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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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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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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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DUMMY

*


음양노동 관쌍


그는 효지림과 함께 외진각의 부각주 직위에 머물러 있지만 교주의 대우는 각주인 설파혼 보다 아래가 아니었다.

관쌍의 가문은 일월교 창건 때부터 대대로 교주의 옆을 지켜 왔기 때문이다.


관쌍의 부친은 1차 정사대전에서 전대 교주와 함께 산화했기에 현 교주 율리납은 관쌍을 보면 더더욱 극진하게 대접했다.


가문의 무공은 음양공이라는 내공에 기반 했다.

음양공이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한 몸에 쌓는 무공이기에 한 몸에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했다.

때문에 그들은 결혼을 기피했고 가문의 후대는 교단 내 인물들의 양자로 이어졌다.

오랜 세월 일월교와 함께 해 온 가문들은 다들 관쌍의 가문에 한두 명씩 양자를 통한 혈연으로 엮여 있다고 봐야 했다.

다만 원래 어느 가문이었는가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원래 부모, 원래 가문과의 애정을 확실히 떼어내야 관씨의 후손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관쌍 역시 말을 배우기도 전에 입양이 되었다.

이제껏 없던 근골을 타고 태어난 아이였기에 관쌍의 부친은 기대가 컸다.

가문의 그 누구도 음양공의 극한지경까지 완성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타고난 근골이 화를 불렀다.


*

관쌍이 거의 무공에 미쳐있다시피 했던 젊은 시절.

전대의 그 누구도 넘지 못했던 음양공의 마지막 경지를 넘기 위해 수련하던 그 때 성급한 마음에 무리한 내공 운행을 하다 절대 경지 코앞에서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다.


그를 구한 건 일월교였다.

일월교의 모든 고수들이 달려와 전력을 다해 그를 치료했다.

그 덕에 관쌍은 살아났다.

하지만 그가 이루었던 내공의 성취는 반 이상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음양공이 흐트러지면서 조화가 깨져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왔다.

선대의 음양공이 남성과 여성의 양성을 갖게 만들었다면 변형된 관쌍의 음양공은 노인과 아이의 양성을 한 몸에 갖게 된 것이었다.


이후로 음양공을 이용해 열 살 남짓한 아이로 변할 수 있게 되었다.

세월 따라 늙어가면서 양기보다 음기가 강해지자 일정 시간을 아이로 돌아가 양기를 보완해야만 음양의 조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음양노동이란 별호가 붙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노동(老童)

늙은 아이


다만 그의 내공 증진은 거기에서 멈춰버렸다.

아무리 수련해도 내공이 상승되지 않았다.


하여 변형된 내공에 적합한 새로운 무공을 찾아야했다.

교주가 만년서고를 열어주었고 거기서 음양을 나누어 사용하는 무공을 창안할 수 있었다.

흑백의 판관필이 적합한 무공이었다.


더 이상 증진되지 않는 내공 때문에 무공 또한 일정 수준에서 더 나아갈 수 없었기에 그가 맡을 수 있는 직책도 외진각의 부각주 정도였던 것이다.


정사대전에서도 이미 승리를 확정 지은 마당에 그가 일월교에 공헌을 하고 더 높은 직위로 오를 수 있는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놈이 나타난 것이다.

그 놈의 행적을 추격하는 임무, 그래서 군웅맹의 은거지를 찾아내고 놈까지 확보한다면 다음 각주의 자리는 효지림이 아니라 자신이 될 것이다.


마차를 추격하는 관쌍의 보법이 점점 빨라졌다.

저 멀리 달려가고 있는 마차의 흙먼지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

두어 시진을 쉬지 않고 달린 마차는 강을 만나자 잠시 멈췄다.

벽자룡이 쉼 없이 달려온 두 마리 말을 끌고 강가로 가 물을 먹이고 풀을 뜯게 했다.


그 사이 로운은 마차 안의 취소연을 살펴보았다.

취소연은 로운이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이리저리 살피는 게 거북했지만 운기조식 중이라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한참을 살피던 로운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파란인데 아니라네....거 참.”


취소연은 아직도 다른 여자 이름을 들이대는 로운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미간만 찌푸릴 뿐.


“그나저나 안색이 창백하네. 상태가 쒯인데?”


중얼대던 로운이 마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마차 밖에 꼬마 관이 서 있는 게 아닌가?


“야! 너! 임마!”

“형아! 헤헤헤.”

“얌마! 어디 갔던 거야? 여긴 또 어떻게 왔고?”

“나 계속 같이 있었어. 저기 마차 밑에 숨어서.”

“마차 밑에?”


마차 바닥 쪽에 물건을 실을 수 있도록 수납고가 부착되어 있었다.

어른은 안 되겠지만 아이라며 우겨 들어갈 수도 있을 크기였다.


“화살 날라 오고 그러니까 저기 숨었더랬어. 형아네가 이기면 나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마차가 달리더니 서질 않는 거야. 여기 올 때 까지. 아휴~ 답답해서 죽을 뻔 했네!”


로운이 관을 번쩍 들어 올리며 칭찬했다.


