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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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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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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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투어

DUMMY

어색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류민이 놀라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루시퍼를 보고 있었다.


화려하고 검은 날개와 순백의 옷, 그리고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외모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루시퍼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봤다.


“식구가 늘었군.”


루시퍼의 말과 동시에 케르베로스가 팬리르를 보며 왈왈 짖었다. 팬리르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단지 인상을 찡그리는 것만으로도 케르베로스는 팬리르의 존재를 알아챘는지 낑낑거리며 재빨리 루시퍼의 발 뒤로 가서 숨었다.

류신이 몇 걸음 앞으로 나섰다.


“인사차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맞아. 도움을 요청하러 왔다.”

“도움?”


류신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루시퍼가? 하데스가 도움을? 자존심이 하늘을 찔러 도움 같은 건 절대로 바라지 않는 녀석이?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


류신은 확인차 레인을 보며 물었고, 레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군요. 루시퍼.”


레인이 루시퍼를 향해 인사를 했다.


“그래. 처음 보는군 멜렉. 그리고 요르문간드도 오랜만이다. 팬리르도 함께 있을 줄은 몰랐군.”


요르와 팬리르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조금만 건드렸다가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표정이었다.


무엇보다 루시퍼라는 말에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류민이었다.

물론 이영철도 루시퍼를 처음 보는 것이고, 놀리기도 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꾹 눌러 참고 있었다.


“루시퍼? 진짜 루시퍼라고? 와우!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내가 루시퍼를 다 보고?”


류민이 신기한 듯 류신의 옆으로 다가와 떠들었다. 류신과 루시퍼가 동시에 인상을 썼다.

딱 귀찮은 날파리를 손으로 휘휘 내저으며 쫓아내는 표정이라고 할까.


“같이 모델로 쓰면 딱인데.”

“뭐 먼저 죽겠다면야 말리진 않을게.”


류신이 흥분한 류민을 보며 말했다. 그리곤 루시퍼를 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여기로 찾아온 이유가 있을 거 아냐.”

“사실 너의 도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저기 둘의 도움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군.”


루시퍼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요르와 팬리르가 있었다.

그 둘의 도움이라니? 순간 류신의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헬(Hel)이냐?”


요르와 팬리르의 얼굴도 굳어졌다.

저승의 여왕 헬. 이것이 바로 마지막 삼형제 중 막내인 헬의 별명이었다.


헬은 여러모로 독특했다.

그녀의 반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으나 반은 괴물의 몸이었다.

마치 몸을 반으로 가른 후 서로 다른 것을 붙여 놓은 것처럼 생긴 것이 헬이었다.

한쪽의 아름다움에 취했다가는 반대쪽의 잔혹함에 당해버리는 그런 이미지랄까.


게다가 헬은 그런 외모와 어울리게 무척 다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한없이 부드럽고, 순수하며, 다정다감하다가도 어느샌가 차갑고 냉철하고 잔인해지기 일쑤였다.

반쪽의 외모에 반해 그녀에게 접근했던 숱한 남성들을 나머지 반이 잡아먹은 것은 유명했다.


“헬이 설마 지옥을 침략이라도 한 거야?”


류신이 물었다. 하지만 루시퍼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설명하기 좀 애매하군.”

“애매하다니?”

“헬은 우리의 손님이었다.”

“손님? 헬이?”

“그래. 릴리스가 초대해서 함께 지냈지.”


릴리스가 있었다. 헬 못지 않은 괴팍하고 다중적인 녀석이.

그런데 헬을 초대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일까?


“헬은 저승의 여왕, 그녀에게 편하게 지낼 곳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 릴리스의 요청이었다. 그다지 어려울 건 없었지. 그래서 지옥에 초대했고 헬이 응했다. 그녀는 아주 잘 지냈다. 우리와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돌변했지.”


왠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이 되는 시나리오다.

헬이 폭주했고, 지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헬은 지금 릴리스와 대치하고 있다. 우린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아. 여기에 그녀의 형제인 요르문간드가 있다는 게 기억나 도움을 요청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팬리르까지 있으니 큰 도움이 되겠어.”


