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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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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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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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헬(Hel)

DUMMY

벽을 부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헬이었다.

전체를 정확히 세로로 나눈 반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괴물의 형체는 무척 자유롭게 변하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모습만 본다면 레인이나 세로도 울고 갈 정도의 미모였지만 나머지 반이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헬의 얼굴은 차가웠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무언가 붙잡혀 있었다. 그것은 릴리스였다.

괴물 부분의 손에 릴리스가 목을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릴리스는 신이 아담에 이어 두 번째로 직접 만든 인간이다. 그런 이유로 신의 은총을 대천사 못지않게 가지고 있다.

릴리스가 지옥으로 찾아갔을 때 악마들이 전혀 건드리지 못한 이유가 바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의 은총 때문이었다.

그런 릴리스를 헬은 마치 축 늘어진 봉제 인형처럼 질질 끌고 나타났다. 당연히 루시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헬. 그대를 우리는 친구로 받아들였는데 어째서 이러는 거지?”


루시퍼의 싸늘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헬의 굳어진 시선이 루시퍼를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팬리르를 향했다.


“오랜만이네.”


드디어 헬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 주변이 얼어붙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류민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음으로 헬의 시선이 류신을 향했다.

류신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오랜만이야. 헬.”

“그대는······”

“나야. 벌써 잊은 거야? 고작 300백만 년 정도 전인데?”


류민이 이야기를 듣고는 놀랐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그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고작 지구에서 사라졌던 시간은 10년에 지나지 않았는데 300만 년이라는 건 또 무슨 얘길까?


“기억하고 있다. 망나니 신의 대리인.”

“망나니라니······ 너무하네.”


류신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이 표현도 좋게 해준 것으로 생각해라. 그리고 그대에겐 볼일이 없으니 끼어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헬의 말투에 류신이 살짝 인상을 썼다.


“음- 형제의 일이기도 하니까 되도록 끼어들진 않을 생각이긴 한데 말이야······ 부탁받은 것도 있고 해서······ 조용히 해결할 생각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어 주지. 하지만 시끄럽게 굴 생각이라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류신 역시 차가운 말투로 헬을 보며 말했다.

헬이 류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하나도 안 변했구나. 에흐예.”

“그래? 고마워. 그런데 넌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더 못생겨졌어.”


순간 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되돌아왔다. 비록 반쪽뿐이지만.


“그녀를 놓아줘라. 아니면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루시퍼가 다시 나섰다.

헬은 손에 쥐고 있던 릴리스를 휙 던졌다.

릴리스가 허공을 날아 루시퍼를 향했다.

루시퍼가 릴리스를 받아냈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였다.

릴리스를 바라보는 루시퍼의 표정에 분노가 스쳤다.


“나의 왕국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도······”


루시퍼의 몸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의 기운은 이내 사라졌다. 류신이 옆에서 루시퍼의 기운을 자신의 힘으로 억눌러 버렸다.


“크흑! 이게 무슨 짓이냐?”


루시퍼가 류신을 노려보며 물었다.

오히려 류신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도와달라며? 도와달라는 놈이 나대면 어떡해?”

“크흑!”


루시퍼는 릴리스를 안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훗! 역시 약한 종족이야.”


헬이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너도 그만 해.”


류신이 이번엔 헬에게도 기운을 날렸다. 하지만 헬은 반족짜리 괴물의 몸에서 거대한 반탄력이 흘러나와 류신의 힘에 버텼다.


“어쭈? 못생겨지기만 한 줄 알았는데 좀 강해지기도 했네.”


류신이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확실히 괴물의 몸체 부분도 버거워하는 게 보였다.


“그대도 그만 해라.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


팬리르가 나섰다. 류신은 결국 팬리르를 보고는 힘을 풀었다. 덕분에 루시퍼도, 헬도 자유로워졌다.

팬리르가 천천히 헬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유?”

“그래. 이유.”

“언제 우리가 이유가 있어서 행동했나?”


헬이 싸늘하게 웃었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미소다.


“언제나 이유는 있어. 배고파서 밥을 먹고, 졸려서 잠을 자는 것처럼.”

“그렇다면 나는······ 심심해서?”


헬이 말했다. 거만한 대답에 루시퍼가 발끈했다. 하지만 이미 루시퍼의 옆에는 류신이 서 있었다.

류민은 어떻게든 류신의 뒤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숨어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류민은 왠지 헬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쳐다보다가 너 먹힌다.”


류신이 경고했다. 하지만 류민은 개의치 않았다. 류민은 계속 헬을 시선에 담았다.

반쪽이 괴물이지만 나머지 반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팬리르와 헬은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지상에 가면 재미있을 거다?”

“그래. 세계수를 지키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야.”

“지배자라는 놈들이 쳐들어 올 테니까?”

“그래.”


헬도 팬리르의 설명에 호기심이 발동하는 듯했다. 하지만 헬은 고개를 갸웃했다.


“혼자서 다 할 수 있다고 떠들던 게 요르 아니었나?”

“그렇지 않아. 상대가 상대니까.”

“상대가 누군데?”


팬리르가 류신을 슬쩍 봤다.

오해를 살만한 시선이다.


“에흐예가 우리 적이야?”


헬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류신을 보며 물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였다.


“아니, 하지만 저 정도의 괴물들이야.”

“아하! 그렇다면 요르 혼자서는 확실히 힘드네.”

“그래서 다시 모이자는 거지.”


팬리르의 말에 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이해했어. 그런데 요르가 날 보면 흥분하지 않을까?”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참겠지.”

“정말? 만약 내가 세계수를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요르가 날 공격할까? 되게 흥분되는 상황인데?”


