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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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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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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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하하, 이것 참.

DUMMY

쿵쿵.


“소류! 안에 있는가?”


소류는 그를 찾는 소리에 읽고 있던 산해진경을 혼원마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보름 가까이 그는 마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연교는 공부에 삼매경인 그의 수발을 잠깐씩 들면서 마차 위를 지켰다. 이따금 금진이 찾아올 때에만 마차 안으로 들어가 소류를 지켰다.


“들어오시지요.”


“하하, 자네에게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네.”


금진은 일전에 소류를 데리고 교류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교류회 정도로는 소류가 만족할 리 없었고, 다급해진 그는 호언장담과 함께 비밀스러운 교류회를 찾아 나섰었다.


“이번에 말야, 만금장에서 주최하는 교류회가 있다네.”


“만금장이라면 마륭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상단이 아닙니까?”


오목현에 있는 만금장은 하나의 지부일 뿐이지만, 현 내 최고의 상단이다. 그들이 주최하는 것이라면 아무나 참여할 수 없을 터.


소류는 금진을 묘한 눈으로 바라봤다.


금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씨익 웃었다.


“내 자네에게 한 호언장담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조금 했네. 하하하. 게다가 자네도 교환을 할 만한 물건들도 있는 듯하고.”


확실히 소류의 연단 실력을 알아본 금진은 그가 좋은 품질의 영단들을 챙겨 참가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금형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단단히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흐흐, 기대하지.”


금진의 어깨를 한껏 추켜올린 자신만만한 모습에 소류는 기대가 되었다.



밤, 술시(戌時, 오후 7시에서 9시).


소류는 연교, 금진과 함께 큰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문이 열리고 내부를 살피자 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호위를 대동하고 참석해 있었고 몇몇은 무인으로 보였다.


9명.


만금장이라는 명성에 비해 적은 숫자였다.


허나 소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번 교류회에서는 사람만 많고, 물건은 형편없었지.’


그러나 이들은 저마다 풍기는 기세가 일반적인 상인과는 달랐다. 일종의 권태마저 느껴질 정도의 여유와 고급진 비단으로 만든 의복이 그들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오, 금진 왔는가?”


그중에서 금색의 비단옷을 입은 후덕한 노인이 금진을 반겼다. 그는 깊이가 느껴지는 두 눈에서 자신의 지위와 권력에 대한 자신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어르신, 제가 조금 늦었군요. 여기 이 친구는 이번에 만난 친구입니다. 수준급의 연단사입니다.”


“금진 자네가 데려왔다니 기대가 되는군. 마침 교류회를 시작하려던 참이니 편히 앉으시게.”


그는 소류를 잠깐 훑어보고는 관심을 거두었다.


금진이야 혜중원에서 애지중지하는 제자라 대우를 해줬지만, 그가 데려온 사람인 평범한 외양의 소류에게는 일절 관심을 주지 않았다.


수준급의 연단사라고는 하는데 나이부터가 어리지 않는가? 연단사는 실력을 기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금진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이다.


소류는 자신에 대한 무관심에도 신색을 유지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교류회에 나올 물품이지, 누구에게 잘 보이고 친해지는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기에.


자신을 관찰하는 시선을 여럿 느꼈지만, 소류는 태연하게 착석하고 연교를 시켜 옆에 목함을 쌓았다.



“그럼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으니 교류회를 시작하지요.”


금진을 반긴 노인이 모임을 주최한 모양이다.


“일단 저부터 간단하게 시작하겠습니다.”


노인은 호위를 시켜 보자기로 뒤덮인 상자를 가져왔다.


“이건 어렵사리 구한 영물입니다. 아직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서 사나우니, 혹시라도 데려갈 사람은 조심해야 할 겁니다.”


호위가 덮개를 거두자, 쇠로 된 우리 속 매 한 마리가 자태를 드러냈다.


꾸룩- 꾹꾹-


신경질적으로 발목에 달린 구속구를 쪼고 있는 매는 푸른빛의 깃털과 눈동자를 가졌으며, 꽁지와 부리는 황금색으로 고고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오! 청금매로군!”

