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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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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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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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용한 곳으로 갈까

DUMMY

체바오트가 조금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거리가 있다고 해도 체바오트가 뿜어내는 기운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레인이 나서려 했다. 하지만 류신이 그런 레인을 말렸다.


“날 찾아온 거야. 그러니까 넌 여기에 그냥 있어.”


류신이 앞으로 나섰다. 레인과 요르. 세로와 이영철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류신이 흉흉한 기운으로 채워진 공간을 거리낌 없이 걸어 체바오트와 몇 걸음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 섰다.


“처음 보는 군 체바오트. 아니지. 넌 체바오트가 아니니까······ 내가 뭐라고 불러야 하지?”

“후후후. 이미 날 알고 있군.”

“모른다니까. 이름도 몰라서 묻잖아.”

“내 이름은 슈드 뮤엘이다.”

“수드 무엘?”

“슈드 뮤엘.”

“이름들 진짜 이상하네. 이름에 우라질이 들어가지 않나······ 구라가 들어가지 않나.”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이름을 밝힌 슈드 뮤엘이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


“그냥 이름들이 다 거지 같아서.”

“거지 같다니······”


슈드 뮤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위대한 신 아자토스 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을 거지 같다고?”

“위대해? 그렇게 위대해서 쫓겨났나?”

“······”


슈드 뮤엘은 분노가 치밀었다.

아자토스가 지구에서 쫓겨나 이계로 가게 된 것은 맞다. 하지만 배신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이계에서 복수를 다짐했고, 그 복수가 이제 완성되려 하고 있었다.


“내 작전을 아주 잘 깨줬더구나.”

“작전?”


류신은 고개를 갸웃했다.


“너에게 협력할 곳을 쳐서 어지럽히는 계획이었는데······ 그것을 철저하게 방비해둘 줄이야.”


하지만 슈드 뮤엘의 말이 길어질수록 류신은 점점 지루한 표정이 되었다.


“어- 그게 네 진짜 작전이었다면 많이 실망인데.”

“실망?”

“엉뚱한 곳들을 공격했으니까.”

“엉뚱한 곳?”

“그래. 공격하려면 차라리 이곳을 직접 하는 게 나았어.”

“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다. 직접.”

“잘 생각했네. 그런데 원래 네 구역은 괜찮겠어?”

“걱정 마라. 내가 이 지역을 차지하게 되면 원래 내 구역은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까.”

“아! 그렇군. 죽을 각오로 덤빈 거구나. 오- 용감한데?”


류신이 빙긋 웃었다.

슈드 뮤엘이 주변을 둘러봤다.


“아름다운 곳이군. 이곳에서 싸워 주변을 망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 곧 나의 구역이 될 장소니. 너와 나만 조용한 곳에서 싸우는 게 어떻겠나.”

“괜찮은 얘기네.”

“따라와라.”


슈드 뮤엘이 먼저 뒤 돌아 포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류신이 그를 따라가려 했다. 그때 세로가 다가와 류신을 붙잡았다.


“함정이면 어쩌게요?”

“함정? 나한테 함정이 통하겠어?”


류신은 자신만만하게 세로를 뿌리치고 포털 안으로 사라졌다.

포털이 닫혔다. 류신은 가버리고 다시 넷만 남았다.


분명 슈드 뮤엘은 류신과 함께 가버렸다. 하지만 세로는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직접 찾아와 조용한 곳에서 싸우자고 한 슈드 뮤엘의 모습이 이상했다.


“슈드 뮤엘이라는 저자는 정체가 뭐지?”


어느새 요르가 다가와 물었다. 물론 세로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파멸자. 호드라는 세상을 멸망시키고 체바오트라는 이름의 신의 대리인을 사칭한 이계의 존재예요.”


레인이 대신 대답했다. 이야기를 듣는 요르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비해라. 놈이 온다.”


요르가 긴장했다. 그리고 동시에 레인의 표정도 굳었다.

세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방금 막 류신과 떠났는데 도대체 어디서 뭐가 온다는 말일까?


“네? 지금 막 류신 님과 함께······”


하지만 세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엄청난 기운이 주변을 채우며 몸을 짓눌렀다.


“으윽!”


세로가 위를 보니 허공에 체바오트가 떠 있었다.

