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72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5.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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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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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0쪽

<15> 음양노동 관쌍

DUMMY

*


설파혼이 돌아서서 현청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따라 오라.”


효지림은 따라 들어가는 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설파혼에게 보고해야 할 로운이라는 그 사내.


머리는 일월교를 위해 반드시 말살해야 한다고, 가슴은 그렇지 않다고 싸우는 양가감정이 그녀를 갈등 속으로 밀어 넣었다.



*

“그래. 내 잘못이다. 돕자고 한 건데 그렇게 심각하다면 책임질게.”


로운은 고민 끝에 벽자룡의 요청을 수락했다.

취소연을 군웅맹의 은거지까지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어디 딱히 갈 곳도 없고 찾는 물건의 행방도 모른다.

취소연의 동료들, 군웅맹의 인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면 로운이 찾는 물건의 정보를 얻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차는 대둔현을 빠져나와 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벽자룡이 급히 구한 마차였다.


마차 안에는 아직도 내공을 수습하지 못한 취소연이 운기조식 중이었고 벽자룡이 곁에서 그녀를 돕고 있었다.


함께 있던 로운은 좀이 쑤셔서 밖으로 나와 마부석에 앉았다.


놀랍게도 마차의 주인이자 마부는 열 살 쯤 되는 아이였다.

둘은 마차를 몰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내 이름은 관이야. 부모님은 일찍 돌아 가셨구요. 형제도 없구.”

“우와! 소년 가장이네. 어린 나이에 차량렌트사업 CEO잖아! 너 쫌 대단하다야!”

“뭔 말이래? 난 그냥 먹고 살라구 하는 거지. 가진 게 이 마차 뿐이니까”

“근데 어린애라고 나쁜 놈들이 마차 뺏으려 들지 않아?”

“아~! 그건 괜찮아. 지켜주는 친구가 있거든!”

“친구? 그래봐야 아이들 둘인데?”

“그 친구 무공 엄청 쎄! 나이도 예순은 넘었어?”

“엉? 예순? 친구 아니고 할아버지잖아!”

“친구 맞거든! 형은 친구에 나이가 상관 있어?”

“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야!”

“헤헤헤. 형은 나이 차이 많은 친구 없나 봐?”

“없지. 나이고 뭐고 여긴 친구가 하나도 없어.”

“진짜? 그럼 형아랑 나랑 친구 할까?”


둘은 친구가 되었다.

이 세상에 와서 맺은 첫 번째 친구였다.


“그럼 형아 얘기 해 줘. 친구끼리는 서로 잘 알아야 하니까‘


마차는 들판을 가로질렀다.

이제 겨우 열 살인 관이 말을 다루는 솜씨는 수십 년 말을 다룬 듯 능숙했다.

능숙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순수한 눈빛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말솜씨도 나이 많은 어른처럼 능란했다.


로운은 자신도 모르게 과거 얘기를 술술 털어놓았다.


“에? 진짜? 미래에서? 거짓말!”


적당히 추임새를 넣어주며 로운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게 유도했다.

그러면서도 마차는 일정한 속도로 길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형은 미래의 세상에서 왔고 거기서는 현청의 포두 같은 직업이었단 말이지?”

“솔직히 믿어지냐?”

“헤헤헤. 그걸 누가 믿어? 근데 엄청 재미있긴 해. 형아가 지어 낸 미래 세상 얘기들.”

“햐~ 요 녀석이 형을 갖고 노네? 어린 놈들이 더 무섭다니까!”

“근데 형아는 진짜 뭐하는 사람이야? 미래 세상 그런 거 막 상상으로 생각이 나? 진짜 이야기꾼인가봐!”

“됐다, 쨔샤! 하긴 나라도 못 믿을 테니까.”

“그러지 말고 더 얘기해 줘~ 재밌단 말야! 내가 만두 줄게~”

“만두?”

“응, 왕만두 두 개 싸왔는데 형아 하나 줄게.”