“황금색이 짙은 걸로 보아 혈통도 좋은 놈이겠어.”

“한 번 주인으로 인정하면 죽을 때까지 충성하는 영특한 놈이라지?”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키워야 하는데 이미 성체가 아닌가?”


영롱한 푸른빛을 내는 영물의 등장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청금매는 천 리를 떨어져 있어도, 주인을 찾아오는 영특한 놈입니다. 비록 성체라 하나, 누군가는 길들일 수 있겠지요.”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금자 만 냥은 어떻습니까?”


수척한 인상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는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청금매를 감상하고 있었다.


“하하, 금자 만 냥이면 값은 충분하지요. 허나 저도 돈이 모자라는 편은 아닌지라, 이왕이면 진귀한 보물과 교환하고 싶군요.”


금자 만 냥을 부른 사내는 혀를 차며, 호위를 일러 물건을 가져오게 시켰다.



금자 만 냥.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다.


오목현에서 금자 만 냥이면 거대한 장원을 사고도 남았다. 이들의 씀씀이는 소류도 살짝 놀랄 정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교류회는 활기를 더해갔다.


저마다 진귀한 물품을 꺼내며 금전으로 팔기도 하고, 교환을 하기도 하였다. 소류는 마음에 차는 물품이 나오지 않아 잠자코 지켜보았지만, 견문을 넓힌다 생각하고 여유 있게 관전했다.


‘오목현에 생각보다 부자가 많았군.’


근처 청란산맥에서 영초와 영물을 수급하기 좋은 만큼, 많은 상단이 있었고 이들은 그중에서도 잘나가는 이들일 터였다.



“저는 이 금모침을 내놓겠습니다.”


금진의 의기양양한 어투에 모두가 주목했다.


“이 금모침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대단한 신수의 갈기털로 연마했다고 합니다.”


“신수?”


전설상에서나 등장하는 신수 얘기에 모두의 얼굴에서 흥미가 감돌았다.


“아쉽게도 그 신수의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 금모침은 기의 전도율이 매우 높은 의료용 침입니다. 기를 활용하면 이렇게···.”


금진이 금빛으로 빛나는 바늘에 기를 불어넣자 기에 따라 모양이 변형됐다. 동그라미 모양을 그렸다가 마지막엔 꼿꼿이 세워 장침으로 바꾼 금진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할 수 있지요. 분명 기물(奇物)임이 틀림없습니다. 이걸 팔았던 사람도 굉장히 아까워했더랬지요. 가치가 높은 서적이나 영약을 원합니다.”


“거, 바늘은 의료용 도구로 적절해 보이네만, 자네도 의술을 하지 않는가. 굳이 되팔 필요가 있는가?”


여기서 의술에 관련된 이는 금진이 유일했다.


금진은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결국 실토했다.


“저도 그걸 생각하고 구매했지만···, 어떻게 된 것이 집중해서 바라보면 어질어질한 느낌을 줄 때가 있어서 의술에는 적절치 않았습니다.”

“그래?”


결국 금진의 설명에 모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한 신수의 갈기털이라지만 그 내력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쓸모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신기한 장난감 정도? 그것도 하자가 있는.


“구매하실 분은 없으신가요?”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금진이었다.


소류는 금진이란 놈이 신기했다.


‘귀한 물건이라고는 하나 이들에겐 전혀 필요 없는 물품을 가지고 오다니···.’


총명한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금형, 그 금모침은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요.”


처음으로 소류가 입을 연 상황이라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흐음···. 보상은 명안단으로 치르겠습니다.”


“명안단? 그 눈에 좋다는?! 오오. 그거라면 나도 꼭 필요한 영단 중 하나지. 좋아! 그렇게 함세. 다만 수량은 충분하겠는가? 명안단은 마음에 들지만, 값을 치르려면 수량이 적잖게 있어야 수지가 맞을 거 같군.”


소류는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겐 막대한 양의 명안단이 있었다. 효과를 거의 보이지 않는 지금도 꾸준히 연교와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금진의 몫으로는 충분히 치를 수 있었다.


