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연재수 :
113 회
조회수 :
121,215
추천수 :
1,878
글자수 :
625,145

작성
23.07.18 08:40
조회
612
추천
12
글자
12쪽

끼어들면 죽어

DUMMY

팬리르의 포효가 퍼졌다.

호루스가 날린 태양을 닮은 불덩어리가 팬리르의 포효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뜨거운 열기마저 사라져 당황한 것은 호루스였다.


“괴물! 이런 힘을 숨기고 있었나?”


호루스가 팬리르를 노려봤다. 그런데 그곳에 있어야 할 팬리르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호루스의 등 뒤쪽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졌다.

호루스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거대한 머리가 있었다.


팬리르의 머리였다.

말 그대로 거대한 늑대가 되어 있었다.


크르르르-


팬리르가 낮게 으르렁거리며 호루스에게 한발 다가갔다.

호루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자, 잠깐! 대화를······ 하자고 내가 할 것 같았나?”


호루스가 등 뒤쪽에서 검을 뽑았다. 태양처럼 붉은색의 검이었고, 열기가 느껴졌다.


“태양으로 만든 검이다. 이 검을 너 같은 짐승이 버틸 수 있을까?”


호루스가 자신만만하게 떠들며 검을 쥐었다.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근처의 눈이나 얼음을 모두 녹여버렸다.

하지만 팬리르는 개의치 않았다. 계속 호루스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멀리 허공 위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는 둘이 있었다. 바로 아폴로와 누트였다.

아폴로는 호루스가 우습다는 듯이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집트의 신이 비웃음을 산다는 것에 누트는 빈정상한 듯 보였다.


“이봐! 누트. 네가 보기엔 호루스가 이길 수 있겠어?”

“······”


아폴로가 누트에게 물었다. 하지만 누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넌 어때? 저 새 대가리가 이길 것 같냐?”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란 아폴로가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뜨거운 열 덩어리가 그대로 등 뒤의 존재를 향해 날아갔다.


“본좌의 등 뒤에 서다니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갑작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놀란 것은 누트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보다 어둠을 잘 아는 그녀였기에 은밀한 것, 고요한 것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조차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쾅!


엄청난 충격에 가해졌다.

열기와 불꽃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폴로의 등 뒤에 서 있던 상대는 멀쩡했다.

트레이닝복을 대충 차려입은 모습이 무척 불량해 보였던 그는 자신의 옷에 붙은 불씨들을 툭툭 털어냈다. 류신이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거야?”


아폴로는 긴장했다. 그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날린 남자. 아무리 이름을 버렸다고 해도 에흐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 여기는 어떻게······ 여기가 엘로힘의 구역이라는 건······”

“알아. 아주 잘 알아.”


류신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이 대답했다. 그러더니 아폴로와 누트를 힐끔 봤다.


“너희들 다 인간의 몸을 차지한 거구나. 하여간 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들이 찌질한 짓거리나 하고.”


류신이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폴로와 누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화를 내지도 못했다. 상대가 에흐예다.

인간의 몸이라고 해도 신의 힘을 가진 존재. 자신들처럼 신이 인간의 몸을 빌려 빙의한 것이 아니라 신의 힘을 그대로 간직한 존재.


“한마디만 할게. 너희들은 저기에 끼어들지 마.”


아폴로와 누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팬리르와 호루스의 대립 장면이었다.


“끼어든다면?”

“그럼 너희는 죽어.”

“우리의 육체는 인간이다. 신의 대리인이면서 인간을 죽이겠다는 건가?”


아폴로가 비릿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러면 안 되나?”


류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순간 아폴로와 누트의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너희들은 되고 왜 나는 안 되지? 너희들은 신이라며?”

“시, 신이니까 우리는 모든 게 가능하다.”

“그러면 신의 대리인도 모든 게 가능하지 않을까?”


류신이 비릿하게 웃었다.

아폴로는 인상을 썼다. 괜한 질문을 던졌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양심이나 정의감,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실수였다.


“너희들이 몸을 차지한 사람들 말이야······ 어차피 너희들이 떠나고 나서 정상적으로 사는 건 힘들잖아. 아니 살아있을 수는 있나?”

“······”

“그들의 죽음을 괜히 엉뚱한데 묻지 마. 너희들이 원인이니까.”


류신의 말에 아폴로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의 몸으로 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나마 미랭은 약한 신이었고, 짧은 시간이어서 의식을 잃은 채 몸이 좀 힘든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아폴로나 호루스, 누트 정도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빙의되었던 인간은 신이 나가고 나서도 정상적인 삶이 힘들어진다. 몸은 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망가진다. 사람의 몸이 아닐 정도로.

마치 용량이 너무 큰 전기의 힘을 받아들여 억지로 불을 밝히는 전구처럼. 그대로 전구가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처럼.


“그러니까 괜히 나대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지금 팬리르는 무척 열받아 있는 상태야. 그리고 나도 열받았거든. 그 대상이 너희들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

“······”

“아니면 지금 한번 해볼래?”


류신이 둘을 보며 물었다.

문득 아폴로는 류신을 살폈다.

그에게서는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거부할 수 없는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위압감은 힘이 아니다. 엘로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강대한 힘과는 차이가 있었다.


“우리 둘이 너를 상대로 하면 어떨까?”


아폴로가 누트를 끌여들었다. 누트가 조금 인상을 쓰며 아폴로를 봤다.

하지만 아폴로가 이미 저질러 버린 상황. 여기서 자신이 발을 뺀다고 하기도 애매해져 버렸다.


“그래? 뭐 잘 모를 수도 있어. 대부분 모르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살짝 맛보기를 보여줄게.”