만두를 나눠 먹으며 둘이 떠들며 달리는 사이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는 여전히 취소연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잠시라도 결가부좌를 풀 수 없었다.

몸 속에서 들끓고 있는 로운의 내공을 제 길로 계속 돌려야만 했다.


그 내공들을 순화하고 안정 시키지 못하면 몸 속에 폭탄을 안고 가는 셈이었다.

반대로 내공을 안정 시킬 수만 있다면 일시에 일 갑자 이상의 공력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칫 역행하게 되면 곧바로 주화입마에 빠진다.

죽지는 않을 것이나 모든 내공을 잃게 될 것이며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될 것이다.


때문에 모든 의식을 운기조식에 집중해야만 했다.

하지만 곁에서 하는 이야기,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마차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목적지가 아닌 듯 했다.

눈을 감고 있으니 마차 밖을 볼 수 없었고 그러니 방향을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해가 기울자 창문을 통해 얼굴에 닿는 저녁 햇살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은거지로 가려면 북행(北行)이어야 한다.

마차 안에 거꾸로 앉았으니 서쪽 하늘 햇살이 오른쪽에 내려야 하는데 왼쪽 볼에 온기가 돈다.


방향이 다르다는 건?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 보다 혼자 위험한 것을 선택했다.


- 쿨럭!~


취소연이 무리해서 운기 조식을 멈추자 검은 핏덩이를 한 줌이나 토하고 말았다.


“취소저! 위험해! 어서 다시 운기조식을....!”


놀란 벽자룡이 다급히 취소연의 등에 손을 대고 운기를 도왔다.


“바.. 밖을 확인해... 지금... 가는 길이.... 그곳이 아니야....”


벽자룡이 놀라 마차 밖을 돌아보았다.

서산에 해가 숨어들며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었다.


“방향이 뭐가.....?”


그 순간에야 벽자룡은 취소연이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한 손을 취소연의 등에 댄 채 크게 외쳤다,


“멈춰! 마차를 멈추라고!”


마차는 양쪽 높은 언덕 사이의 대로를 달리고 있었다.

마차 모는 걸 배워 보겠다고 꼬마 대신 고삐를 잡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던 로운이 급작스럽게 고삐를 당겼다.


- 끼히힝~


두 마리 말이 갑자기 멈추고 마차가 덜컹 크게 한 번 흔들리는 바람에 로운이 마부석에서 튕겨나가 나뒹굴었다.


그 순간이었다.


- 쏴아--


길목의 전후방과 계곡 위에서 갑자기 화살비가 쏟아졌다.

마차를 향해 수백 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 타앗


벽자룡이 마차에서 튀어나오며 쌍검을 휘둘렀다.

검막을 쳐 로운과 꼬마를 향해 날아오는 화살비를 막으려 했다.


그런데 검막보다 빠른 게 있었다.

날아드는 화살비에 놀란 로운의 몸에서 광채가 번쩍 빛났다.

광채는 검막보다 빠르게 두 사람을 감쌌다.


- 투타타탕--


날아오던 화살들이 광채에 부딪혀 튕겨나갔다.


반탄강기.


“어? 뭐냐?”

“그러니까 방금 뭐였습니까?”


자신도 몰랐던 반탄강기가 온 몸을 감싼 걸 보고 로운이 묻자 벽자룡 역시 되물었다.


벽자룡 역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놀라운 위력의 반탄강기였다.



*

마차 앞쪽 떨어진 곳에서 똑같은 질문을 읊조린 자가 있었다.


“저건 뭐지?”


암행귀 야율이었다.


마차의 진행로를 막고 선 수백 명의 검은 인물들.

일월교의 흑령기였다.


검은 깃발 아래 서 있는 흑령기주 암행귀 야율은 금빛 보호막에 맞고 튕겨 나는 화살을 보며 눈을 의심했다.


