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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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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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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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DUMMY

엘로힘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셋이 사라져?”

“네.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엘로힘이 자신에게 보고를 한 아누비스를 노려봤다.

아무런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아누비스의 얼굴을 보던 엘로힘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레비아탄, 베헤모스, 지즈 이 셋은 지구의 신이 만들어낸 피조물이다. 꽤 강한 놈들이라고 알고 있어. 맞지?”

“맞습니다.”

“그런 그 셋이 갑자기 사라졌다?”

“네.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태평양 한 가운데의 바다였습니다.”

“바다라······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타보트를 옮기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순간 엘로힘의 시선이 아누비스를 향했다. 분명 놀란 것이다.


“타보트?”

“네.”

“결국 찾아낸 거군. 그런데 그들 셋과 타보트가 무슨 상관이지?”

“거기까지는 아직······”


엘로힘이 잠깐 고민을 했다.


“그 셋은 아무래도 좋아. 우리의 섭외 목록에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타보트다. 아무래도 암시장에서 확보한 모양이군.”

“네.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는 것이 조금 신경 쓰입니다.”

“그건 아즈모데우스에게 직접 들어보면 되겠지.”


엘로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포털을 열었다.


***


사무실에서 아즈모데우스는 목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번에 도착한 목록들을 정리해 경매장에 내 놓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었다.

그때 사무실 안쪽에 포털이 열렸다. 그리고 안에서 엘로힘이 걸어 나왔다. 그의 옆에는 아누비스가 서 있었다.

아즈모데우스가 슬쩍 보더니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렇게 직접 여기까지 행차하실 줄은 몰랐네요.”


반갑다는 것인지, 불편하다는 것인지 묘하게 구분하기 힘든 말투였다.

엘로힘은 그런 반응에는 관심 없다는 듯이 다가와 아즈모데우스 앞 의자에 앉았다.

아누비스는 그런 그의 뒤에 뒷집을 진 채 섰다.


“타보트를 발견했다고?”


아즈모데우스가 물었다. 오래 전부터 그는 타보트를 노려왔다.


“아하! 시바가 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내가 시킨 것이다.”

“그랬군요. 왠지 그럴 것 같더라니.”


아즈모데우스가 웃었다.


“그래서 타보트를 내놓을 건가?”


엘로힘은 경매때까지 기다릴 마음이 없었다. 당장 타보트를 회수해 가려고 했다.


“타보트를 내놓으면 그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마.”


엘로힘이 웃었다. 아즈모데우스도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쁜 제안은 아니군요. 내가 원하는 것 모두를 들어준다라. 하지만 타보트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내 제안을 거절하는 건가? 거절이 그대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엘로힘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슬쩍 흘렸다.

아즈모데우스가 겁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제 말을 오해하고 계시군요. 타보트를 내드리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엘로힘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어떻게 사라질 수 있지?”

“타보트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두려워하는 존재들도 있죠. 그들이 습격을 했습니다.”


순간 아누비스가 보고했던 것이 엘로힘은 기억이 났다. 레비아탄과 베헤모스, 지즈가 사라졌다는 것이.


“세 괴수가 타보트를 습격한 건가?”

“맞습니다. 레비아탄, 베헤모스, 지즈······ 신이 만든 가장 강력한 괴물들이 타보트를 노렸죠.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하다고 알려진 무기니까요.”

“그들을 막을 방법도 세워놓지 않았었나?”

“사실 레비아탄을 막을 방법은 세워 놓았었죠. 그러나 베헤모스와 지즈까지 끼어들 줄은 몰랐습니다. 셋이 한꺼번에 덤비면 대비책이라는 게 그닥 의미가 없거든요. 그렇게 바다 한복판에서 타보트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들도 사라졌죠. 어떻게 된 건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즈모데우스가 무척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에게 거짓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제가요? 그거 하나로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요? 전 그렇게 머리가 나쁘지 않습니다. 저에게 이익이 되는 걸 잘 알고 있죠.”

“그래. 그래서 내가 자네와 거래를 하는 거지.”

“맞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도 찾아 드리지 않았습니까.”


