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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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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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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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터지기 시작하는 재난(3)

DUMMY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수십 명의 기자들이 들고 있던 카메라에서 일시에 플레쉬가 터져나갔다.


그런 카메라가 향하고 있는 구심점에 서 있는 두 남자.


한 사람은 전형적인 동양인 남성.

다른 한 사람은 금발의 푸른 눈을 한 백인 남성이다.


공통점은 둘 다 190에 가까운 체구에 근육질의 사내들이라는 것.

흰 티셔츠의 반 팔 소매 밖으로 튀어나온 이두박근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같이 불끈거리고 있다.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터져 나오는 플래쉬의 불빛 앞에서 두 남자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선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드디어 토니 류 상과 티모시 상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리포터.

감격에 겨운 듯, 입을 뗀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다시 우레와 같은 환호를 보내고 있는 군중.


“류상! 류상!”

“티모시상! 티모시상!”


공항이 떠나가라 그들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한순간 리포터의 목소리가 묻혀 버렸다.


두 손을 들어 답례를 한 두 남자.


그들 앞의 양쪽에는 수십의 보디가드들이 늘어서 있다.



“일본이 낳은 토니 류 상은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자랐지만, 한번도 자신이 일본인임을 잊은 적이 없었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식상한 멘트를 날리며 눈물짓는 리포터.


그의 주변 여기저기에서도 카메라 앞에 선 수많은 사람들이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일본뿐 아닌 전 세계로 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개인 너튜버들도 한참 생방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러분. 잘 보고 있죠, 예? 내가 저놈들을 끝까지 따라댕기믄서 이게 다아 조작된 거라는 걸 보여주겠심더. 예?”


“뭐, 뻔하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정부가 벌이고 있는 건, 현 수상인 히가시데 때문이죠. 딴 거 없어요. 차 속에서 신인 여배우하고 옷 홀딱 벗고 그 지랄하는 게 파파라치한테 다아아 찍혔다는 거!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그거 덮으려고 나랏돈 쓰면서 이 지랄 하는 거죠. 뭐.”


벌겋게 오를 대로 오른 얼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악을 쓰는 최고조로 흥분된 표정.

최고의 시청자수와 조횟수를 기록할 호기를 놓치면 뭐다?


공항을 빠져나온 토니 류와 티모시가 차량에 오르기 전 잠시 기자들 앞에 섰다.


“거대 괴조 출현으로 후쿠시마현 전체에 항공기 비행이 폐쇄된 상황에서도 굳이 후쿠시마 공항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리포터의 말에 토니 류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쿠시마현 상공에 비행을 금지한 건 전혀 불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이크를 그의 얼굴 가까이에 바짝 들이대는 여성 리포터를 그가 느긋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이번 괴생명체의 출현은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아공... 아! 정정하겠습니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그가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을 흘렸다.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후쿠시마에 원전 사고로 인해 사소한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하찮은 일로 변종 생물이 출현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명체를 촬영한 분들이 남들의 시선을 받고 싶은 생각에 오바스러운 주장을 하고 있다....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친 또라이들이 관종 짓거리 한 거라 그 말이죠?”


기자들에게 밀려나 뒤에 서 있던 한 개인 너튜버 사내가 악을 쓰는 소리가 토니 류의 귀에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토니 류가 시선을 돌렸다.

눈을 거슴츠레하게 뜬 30대 사내가 입술을 굽힌 채 히죽거리는 웃음을 날리고 있다.

그런 그를 보고 토니 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죠.”


묵묵히 통역을 통해 듣고만 있던 티모시가 입을 열었다.


“토니 류와 저는 괴생물체를 찾아 전 세계를 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제보만 얻게 된다면 오늘 안에도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에 환호하는 기자들과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수십, 수백의 관중들.


“괴생물체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까?”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한 리포터가 물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때에도 악어 주둥이를 한 들개가 잡히지 않았습니까? 물론 우리 같은 사람들의 손에 일찍 제거되어 일반인들은 볼 기회가 없었을 테지만요.”


“혹시...”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의 옆에 서 있던 한 리포터가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습니다.”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토니 류가 그의 말을 잘랐다.


“만약 한국에서 말입니다. 서울 상공에 괴조가 나타나면 가서 도와주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그의 질문에 잠깐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보이던 토니 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주도... 제주도를 일본에 넘기겠다고 한다면,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와아아아!!”

“토니 류! 토니 류!”

“일본의 진정한 영웅!”


자신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미 진작에 껐다는 듯.

가만있는 다른 나라에 생기지도 않은 불행을 얹혀놓고 자신들의 우월감을 높이는 그들의 애국심은 점점 더 고조되어만 갔다.


드디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손을 든 두 사내가 마침내 차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사라져가는 차량의 뒷모습을 성조기와 일장기가 뒤덮고 있었다.




“저 두 사람, 꽤 강해 보이는데요?”


차량이 방금 사라진 화면을 댄이 가리켰다.


“뭐, 꽤 오랫동안 시카고 아공간을 들락거렸던 놈들이니 S급은 넘겠지?”


“미국도 급한 상황 일텐데..”


“급하지. 하지만, 이번에 일본이 이 일을 빨리 수습하지 못하면 외계 생명체에 대해 전 세계가 다 알게 되니까. 그 일은 막아야지.”


“방송에서 말한 그 괴조는....”


“사람들이 본 게 맞아.”


댄을 흘끗 본 존이 낮은 침음을 흘렸다.


