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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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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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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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쟁의 약속

DUMMY

류신과 엘로힘은 마주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일주일 후에 사람들 없는 곳에서 승부를 가리자?”


엘로힘이 류신을 보며 물었다.


“그래. 그게 내 제안이야. 일주일 후. 시베리아 평원에서 한바탕 붙는 거.”

“사람이 없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도 지구가 내 고향인데······ 고향 사람들이 다치는 건 별로 원치 않거든.”


류신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엘로힘은 그런 류신의 표정이 진심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생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전혀 그런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소리야? 나 되게 인도적인 사람이야. 생명을 존중하는. 지구에 와서도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사람은 한 명도······ 아! 한 놈 있구나.”


류신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제안을 거절하면?”

“그러면 뭐 별수 있나. 오늘은 그냥 돌아가겠지만 다음부터는 꽤 시끄러워지겠지.”

“시끄러워진다라······ 왠지 그것도 한 번 체험해 보고 싶긴 하군.”

“궁금하면 해보던가.”


엘로힘이 넌지시 도발을 해봤지만 류신은 태연했다. 엘로힘의 도발 따위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사실 엘로힘으로서는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타보트였다.

그것만 확보했다면 세계수를 차지하는 싸움은 손쉬웠을 거다. 그러나 결국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그때 엘로힘에게 연락이 왔다. 바로 아즈모데우스였다.


“잠깐! 이 연락은 중요한 거라서.”

“충분히 기다려 주지.”


엘로힘이 밖으로 나가 아즈모데우스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지? 직접 전화를 하고?”

-타보트로 보이는 물건의 행방을 찾아냈습니다. 다만······ 타보트가 맞는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그래?”


엘로힘의 표정이 변했다.

위험의 변수는 없애는 것이 좋다. 아무리 자신이 있다고 해도 확률을 100%로 만들어 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률을 100%로 맞추는 데 필수적인 것이 바로 타보트다.


-위치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확보하는 데 일주일 정도 기간이 걸릴 것 같네요.

“일주일? 확실한가?”

-레비아탄과 베헤모스, 지즈가 사라졌습니다. 확보만 한다면 배송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알았다. 꼭 구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죠.


전화를 끊고 엘로힘은 방으로 돌아갔다. 류신은 그대로 소파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타보트를 구할 수 있다. 그러면 류신도 없애고 세계수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타보트가 없다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엘 하이도, 체바오트도 모두 류신의 손에 죽었다.

게다가 방금 신들의 몸을 묶어놓은 것도 류신의 힘이었다.

그런 힘을 가진 존재와 제대로 싸우려면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아즈모데우스가 타보트 확보에 일주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기에 류신은 일주일 후 싸우자고 했다.

기가막히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좋아.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엘로힘이 마치 선심을 쓴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건 조건이라기 보다는 부탁인데······”

“부탁? 그대가 나에게 부탁도 하는가?”

“누가 좀 흥분했더라고. 애써 말리고 오느라고 말이야.”


왠지 엘로힘은 그게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제우스와 아레스, 아테나는 실패했다. 하지만 거기서 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릴리스는······ 살아 있겠지?”

“물론. 건강하게 잘 살아있다.”


제우스와 그들의 습격 이후 루시퍼는 릴리스가 사라진 것을 알아냈다. 지옥을 습격한 것은 제우스 일행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장 엘로힘을 찾아가겠다는 것을 류신이 겨우 말렸고, 직접 찾아와 릴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편이 아내를 그리워해.”

“그런가? 그러면 그도 직접 와서 찾아가라고 하면 되겠군.”

“그렇지 않아도 참전하겠다고 했어.”

“무척 재밌겠군.”


엘로힘이 웃었다. 류신도 따라 웃었다.


“맞아.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될 거야. 그러니까 말인데······”


순간 류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표정으로 엘로힘을 봤다.


“릴리스가 다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순간 엘로힘은 긴장했다. 류신의 표정에서도 위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엘 하이와 체바오트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거면 돼.”


어느새 류신은 표정을 풀어 원래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돌아왔다.


“그러면 일주일 후 시베리아 평원에서 보자고.”

“그런데 왜 시베리아지?”

“넓잖아.”


이유는 간단했다. 그리고 류신은 손을 흔들며 포털을 열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려던 류신이 멈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런데 넌 이름이 뭐냐?”

“내 이름?”

“엘로힘이라고 할 생각은 마. 엘로힘 아니라는 거 알고 있으니까.”

“후후후. 그런가? 나는 해스터(Hastur)다.”