엘로힘은 아즈모데우스에게 딱히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가 나름 엘로힘이 원하는 것들을 찾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의 타보트는 꽤 중요한 물건이긴 했다. 하지만 세 괴수가 동시에 습격했다면 확실히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 셋은 어떻게 됐지?”


엘로힘은 아누비스에게 들은 정보를 재확인할 겸, 아즈모데우스가 진실을 말하는지 확인할 겸 세 괴수에 대해서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타보트도, 그 셋도 모두 종적을 감췄습니다. 그들 셋이 타보트를 획득해서 어디로 가져가 버린 것인지······ 아니면 모두 공멸해 버린 것인지······ 우리도 흔적을 찾고 있지만 못찾겠더군요.”


아누비스가 보고한 내용과 일치했다. 레비아탄과 베헤모스, 지즈가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들이 엘로힘의 편에 섰다면 무척 유용했을 테지만, 반대편에 서지 않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좋아. 어쨌든 이번 일에 실패한 만큼 대가는 없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실패했는데 대가를 바란다는 것은 파렴치한 짓이죠.”


아즈모데우스가 순순히 물러났다.

엘로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로 의심이 들만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를 찜찜함을 남긴 채 엘로힘은 아즈모데우스의 사무실을 역시 포털을 통해 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서 아즈모데우스가 묘한 미소를 지은 것은 당연히 아무도 알 수 없었다.


***


엘로힘이 포털을 열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딘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늘 자신의 사무실에서는 할 일 없는 신들이 모여 잡담이나 수다를 떨곤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신들이 모두 부동자세를 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중에는 거들먹거리기 좋아하는 시바도, 비슈누도 있었다.


“왜들 이렇게 조용하지? 오늘따라?”


엘로힘이 의아해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다가 우뚝 멈췄다.

낯선 자가 엘로힘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치 회장님 의자처럼 푹신한 가죽 의자에 등까지 기댄 채.


“여! 이제 와? 오래 기다렸다고.”


엘로힘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지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에흐예, 바로 류신이었다.


엘로힘은 생각했다. 습격인가?

기운을 꺼내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피해는 없었다. 이 방 말고 다른 곳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신의 무기나 물건들을 모으는 과정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 곳에 류신이 단신으로 쳐들어온 것이다.


이곳에서 류신과 엘로힘이 싸운다면 당연히 류신이 불리했다. 전력의 숫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리 엘로힘은 꽤 많은 수의 세계 신들을 모았다.


영혼과 기운을 다루는 데 특화된 엘로힘의 능력은 신들의 존재를 파악했고, 그 존재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능력 하에 두었다.

그렇게 모은 신이 100이 넘었다.

그런 신들과 엘로힘이 함께 류신을 공격한다면 당연히 승리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어딘지 묘했다.


우선 방 안의 신들의 표정이 모두 이상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류신의 기운에 붙잡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별로 힘을 힘을 쓰지 않는 것 같은데도 방 안에 있는 열 명 남짓의 신들을 꼼짝 못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엘로힘을 맞이한 것이다.


“직접 오지 않아도 내가 곧 찾아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급했군. 빨리 죽고 싶은 건가?”


엘로힘이 기운을 끌어내며 물었다. 엘로힘의 기운은 붙들린 신들을 풀어주려는 것이다.

어쨌든 류신은 엘 하이를, 그리고 체바오트를 죽였다. 그들이 지배자들 가운데서 약한 존재라고 해도 둘을 죽인 것은 기정 사실.

이런 상황에서 괜히 혼자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엘로힘은 철저한 손익에 맞춰 움직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엘로힘의 기운이 아무러 노력해도 류신의 기운에 붙잡힌 신들을 풀어주지 못했다.

엘로힘의 기운이 류신의 기운을 뚫고 들어가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엘로힘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류신이 이정도로 강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엘 하이나 체바오트 등은 자신도 충분헤 혼자 힘으로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한 정도일 거라고 지레짐작 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지금 알게 되었다.


“오늘 내가 온 이유는 그냥 대화나 좀 하자고 온 거야.”


류신은 의자에 앉아 아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말했다.


“대화? 그 말을 믿으라고?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엘로힘이 굳은 채 앉아있는 신들을 가리켰다.