류신이 손을 뻗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 순간 아폴로와 누트의 몸이 서로 달라붙었다. 둘은 등을 맞대고 붙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뭐야? 왜 이러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둘은 등을 붙인 채 움직이지 못하고 버둥거리기만 했다.

그들의 몸 주변에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둘은 느껴지지 않는 어떤 힘으로 인해서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였다.


“이제 너희들 능력을 좀 끌어내 볼까?”


류신이 다른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아폴로를 가리켰다. 그러자 아폴로의 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치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폴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에 누트의 몸이 익어가고 있었다.


“으윽! 그만해!”

“내가 하는 게 아냐!”


둘은 등을 맞대고 있어 아폴로의 몸의 열기를 누트가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류신이 히죽 웃었다.


“하나만 당하면 억울하잖아.”


이번에 손가락으로 누트를 가리켰다.

그러자 아폴로의 열기가 사라지고 누트에게서 어둠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어둠이 주변을 채우더니 이내 아폴로를 삼켜 버렸다.

아폴로는 어둠에 갇혔다.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떠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점점 아폴로는 조바심이 생겼다. 고작 신의 대리인 하나가 신인 자신들을 이렇게 농락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다. 자신들은 상대가 안 된다.

엘로힘도 강하다. 그에게서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자신 혼자서 덤비면 상대가 안 된다는 강함을 그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강함일까?

아폴로는 고개를 저었다. 엘로힘은 이 에흐예라는 존재에게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한참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폴로는 그대로 어둠이었다.


“젠장! 꺼내줘! 제발 부탁이야!”


아폴로가 소리쳤다.

하지만 어둠의 공간은 아폴로의 외침까지 삼켜버렸다. 소리가 퍼져나가지 않고 마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대로 공간에 흡수된 듯 소리도 사라졌다.

그로부터 또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몇 시간? 아니 며칠? 시간 감각이 무뎌지고 있었다.

갑자기 감각이 돌아오며 세상이 밝아졌다.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헉! 헉! 헉!”


아폴로는 숨을 몰아쉬었다. 이렇게 빛이 반갑고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아폴로가 누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누트는 억울했다.


“내가 한 게 아냐.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그러는 너는 너의 의지로 나를 태우려 한 건가?”


물론 아폴로도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의 힘을 오로지 에흐예가 끌어냈다는 의미다.


“어때? 누트의 능력이 생각보다 무섭지?”

“날 얼마나 어둠 속에 가둔 거지?”

“1분이나 됐나?”

“뭐? 1분? 말도 안 된다. 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 안에 갇혀 있었는데.”


아폴로가 울부짖었다. 하지만 사실이다. 아폴로는 고작 어둠에 1분 정도 갇혀 있었다.


“그럴 거야. 내 어둠 속에서 시간은 의미가 없으니까.”


누트가 덧붙였다.

그들은 여전히 등을 맞대고 있었고, 이제 그들 바로 옆으로 류신이 다가왔다.


“이제 알겠지? 끼어들 생각하지 마. 그리고 내 일에도. 살고 싶으면.”


류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자 서로 붙어있던 아폴로와 누트의 등이 이제야 떨어졌다.

그 둘은 그대로 류신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멀어졌다.

류신은 다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래의 싸움도 끝나가고 있었다.


***


팬리르의 입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쏘아졌다. 호루스는 그 얼음덩어리를 태양의 검으로 베어버렸다.

하지만 얼음덩어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계속 날아드는 얼음덩어리에 결국 호루스는 얻어맞고 바닥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큭! 이 미천한 짐승이.”


비척거리며 일어나려는 호루스를 팬리르가 앞발로 차버렸다. 다시 호루스는 저만치 날려져 바닥을 굴렀다.


[그러는 너도 결국 날짐승 아니던가?]


팬리르가 다가와 호루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호루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검을 쥐고 팬르레에게 겨눴다.


“나는 신이다.”

[그래. 신. 네가 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마.]

“그렇다면 신 앞에 무릎을 꿇어라.”

[그대는 내 이명을 모르는 건가? 내가 신을 먹는 늑대라는 것을?]


팬리르가 입맛을 다셨다.

순간 호루스는 오싹한 감정을 느꼈다.

태양의 검을 쥔 손이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렸다.


[육체도 없는 영혼이 고작 인간 육체를 얻었다고 진짜 신이라도 된 줄 알았나?]

“나, 나는······ 태양신 호루스다.”


여전히 호루스는 태양의 검을 쥔 채 외쳤다. 용기가 가상했다.


[맛도 없게 생긴 신이군. 허나 잘 먹겠다.]


팬리르가 입을 벌리고 호루스에게 다가갔다. 호루스가 검을 휘둘렀다. 그거나 검이 팬리르의 이빨에 부딪히더니 그대로 부러져버렸다.


“헉! 태, 태양검이······”


순간 몸에서 호루스의 영혼이 빠져나왔다. 인간의 몸은 그대로 축 늘어지며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허공에 떠 있는 호루스는 팬리르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날카로운 이를 번뜩이는 팬리르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렀다.


[아, 안 돼! 안 돼! 나는 신이다! 태양신 호루스란 말이다! 드디어 신들의 시대가 열렸는데, 신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는데.]


호루스는 외쳤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듯 처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팬리르는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팬리르는 그대로 입을 크게 벌려 호루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지막 귀환자는 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도난 +1 23.08.10 487 9 12쪽
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3 9 12쪽
84 전쟁의 약속 +1 23.08.08 506 9 12쪽
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9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6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6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70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4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7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3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8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2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4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5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