.. 밥 먹었어요? *


................

윤아의 문자다.

타이밍 죽이네..


* 아니.. 지금 먹으러 가려구.. *

* 그래요? 그럼 저도 같이 먹어도 돼요?저 밥 먹을 사람 없는데.. *

* 그래라. 여기 정문 앞이다. *

* 네 곧 갈게요 *




"어라? 혼자에요?"

"어.."

"지연이는요?"

"아.. 오늘 피곤해서 집에서 쉰데."

"아.. 그래요? 어디 아픈가?"

"몰라."

"암튼 가요. 둘이 먹죠 뭐.."

"그래.."

"어디로 갈까요?"

"공주 식당이나 가자."

"공주 식당이요? 거기.. 아.. 아니에요. 가요."

"어.. 그래.."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는 식당..


"여기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아요? 와.. 자리도 없겠네."

"하하.. 원래 이 시간대가 좀 붐벼. 야.. 저기 자리 있네. 저쪽에 앉자."

"네.."

"이모~ 여기 정식 두 개요."

"어.. 그래"


손님이 많아서 인지 정신이 없어 보이는 이모..

딱히 말걸 상황도 아니어서 윤아랑 자릴 잡고 얌전히 밥만 먹고 있었다.


"봉구형?"


한참을 먹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헛.. 넌?


"야 정민수.. 너 재대 했냐?"

"네.. 하하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야 진짜 반갑네."

"저두요. 그나저나 복학 하신 거에요?"

"어.. 이번 학기에. 넌?"

"전 다음 학기에 복학 해야 돼요. 오늘은 그냥 놀러 왔어요."

"그래? 그럼 밤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 거냐?"

"당연하죠. 형도 오세요."

"그럼.. 가야지."

"근데 누구에요?"


민수가 옆에 앉아서 밥을 먹던 윤아를 보며 묻는다.


"아 인사해라. 우리 동아리 신입생 윤아야."

"안녕하세요."

"아.. 반가워.. 나 정민수라고 해."

"네.. 전 정윤아에요."

"너도 좀 있다 시간 되면 와. 술 한잔 하자."

"네 그래요."


인사를 마친 후 다시 자리로 가서 밥을 먹는 민수..


"잘생겼지?"

"저 선배요?"

"어.."

"네.. 딱 제 스타일인데요?"


................

나 좋다고 쫓아 다닌 거 아니었냐?




수업을 마치고 잔디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드디어 기다리던 지연이 에게 문자가 온다.


* 커플 되셨다면서요? 축하 드려요. *


.................

웬 헛소리야..


* 뭔 소리야? *

* 윤아랑 사귀기로 하셨다면서요? *


...............

이거 지금 나한테 보내는 문자 맞는 거야?

아니면 할일 없어서 농담 문자라도 보내는 건가?

답장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을 하며..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곤 매점쪽으로 향한다.




잉?

지..지연이?

바로 앞쪽으로 지연이가 등을 지고 앉아 있다.

뭐야..

집에 있던 거 아니었어?


..............

바로 부르려다가

장난이나 쳐 봐야겠다는 생각에..

폰을 꺼내 문자를 보낸다.


* 어디냐? *

* 집이에요 *


................

거짓말도 할 줄 아네.


* 그래? 아쉽네.. 지금 후문 쪽에서 화장품 무료로 막 나눠주던데.."


그냥 재미로 한번 보내 본다.

뭐.. 통하진 않겠지만..


하지만..

후다닥 몸을 일으키는 그녀..

결국 정문 쪽을 향하려 다가 나와 마주쳐버리고 만다.

........

뭐야..

화장품이 그리 받고 싶었던 거니?


"단순하기는.."

"............."

"언제 왔냐?"

"조금 전에요.."


어제부터 보이던 싸늘한 표정이 여전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

"네.. 알아서 잘 먹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

이거 혹시 나한테 뭔가 삐진 거 아냐?


"근데 너 어제부터 뭐가 그리 꿍한 거야?"

"뭐가요?"