조금 전 류신과 함께 사라진 모습 그대로. 하지만 류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피해요!”


세로가 가진 힘을 모두 끌어올려 배리어를 펼쳤다. 동시에 강한 충격에 그들이 있는 곳을 강타했다.


쾅! 콰쾅!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엘 하이와 싸운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세계수가 공격받는 상황이 되었다.


먼지가 가라앉자 베리어가 펼쳐져 있었다. 배리어는 세로와 이영철이 함게 펼치고 있었고, 안에는 요르과 레인이 보호받고 있었다.

나름 든든하던 케로도 지금은 없는 상황이었다.


배리어를 펼치고 있는 세로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만큼 강력한 공격이었다.


“류신은? 어딜 가서 나타나지 않는 거지?”


요르가 물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누구도 그것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슈드 뮤엘이 다시 양손에 검은 기운을 맺었다. 조금 전보다 더 큰 공격이 분명했다.

세로는 다시 마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이영철은 물론 이번엔 요르도 가세해 배리어가 더욱 단단해졌다.

슈드 뮤엘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구체가 날아들었고, 세로의 배리어와 충돌했다.


쾅! 콰쾅!


아까보다 더 큰 충격과 흙먼지가 일어났다.


***


포털을 통해 슈드 뮤엘을 따라 도착한 곳을 류신이 둘러봤다.

황폐한 곳이었다. 하늘도 짙은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구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이곳이 어디인지 아는가?”


슈드 뮤엘이 물었다.


“아니. 몰라. 내 기억에는 없는 곳이네.”

“그럴 거다.”

“이곳이 어딘데?”

“내가 멸망시킨 세상. 바로 호드다.”

“······”


번영한 문명이 있었다고는 전혀 여겨지지 않는 그저 죽은 세상이었다. 바위와 흙먼지가 전부인 세상.


“진짜 체바오트의 세상이군.”

“그래. 그자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비록 생명은 남아있지 않겠지만. 어떤가? 너의 세상은 멀쩡한가?”

“케테르도 멸망했어.”

“쿠아칠 우터스가 실패하진 않았군.”


슈드 뮤엘이 미소를 지었다. 류신은 그가 웃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바닥의 흙을 한 줌 쥐었다.

생명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하게 죽은 세상.

류신이 손에 쥐었던 흙을 손에서 놓았다. 바람이 불어와 흙을 날려 보냈다.


“좋아. 날 세계수에서 떼어낸 이유가 뭘까?”


류신이 손을 털며 슈드 뮤엘을 봤다.


“큭큭큭. 알고 있었나?”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야.”

“이유를 말해주지. 너는 이곳에서 지구로 돌아가지 못할 거다.”


슈드 뮤엘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류신은 멍한 표정이었다.


“······”

“네가 없는 곳에서 바로 나 자신이 세계수를 차지하게 될 거다.”

“······”

“넌 이곳에서 고립되는 거지. 어떤가? 내 작전이?”


슈드 뮤엘이 웃었다. 마치 작전에 성공했다는 듯이. 순간 류신의 표정이 굳었다.

슈드 뮤엘이 변했다. 파멸자와 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던 슈드 뮤엘의 몸에서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치 거대한 풍선의 바람이 빠진 것처럼.


“무슨 짓을 한 거냐? 너······ 슈드 뮤엘이 맞아?”


류신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흐흐흐. 나는 슈드 뮤엘이다. 그러나 온전한 슈드 뮤엘은 아니다.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일 뿐. 나의 역할은 너를 이곳에 불러들이는 것.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에 너를 가두는 것. 크하하하!”


슈드 뮤엘이 크게 웃었다.

순간 빠르게 류신이 슈드 뮤엘에게 달려들었다.

슈드 뮤엘은 피하지 않았다. 맞서 싸울 생각도 없었다.


퍽!


그대로 류신의 손이 슈드 뮤엘의 복부를 뚫었다.

하지만 슈드 뮤엘의 몸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허상처럼 슈드 뮤엘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죽어가면서도 슈드 뮤엘은 웃고 있었다.


“분신······ 이군.”

“큭큭. 그래. 나는 슈드 뮤엘의 분신이다. 고작 1할의 기운만을 가진. 그 1할을 극도로 올려 너를 속인 것이다. 너의 패배다.”