팬리르가 이를 드러냈다. 선 넘는 대화다. 헬은 오히려 팬리르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요르문간드뿐이 아니라 나에게도 공격을 당할 거다.”


팬리르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깔깔깔! 재밌네. 흥미로워.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어.”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지?”


팬리르가 이를 드러내며 물었다.

방금 헬이 보여준 반응은 진심이었다.

늑대의 본능은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헬은 진심으로 세계수를 공격하고, 진심으로 요르문간드와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 그냥 심심해서?”

“여기서 난동 부리는 것도 심심해서?”

“난동이라고 하면 좀 그런데······ 뭐 맞아. 심심해서. 릴리스가 자신은 신의 은총을 받아서 무적이라나? 그래서 그게 사실인가 확인해 봤을 뿐이야. 그런데 무적은 무슨.”


헬이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릴리스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젠 도저히 루시퍼도 참을 수 없는 듯 릴리스를 바닥에 눕히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팬리르가 한발 빨랐다.


“심심해서라. 여기 주인이 서운할 만하네. 심심하면 여기서 나가자. 심심하지 않게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팬리르의 말에 헬이 배시시 웃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아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조건?”

“그래. 나를 이겨. 나를 이겨서 끌고 가. 그러면 내가 끌려가 주지.”


헬이 웃었다. 그리고 류신과 루시퍼까지 바라봤다.


“누구든 상관없어. 상대해 줄게.”


순간 루시퍼가 뛰쳐나가려 했다. 하지만 류신이 루시퍼를 말렸다.


“왜 말리는 거지?”

“넌 참아. 팬이 해결하게 둬.”

“팬?”

“팬?”


팬리르와 헬이 동시에 류신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팬리르라고 다 부를 필요 없잖아. 그래서 줄여 부르는 건데 이상해?”

“이상해. 그렇게 부르지 마라.”


팬리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지만 헬은 아니었다.


“아냐. 마음에 드는데? 예전에 알려준 요르도 마음에 들어서 계속 쓰고 있거든. 고마워. 에흐예. 좋은 걸 알려줘서.”

“날 팬이라고 부르지 마라.”

“왜? 귀여운데. 귀여운 팬. 넌 옛날부터 귀여웠어.”


헬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대신 팬리르가 류신을 노려봤다.


“하하! 미움받겠네.”


류신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랑 닮았네.”


류민이 뜬금없는 말에 류신이 그를 봤다.


“저게 어딜 봐서 닮았냐?”

“생긴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시끄러워. 넌 불법적인 거나 다 없애. 내가 남 국장에게 다 말해 놓을 거야. 사찰하라고.”

“감찰이겠지.”

“그래. 감찰.”


류민이 류신을 보며 인상을 썼다. 아무리 친형이지만 친해지기 힘든 인간이다.

암시장에 약물을 팔지 못하면 회사의 수익적인 부분이 줄어들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다시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면 그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 게다가 숨겨진 연구소도 있으니 비밀리에 계속 연구도 가능했다.


“아! 참고로 여기 문제 해결하자마자 너네 비밀 연구소는 내가 찾아서 부숴버릴 거야.”


류신의 말에 류민이 깜짝 놀랐다.


“비밀 연구소를 알아?”

“정말 있었어? 미끼를 던졌는데 물어버렸네?”


류신의 장난스러운 얼굴에 류민이 인상을 썼다.

그러는 사이에 팬리르와 헬 사이의 긴장감이 더욱 강해졌다.

류신이 루시퍼를 봤다. 루시퍼는 싸움도 못 하게 막으면서 왜 자신을 보냐는 표정이었다.


“여기 넓은 장소 없어? 마음껏 싸울 수 있는.”

“물론 있지.”


루시퍼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장소 옮겨서 제대로 해보자고.”


루시퍼가 마법진을 바닥에 만들었다. 모두가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순식간에 이동된 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여긴 어디야?”

“지옥의 아래에 있는 곳이다. 지옥의 바닥이라고 보면 되지.”

“지옥의 바닥 치고는 아무것도 없네.”


류신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확실히 마음껏 싸우기에는 좋은 장소긴 했다.


“맞아.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지옥의 끝인 거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존재들은 그 고통을 알 수 있으니까.”


허무의 공간, 무의 공간을 흉내 낸 듯한 지옥의 바닥을 보며 류신이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중앙에 팬리르와 헬이 마주 보고 섰다.


“제대로 덤벼야 할 거야. 봐주지 않을 거니까.”


헬이 팬리르를 보며 말했다.


“동생에게 봐달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


팬리르가 대답했다. 순간 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생? 내가 동생? 우린 같은 날 태어났어. 그런데도 내가 동생? 그게 제일 못마땅해. 어째서 내가 동생이지?”


갑자기 헬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결국 형제들끼리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서열 때문이었나?


헬이 갑자기 덩치를 키웠다.

그녀는 원래 거인이다. 인간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훨씬 거대하다. 물론 팬리르의 크기도 무시할 수 없지만.

헬이 커지는 것과 같이 팬리르도 덩치를 키웠다.


[큭큭큭. 이제야 제대로 싸워보겠네.]


거대한 괴물의 몸에 반쪽짜리 얼굴과 몸이 박힌 헬이 말했다. 전보다 더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팬리르는 거대한 덩치의 늑대가 되어 있었다. 바로 신을 죽이는 늑대였다.


크르르-


팬리르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둘이 드디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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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3 9 12쪽
84 전쟁의 약속 +1 23.08.08 506 9 12쪽
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8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5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9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4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 헬(Hel) +1 23.07.24 567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8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2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4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5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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