"아니.. 그냥 뭐.. 어제부터 자꾸 이상해서.."

"별거 아니에요."

"가자.. 음료수나 한잔 사 줄 테니까."

"됐어요."


왠지 나 때문인 게 맞는 거 같군.

아.. 도대체 뭐가 문제냔 말야.

답답하구만..


"흠.. 거참.."

"윤아는 어디 갔나 봐요?"

"그걸 내가 어찌 알아? 근데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이상한 소리야?"

"뭐가요?"

"커플 축하 한다는 둥 윤아랑 사귀냐는 둥.."

"둘이 사귄다면서요.. 소문 다 났던데.."


헐..

얘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뭐?"

"아니에요?"


...............


"당연히 아니지.. 뭐야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녀?"

"진짜 아니에요?"

"우이씨.. 내가 윤아랑 왜 사겨.."

"뭐 사귀면 좋은 거지 왜 화를 내고 그래요?"


내가 화를 안 내게 생겼니?

니가 이렇게 오해를 하고 있는데..


"누가 화냈다고 그래? 근데 너 혹시 내가 윤아랑 사귀기라도 바라는 거냐? 아까부터 왜 그래 자꾸?"


..............

너무 화냈나?

이거 티 나겠는 걸?


"이씨.. 제가 언제요? 그냥 소문이 그렇게 나서 그런 거지.."

"암튼 소문낸 놈 누군지 걸리기만 해봐."


..............

근데 얘 표정.. 잠깐 환해진 거 같은데..

잘못 봤나?




지연이와 저녁을 먹고..

민수 녀석을 환영해 주는 술자리에 왔다.

20여명의 선후배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한바탕 술자리를 펼치고 있었다.


"어이구 지연이 왔네. 이리 와 여기로 앉아."


..............

우씨..

오늘은 지연이랑 같이 앉으려고 했는데..

경수 녀석이 낚아 채더니..

결국 옆에 앉혀 버린다.


.................

뭐야.. 앞엔 민수야?

아.. 저놈은 안돼~

왜 하필 민수 앞이냐..

저놈 앞에 앉아서 안 넘어간 여자가 없었는데..

흑..


아 참.. 윤경이는 안 넘어갔지.

그래.. 윤경이가 있었어.

하하.. 역시 윤경이~


...............

그럼 뭐해..

쟤는 윤경이가 아닌데..

아.. 짜증나..

지연이 저거 민수한테 홀랑 넘어가는 건 아니겠지?


심란한 마음으로 앉을 자리를 찾는다.


"선배님.. 여기로 오세요.."


헛.. 윤아?

윤아가 옆자리에 가방을 치우더니.. 오라는 손짓을 한다.


"어.. 그래.."


일단 앉긴 했지만..

술자리 내내..

지연이와 민수의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던 나였다.




...............

뭘 저렇게 다정스럽게 얘기하는 거야..

처음 본 애들끼리..

암튼 민수 저 녀석..

여자 꼬시는 거 하나는 타고 났다니까..

그래도 한땐 형님 형님 하면서 따르길래 잘해 줬더니..

이제 와서 배신을 해?

니 형수님 될 사람이다 이놈아.

그만 좀 찝쩍대!

.............





"야.. 정윤아.이지연 이리 와 봐."


이건 또 뭐야?

재영이 놈이 윤아와 지연이를 부른다.

...............

아니..

나도 안 하는 짓을..

2학년인 놈이 건방지게..


"어머.. 어떡해요 오빠? 재영 선배가 오래요."


윤아가 잔뜩 겁을 먹은 채로 내게 얘기한다.

.............


"어쩌니.. 오라는 데 가야지."


미안하다 윤아야.

이 선배가 나서서 막아주고 싶은데..

솔직히 나도 저 녀석은 좀 무서워...

재영이 생긴 걸 봐.

화나면 선배고 뭐고 그냥 주먹부터 날릴 놈 이라니까.

미안해.

이 선배가 나중에 맛있는 걸로 대신 할께.