“자, 여기 명안단입니다. 만족하실 만큼은 될 겁니다.”

“오! 자네 덕에 체면치레는 하겠구만.”


명안단은 기실 귀한 영단이라고는 하나, 여기 모인 이들이 아예 구하지 못할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오! 실력이 좋은 연단사라더니, 영약이나 영단을 많이 가지고 계신가 봅니다.”

“으음? 그럼 거기 있는 목함에 든 것이 전부 영단이란 말인가?”

“명안단이 그리 많이 있을 정도였으면 내가 살 걸 그랬군.”


그렇다.


소류가 쌓아 놓은 목함들이 전부 영단이라 했을 때,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


여기 참가한 거물들에 부끄럽지 않은 재력을 겸비했다는 뜻이 된다.


특히 명안단 같은 높은 수준의 영단이라면 다른 것들도 충분히 기대함 직했다.


금진은 소류가 마음을 바꿀세라 서둘러 명안단을 챙겼다.



“하하, 명안단은 이 금형에게 넘긴 것이 다지만, 여러분들께는 다른 것을 내걸도록 하지요.”


특히나 두어 명의 무인들은 소류가 다른 것을 꺼낼 거라는 말에 귀를 번쩍였다.


“으음, 나는 영약 쪽을 봤으면 하는군.”


교류회에서 말을 잘 꺼내지 않던 무인도 덩달아 나설 정도였다.


“일단 무인분들께 효과를 볼 만한 건, 여기 철심단과 호원단, 염양환이 있습니다.”


“으음 내공 증진의 영약은 아니군. 그래도 염양환이면 양기를 중심으로 수련하는 나에게 필요하긴 하지.”


무인은 약간 실망하긴 했으나, 소류가 들고 온 영단들은 비상용으로 챙겨두기 쏠쏠했다.


“대협들께는 무공서, 영초를 위주로 받겠습니다.”


무인이라고 해서 모두 무공서를 목숨처럼 여기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독문무공의 무공서와 신공절학인 비급과 내공심법서는 그러할 만했지만, 보조적인 성격을 띠는 간단한 무공서도 있었다.


즉, 적당한 수준의 무공서는 이렇게 거래로써도 활용되었다.


“이건 적엽비(赤葉飛)라는 무공일세. 붉은 낙엽이 몰아치는 듯한 암기술이지. 이걸로 교환하고 싶군.”


현령부의 흑색 인장이 찍힌 무공서였다.


백-흑-은-금의 순서로 무공 등급을 현령부에서 보증해 주는 인장이다.

어설픈 무공은 백색의 인장조차 받지 못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꽤나 괜찮은 무공서라 할 수 있었다.


“으음. 대신 대량의 영단으로 값을 치렀으면 하는군.”


소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소류 자신이 쓰지 않는다고 해도, 연교가 익혀도 되었고 안 되면 팔아치우면 그만이다.


어찌 됐든 단가를 생각해서도 소류의 이득이었다.


물론, 원가를 고려한 비용으로 말이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그렇게 진행된 교류회는 점차 흥이 달아올랐다.


“이것 참, 이런 분위기에 나도 아무거나 내놓을 순 없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팔 길이쯤 되는 길쭉한 목곽을 꺼냈다.


사실 교류회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는 인맥을 쌓고, 또 보유한 보물을 통해서 자신의 건재함과 부를 두루두루 인정받는 것에도 있었다.


이들에겐 명성조차 금으로 바꿀 자본이 있었으니 말이다.


달칵-


목곽의 뚜껑을 열자, 솜털이 일 듯한 날카로운 예기(銳氣)가 목곽에서 사방으로 뻗쳐 나왔다.


“흡!”

“으읏!”


무인들은 뜬금없는 예기에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호위 무사들도 덩달아 칼을 반쯤 뽑았다.


연교는 소류를 보호하기 위해 가까이 붙은 상태였다. 소류조차 일순 긴장했을 정도이니.


그 순간의 예기는 모두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하, 이것 참.”


노인의 능청스러운 웃음소리가 모두의 귀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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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하하, 이것 참. +5 23.06.06 2,731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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