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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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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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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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DUMMY

*


“알았어, 휘야. 형이 지켜 줄게. 취소연 누나는 이 형이 꼭 지킬게.”


휘는 듣지 못할 대답이지만 로운은 굳은 맹세를 담아 속삭여 주었다.


휘를 반듯하게 풀잎 위에 뉘였다.


그리고 로운은 뒷춤에 넣어두었던 단봉을 꺼내 들며 일어났다.


몸 속 어디에선가 부터 극한의 슬픔이, 극도의 분노가 차올랐다.

심층의 슬픔과 분노가 피층의 오열로, 고함으로 터져 나왔다.


- 끄아아아아아아-----------!


그 고함의 어떤 위력인지 이미 경험한 자들이 있었다.


“귀를 막아요!”

“귀 막으라고!”

“귀 막앗!”


취소연과 벽자룡이 거의 동시에 외쳤고 효지림이 뒤따라 비명처럼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모두가 난투 중이었다.

의미 모를 경고보다 눈앞에 날아오는 칼날이 더 급했다.


경고에 집중해 서로 칼을 거두고 물러난 이들은 군웅맹과 일월교의 상위급 고수들 몇 명뿐이었다.


- 끄아아아아아아-----------!


로운의 절규가 반원형의 거대한 칼날이 되어 앞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무림에서 눈을 뜬 이후 내질렀던 예전의 고함과는 결이 달랐다.


- 쿠콰콰콰아아--


로운과 가까이 있던 인물들부터 충격을 받았다.

내공이 실린 로운의 고함에 노출 된 그들은 대포알에 맞은 듯이 튕겨나가면서 무기를 떨어뜨리고,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고, 정신을 놓치고, 쓰러져 갔다.


로운의 절규는 속에서 끓어 나오는 것이었기에 소리가 처음엔 낮았지만 점점 더 커졌다.


그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내공이 낮은 인물들은 처음부터 쓰러졌지만 중급의 인물들은 낮은 충격에서 위기를 감지하고 다급하게 귀를 틀어 막고 온몸의 내공을 끌어 올려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로운의 절규가 멈추었을 때 난투를 벌이던 양측의 인물들 반이 쓰러졌고 나머지 반에서 또 반은 내상을 입고 일시적으로 전투력을 상실했다.


고수의 반열에 오른 수십 명의 인물들만 로운의 절규를 견뎌낼 수 있었다.


쓰러진 이들도, 버텨낸 이들도 충격과 경악의 눈으로 소리의 진원을 돌아보았다.


거기 꼬마 휘가 쓰러져 있었고 그 옆에 로운이 서 있었다.


눈동자는 시뻘건 핏줄이 차올랐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에는 단봉이 부러질 듯 쥐어져 있었다.

이빨이 부러질 듯 악다문 입술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가 온몸에서 뿜어내는 분노는 마치 칼날 같은 기운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건 살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호신강기도 아니었다.

이제껏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기운이었지만 그 누구라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로운이 온 몸으로 뿜어내는 그 기운의 위험함을.


잠시 이어지던 침묵 끝에 설파혼이 입을 열려는 순간, 로운이 먼저 단봉을 들어 그를 가리켰다.


“너!”


입을 열려던 설파혼이 움찔했다.


“그리고 너!”


단봉이 맹주를 가리켰다.


“너! 너도! 너희들 모두!”


로운의 단봉이 여기저기, 전부를 가리키며 좌우로 주욱 훑었다.


“내 말 잘 들어!”


로운이 이를 악물고 쥐어 짜듯 얘기를 시작했다.


“내가 이 동네 사람은 아니고! 딴 세상에서 왔는데! 내 살던 세상에서는 살인이 아니라 조금 상해만 입혀도 합당한 벌 받고 깜빵 간다!”


울분에 찬 로운은 또박 또박 한 문장씩 끊어 말했고, 말을 할 때 마다 내공이 실려 주위에 먼지가 일고 돌들이 튕겨났다.


“근데 이 세상 법은 꼬라지가 어떻게 생겨 처먹었는지! 사람이 죽었는데! 그, 그, 어른도 아니고 애가 죽었는데!”


말을 끊었다.

입술이, 이빨이 드드드 떨리고 있었다.

말을 할수록 감정이 더 뜨겁게 들끓었다.

분노가 치밀고 슬픔이 차올랐다.


온몸이 떨려 말을 할 수가 없어 잠시 숨을 들이 마시고 침을 삼켰다.

흥분을 가라 앉혀야 했다.

분노를 녹이고 슬픔을 눌러야 했다.


“일월교? 마교? 그 종교는 교리를 위해 아이의 죽음을 제물로 삼아도 되나! 중원? 군웅맹? 너희는 협의를 말하며 아이의 죽음을 외면해도 되냐고!”


듣고 있던 설파혼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아이 하나 죽었다고 극도로 흥분하는 걸 보고는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음공을 보고 놀랐는데 성정은 깃털처럼 가벼운 놈이로구나. 걱정 했던 것 보다 상대하기 수월할 수도....’


로운이 말을 끊은 틈을 타 설파혼이 얼른 끼어들었다.


“자네가 일월교를 거론했으니...”