"힝.. 그래도.."

"괜찮아. 재영이.. 니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무서운 놈 아냐."

"그럴까요?"

"응.."


그나마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를 건낸 후..

그녀를 보낸다.

미안해..




결국 윤아.지연이가 재영이 앞에 앉는다.

그리곤 내 옆으로 술 잔을 들고 민수 녀석이 앉는다.


"형.. 한잔해요."

"어.. 민수 왔구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하하.. 잘 지냈지."


대화를 하면서도 내 시선은 힐끔힐끔 지연이 쪽을 주시했다.


"괜찮죠?"

"뭐가?"

"윤경이요. 이제 잊었냐구요."


...............

너만 아니었으면 생각도 안 났어 이놈아.


"어.. 괜찮아 이제.. 하하"

"다행이네요. 자.. 한잔해요."

"그래.."

"근데 형.. 쟤 어때요?"

"어? 누구? 윤아?"

"아뇨.. 지연이.."


..............

아.. 제발 민수야..

지연이는 놔 줘.


"왜?"

"아니 그냥.. 애가 이쁘고 싹싹한 거 같아서.."


..............

이쁘긴 해도.. 니가 좋아라 할 성격은 아닐텐데..


"싹싹하진 않지.. 싸가지가 좀 없다더라."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래요? 아까 얘기하다 보니까.. 착한 거 같던데.."

"뭔 얘기 했는데?"


궁금해서 넌지시 묻는다.


"아.. 뭐 별 얘긴 아니었어요."


.................


"싱겁긴.."

"쟤 한번 꼬셔 볼까요?"


헉...

아.. 안돼!

왜 너까지 이러니..

안 그래도 힘든데..


"그러든가.."


아.. 이렇게 밖에 얘기할 수 없는 현실이 싫다.


"흠.. 근데.. 될란가 모르겠다."

"어? 왜?"

"왠지 거절 당할 거 같아요. 예전에 윤경이 때처럼.."

"뭐?"


뭔 소리야..


"그냥 느낌이 그래요. 이번엔 좀 천천히 지켜 보다가.. 대쉬 해야겠어요."

"그러냐? 하하.. 뭐 그러든가 그럼.."

"네.. 한잔해요.."

"오케이. 자 원샷~"

"근데.. 형 왜 이렇게 갑자기 신났어요?"

"어? 내가? 아.. 아냐.. 아무것도.."


...............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꼴통 이냐고.. 생긴 건 안 그렇게 생겨서 말야."


..............


아.. 저.. 저 재영이 녀석 진짜..

으...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저 꼴통 아니에요."


아.. 불쌍한 지연이.. 흑..


"어쭈.. 너 지금 인상 쓰냐?"

"선배님 술 많이 취하신 거 같아요. 그만 드세요."

"뭐? 야.. 니가 뭔데 내가 술을 마시는 거까지 간섭이야?"


................


"죄송해요."

"죄송하면 한잔 마셔."


저..저놈 저거..

애를 잡을라고 작정을 했군.


"못 마시겠어요."


그래 지연아.

잘했어!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못 마시겠다구요. 죄송해요.."

"지연아 너 왜 이래?"

"너 지금 장난해?"


헛.. 재영이 저 놈 왠지 심상치 않은데?

저러다 때리기라도 하는 거 아냐?


"죄송해요."

"이게 미쳤나.. 야~"


헐.. 결국 승질을 내버리는 재영이..

나 뿐만 아니라 술자리의 모든 시선이 재영이를 향한다.


"너 이게 미쳐 가지고.. 어디 건방지게 선배한테 덤비고 난리야?"

"죄송해요. 전 더 이상 못 마시겠어요."


이거 아무래도 내가 가서 말려야겠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갑자기 나보다 먼저 민수가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저거 말려야죠.. 애들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

아.. 안돼.

당황한 나머지 민수의 팔을 붙잡고..

황급히 자리로 앉힌다.

넌.. 안된다.

절대..

절대 지연이 앞에선 안돼!


"왜요?"