하지만 류신의 표정은 평온했다.

슈드 뮤엘의 말대로라면 이곳에 죽을 때까지 갇혀 있어야 할 류신이었다. 평온한 표정을 할 수 없어야 했다. 슈드 뮤엘의 작전에 제대로 당한 것이니까.

몸이 무너지면서 슈드 뮤엘은 류신의 표정을 봤다. 태연하기만 한 표정을.

성공했는데,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는데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끼며 슈드 뮤엘은 본체의 성공을 기원하며 소멸했다.


무너져버린 슈드 뮤엘 분신의 신체는 가루가 되어 호드의 세상에 섞여 들어갔다.

코어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것도 전혀 없었다. 고작 분신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는 제법 썼네. 그런데 직접 싸울 배짱이 이렇게 없어서야 원.”


류신이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봤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이세계다. 이곳에서 지구로 가려면 게이트를 열어야 한다. 포털로는 갈 수 없다.

게이트를 열려 해도 지구의 좌표를 알아야 한다. 문제는 지구의 좌표를 모른다는 것. 슈드 뮤엘의 말처럼 완벽하게 류신은 호드에 갇힌 셈이다. 그런데도 류신은 태연했다.


류신은 바닥에 털석 주저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기운이 호드의 전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생명 하나 없는 죽은 세상을 향해 류신의 기운이 흘러갔다.


중간중간 몬스터들의 코어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은 류신이 찾는 게 아니다.

류신은 더욱 정신을 집중했고,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러자 무언가 찌릿한 기운이 조금씩 느껴졌다.

류신이 찾는 기운이었다.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운이었다. 정말 집중하지 않는다면 찾기 어려운 기운.

류신은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빠르게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은 허허벌판이었다.


류신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기운을 집중했고, 비슷한 기운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흔적이었다. 그 흔적들을 쫓아갔다. 마치 흩어진 기억을 따라가는 것처럼.


드디어 도착한 곳에는 큰 전투가 벌어졌던 흔적이 역력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짓눌린 흔적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이 정도의 전투는 몬스터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간들의 전투로도 어림없다. 이것은 분명 진짜 체바오트와 슈드 뮤엘의 전투가 남긴 흔적일 것이다.

그리고 류신이 찾던 기운의 흔적이 희미하지만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했다.


류신은 그 장소를 천천히 살펴봤다.

특정 지역에서 조금 더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류신은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바위들이 쌓여있는 곳. 무덤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류신이 손짓하자 바위들이 모두 치워졌다. 그리고 안에 그가 있었다. 호드의 신의 대리인이었던 진짜 체바오트가.


그는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류신은 가면을 벗겼다. 그러자 세상 착해 보이는 순박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세상의 멸망은 시신을 부패하게 만드는 미생물의 생명마저도 앗아갔다. 그래서 체바오트의 시신은 생각보다 온전했다.

그의 가슴에 나 있는 거대한 구멍만이 그가 어떤 싸움을 했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류신의 기억에 체바오트는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뽑아 놓고도 신조차 너무 착해 걱정이라고 말했던 자였으니까.

소심하고 조용했던 성격. 신의 대리인과는 너무나도 안 맞는 성격. 싸움도, 분쟁도, 누군가에 대한 음해도 싫어하는 너무나도 착한 성격.

그런 사람을 신의 대리인으로 뽑아 놓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계의 놈들에게 죽도록 놔둔 신이 더욱 증오스러웠다.


“빌어먹을! 더 열받네!”


류신이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분명 이곳을 날려버릴 수는 없다. 이곳에서 분명 류신이 찾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무언가 등 뒤에 있었다. 류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그가 서 있었다. 체바오트였다. 원래의 체바오트가 마치 환영처럼 빛무리가 되어 있었다.

류신이 지금 느끼고 있던 기운의 정체이기도 했다.


류신도 알 수 없는 현상이다. 이미 죽은 체바오트가 이렇게 에너지로 남아있다니. 그것도 의지를 가진 형태로.

에너지 형태의 체바오트가 류신에게 다가오더니 접촉했다. 그러자 체바오트의 의지가 류신의 의식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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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6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6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70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5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50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7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5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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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5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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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3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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