반탄강기일 거라 생각했지만 쉬이 믿을 수는 없었다.

약관의 젊은이가 저 정도 위력의 반탄강기를 펼친다는 것은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마차의 퇴로 쪽에도 똑같이 탄식 같은 질문을 뱉은 자가 있었다.

하얀 깃발 아래 수백 명의 인물들은 백령기였다.


백령기주 냉야탄은 중상을 입고 누워 있는 중.

그를 대신해 임시로 백령기를 이끄는 자는 깡마른 체구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인물이었다.

가늘고 긴 수염 세 가닥이 가슴까지 늘어져 있었다.


그의 표정은 놀람보다는 재미있다는 듯 묘하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로운이 앞과 뒤, 좌우의 언덕을 살폈다.

백령기와 흑령기의 무사들이 마차를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다.


벽자룡이 물었다.


“여기가 대체 어딥니까?”

“그걸 나한테 묻냐? 나 여기 처음이라고!”

“대체 어디로 온 거죠? 불령산 가는 길이 아니잖습니까!”

“그니까! 내가 불령산인지 불암산인지 어떻게 아냐고! 꼬마가 가자는 대로 온 거라고! 그렇지 꼬마야?”


말하던 로운이 깜짝 놀랐다.

마부석에 함께 앉아 있던 꼬마 관이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어? 그 꼬마 놈! 나랑 같이 굴렀나?”

“함정입니다! 전후 모두 봉쇄되었습니다! 빠져 나갈 길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 길은 뚫으면 되는 거지!. 내가 길을 열게, 니가 마차를 맡아!”


지금으로서는 로운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벽자룡이 훌쩍 마차에 올라 고삐를 그러 쥐었다.


잘못 들어온 길이라면 온 길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 로운이 백령기와 깡마른 노인 쪽을 노려보았다.


로운이 천천히 백령기 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된통 당해 본 백령기 대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수염 노인은 돌아보지 않아도 백령기들이 동요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임시로 백령기를 지휘하는 깡마른 노인.

그가 바로 효지림과 함께 외진각의 부각주 지위에 있는 음양노동 관쌍이었다.


그의 공력은 결코 백령기주 냉야탄보다 아래가 아니었다.


로운이 다가오자 관쌍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직접 놈을 상대해 보라. 제압하라는 것이 아니다. 높이를 재어보는 정도라면 괜찮을 거다. 다만 진짜 임무가 무엇인지는 기억해야지.’


그것이 외진각주의 명이었다.

각주의 명이 아니라도 상대가 궁금한 건 관쌍도 마찬가지였다.


예측 밖의 상대와 겨뤄 볼 생각에 오랜만에 관쌍은 온몸에 기분 좋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로운과 마주 선 관쌍의 양소매 안에서 스륵하고 판관필이 흘러나왔다.

흑백 한 쌍이었다.


만년한철로 만든 백색의 판관필과 묵강정철로 만든 흑색의 판관필,

관쌍의 별호 음양노동 중에 음양이란 두 글자가 바로 흑백의 판관필 때문에 붙은 것이었다.


판관필을 꺼내 들자 로운이 경고했다.


“영감. 내 소문은 들었지? 비키지 않으면 고관절 나간다. 말년에 고관절 삐끗하면 엄청 고생하는 거 알지?”


- 콰아아~~~


대답 대신 백색 판관필이 로운을 덮쳐왔다.


판관필은 로운이 피할 수 있는 방향을 모두 선점하며 백색 섬광을 퍼부었다.

순식간에 섬광의 잔영이 허공에 글자를 남겼다.


봉 (封)


섬광은 글자 그대로 로운의 전방위를 봉해버렸다.

낙장불입.jpg

이야기는 쌓여가는데

유입 방문자는, 선호작은, 댓글은 점점 줄어드네요.


그냥 저 혼자 쓰고 혼자 보게 되더라도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그게 글쟁이 운명 아니겠습니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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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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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7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99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4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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