“아! 그거? 나에게 덤비려고 하잖아. 얘기하러 왔다고 했는데도. 신이라는 것들이 뭐 그렇게 겁은 많고, 쪼잔한지······ 하여튼 난 너와 이야기 좀 하려고 왔어.”

“그럼 이들 풀어.”

“덤비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함께 너에게 덤비면 위험해서?”


엘로힘이 슬쩍 도발을 했다. 그러자 류신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얼굴로 엘로힘을 봤다.


“그게 아냐. 대화하려고 왔는데 힘을 써야 하잖아. 그것도 귀찮고······ 그리고 다시 나에게 덤빈다면 분명 전부 죽일 거야. 그 상황을 너는 그냥 보고만 있지 않겠지? 너도 덤빌 테고······ 그러면 결국 난 싸우러 오게 된 거잖아. 그건 원치 않거든.”

“싸움을 원치 않는다?”

“싸움을 원치 않는다라기 보다는 오늘 싸움을 원치 않는다라고 해두지.”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잔뜩 굳어 있는 신들을 봤다.


“내 말 알아들었지? 내가 풀어줄 거야. 그러면 모두 이 방에서 나가는 거야.”


류신은 일방적으로 말한 후 기운을 거둬들였다.

짧은 탄식들이 나오면서 굳어 있던 신들의 몸이 풀렸다.

시바가 발끈해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그런 시바를 비슈누가 붙잡았다.


비슈누는 알고 있었다. 시바 정도로는 류신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신들이 엘로힘을 봤다.

이제 결정은 엘로힘의 몫이다. 여기서 그냥 싸움을 이어길자, 아니면 일단 물러설지.


“좋아. 다들 나가. 에흐예와 단 둘이 이야기하겠다.”


엘로힘의 말을 들은 신들이 모두 방을 나갔다.

그렇게 방 안에는 류신과 엘로힘만 남았다.

둘은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


류신이 엘로힘을 직접 찾아오겠다고 생각한 것은 즉흥적이었다. 그것도 발두르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였다.


“이봐! 발두르. 신들이 왜 엘로힘에게 붙은 거야?”

“엘로힘이 신에게 이상을 보여줬으니까.”

“이상?”

“그래. 신들의 세상을 보여줬거든. 신으로서 신의 명예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으니까.”


류신은 어이가 없었다. 신이란 존재가 고작 그런 것에 움직이는 것들이었다니.


“그 말을 믿는 거야?”

“하하하. 신은 의외로 순진해. 교활하다면 과연 신을 하려고 할까?”


발두르가 오히려 물었다.

순수하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류신은 인상을 썼다.

그 순수함 때문에, 그 순진함 때문에 신의 말을 믿었다. 그리고 어이없는 일을 경험한 류신이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야. 신이란 것들은.”


류신의 말에 발두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도 신이다. 하지만 발두르는 인간들 틈에 섞여 그냥 살아왔다. 신으로 추앙 받지도, 신이라는 능력을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그런 존재들이 생각보다 몇 있다. 인간은 모르고 있지만.


“그런데 넌 왜 엘로힘에게 합류한 거야?”

“말했잖아. 합벽 당했다고. 나도 죽기는 싫어.”

“오래 살지 않았어?”

“오래 살았지. 뭐 네가 케테르에서 살았던 것에 비하면 짧지만.”


시간이란 상대적이다. 그래서 이런 차이가 생겨났다.

류신이 계속 지구에 있었다면 전혀 말도 안 되는 일이 케테르에 다녀오는 바람에 말이 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많은 신들이 엘로힘에게 붙었지?”

“지구의 신은 거의 다라고 봐도 돼. 그 자존심 강한 제우스마저 엘로힘에게 붙었어. 그러면 말 다했지. 지금도 모으고 있고.”

“그렇군. 어차피 없애기로 했으니 한꺼번에 정리하는 게 좋겠지?”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발두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가 익히 알고 있는 잔인한 에흐예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류신이 엘로힘을 직접 찾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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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도난 +1 23.08.10 487 9 12쪽
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3 9 12쪽
84 전쟁의 약속 +1 23.08.08 506 9 12쪽
»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9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5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9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4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7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8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2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4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5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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