“짜식! 똑똑한데? 잘했다, 잘했어. 형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관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아아얏! 내려줘! 아퍼! 아프다고!”


로운이 얼른 내려주자 관이 어깨를 부여잡고 울상을 지었다.


“왜? 어디 다쳤니?”

“아... 그게 마차 바닥이니까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히잖아. 어깨가 너무 아파.”

“어디 보자. 형아가...”


관이 당황하며 물러났다.


“아냐! 괜찮아. 금방 나을 건데 뭐.”


말을 끌고 돌아온 벽자룡도 관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어쨌든 관이가 돌아와 벽자룡과 교대로 마부석에 앉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벽자룡이 취소연을 돌보고 관이와 로운이 먼저 마차를 몰기로 했다.


“아깐 왜 이상한 길로 간 거야? 너 길 잘 모르지?”

“에? 거기 지름길이거든! 근처 오백 리 안에 빠른 길은 빠삭해! 마차 몰려면 그건 기본이라고!”

“아~ 지름길!”


로운은 잠깐 말을 멈췄다.

로운은 행동파다. 생각보다 말이나 행동이 먼저 가는 경우가 많다.

윤약사를 놓친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 로운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

드문 경우였다.


사라졌던 관이.

마차 밑에 있었던 관이.

무엇보다 어깨를 다친 관이.


그리고 또 한 가지....

그것 때문에 기분이 굉장히 찜찜했다.


“형아. 또 얘기해 주라. 형아가 살던 그 미래 얘기.”

“응? 아... 응.... 그럴까?”


관이가 좋아하는 얘기를 떠들면서도 머릿속은 내내 찜찜함의 원인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딱히 연결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직 꼬꼬마 어린 새새끼이긴 하지만 로운은 경찰의 눈으로 선택하고 경찰의 촉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하던 대한민국의 경찰이다.


로운은 단호하게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작은 술잔이라도 오래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픈 거다. 고민도 마찬가지, 오래 생각한다고 좋은 결론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원인이 찜찜하면 결과를 피하는 거다!’



*

성곡현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작은 고을이었다.

그 작은 곳에 갑자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냉야탄이 백령기를 끌고 와서 하룻밤만 현청을 쓰겠다 했을 때 현령은 지레 겁을 먹고 내어주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었다.

효지림과 십이편복, 그 후엔 외진각주 설파혼이 관쌍과 수하 수백을 이끌고 찾아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겁을 먹고 현령에게 그들을 내보내라 부탁했다.

그런데 흑령기들까지 성곡현에 들어오고 며칠을 지내자 몇 개 안되는 식당과 객잔, 술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겁먹었던 백성들도 일월교도들의 부족한 잠자리에 집 문을 열고 방을 내주었고 일월교는 그에 합당한 댓가를 지불했다.


오랜만에 성곡현이 활기를 띠었다. 돈이 돌았다.

이어 홍령기, 청령기, 녹령기까지 들이닥치자 마을 가게들 곳간이 텅텅 비었다.


“내가 이 사람들 딱 잡아둘 테니까 고기고 채소고 간에 부족한 거 확보해. 옆 마을 가던 뒷 고을을 가던!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라고 이번에 일 년 장사 끝내자고!”


현령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인근 고을로 가서 비싼 돈을 주고 부족한 재료를 쓸어 담았다.

사들인 물건을 싣고 밤을 새며 마을에 돌아왔다.


그런데 고을이 텅 비어 있었다.

현청에는 황당한 표정의 현령만 다리를 후들거리며 서 있을 뿐. 밤사이 그 많던 일월교도들이 모두 떠나버린 것이다.


일시에 성곡현을 나온 일월교도들은 모두 신분을 감추고 흩어졌다.

길은 달랐지만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전해 받은 지령에 따라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그 곳은 로운이 탄 마차가 향하는 곳이었다.


*

마차가 며칠을 달려가자 주위의 풍경이 바뀌었다.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던 지평선이 끝나자 거짓말처럼 산들이 삐죽뾰죽 솟아났다.

사방이 깎아지른 산이었고 그 사이로 거친 강이 흘렀다. 사람 사는 마을도 보이지 않았다.

아주 가끔 강변에 몇 채씩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그런 마을을 만날 때나 마차나 사람도 잠시 숨을 돌렸다.


운이 좋게 점심 무렵에 꽤 큰 마을을 만나 끼니를 맞출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로운이 꼬마 관이 한테 말했다.


“다 먹었지? 너 이제 돌아가라.”

“어? 돌아가? 왜? 벌써 다 온 거야?”

“우린 여기부터 걸어갈 거니까. 길이 험해서 마차는 안 되겠어.”

“그럼 마차는 여기 맡기고 말만 풀어서 타고 가자!”


관의 제안에 벽자룡도 동의했다.


“그러면 되겠네요. 관이 돌아가는 길에 마차를 찾아가면 되니까.”

“안 돼! 관이는 여기까지. 이제부터는 우리끼리 가는 게 안전해. 은거지가 알려지면 안 되니까.”

“에? 형아! 날 못 믿는 거야?”


단호한 로운의 말에 관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너 못 믿어.”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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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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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8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4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100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1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2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5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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