루시퍼가 요르와 팬리르를 다시 바라봤다. 하지만 둘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아마 세 형제 중 가장 다루기 힘든 게 헬이 아닐까.

한 번 기분이 수틀리면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모든 걸 박살내는 게 헬이니까.

그런데도 내가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헬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는 한가지다. 그녀가 유일하게 화를 내지 않는 존재, 유일하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바로 세계수니까.


“헬은 어디에 있지?”


팬리르가 먼저 물었다.


“당연히 지옥에 있다. 같이 가겠다면 내가 안내하지.”


왈- 왈-


루시퍼의 다리 뒤에서 고개만 내민 케르베로스가 팬리르를 보며 짖었다.

적대적인 대응이라기 보다는 같이 지옥에 가자는 요청처럼 보였다. 팬리르는 그런 케로에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류신은 팬리르와 요르를 돌아봤다.


“오히려 잘됐네. 어차피 헬도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가서 데리고 오자고.”


류신이 빙긋 웃었다.


***


포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온 것은 루시퍼와 류신, 그리고 팬리르와 의외로 류민이었다.

요르도 함께 오겠다는 걸 팬리르가 말렸다.


“네가 나타나면 헬은 더욱 날뛸 수도 있어.”

“누가 들으면 너와 헬이 무척 친한줄 알겠군.”

“너보다는.”


팬리르의 대답에 요르가 인상을 썼다.


사실 요르까지 지옥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류신도 그다지 원하지 않았다. 요르가 냉정한 듯 보이지만 내심 꽤 다혈질이다.

수틀리면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지옥이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다. 그건 루시퍼는 물론 아무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좋아. 이렇게 하자고. 요르는 세계수 지키는 게 우선이잖아. 그러니까 여기에 있어. 레인이랑 세로, 영철이도 남고. 지옥은 나랑 팬리르, 그리고 내 동생이랑만 갈게.”


갑자기 류신이 류민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그런 류신의 행동에 류민은 어리둥절했다.


“뭐? 내가 왜?”

“지옥 궁금하지 않아?”

“거기가 왜 궁금해?”

“왜냐하면 네가 앞으로 가야 할 곳이니까.”


류신이 류민을 보며 웃었다.

모델이 되어주는 조건이 지옥에 함께 데리고 가는 것을 류신이 걸어버려 류민도 어쩔 수 없이 동행했다.

물론 안전에 대해서는 류신이 확답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궁금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언제 진짜 지옥을 구경이나 할 수 있겠는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케로까지 놔두고 이렇게 셋만 루시퍼를 따라 지옥에 내려온 것이다.


“내 마법진으로 오면 편하게 궁까지 갈 수 있는데 굳이 포털을 이용하는 이유가 뭐지?”


루시퍼가 불만이 많은 듯 투덜거리며 물었다. 그러나 류신이 다시 류민의 어깨를 와락 감쌌다.


“내 동생에게 제대로 지옥을 보여줘야지. 일종의 지옥 투어라고 할까. 구경 잘해라. 그리고 머릿속에 잘 새겨놔.”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렇게 모두 루시퍼를 따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류민의 눈에 보이는 지옥의 풍경은 끔찍했다.

빛이라고는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여러 군데 불타오르는 불길에 의해 붉은빛이 희미하게 감돌고 있었다.

게다가 불타는 불빛 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것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사람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불 속에서 사람들이 움직였다.


“저, 저기 사, 사람이······”


류민이 불길 속을 가리켰다.


“일일이 놀라지 마. 지옥이잖아.”


류신이 류민을 보며 피식 웃었다.


풍경은 살벌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과 흙만 잔뜩 깔린 세상이었다.

그 바닥을 하염없이 걸었다. 문득문득 무언가 류민의 발을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래를 본 류민이 비명을 질렀다.


“으악! 뭐, 뭐야?”


