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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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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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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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를 찾는 여행

DUMMY

세계수의 가지에 요르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운 표정은 여전했지만, 왠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류신이 다가와 요르가 앉아있는 가지 옆에 나란히 앉았다.


“왜 그렇게 우울해?”

“······”

“뭐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


류신의 물음에 요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요르도 생각이 많았다. 엘 하이도 그렇고, 체바오트도 그렇고······ 이름이 다르든 뭐든 자신은 제대로 상대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침묵하던 요르가 입을 열었다.


“잘 생각했어.”


하지만 류신은 이미 요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요르가 살짝 인상을 쓰며 류신을 봤다.


“동생들은 내가 잘 데리고 올게. 말 안 들으면 패서라도. 그리고 다들 모이면 난 네 편 들어줄게.”

“정말이야?”

“그럼. 너랑 나랑 더 오래 알고 지내기도 했고.”

“아주 큰 힘이 되겠네.”


요르가 피식 웃었다.

류신은 깜짝 놀랐다. 요르가 웃는 모습은 정말 거의 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동생들 만나는 거니까 기대해.”


류신이 일어났다.


“바로 가게?”

“그러지 뭐.”


하지만 정작 일어난 류신은 그대로 서있었다. 그러다 요르에게 시선을 던졌다.


“혹시 동생들 어디에 있는지 알아?”


류신의 모습에 요르가 피식 웃고 말았다.


“별수 없군.”


요르가 작은 기운을 하나 꺼내 류신에게 건넸다.

그 기운은 팬리르의 기운이었다.


“그 기운을 찾으면 될 거야.”

“뭐야? 이런 걸 간직하고 있었어?”

“서로 죽일 듯이 굴어도 형제니까.”


문득 류신은 요르의 말을 듣고 류민을 생각했다. 죽일 듯이 굴어도 형제라.

형제라는 단어는 사실 류신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말이다. 아니 가족이라는 말 자체도 그렇다. 심지어 부모도 직접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았나.

그래도 요르가 말하는 형제라는 말이 조금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팬리르를 데리고 온 후 류민을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헬이 어디에 있는진 나도 몰라. 헬의 기운도 나에게는 없고. 어쩌면······ 팬리르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둘은 그래도 나보다 사이는 나쁘지 않았으니까.”

“오케이. 그럼 우선 팬리르부터 데리고 오면 되겠군.”


류신이 요르에게 받은 팬리르의 기운에 집중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류신의 표정이 밝아졌다.


“찾았다!”


류신이 포털을 열었다.

요르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류신을 봤다. 그런 요르를 보며 류신이 빙긋 웃어주었다.


“걱정 마. 안 때려. 그냥 잘 타일러서 데리고 올게.”


류신은 그대로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정작 요르는 그런 류신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지금 류신이 가는 지역에 다른 지배자의 구역이라는 것도.


세로가 요르에게 다가오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요르 님! 류신 님 못 봤어요? 목소리를 들었는데?”

“갔어.”

“네? 어딜요?”

“내 동생 데리러.”

“동생이요?”


요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웬디고 다섯 마리가 눈내리는 산길을 오르고 있다.

손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몽동이를 든 채 무언가를 사냥하려는 듯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웬디고의 덩치는 사이클롭스의 두 배는 될 정도로 거대했다. 게다가 몸 전체에서 내뿜은 무시무시한 한기는 주변의 공기마저 얼려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웬디고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아니 두려움이라고 해야 할까.


웬디고 정도 되는 존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일까.

사이클롭스들도 웬디고에게는 덤벼들지 못한다.

그만큼 웬디고의 힘과 완력은 대단했다. 게다가 빙결 관련 마법까지 사용하는 몬스터라 사이클롭스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는 존재가 바로 웬디고다.

그런 웬디고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게다가 서로 절대로 흩어지지 않았다. 다섯 마리가 모두 한데 뭉쳐 산을 올랐다.


웬디고가 산을 오르는 것을 호기심에 바라보던 사슴이 웬디고가 뿜어내는 냉기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도망치던 곰도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버릴 정도로 냉기를 풀풀 내뿜으며 웬디고들이 이동했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라.]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를 들은 웬디고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목소리가 어디서 들려온 것인지 찾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물론 목소리의 주인공은 웬디고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희들에게 삶을 허가해준 이유는 내 구역을 넘어오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내 구역으로 들어온다면 너희들의 삶은 없다.]


웬디고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대로 돌아서 돌아가라. 지금 돌아간다면 너희들을 해하지 않겠다.]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웬디고 중 하나가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웬디고를 다른 웬디고가 붙잡았다.

그들끼리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원래 의사소통이 원활한 몬스터가 아니다. 아예 대화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원초적인 대화 중심으로 하는 종족이다.

그런데 지금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결코 원초적인 대화가 아니었다. 이들은 지금 생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가 끝났는지 웬디고들이 손에 들고있는 얼음 몽둥이를 다잡았다.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는 모양이다.

웬디고들이 다시 위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맨 뒤쪽에 서 있던 웬디고가 유독 겁을 먹은 채 부들부들 떨며 다른 웬디고들을 따라 올라갔다.

얼음 몽둥이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서 무언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것도 아무런 기척도 없이.


투닥! 쿵!


웬디고들이 갑자기 들린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얼음 몽둥이가 떨어져 있었다. 문제는 맨 뒤에 따라오던 웬디고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얼음 몽둥이만 남기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것도 소리도 없이.


