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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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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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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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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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한다는 의미

DUMMY

박이상 대통령은 집무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편하게 앉지 못한 채 엉덩이 끝만 살짝 걸치고 있었다.

집무실 안에는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우선 집무실의 주인인 박이상 대통령, 그리고 강윤 장관과 남태현 관리국 국장, 황미연 부국장이 함께였다. 살아 돌아온 윤동성 전 국장과 한상철 관리부장은 서 있었다.

가장 상석에 류신이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뭐······ 이번 사태는 체바오트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니까 딱히 추궁하거나 그러진 않을게.”

“가, 감사합니다.”


류신의 말에 박이상 대통령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윤동성과 한상철의 표정은 못마땅하다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국가든 작은 조직이든 통치를 한다는 건 말이야······”

“네! 경청하겠습니다.”


류신의 말에 박이상은 과하게 각 잡힌 태도를 보였다. 솔직히 남태현도 그런 박이상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하지만 류신은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리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 네?”


박이상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와 분위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말이었다.

강윤 장관도 놀랐고, 남태현은 물론 황미연도 놀랐다. 윤동성과 한상철까지 놀라며 류신을 바라봤으니 말이다.


“마음대로 해도 돼. 통치한다는 건 그런 거야. 내가 내린 결정을 하는 것. 그렇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그것이 통치야. 안 그래?”

“마, 맞습니다.”

“하지만 결정하고 행동하면 결과가 나와. 그 결과는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지.”

“그, 그렇죠.”


결국 이야기는 원래대로 책임이라는 것으로 돌아갔다.


“나는 법을 공부했어. 이세계로 가서 신의 대리인을 하기 전에는 말이야.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은 법만큼 불완전하고 무기력하고, 불공평한 게 없다는 거야. 차라리 옛날 법이 더 나았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그런 거 말이야. 함무라비가 옳았던 거지.”

“······”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하나야. 죄를 저질러도 그것으로 인해 받게 되는 벌이 내가 저지른 죄보다 가볍기 때문이야. 그런데 지은 죄보다 더 무거운 벌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아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마, 맞습니다.”

“책임도 마찬가지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결과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그래서 통치자는 마음대로 할 수 있음에도 마음대로 하지 않는 거지. 책임이라는 짐을 덜기 위해서.”


류신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래서 난 인간들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인간들도 내 일에 끼어들지 마. 내가 책임지기 시작하면 지구는 남아나지 않을 테니까.”


류신의 말은 경고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 세상을 향해 선전포고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 앞을 막으면······ 내가 하려는 걸 막으면······ 누구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거야.”


류신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때 윤동성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류신을 봤다. 그리고 꽤 큰 용기를 낸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신이 나와 한 부장을 죽이려 했잖습니까. 우린 당신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류신은 신기하다는 듯이 윤동성 국장을 봤다.


“이제까지 내가 한 말을 뭘 들은 거지?”

“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너희들은 두 사람을 일부러 사지로 집어넣었어. 사이클롭스 무리에게.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생각은 못 하는 거야.”

“당신이 왜?”

“에흐예니까. 그게 내 자격이야. 남을 사지로 몰아넣었으면 자신도 사지에 내몰릴 수 있다는 걸 알아야지.”

“······”


윤동성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상철도 두려움에 고개를 돌려버렸다.

강윤은 세상 무서운 얼굴로 윤동성과 한상철을 노려봤다.


“저들의 문제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미 비리에 대한 조사는 완료되었습니다.”

“알아서 해.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뭘 하든 나는 관심 없어. 날 방해하지 않으면 별일 없을 거야. 하지만 알아둬. 레인은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해. 그리고 나도 그래. 그녀의 의견을 존중할 거야. 그녀가 불행해지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수백만 년 만에 찾은 평화야. 그러니 그녀의 근심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

“네. 그렇습니다. 잘하겠습니다.”

“그녀가 약해졌다고 해도 신의 대리인이야. 인간들은 상대가 안 돼. 괜히 넘보지도 말고.”


박이상 대통령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런데 지금도 국회의원이 있나?”

“그, 그럼요. 있습니다.”

“세상이 변해도 안 좋은 건 역시 그대로네.”


류신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포털을 만들어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돌아가고 나자 박이상 대통령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파에 등을 댔다.


“후우-”


박이상에게 오늘 하루는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

당장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윤동성과 한상철이 다가왔다.


“대통령님. 우리를 버리실 겁니까? 저들이 우리를 포털로 외부에 던져버린 겁니다. 우릴 죽이려고요.”

“저들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합니다.”


둘은 남태현과 황미연을 가리키고 있었다.

강윤은 다시 윤동성과 한상철을 노려봤다. 이제는 기운까지 담아서 압박했다. 그 바람에 둘은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강윤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윤동성은 주저앉기까지 했다.

박이상 대통령이 윤동성과 한상철을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당신들 때문에 나까지 골로 갈 뻔했다고. 그분이 하는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요. 책임. 한국 사람들은 책임을 지려고 하질 않아. 그러니 난 당신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어.”


박이상이 강윤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인터폰을 눌러 요원들을 불러들였다.

청와대 요원들이 아닌 귀환관리부에 소속된 직속 요원들이었다.


“이 두 사람 체포해서 가둬. 격리해.”

“알겠습니다.”


요원들이 윤동성과 한상철을 데리고 이동했다.

이제 집무실에는 박이상 대통령과 강윤, 남태현, 황미연만 남았다.