류신이 반색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 해스터. 그래. 이름이 이래야지. 다들 이름이 이상하더라도. 그래도 네 이름은 그다지 이상하진 않네. 해스터. 잊어버리진 않겠다.”


류신은 웃으며 포털로 들어갔다.


***


수엽을 덥수룩하게 기른 한 남자가 허름한 옷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프랑스 파리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봤다.

도시의 화려한 분위기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시선이 뜨겁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앞을 보고 걷기만 했다.

몇몇 거리의 양아치들이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갔다.


“어이? 당신 뭐야? 어디 쓰레기장에서 구르기라도 한 거야?”


덩치 큰 양아치가 남자를 툭 밀면서 물었다. 남자가 휘청거렸다.


“말도 못 해? 말 좀 해봐.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이번엔 키가 큰 양아치가 툭 밀었다. 이번에도 남자는 휘청거렸다.


“이봐. 우리가 배가 고파서 그래. 뭐 가진 거라도 있나?”


키가 작은 양아치가 물었다.

그러자 허름한 넝마 같은 옷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남자가 무언가 꺼냈다.

그것은 동그란 밀가루 반죽처럼 생겼다.


“그게 뭐야?”


양아치들은 남자가 꺼낸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남자가 양아치에게 동그란 반죽을 건넸다.

양아치 하나가 반죽을 받았다.


“뭐 이딴 걸 주고 지랄이야? 야! 돈 없어?”


양아치 남자가 받았던 반죽을 그대로 바닥에 버렸다. 순간 바닥에 떨어진 반죽은 그대로 썩어 사라져버렸다.


“뭐야? 씨발! 독이야? 우리에게 독을 준 거야?”

“이 미친 새끼 봐라? 죽고 싶어?”


이제껏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남자가 죽고 싶냐는 말에 순간 눈빛이 반짝였다.

그리고 양아치들을 바라봤다.

생기 없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싸늘해 보였다.

양아치들도 그런 남자의 표정에 뒤로 흠칫 몰러날 정도였다.


“죽고 싶어.”

“뭐?”

“죽고 싶다고.”


남자의 대답에 양아치들은 할말을 잃었다. 남자는 죽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정신 나간 새끼네. 제길 기분 잡쳤다.”


양아치들이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어깨에 남자가 손을 얹었다.


“가지 마. 날 죽여줘. 제발.”


남자가 애원했다. 하소연까지 했다.


“씨발 뭐야? 떨어져!”


양아치가 남자의 손을 쳐냈다. 역시 남자가 휘청거렸다.

양아치들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더러운 새끼가 어디에 손을 대?”


어깨를 잡혔던 양아치가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번쩍하는 번개가 하늘에서 내려와 양아치에 직격했다.


콰직!


양아치는 그 자리에서 까많게 그을려 버린 채 그대로 쓰러졌다.


“야? 뭐야? 왜 이래?”


다른 양아치들이 놀라며 쓰러진 친구를 살폈지만 이미 죽어버린 후였다.


“씨발 뭐야? 귀환자야?”


하지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냐. 제발 날 죽여줘. 제발.”


남자는 계속 자신을 죽여달라고만 말했다.


“그래! 씨발 죽여줄게.”


양아치 하나가 권총을 꺼냈다.

아무리 귀환자라고 해도 총에 제대로 맞으면 위험하다.

쇳덩어리가 몸안을 파고 들어가는 게 좋을 리 없으니까.

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총구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로 쏴달라는 듯이.


“씨발 죽어!”


결국 남자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댄 양아치가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총은 발사되지 않고, 오히려 총 그 자체로 터져버렸다.


펑!


“으악!”


양아치의 손이 너덜너덜해졌다. 총이 손에서 터져버리면서 손까지 날려버렸다.

그런데도 바로 총구 앞에 서 있던 남자는 멀쩡했다. 어디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엉망인 옷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몸에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깨끗한 피부 그대로였다.


“씨발! 뭐야? 뭐야?”


하나 남은 양아치가 손을 움켜쥐고 쓰러져 꿈틀거리는 양아치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를 챙길 정신이 없어 보였다.


“사, 살려줘.”


양아치가 외치며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골목을 벗어나자 마나 그대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에 치고 말았다.


끼이이익- 쾅!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남자는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흐느적거리며 걸어갔다.

바닥에 손목을 움켜쥔 채 꿈틀거리던 양아치의 움직임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남자는 계속 걸었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도착한 곳은 베르사유 궁전의 광장이었다.

엘로힘이 살고 있는 궁전. 그곳 입구를 하급 신들이 지키고 있었다.


