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조회수 :
7,977
추천수 :
330
글자수 :
295,344

작성
23.06.09 19:00
조회
75
추천
3
글자
10쪽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DUMMY

*

“다시 정신을 잃었지만 잠시나마 깨어난 건 좋은 징조지. 근데 저 친구 뭐라고 하는 거 같던데?”


편방주가 술을 연거푸 들이키며 물었다.


“생의선.... 라고 했어요.”

“생의선?”


세 사람이 같이 되물었다.


“생의선, 그 어른을 얘기 했다고? 돌아 가신 분을?”

“아미타불... 흔적을 감추셨으니 생사는 알 수 없지요. 어딘가 은거하고 계실지도.....”

“개방이 몇 년 동안이나 뒤졌는데? 그 영감 흔적은커녕 냄새도 못 맡았거든. 그 일 이후로 뒈진.... 죽은 게 틀림 없는겨.”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맹주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런데 저 친구가 생의선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강호무림은 초행이라고 했는데.....”

“어? 그러네? 생의선이 사라진 건....”


편방주는 숫자에 약한지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세었다.


“이십 년 하고도 몇 년이 더 지났지요.”

“저 눔 나이가..... 생의선을 알 나이가 아닌데? 다 거짓말 한 거 아녀? 여기서 태어나고 살아도...”

“어차피 의문이 가득한 사람이니.....”


하고 침상을 돌아보는데

어느새 깨어난 로운이 침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아, 배 고프네. 거 뭐 좀 먹읍시다”


*

깊은 어둠 때문에 들판 가운데 서 있는 무너진 관제묘는 지척에 이르러도 찾기 어려웠다.


그 안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무영흔.

밤 기운이 꽤 차가웠지만 모닥불 조차도 없었다.


지밀원 원주 무영흔은 작은 술병에 담긴 술을 한 두 방울씩만 혀에 적셨다.


탄랑혈사주.

설산 아래 사는 이리의 피와 붉은 독사의 피를 섞어 일월교도들 고유의 비법으로 담근 술.

귀하디 귀한 술이기도 했고 독주 중의 독주였다.


한 방울만 마셔도 핏속에 술기운이 돌았다.

그 기운이 체내에 스며들어 사라지는 데 딱 한 시진.

그러면 다시 한 방울을 적셨다.


해가 지고 꺼낸 술을 네 방울 마셨으니 축시에서 인시 사이였다.


문 밖에 다가 온 검은 그림자가 전음으로 보고를 건냈다.


- 토벌전 실패. 소격동 통로 붕괴. 외진각주 중상. 백흑청 일반 교도 구 할 사망.


이전 네 번의 보고와 상황이 급변해 있었다.


- 목표 발견. 대상 취소연, 벽자룡, 무명씨. 외진 부각주 관쌍 동시 추격 중.

- 목표 망실. 무명씨 이동 속도 측정 불가.

- 목표 확인. 은거지 확인. 불령산 소격동. 무명씨의 성명은 이로운.

- 외진각주 이하 백흑청기 교도 소격동 내로 진입. 토벌 전 시작.


이전에 받은 네 번의 보고는 이렇게 평이 했다,

교주가 찾는 균열은 군웅맹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토벌 실패에 투입 전력 구할 사망?


- 본 지밀원 3개조 이상 소격동 진입 추청. 생사 불명.


무영흔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소격동 진입을 명한 건 자신이었다.

2인조 1개조에 개별 2인, 총 3개조 4인이었다.

그들 중 하나라도 빠져나왔다면 정보가 더 있었을 텐데.


- 군웅맹 상태?


- 잔당 생사 여부 불명!


- 원인?


- 패전 및 통로 붕괴 원인, 일인. 이로운. 이상 관련 정보 전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또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단 일 인한테 당했다니.


- 홍령, 녹령 및 잔존 교도 소격동 일대 천라지망 구축!

- 존명!


최종 명을 받은 지밀대원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무영혼이 혈사주의 마개를 열었다.

아직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혀를 적신 술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한 방울이 아니라 한 모금이었다.

무심결에.


그만큼 그의 머리와 가슴은 진동하고 있었다.


‘찾은 것인가.... 균열!’


전혀 예상치 못했다.

교주가 말한 균열을 이렇게 빨리 찾아 낼 줄은.

또한 예상치 못했다.

그 균열이 단 한 사람일 거라고는.


‘일인. 이로운. 관련 정보 전무’


살아오면서 가장 충격적인 정보였고 가장 흔들린 순간이었다.


혈사주의 기운이 확 퍼지자 조금 진정이 되었다.

무영흔이 일어났다.


- 삼(三)! 본교로!


어둠 속에서 어둠 보다 더 짙은 검은 빛 선 하나가 튀어 나갔다.

항상 무영혼의 곁에 머무는 둘 중 하나였다.

맹주한테 모든 정보를 전달할 것이다.


관제묘를 나서는 무영흔을 이(二)가 은밀히 수행했다.


*

삼십구(三十九)

그가 눈을 뜬 건 절벽이 붕괴되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일월교도들이 다급히 배에 오르고 출구인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안전과 임무 사이에서 잠시 갈등했지만 임무를 선택했다.

