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소년은 기억이 있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다.
온몸이 찢기는 듯한 통증을 항상 인내해야 했으며,
제대로 된 의원조차 없는 산골 마을에서 천덕꾸러기로 자라야 했다.
소년은 지독한 고통에 죽음을 갈망해 왔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주던 누이가 있었기에.
하지만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었다.
혼례를 치르러 떠난 누이가 혼수상태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평생을 희생한 누이를 위해 모진 말까지 해가며 떠나보냈건만.
돌아온 것은 초주검이 된 누이였다.
분명 마을 자경대의 대장 왕삼 아저씨는 좋은 혼처라고 했을진대.
왜 여기 이렇게 누워 있소.
떠나기 전 배시시 웃는 누님의 얼굴은 참으로 따사로웠을진대.
어찌하여 이런 모습으로 돌아왔냐 이 말이오.
어찌하여···, 숨은 쉬고 있는데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이오.
소년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는 누이를 업어 매었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말을 듣지 않는 허벅지를 퍽퍽 내려치며 걸었다.
마을 어른들이 당장 꺼지라고 했다.
이유는 모른다.
소년도 이 상황이 정상이 아니란 것은 안다.
남아 있다면 절대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라는 것 또한.
병약한 그가 억지로 버티어봤자 누님과 함께 더욱 험한 꼴을 당할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묵묵히 떠났다.
마을 사람들의 비수 같은 말들을 뒤로하고.
소년은 누이를 업어 맨 채 하염없이 걸었다.
가진 것 없는 그는 걷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누이를 하늘로 떠나보내지도,
그렇다고 누이를 살릴 수 있는 방도도,
그 무엇도 없었다.
노을 진 하늘 아래 달래꽃 한 무더기가 보였다.
“누님이 그렇게 좋아하는 달래꽃 한 송이 건네주지 못했..구나.”
비참하고도 자조 어린 목소리가 메마른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멈칫-
그 사이에 은은하게 빛을 내는 무언가가 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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