“젠장. 우리도 명색이 신인데 이런 일이나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게. 아무리 인지도가 좀 떨어지기로 서니 나도 우리나라에서는 잘 나간다고.”


서로 떠들어대는 신들은 정말 이름도 잘 모르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넌 어디 신이야?”

“날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하긴, 나도 네가 어디 신인지 모르니까.”

“뭐? 나를 모른다고?”


이젠 둘이 서로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그들 에게 남자는 가까이 다가갔다. 여전히 흐느적거리면서.

다투던 두 명의 신이 다가오는 남자를 봤다.


“뭐냐? 여기에 인간이 무슨 볼일이지?”


이름모를 신 하나가 물었다.


“인간은 여기에 들어오지 못한다. 신만이 출입이 가능하다. 꺼져라.”


다른 이름모를 신이 말했다.

남자는 잠시 서서 신이라는 자들을 바라보다가 흐느적거리며 다시 앞으로 걸었다.

그런 남자의 행동에 두 신은 기분이 상했다.

자신들이 어떤 신인지도 알아주지 않고, 문지기나 시키는 것에 화가 난 상태인데 어디서 굴러온 인간이 자신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흐흐흐. 그래. 우리의 무서움을 인간에게 보여줘야겠군.”


이름 모를 신 하나가 웃으며 손을 하늘에 뻗었다.


“위대한 자연이시어. 이 버릇없는 인간에게 신의 신성함을 보여주소서.”


자연의 힘을 불러내는 이름 모를 신이었다.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그대로 땅으로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번개는 남자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자연을 외치며 불러댔던 이름 모를 신을 향한 것이었다.


파지직!


이름 모를 신은 번개를 맞고 그대로 소멸하듯 사라져 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불러낸 힘에 자신이 당하다니. 다른 이름 모를 신이 검을 꺼냈다.


“내 동료를 해하다니 네놈의 목을 베겠다.”


이름 모를 신이 검을 휘둘렀다.

남자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목을 빼며 검이 더 쉽게 베어버릴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주었다.

검이 빠르게 날아갔다.


챙!


검이 그대로 남자의 목에 닿았다. 하지만 남자의 목은 잘리지 않았다. 오히려 검이 반토막이 나며 부러졌다.

부러진 검의 파편이 검을 휘두른 이름 모를 신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렇게 검의 파편에 온 몸이 박혀 바닥에 쓰러졌다.

이내 그의 몸도 허공의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남자는 텅 비어 있는 입구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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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도난 +1 23.08.10 486 9 12쪽
85 처음의 인간 +1 23.08.09 492 9 12쪽
» 전쟁의 약속 +1 23.08.08 506 9 12쪽
83 얼굴 보고 얘기하려고 +1 23.08.07 558 10 13쪽
82 타보트는 세계수로 +1 23.08.04 529 10 12쪽
81 타보트와 세 괴수 +1 23.08.03 525 12 12쪽
80 레비아탄 +1 23.08.02 504 12 12쪽
79 타보트 +1 23.08.01 568 10 13쪽
78 경매장 +1 23.07.31 553 12 12쪽
77 win win +1 23.07.28 642 12 13쪽
76 다시 모인 사고뭉치 형제들 +1 23.07.27 549 11 12쪽
75 지옥의 혈투(2) +1 23.07.26 548 13 11쪽
74 지옥의 혈투(1) +1 23.07.25 556 14 11쪽
73 헬(Hel) +1 23.07.24 565 11 12쪽
72 지옥 투어 +1 23.07.21 570 11 12쪽
71 더블 제안 +1 23.07.20 594 12 12쪽
70 형제들은 다 똑같다 +2 23.07.19 618 14 13쪽
69 끼어들면 죽어 +1 23.07.18 612 12 12쪽
68 펜리르의 분노 +1 23.07.17 634 11 13쪽
67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 +1 23.07.14 644 12 12쪽
66 형제를 찾는 여행 +1 23.07.13 669 11 12쪽
65 두 조직 +1 23.07.12 696 12 13쪽
64 진정한 쇼고스 +1 23.07.11 701 13 13쪽
63 어울리는 죽음(2) +1 23.07.10 684 16 12쪽
62 어울리는 죽음(1) +1 23.07.07 718 15 12쪽
61 누가 이딴 걸 여기에 둔 거야? +1 23.07.06 716 14 12쪽
60 조용한 곳으로 갈까 +1 23.07.05 702 14 12쪽
59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아야지 +1 23.07.04 733 14 13쪽
58 통치한다는 의미 +1 23.07.03 734 17 13쪽
57 뒷정리 좀 하자 +2 23.06.30 770 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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