꿕꿔꿔꿔꿔-


맨 앞에 서 있던 웬디고의 입에서 독특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다른 웬디고들이 서로 등을 진 채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의사 소통을 하는 웬디고들이었다.


쿵!


그때 허공에서 무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것도 서로 등을 진 채 사방을 경계하는 웬디고들의 가운데로.

모두 소리에 고개를 돌려 떨어진 것을 살폈다.

그것은 사라졌던 웬디고였다. 하지만 온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웬디고는 상반신만 있을 뿐,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다.


잘려진 허리 부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그러나 이내 그 피도 차갑게 붉은 얼음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웬디고가 내뿜은 냉기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차가운 냉기가 웬디고들을 덮쳤다.

평생을 얼음 속에서, 추위 속에서 지내는 웬디고들이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얼음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무언가 서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회색 그림자였다.

사이클롭스의 두 배 정도 되는 키의 웬디고들 조차 고개를 들어 올려봐야 할 크기의 무언가가 우뚝 서 있었다.


새하얀 서리의 돌풍이 서서히 겆히고 모습을 드러낸 회색의 거대한 존재는 늑대였다.

웬디고가 귀여워 보일 정도의 거대한 덩치를 가진 늑대가 웬디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꾸- 꾸아아아아


웬디고 한 마리가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들고 있던 얼음 몽둥이를 집어 던지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웬디고가 달리는 곳이 거대한 늑대가 아니라 그 반대편, 즉 산 아래쪽이라는 점이었다. 도망치는 것이다.


순간 거대한 늑대의 모습이 사라졌다.

거대한 늑대는 허공을 날아 도망치는 웬디고의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저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도 이렇게 소리없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망치던 웬디고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거대한 늑대를 보며 이성을 상실한 듯 보였다.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박더니 이번엔 땅을 발로 마구 굴러댔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을 거대한 늑대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이상행동을 보이던 웬디고가 손에 날카로운 얼음 송곳을 만들더니 거대한 늑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꾸아아아-


웬디고가 손에 들고 있던 얼음 송곳으로 거대한 늑대의 다리를 찔렀다.


콰직!


거대한 늑대는 피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얼음 송곳은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거대한 늑대의 다리에는 어떠한 상처도 없었다.

자신의 손에서 박살이 난 얼음 송곳 잔해를 바라보던 웬디고가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웬디고의 상체를 거대한 늑대의 입이 덮쳤다.


콰득! 콰득! 콰드득!


거대한 늑대가 웬디고의 상채를 입에 물고 씹고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웬디고의 피가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바닥으로 웬디고의 팔이나 다리 등이 함께 후두둑 떨어져 흩어졌다.

거대한 늑대가 씹고 있던 웬디고의 상체를 그대로 툭 뱉어냈다. 그리고 천천히 나머지 웬디고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 올라갔다.


[누구냐? 누가 너희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었지?]


거대한 늑대가 물었다. 하지만 웬디고들은 움직이지도 못한 채 서 있기만 했다. 그저 다가오는 거대한 늑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희들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존재다. 너희들의 본능으로는 내 구역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허나 너희들은 내 구역으로 들어왔다. 내 명령도 듣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 너희를 이곳으로 밀어 넣었다는 의미다. 그게 누구냐?]


남은 세 마리의 웬디고를 보며 거대한 늑대가 물었다.


“맞다. 내가 그들을 너에게 보냈어.”


거대한 늑대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늑대가 되를 돌아봤다.

그 순간 웬디고들이 일제히 늑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뒤를 도는 것을 노렸다는 듯이.

하지만 웬디고들의 공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거대한 늑대가 뒤로 돌면서 휘두른 꼬리에 두 마리의 웬디고가 휘말렸다.

꼬리에 맞은 두 마리는 상체가 이상하게 꺾이며 그대로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나머지 한 마디도 거대한 늑대의 뒷발에 그대로 밟히고 말았다.

발에 깔린 웬디고가 버둥거렸지만, 이내 축 늘어져 버렸다.


거대한 늑대는 조그만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성은 허공에 뜬 채 거대한 늑대와 눈을 마주했다.


[그대는 누군가?]

“나는 아마테라스. 태양의 여신이며 하늘의 종족, 측 천족(天族)이다. 제안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어.”


여성의 몸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따뜻한 태양빛이었다. 태양의 여신이라고 했던 말이 어울리는 환한 빛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늑대는 그대로 서 있었다.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여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태양의 열기가 주변을 녹이기 시작했다.

쌓였던 눈이 녹아내리고, 얼었던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태양의 열기가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제안인가?]

“나의 열기가 견디기 힘들어? 그렇다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의 제안은······”

[거절한다.]


거대한 늑대는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자 아마테라스는 당황했다.


“거부한다면 나의 열기에 불타버릴 텐데? 나를 이제까지 만났던 놈들과 비교하지 마. 나는 태양의 여신이야.”


아마테라스의 말에 거대한 늑대가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신이라는 것이냐?]

“그래. 나는 신이야. 태양의 여신, 그리고 신토(神土)의 주신이야. 그러니 나와 함께 엘로힘의 세상에 힘을 보태는 게 좋을 거야.”


열기가 더욱 거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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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6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6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70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5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50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7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5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3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70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5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9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9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3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4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5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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