"놔둬.. 내가 갈 테니까.."

"네?"


결국 내가 재영이 쪽으로 다가갔다.

헛..

그나저나 저놈 뭐야..

순간 재영이는 술병을 집어 들고 있었다.


"꺄~~악.."


후다닥 달려가

겨우 재영이 팔을 붙잡았다.


............

얘 미친 거 아냐?

이걸 진짜로 지연이한테 내리 칠려고 했던 거야?


"너 뭐야?"

"아.. 형님 왜 이러십니까.. 이거 놓으십쇼.."

"이 자식이 미쳤나.. 너 정신 안 차려?"


재영이 이 녀석..

눈까지 풀린 게..

술이 상당히 많이 취한 거 같았다.


"놓으시라니까요. 지금 애 교육중 이잖습니까.."

"좋은 말로 할 때 앉아라."


아.. 젠장..

생전 안 하던 거 하려니까 너무 떨리네.

하지만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서..

최대한 태연한 듯 한 말투로 얘기를 해야 했다.


"하하.. 형님.. 저 성질 건들지 마시고 나오십시요."


.................

아..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무섭다.


"야.. 이지연 가방 챙겨."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란 생각만 들 뿐이었다.


"네? 아.. 네.."

"아.. 진짜 형님이라고 봐 줄라고 했더니.."


헛..

뭔가 번쩍 하고..

빛이 스쳐간 느낌..

퍽..

순간 재영이의 주먹을 맞고 자리로 쓰러져 버린다.


헉..

나.. 지금 맞은 거야?


"서.. 선배님.."

"야.. 재영이 너 왜 이래?"


다른 사람들이 드디어 말리기 시작한다.

.................

좀 일찍이나 말려 주든가.. 젠장..


"아 XX 짜증나네. 형님.. 앞으로 조심 하십쇼. 저 꼭지 돌면 눈에 뵈는 거 없는 놈입니다."


..............

저 놈.. 저러다 사람 잡겠네.


"선배님 괜찮아요?"

"어.. 괜찮아."


아.. 지연이도 보는데 이게 뭔 망신이야.

젠장할.. 젠장할..


"어디 봐봐요. 아.. 화장지 어딨지? 좀 닦아야겠는데.."


...............

지연아 미안쿠나.

선배가 못난 모습 보여서..

이럴 땐 멋지게 저 재영이 녀석 면상에 주먹을 한방 날려줘야 되는 건데..

.................


"아냐 괜찮아. 넌 빨리 가방이나 챙겨. 집에 가게."

"이씨.. 지금 집이 문제에요?"


제발 집에 좀 가자고..

여기 더 이상 쪽팔려서 못 있겠어.

그리고 저 놈도 무섭고..


"언능 가자. 피곤해 죽겠다."

"알았어요. 가요 그럼.."

"어디 가십니까.. 저랑 맞짱 한 번 뜨셔야죠. 맞고서 열 받지도 않습니까?"


...................

열 받는다 이놈아.

맘 같아선 널 실컷 패주고 싶은데..

근데..

너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니까..

무섭잖냐..

니 얼굴에 지금..

살기 느껴지는 거 아니?


"재영아 난 술 마신 놈들은 상대 안 한다. 나중에 멀쩡하면 덤벼라."


그래도.. 품위 유지는 해야 했기에..

맘에도 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

그래.. 술 취해서 그런 거겠지.

설마.. 맨 정신에도 선배한테 덤비겠어?

내일 되면 아무것도 기억 못 할 거야.

그렇지 재영아?


"하하 좋습니다. 내일 술 깨는 대로 달려갈 테니까 준비하고 기다리십쇼."


...............


"그..러든가.."


나 이러다가 내일 되면 죽는 거 아냐? 흑..



겨우 겨우 가방을 챙겨..

술집을 빠져 나온다.






"괜찮은 거에요 진짜?"

"어.."

"봐봐요. 아.. 이거 흉지겠네."

"괜찮아."

"그러게 왜 쓸데없이 나서서 험한 꼴을 당해요?"