바닥에서 손이 뚫고 올라와 여기저기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손 중 하나가 류민의 바지를 잡고 있었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류민이 자신의 바지를 붙잡은 손을 발로 차버렸다.

손이 떨어지며 부러진 듯 축 늘어졌다.


“뭐야? 이게 뭐냐고?”


류민이 류신을 보며 물었다.


“지옥이라니까. 불길 속에 있는 것도, 그리고 땅속에 갇힌 것도 모두 영혼이지. 지옥이 뭐 별거냐고 했지? 어때? 직접 본 지옥의 모습이? 물론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지만.”


류신의 말에 류민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니.

류민은 이후로는 바닥만 보며 걸었다. 군데군데 솟아 올라온 손을 피해 걷다 보니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케르베로스 대신 스켈레톤들이 지키고 있는 문이었다.

해골들이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모습도 류민에게는 충격이었다.

루시퍼가 다가가자 스켈레톤들이 비켜서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드디어 길고 넓은 외길이 나타났다.


류신이 걸었던 바로 그 길이었다.

스켈레톤들이 길게 외길의 끝에 늘어서 있었고, 밑에서부터 지옥의 불길을 피해 올라오는 망자들도 여전했다.

망자들이 올라올 때쯤 스켈레톤들이 다시 떨어트리는 것도 그대로였다.


“하나도 안 변했네.”


류신이 빙긋 웃으며 먼저 걸어갔다.

류민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게다가 스켈레톤들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왜 보는 거지?”

“너를? 아! 살아있잖아.”

“그, 그건 너도 살아있잖아.”

“나는 저놈들이 범접할 수 없는 존재고, 너는 아니니까.”


그러고 보니 류신과 팬리르, 루시퍼는 여유 있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스켈레톤들은 그들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유독 류민이 지나갈 때만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스켈레톤들이었다.


“우리에게서 너무 떨어지지 마. 스켈레톤들이 너도 저 아래로 떨어트리려 할 거야.”

“나를? 왜?”

“너도 밑에서 올라온 망자로 생각할 수도 있거든.”

“안전 보장해 준다며?”

“떨어지게 되면 구해줄게.”


잔뜩 겁을 먹은 류민은 류신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 와중에 망자 하나가 드디어 위로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존재는 녹아내린 살점과 훤히 드러나는 뼈를 보이며 흐느적 류민을 향해 다가왔다.


“사, 살을 줘······ 뼈를, 피부를 줘······ 내 것을 줘.”


망자가 류민을 향해 손을 뻗은 채 다가오며 외쳤다.

류민은 그대로 숨이 멎을 듯했다.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런 것이 지옥이라니, 말 그대로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물론 망자는 다시 스켈레톤에 붙잡혀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지만 류민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긴 외길의 끝에 거대한 성이 보였다. 바로 루시퍼의 성이었다.

성 앞에 도착하자 드디어 류민은 안도한 듯했다. 마음을 졸이며 이곳까지 온 류민이 류신을 보며 눈을 흘겼다.


“도대체 날 왜 끌고 온 거야?”

“고마워해. 아무도 할 수 없는 경험을 너는 미리 한 거야.”


류민이 인상을 썼다. 그런 류민을 루시퍼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대가 에흐예의 동생인가? 지옥에 온다면 내가 특별 대우를 해줘야겠군.”


루시퍼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 특별 대우가 류민에게는 매우 무시무시하게 들렸다.


성의 문이 열리고 모두 안으로 들어섰다.

성 안은 난장판이었다.

온전한 것이 제대로 없을 정도였다.


“원래 이랬나?”


류신이 루시퍼에게 물었다. 하지만 루시퍼의 표정을 보니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는 루시퍼도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안의 넓은 홀도 엉망이었다. 왕좌가 있던 단과 의자는 이미 부서져 흔적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쾅!


그 순간이었다. 큰 충격이 성 전체를 뒤흔들었다. 아니 지옥 전체를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충격이었다.

루시퍼와 류신, 팬리르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벽이 무너지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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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4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8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3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2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5 11 12쪽
»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7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6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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