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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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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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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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DUMMY

*


‘나가서 찬바람이나 좀 쐬어야겠다. 생각도 정리할 겸.’


밖으로 나오자 소격동 곳곳에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거나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다.

로운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모두 로운을 돌아보았다.


호기심에 찬 눈빛이었고 호의가 담긴 표정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미소로, 나이 든 어른들은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보내왔다.

젊은 여자들은 로운을 훔쳐보며 발그레한 얼굴로 소근소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들 사이를 걷다 보니 답답하던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로운이 먼저 눈인사를 보내면 때론 가벼운 목례로, 때론 포권의 예로 답해 왔다.


“여기 계셨네요. 방에 안계시기에 여기저기 찾아 다녔어요”


취소연이었다.


“아, 방에만 있기 답답해서 좀 걸었어. 그런데 여기 사람들, 모두 마교에 쫓겨 와 숨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요. 모두 마교와의 싸우던 분들이시죠. 살아남아 후일을 도모하고 있는 거죠.”

“그럼 가족이나 동료들을 잃은 분들도 있겠구나.”

“모두죠. 단 한사람 예외 없이.”

“그런데도... 참 친절하게 대해주시네. 사실 여기 들어올 때는 다들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거든.”

“그 말도 맞아요.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를 잃었는데 누군들 복수심에 불타지 않겠어요? 다만 각자 속으로 숨기고 있는 거죠. 누구 하나라도 그걸 꺼내는 순간....”


취소연이 말끝을 흐렸다.

뒤에 무슨 말이 숨어 있는지 알 거 같았지만 어떤 말도 쉽게 꺼내긴 힘들었다.

한 두 마디 말로 위로도 격려도 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기에.


“이해해. 상처가 클수록 그걸 마주 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그럼에도 다들 너무나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참 고맙네.”

“이미 소문이 다 퍼졌으니까요. 대협이 저희를 도와준 것도 혼자서 마교를 상대로 싸운 것까지 전부요. 정말 오랜만에 들은 좋은 소식, 좋은 분의 이야기라서 상처뿐인 사람들한테는 더 없이 좋은 약이 되고 있어요.”


그때 소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소연 누나!”

“휘야!”


꼬마 아이였다.

열 살 도 채 되지 않았을 거 같은 남자아이였다.

어린 아이인데도 이마에는 영웅건을 둘렀고 옆구리에는 작은 목검을 비끌어 매고 있었다.


달려온 꼬마를 소연이 허리 숙여 안아주었다.


“잘 지냈어? 할아버지도 잘 계시지?”

“응 누나! 매일 검법 수련하면서 누나 기다렸지~! 할아버지도 안녕하셔~”


휘가 옆에 있는 로운을 올려다보며 짐짓 격식을 갖추어 말했다.


“형님이 그 분이시죠? 누나를 구해주신 분!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요! 큰 은혜에 감사드려요.”

“어. 그래. 그게 나 맞을 걸? 하하하”


나이 어린 꼬마가 어른스럽게 인사하자 로운은 웃음이 터졌다.

소연도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얘는 제갈휘. 제갈세가의 큰 가주이신 제갈시록 어른신의 손자여요. 이제 여덟 살이죠.”

“네! 소생 제갈휘라고 하옵니다! 누님이 잘못 아셨는데 저 아홉 살입니다! 저는 누님을 보호하려고 열심히 검법을 수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부족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외람되지만 대협께서 제가 수련을 마칠 때 까지만 누님을 보호해 주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형님을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휘가 고개 들어 로운을 딱 올려다보고 시선을 맞추고는 포권까지 하며 말했다.

말투는 아홉 살 답지 않았지만 내용은 딱 아홉 살 순수함 그대로였다.


“아... 미안하네, 동생. 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여길 떠나야 해.”


로운이 정감 어린 말투로 완곡하게 거절하자 휘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아~ 정말 어떡하지? 벽자룡 형님은 미덥지가 않은데. 대협!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없습니까?”

“푸하하하--”

“호호호--”


휘의 말에 로운과 소연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휘는 정말 걱정이 되는 듯 심각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야! 휘! 너 지금 뭐랬냐? 내가 뭐 어쩐다고?”


뒤에서 장난스럽게 휘를 힐책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막 소격동에 도착한 벽자룡이었다.


“아! 벽형님!”


휘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는 얼굴로 벽자룡한테로 달려갔다.

벽자룡은 그런 휘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빙글빙글 풍차를 태워주었다.

둘 사이도 형제처럼 가까워 보였다.


소연은 벽자룡한테 휘와 함께 맹주한테 가서 도착 보고부터 하라고 했다.

로운과 단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이 떠나자 취소연이 조심스럽게 마음 속 얘기를 꺼냈다.


“내일 떠나실 거죠? 사실 다들 걱정이 많아요. 대협에 관해서.”

“걱정? 내가? 왜?”