"너희들 그렇게 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만 있냐?"

"치.. 그래도.."

"내가 원래 불의를 보면 못 참아."

"앞으론 참아요 그냥."

"어떻게 참아.. 그건 남자가 할 짓이 못되지."

"그냥 참아요. 보니까 참는 게 선배님을 위한 거에요"

"너 지금 나 무시하냐?"

"무시하는 게 아니라 선배님 생각해서 그런 거에요. 싸움도 못 하시드만.."

"우이씨.. 오늘은 재영이가 술이 취해서 가만 둔 거지.."

"그럼 내일 아침에 맞짱 뜨시면 되겠네요."

"어? 어.. 뭐 그래야지. 죽었어 그 놈."

"겁나세요?"

"겁나긴 무슨.."

"겁나시면 말해요. 제가 경찰에 신고해 드릴게요."

"겁나긴 누가 겁나.. 저런 녀석은 한 주먹이야."

"에휴.. 선배님도 참.."

"왜?"

"아니요 그냥.. 남자들은 왜 그렇게 주먹 자랑에 목숨 거는지 이해가 안 돼서요."

"..............."

"그나저나 윤아는 집에 잘 갔을까요?"

"윤아?"

"저만 나왔잖아요. 윤아는 어쩐데.."

"아.. 그러게.."

"걱정 안돼요?"

"어? 아.. 뭐.. 걱정은 되지.."

"그럼 가서 데리고 나와요."

"나보고 저길 또 가라고?"

"왜요? 재영 선배 무서워요?"

"무섭긴 무슨.. 그냥 다시 가기가 귀찮아서 그래."

"치.. 바로 저긴데 뭐가 귀찮아요. 무서운 거 맞네 뭐. 데리고 나오려면 같이나 데리고 나오든가."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아깐 워낙 정신이 없어서 너 밖에 안 보..."

"네?"

"아.. 아냐.."

"암튼.. 고마웠어요."

"어.. 아.. 아냐. 뭐 별거라고.."

"나중에 술 한 잔 쏠게요."

"그래라. 야 근데 너 아까 민수랑 뭔 얘기 했냐?"

"민수 선배랑요?"

"어.. 뭐 한참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 같던데."

"아.. 그거.."

"어.."

"비밀이죠 당연히.."

"..........."

"알고 싶어요?"

"됐어. 어차피 말 안 할 거잖아."

"그건 그렇죠.. 그럼 선배님은 윤아랑 뭔 얘기 했어요?"

"나? 나야 뭐 별 얘기 안했는데?"

"그래요?"

"왜? 궁금하냐?"

"아니요. 전혀.."

"우리 서로 교환할까?"

"뭘요?"

"서로 한 얘기.."

"안 궁금하다니까요."

"궁금해 보이는데?"

"전혀 안 궁금해요. 전혀.. 어차피.. 어? 저거 뭐야?"

"응? 뭐가?"

"선배님 나 저거 사줘요."

"뭐? 저 핫도그?"

"네.. 저거 언제 생겼지?"

"그러게.. 처음 보네. 가자. 하나 먹어보지 뭐.."




아침 일찍..

지연이가 아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 아.. 봉구 형님. 저 재영입니다. *


헉.. 이 녀석 진짜로 맞짱 뜨려고 이러는 거야?


* 어? 어.. 왜? *

* 민수한테 어제 밤 일 들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필름이 끊겨서 그만.. *


................


* 짜슥.. 안 그래도 너 술 취한 거 같더라. 앞으론 조심해 임마. 여자애들 그만 괴롭히고.. 특히 지연이.. 알았냐? *

*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

* 오냐.. 아.. 재영아. *

* 네.. 형님 *

* 형이 너 사랑하는 거 알지? *

* 아.. 하하.. 저도 사랑합니다. *


전화를 끊고..

상쾌한 기분으로 지연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 재영이는 내가 확실하게 교육 시켜 놨다. 앞으로 다시는 너희들 안 건드릴거야. *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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