“젠장. 나 어떻게 해야 해? 거리를 둬야 하나? 아니지. 친하게 지내야겠지?”


박이상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래도······”


남태현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했다. 그 순간 강윤이 남태현의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지금은 그냥 조용히 기다리시죠.”

“기다려? 왜?”

“아무래도 분위기를 보면 체바오트랑 한바탕 할 거 같습니다.”

“체바오트? 그렇지. 그 이상한 생물도 체바오트가 보낸 거라고 했지?”


박이상은 자신의 가슴에 붙어있던 끔찍한 생물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네. 그 싸움을 지켜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 장관 말이 맞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해도 안 좋아. 그래도 멜렉은 참 편하고 좋았는데······ 지금 에흐예는······ 너무 무서워.”


박이상은 울상을 지었다.

그런 대통령을 강윤은 충분히 달래준 후 남태현, 황미연과 함께 청와대를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이동하던 강윤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해?”

“뭐······를 말입니까?”

“에흐예말이야.”

“아! 류신 님!”

“그래. 류신이든 뭐든 그 신의 대리인.”


강윤의 표정은 심각해 보였다. 아마도 이번에 겪은 일에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조금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의외로 죽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게 또 묘해. 죽은 사람은 없거든.”

“그분은 모두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

“장관님이 불안해하시는 거 압니다.”

“티 나냐?”

“네. 티 많이 납니다.”


말 그대로 강윤은 불안했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바로 옆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절대적인 힘이 자신들을 향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이유 없이 우리를 공격하진 않을 겁니다.”

“이유가 있으면 공격할 수도 있다는 말이군.”

“이유의 유무는 우리에게 달린 것 아닙니까?”

“무르군.”

“네?”


강윤의 말에 남태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라는 건 만들어지는 거야. 통치자들은 늘 그랬어. 이유를 만들었지. 히틀러도 명분을 만들었어. 그래서 불안해. 그 이유를 그가 만들까 봐.”


강윤은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다들 어딨지? 모여있나? ······ 좋아. 잘 됐군. 얼굴 보고 이야기하지.”


강윤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남태현을 봤다.


“자네들도 같이 가지.”

“어딜 가는 겁니까?”

“가보면 알아. 중요한 연결고리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어쩌면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강윤이 아리송한 말을 한 후 차에 올라타 문을 열어뒀다. 타라는 의미다. 남태현과 황미연이 마지못해 차에 올라탔다.


***


체바오트는 지금 무척 불쾌한 기분이었다.

조금 전부터 그는 작은 방에 갇힌 상태였다.

방문 앞에는 정장을 차려입은 여성이 무표정하게 선 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체바오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문 앞을 지키는 여성 따위는 손짓 하나로 터트려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대접에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문 앞을 지키는 여성에게 체바오트가 물었다.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나셨습니다. 끝나면 바로 연락이 오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나를······ 이 체바오트를 도대체 누가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거지?”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여성은 차가웠다. 지배자인 체바오트 앞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거나 겁을 먹지 않았다.

이런 모습도 체바오트에게는 기분이 나쁜 것 중 하나였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체바오트는 초조하게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때 연락이 오는지 문 앞을 지키던 여성의 표정이 변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여성이 체바오트에게 시선을 던졌다.


“지금 이야기가 끝나셨다고 합니다. 손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바로 만나시겠다니까 잠깐만 기다리시면······”


하지만 체바오트는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문을 지키는 여성을 밀쳐버리고 밖으로 나갔다.


“안 됩니다.”


여성이 체바오트를 따라 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리고 말았다.

문을 열고 나오던 한 노인과 체바오트가 마주쳤다.

노인은 정장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노인은 문을 나와 태연히 체바오트를 지나쳤다.

그 모습을 체바오트가 바라봤다.


“들어가시죠.”


여인이 체바오트에게 말했다. 하지만 체바오트는 그대로 서서 멀어지는 노인을 바라봤다.


“너! 멈춰라.”


체바오트의 말에 노인이 멈췄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는가?”


체바오트가 노인에게 물었다. 노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모릅니다. 누구시죠?”

“체바오트.”

“아! 그러시군요. 저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해리 콜먼이라고 합니다.”

“고작 한 나라의 대통령 따위가 나 체바오트를 몰라보는 건가?”


체바오트가 화를 내며 해리 콜먼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 앞을 여성이 막아섰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비켜라. 너까지 말려들고 싶지 않으면.”

“이러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여성의 표정이 더욱 차갑게 굳어졌다. 원래도 무표정했지만, 더욱 무표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고작 너희들 따위가 나 체바오트를 무시하는 것인가? 감시 나 체바오트를?”


체바오트의 몸에서 스멀스멀 불길한 기운이 스며 나왔다.

미국의 대통령인 콜먼은 수상한 분위기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체바오트의 앞을 막아선 여인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이런 모습에 체바오트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체바오트는 기운을 더욱 끌어냈다. 누구 보다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여인을 뭉개버려야 직성이 풀릴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체바오트는 기운을 끌어올리던 것을 멈췄다.

어느새 그의 목에 검이 드리워져 있었다. 게다가 검만이 아니었다. 옆쪽에서는 창이, 그리고 등 뒤쪽에서는 활이 체바오트를 겨누고 있었다.

이 혼란을 틈타 해리 콜먼 미 대통령은 재빨리 빠져나갔다.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은가?”


체바오트가 무기가 겨눠진 상태에서도 기운을 끌어 올렸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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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5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9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4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3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6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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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8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2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4 14 13쪽
»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5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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