“단봉 때문이죠. 그게 교주의 신물과 관련이 있어 보이니까요. 만약 대협이 교주와 관련이 있는 분이라면, 그러니까 대협도 몰랐던 인연이 있다면 마음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여기 있는 저희는 모든 위험을 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에요.”

“설마 내가 교주 편이 될까봐? 내가 너희 은거지를 알려주기라도 할 거 같아?”

“아닐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너희를 돕는다는 약속은 못해. 하지만 적어도 너희와 싸우지 않겠다는 건 약속할 수 있다!”

“말씀 고마워요. 하지만 그 걸로는 부족해요.”

“알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교주하고 같은 편 먹지 않을게. 됐냐?”


그제야 취소연이 방긋 웃었다. 마치 진파란처럼.

로운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취소연과 함께 먼 길을 달려왔다.

그녀를 구하기도 했지만 의도치 않게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었다.

진파란과 닮았다는 이유로 싸우기도 했지만 화해한 뒤로는 더 없이 따뜻하게 대해준 것도 사실이다.


곧 떠날 것이지만 그녀와 헤어지는 게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먹먹했더랬다.

그게 단순히 그녀가 진파란과 닮아서만은 아니었다.


짧지만 인연을 맺은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헛헛한 법이었다.


“하나만 더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드리는 부탁이에요.”

“또 뭔데?”

“정말 대협이 하신 말이 사실이라면..... 그래서 임무를 마치고 대협의 세상으로 돌아가신다면.... 그 전에 저를 한 번 찾아주실 수 있으세요?”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그녀의 부탁은 조심스럽지만 명확한 고백이란 걸 모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던진 작은 돌맹이가 로운의 가슴 속에 조그맣게 파문을 만들었다.

금세 파문은 사라지고 수면은 다시 고요해 질 테지만

수면 아래 바닥에 그 조약돌은 가라앉아 남을 것이다.


미래에서 왔지만....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니까.


로운이 취소연을 돌아보았다.

취소연은 눈이 마주칠까 얼른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저희한테 도움을 주신 거고.... 또 적이 되지 않겠다고 약조를 하셨으니 어떻게든 보답을 할 기회를 주셨으면 해서예요.”


고개 돌려 먼 산을 보는 척 하는 취소연의 얼굴이 발그레 익어갔다.

로운한테 받은 정심한 내공으로도 홍조는 속일 수 없다는 게 부끄러웠다.


취소연의 부탁에 단지 은혜와 보답의 의미 이상이 담겨 있다는 걸 로운이 모를 리 없었다.

그제서야 로운도 자기 마음속에 느꼈던 헛헛했던 감정이 뭔지 조금 알 거 같았다.

그 짧은 며칠에 약간은 애틋한 호감의 싹이 자라났다는 것을.


“알았어. 약속할게. 대신 그때까지 꼭 살아 있어라.”


로운의 흔쾌한 대답에 소연이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로운이 얼른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로운은 감정을 잘 숨기는 편이 아니었다.

특히 조금만 흥분해도 귓불부터 빨개졌다.

심장 두근대는 거야 속일 수 있지만 빨갛게 익었을 귀가 신경 쓰였다.

소연의 얼굴처럼 빨갛게.



*

관쌍의 예상이 적중했다.


진법에 갇힌 거라면 틀림없이 근처에 진법의 주인, 군웅맹의 인물들이 있으리라는 것.

취소연과 벽자룡의 이야기를 들으면 진법을 열어 줄 거라는 것을.


울고 있는 관이 앞에 물에 흠뻑 젖은 사내가 나타났다.

진법 안으로 들어 온 장강칠우 중 막내였다.


“어이, 꼬마야. 너 이름이 뭐냐?”

눈물을 펑펑 쏟고 있던 관이 벌떡 일어났다.


“어? 아저씨! 어디서 왔어요? 아저씬 누구예요? 저 길을 잃었어요. 저 좀 데려가 주세요!”

“네가 누군지, 무엇 때문에 여길 온 건지부터 들어야겠다. 널 구하고 말고는 그 뒤야.”


관이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저는 관이라고 하구요. 마차꾼이예요. 대둔현에서 저어기 산 아래까지 취소연 누나랑 벽자룡 형아랑 제 마차로 같이 왔어요. 아! 이로운 형아도 함께요.”

“그래? 그런데 왜 돌아가지 않고?”

“제가요~ 막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마교 사람들이 나타나서는.... 으아앙~ 제 마차를 다 박살내고! 형아랑 누나랑 어디로 갔는지 말하지 않으면 죽인다면서! 으아앙~~”

“그래서?”

“겨우 달아난 거예요. 목숨 걸로 튀었다니까요! 누나한테 위험한 거 알려주려고요.”

“위험? 무슨 얘기냐? 나한테 얘기 해 봐.”

“아! 그게 뭐냐면요....”


말을 꺼내던 관이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되물었다.

낙장불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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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8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4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100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5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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