로운이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새꺄! 닥치고 내 말 끝까지 들으라고!”


로운의 고함은 아까의 절규처럼 분노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가지가 더 실려 있었다.


지독한 살기!


처음 눈을 뜬 들판에서, 효지림과 조우했던 객잔에서, 그리고 조금 전 절규와는 차원이 달랐다.


예전에 내질렀던 고함은 말 그대로 고함이었으나 내공이 실려 음공이 된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살기가 얹히자 제대로 된 칼날이 되었다.


소리의 칼날.


살기 어린 소리가 날을 세우고 곧장 설파혼을 향해 날아갔다.

설파혼의 표정이 급변했다.

말렸던 입꼬리가 내려가고 동공이 커졌다.


- 휘리릭!


얼른 팔을 휘둘러 은빛 소매로 전면을 보호했다.


단순히 소매를 펄럭인 것처럼 보이지만 설파혼 역시 내공을 담은 것이었다.


- 콰릉!


소매는 소리를 맞아 태풍 속 깃발처럼 소리 내며 펄럭였다.


소리가 스쳐간 소매는 일견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면도날로 벤 듯 미세한 구멍들이 났다.


‘웃! 이, 이게 뭐지? 소리는 흩어지기 마련인데 저 놈 고함은 쏜 화살처럼 곧장 내게 날아왔어. 대체 어떤 내공을 어떻게 사용했기에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 있는 거지?’


설파혼은 놀란 가슴을 몰래 진정 시키면서 잠시마나 이로운을 얕본 자신을 자책했다.

강호무림에서 상대의 높이를 착각하는 건 패배와 죽음으로 직결되는 문제였다.


로운의 일갈이 얼마나 강력한 것이었는지를,

또한 설파혼이 찰나 지간에 펼친 소매가 다급한 상황에서도 얼마나 위력적인 것인가를 고수들은 한 눈에 파악했지만 중급 이하의 인물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로운 역시 자기가 뱉은 고함이 치명적인 음공이었다는 걸,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을 뿐이지 그 일갈이 설파혼을 위기로 몰았다는 것을 까핳게 모르고 있었다.

평소였어도 눈치 채진 못했겠지만 지금은 분노와 슬픔에 함몰된 상태라서 더더욱 그런 판단을 할 여유가 없었다.


“나는 저쪽 세상에서 경찰이다! 나는 선량한 국민을 폭력과 범죄에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무고한 어린 아이가!”


감정에 북받쳐 목소리가 커질 때 마다 쓰러지고 다친 이들은 움찔움찔 놀라며 귀부터 막았다.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의 법이 다르겠지.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엔 절대 불변의 인륜과 도리가 있다고 믿는다! 근데 너희는 그 선을 넘었어! 대한민국 경찰로서 나는 이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나 경찰이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설파혼이 실눈을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법대로 폭력단체 조직, 집단 패싸움, 상해 및 살해죄로 여기 있는 자들 전부 현행범으로 체포!”


대체 무슨 말인지,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아까처럼 말을 끊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설파혼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로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울분을 삭히는 한숨이었다.


“.....하고 싶지만 이쪽 세상에선 그럴 수 없으니 일단 이 싸움은 멈추는 걸로 대신한다. 야, 은갈치!”


설파혼이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너! 은갈치! 지금 당장 여기서 사라져라. 같이 온 놈들 모두 데리고.”


얘기를 다 들은 설파혼이 다시 피식 웃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면서.


“젊은 친구가 무공은 훌륭하나 표리부동하구나. 아까도 무릎 꿇으라며 괜한 시비 걸더니 이젠 아예 대 놓고 우릴 내쫓겠다고? 겉으로는 군웅맹이 아니라 하며 속으로는 군웅맹 편으로 우리와 싸우겠다는 것 아닌가?”


“뭘 들은 거냐? 난 틀림없이 여기서 사라지라고 했다. 조용히 물러가면 싸우지 않겠다고 한 거다. 그러면 더 이상 다칠 일도, 죽을 일도 없을 거라고 했다.”


“끝까지 속을 숨겨? 하긴 군웅맹 놈들이 다 그렇지. 설마 아깐 싸울 생각 없었는데 이제 와서 마음이 변했다고 핑계 대는 거냐?”


로운이 대답 대신 바닥에 누운 휘를 돌아보았다.


“자꾸 말 끌지 마라. 나 지금... 빡 돌아버릴 거 같으니까.”


다시 설파혼을 돌아보는 로운의 입가도 비틀린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서 웃는 미소가 아니었다.

설파혼처럼 비웃음도 아니었다.

자조 섞인 웃음, 눈은 울지만 입만 웃는 미소였다.


“마지막 경고다. 내 눈 앞에서 사라지라. 아니면 너는...... 저 아이 곁에 묻힌다!“


설파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겠지?”


설파혼이 쯔릉 소리와 함께 은검을 뽑아들었다.

은빛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인간식량! 좀비 인류 멸망의 날


외계에서 온 522기 의문의 비행물체

그것들이 착륙한 지 20년 후

5월 22일.

인간이 좀비가 되고....


수원 블루스타즈의 신예, 축구선수 빽또라이 백다운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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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3 5 9쪽
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5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8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3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100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5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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