“나도 처음 보는 거라 뭐라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포스럽더군. 저 두 헌터가 잘 해결해야 할 텐데....”


무릎 위에서 눈을 감고 골골거리는 레오를 쓰다듬던 댄이 슬며시 녀석을 들어 옆에 내려놓았다.


“댄, 멀리 가진 말고 기다려. 20분 후에 시카고 아공간으로 소환될 거야.”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켠 그가 존에게 고개를 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소에서 몸 좀 풀어놓으려고요.”


“참!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가는 댄을 존이 다시 불렀다.


“아공간에서 몬스터를 잡는대로 마석 다 챙겨가지고 와. 그거 이제 다 우리 재산이야.”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린 댄의 입꼬리가 위로 구부러졌다.


“아무리 급해도 먼저 죽인 놈 마석부터 챙기고, 가능하면 떨거지들은 거기 애들에게 맡기고 큰놈들만 상대해.”


그의 말에 댄이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말야....”


존의 눈빛이 바뀌는 것을 감지한 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일본 헌터 협회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건가?”


“....흐음...”


손가락으로 턱을 긁던 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원래 자국은 자국민의 힘으로 지키는 거라고 충고해 줘야죠.”


시크한 표정으로 대답한 그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닫힌 문을 흘끗 본 존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개를 돌린 그가 다시 티비의 채널을 돌렸다.


일본 티비 방송국은 모두 긴급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높은 고음으로 쨍쨍하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젊은 여성 앵커.


“토니 류상과 티모시상은 이제 마지막으로 괴조가 목격된 곳인, 후쿠시마현의 반다이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녀의 뒤에 있는 커다란 화면 안.

수십 대의 드론이 상공에서 두 헌터가 탄 차량의 뒤를 따르고 있다.


”토니 류상과 티모시상이 어떤 무기로 괴조를 잡을 것인지 모든 시민들은 티비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역에 나가 있는 사토상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사토상?“


그녀의 말에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마이크를 들고 있는 젊은 남자가 티비 화면에 나타났다.

그런 남자의 뒤에 보이는 드넓은 횡단보도를 지나며 방송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사람들.


”예, 저는 지금 시부야역에 나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토니 류상과 티모시상이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가 지금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몇몇 시민들과 대화하면서 생각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사내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스톼와즈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푸른 광선총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바주카포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죠?“

”마구 주먹으로 때려잡지 않을까요? 몸이 우락부락하고 장난이 아니던데요.“

”못 잡아도 전 좋아요. 저랑 사겨줘요. 토니 류사아앙!“

”섹시하게 눈을 한번 찡긋하면 쓰러지겠죠. 그럼 그때 한 대 때리면 죽을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긴가민가한 표정들.

오히려 현실의 지루함을 타파해줄 오락거리로 여기고 있다.



”일본 헌터 협회는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불만스럽고 답답하다는 존의 표정.


”저러다가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거대 괴조의 모습이 나가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 그가 티비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반다이 산 입구.

두 사내가 차에서 내렸다.


동양인 사내의 손에 쥐어있는 것은 은빛의 창.

티모시의 손에 들린 것은 황금빛을 내는 활이다.


천천히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는 두 사람.


그런 그들 앞에 솥뚜껑만한 거대바퀴벌레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여덟 마리...

가로로 길게 갈라진 놈들의 입 양쪽으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이빨.


숫자가 점점 불어나자 창을 든 사내가 자신도 몰래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자, 시작하지!“


한꺼번에 덮쳐오는 놈들을 향해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토니 류.


”....이야아아아압!“


허공으로 사뿐히 날아오른 그가 놈들을 향해 지그재그로 창을 그었다.

동시에 등 뒤에서 한 줌의 화살을 집어 든 티모시.

한꺼번에 일렬로 화살을 메긴 그가 허공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후두두두둑!


놈들을 향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비.

창에 등이 찢겨나가고 복부와 머리에 화살이 박힌 놈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갔다.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서로 마주 보고 미소를 건넨 두 사내.


부지런히 산길을 뛰어오른다.

닥치는 대로 괴생명체를 도륙하고 있는 두 헌터.

삽시에 그들이 제거한 놈들의 수만 팔십이 넘어간다.


”내가 별거 아닐 거라 했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토니 류가 허공에 창을 휘둘러 창끝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냈다.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를 바라보던 티모시.

한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삽시에 공포로 얼룩진 표정.

두세 걸음 뒷걸음질 치던 그가 돌부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저...저기.“


그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등 뒤로 돌린 토니 류.


”.....허어억!“


한순간 왕방울만하게 커진 그의 두 눈.


그런 두 남자는 물론 주변의 넓은 지역을 창졸간 뒤덮은 그림자.


...쿠웨에엑!


한순간 토니 류의 복부를 뚫고 나간 거대 괴조의 발톱.


”....으아아아악!“


몸통에서 찢겨 떨어져 나간 그의 머리통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캬캬캬캬캬캬!“


기괴한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발톱을 털어낸 놈.


인간의 몸뚱이와 분리된 머리통이 계곡 아래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마른 솔방울처럼 떨어져 버렸다.

시커멓게 그곳으로 몰려드는 검은 거대 곤충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손에 쥔 활을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르는 티모시의 모습이 한순간 괴조의 그림자에 덮여 사라져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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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6.14 16:50
    No. 1

    일본 헌터협회는 정말 도움이 안되는 군요.
    현실서도 그럴듯. 작가님 몰아부치는 내용에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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