지밀원의 일원이라면 당연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밖으로 탈출하는 대신 남아서 정보를 확보하겠다는 그의 판단이 결국 생명까지 구한 셈이었다.


잠시 뒤 동굴이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서 자신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였다.


출구가 막힌 이상 이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

복장은 일상복이니 걱정할 게 없지만 이 안의 군웅맹 사람들은 다들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지밀원 소속이라면 항상 지니고 있던 인피면구를 몰래 썼다.


진가장의 둘째 아들 진세옥의 얼굴을 본 딴 인피면구였다.


변방의 작은 가문이라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왼쪽 소매를 한 겹 접어 올리고 아대를 풀었다.

손목 안쪽, 삼각형을 이룬 붉은 점 세 개가 드러났다.

지밀원의 표식,

평소에는 절대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

혹시라도 다른 동료가 이 안에 있다면 서로를 인지하고 협력해야 한다.


*

“믿으라니 믿는 척은 하겠다만 사실 믿기 힘들지. 본인도 그렇잖여?”


편방주가 로운을 미덥잖게 바라봤다.


“믿고 말고는 뜻대로 하시고... 아는 바가 있으면 알려 주세요.”


생의선에 대한 얘기다. 로운은 자신이 꾼 꿈에서 그 이름을 들었다고 했다.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는 바를 숨길 이유는 없었다.

맹주가 입을 열었다.


“그 분은 아버님과 친구였네.... 일신의 무공도 경지에 오르셨지만 의술은 신에 가까웠네. 그래서 생의선(生醫仙)이라 불리셨지.”


생의선 지다원.

그가 없었다면 철검자 취학명도 없었을 것이다. 취학명의 내공 성취는 생의의 단약에 기인했고 취학명의 내공 심결 또한 그의 의술에 큰 도움을 받았다.

1차 정사대전 당시 죽음과 직면했던 많은 고수들이 그의 의술 덕에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내와 아이도 함께.

그가 사라진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그가 살던 집 벽에 커다랗게 써 놓은 글귀 하나만 남아 있었다.


‘생의선은 죽고 사의귀(死醫鬼)만 남았구나’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한동안 무림인들 사이에 의혹과 소문이 분분했다.

하지만 시간이란 언제나 기억을 덮어버리는 법이다.


“다 잊고 있던 분일세. 자네가 그 분의 별호를 말하기 전까지는”

“죽었으니 잊는 게 당연한 거 아니긋어?”

“안 죽었는데요?”


로운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그 분이 생존해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해도 복잡하고. 어쨌든 그 양반 이 동네는 없다는 거죠?”

“죽었다니까! 아니, 살아 있다 해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찾는 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주섬주섬 일어난 로운이 취소연을 보고 고개를 까닥했다.


“가자.”

“네? 어.. 어떻게...?”

“말했잖아. 휘랑 약속했다고. 넌 이제 나와 같이 다녀. 그래야 안전하니까.”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

“아... 내가 그랬구나. 다 무너졌구나.”


로운이 무너진 동굴 앞에 서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날렸던 단봉. 날아가는 사람들, 무너지는 절벽.

기억은 딱 거기 까지였다.

동굴이 무너진 건 눈으로 보고야 안 것이다.


“어..... 그래도 사람들 모여 사는데 뒷문은 있겠지?”


그럴 리가. 은거지란 입출구가 많을수록 위험도 커지는 법인데.

사람들의 표정이 대답을 대신했다.


“그럼 뭐 저 위로 나가면 되겠네.”

로운이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며 취소연을 돌아봤다.

취소연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왜 또! 뭐가 문젠데?


“저 위에는 진법이 펼쳐져 있어요. 생문(生門)은 없고 오로지 사문(死門)만 얽혀있는 미로진이라서 발 디디는 순간 살아남긴 어려워요.”

“누가 만든 건데? 만든 사람은 길을 알 거 아냐?”

“제갈시록......어르신....”


아. 이런.

휘의 할아버지. 그 영감이 당하는 걸 보고 휘가 튀어 나왔었지.

휘.....

아아.... 휘......


일월교도 이 새끼들! 모두 쳐 죽여 버리고 말리라!


다시 가슴이 옥죄어 오고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 털썩!


이로운은 또 정신을 놓고 말았다.


*

눈을 뜨자 그 자리였다.


“정신 드셨어요?”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취소연. 뒤로 파란하늘이 배경처럼 걸려 있었다.


이쁘다. 화보 같네. 진파란 못지 않아.

아... 거의 쌍둥이니까.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바로 들었다.

또 쓰러진 거구나. 이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건데....

그나마 이번에는 정신을 잃은 게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던 듯하다.


“조심 하셔야 해요. 평정심을 잃으시면....”

“응.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 미주신경성 실신 같아.”


취소연이 무슨 소린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미주 신경성... 실신?"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인간식량! 좀비 인류 멸망의 날


외계에서 온 522기 의문의 비행물체

그것들이 착륙한 지 20년 후

5월 22일.

인간이 좀비가 되고....


수원 블루스타즈의 신예, 축구선수 빽또라이 백다운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38> 바람의 도, 폭우의 검, 풍도우검 율리납 +2 23.06.15 73 5 9쪽
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35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6 4 10쪽
»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6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89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6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8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4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100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7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0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1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5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3 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