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형사, 눈 떠 보니 무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래몽래인
그림/삽화
배민기
작품등록일 :
2023.05.10 14:48
최근연재일 :
2023.08.02 23: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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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글자수 :
29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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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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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DUMMY

*

맹주와의 독대.


“나갈 수 있는 길은 딱 하나가 있네. 나갈 수는 있지만 돌아올 수는 없네. 한 번 지나가면 길은 무너지게 설계 되어 있으니까.”

“그럼 다 같이 나가면 되겠네!”

“기껏해야 두어 명이네. 신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무너질 걸세”

“제갈 시록 영감님이 그렇게 해놓은 거고요?”

“그렇지”

“하. 독한 양반! 그냥 널찍하니 만들어 놓지.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누군가 나가면 비밀 통로의 존재가 알려질 수도 있으니까. 나갈 수만 있게 기관설치 하라고 내가 그렇게 부탁한 것이네.”

“아....... 맹주님이...... 독할 만큼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탈룰라.


“그 길을 저한테 알려주겠다, 대신 군웅맹을 도와 달라, 이 말씀이죠? 근데 내가 도울 게 뭐 없는데?”

“생의선을 찾고 나면 마교 본교인 백탑성으로 갈 것 아닌가?”

“어, 그렇지요. 교주 무기 얘기만 하면 단봉이 징징 우니까 가서 확인해야지요.”

“거기 가서 교주를 만날 사람이 군웅맹의 맹주였으면 하네.”

“아..... 그러려면 일단 맹주님을 여기서 구해내고 같이 일월교 본단으로 가......”

“........”


맹주는 대답 대신 지긋이 미소를 띤 채 바라보기만 했다.

부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긍정도 아닌 표정.


뭐지? 뭔데? 교주를 만날 사람이 맹주라면.......... 헉!


“혹시 그 맹주가.... 나?”

“그렇네. 자네가 군웅맹의 맹주가 되어주었으면 하네.”


무슨 헛소리를 이렇게 진중하고 근엄하게 해?

이건 절대 받을 수 없는 제안이다.


“나는 어차피 내 일만 끝나면 떠날 사람이라니까! 근데 무슨 맹주래?”

“미안하네. 이미 진 싸움, 무너진 군웅맹, 그 허울 뿐인 패장의 자리를 권해서...”


맹주의 말을 대충 요약하자면 이런 거다.

이미 진 싸움이다. 그 패배를 되돌리는 것 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마교는 군웅맹의 해체는 물론이고 구파일방 이하 대소 방파를 모두 봉문 하려고 한다. 그것만 막으면 된다. 그래야 권토중래 할 미래가 생기니까. 그걸 요구하기 위해선 중원 무림의 누군가가 교주와 평수를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만 중원 무림 역사상 가장 높은 경지에 올랐다고 했던 취학명이 교주에게 죽임을 당한 이상 당금 무림은 물론이고 오랜 세월 그걸 해 낼 수 있는 인물은 없다.


그런데 하늘이 내린 인물이 나타났다.

이로운.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넘치는 칭찬에 으쓱하니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갔다.


“말씀은 잘 알겠지만 꼭 내가 맹주 명함 박고 갈 필요가 있습니까? 그냥 가서 잘 얘기 하면 될 걸.”

“명분!”


로운이 살던 현실 세상은 실리가 곧 명분인 세상이다.

정의? 명예? 좆까라 그래.

자본이 권력이고 깡패다. 돈이 최종 보스이고 누구도 그 놈을 이기지 못한다.

정치도 이념도 다 돈으로 귀결된다.

정의를 위해 주먹을 날려도 깽값 물어야 하는 세상이다. 씨댕.


그런데 명분이라니. 이건 정말 진중한 헛소리가 확실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중원 무림, 이 사회는 그런 사회다. 명분이 필요하고 그 명분은 정의로워야 하는.


그 지점에서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정의의 주먹을 날리면 깽값을 무는 게 아니라 칭송을 받는 사회.


이거야 말로 현실 세계에선 ‘현실감’ 없는 놈이라고 욕 먹던 로운이 꿈꾸던 그런 세상 아닌가?

바로 ‘낭만 사회“


“그러니까 내가 가서 교주 그 놈 박살 내고! 아작 난 중원무림을 다시 일으켜 달라, 이런 거?”

“이겨서는 안 되네. 그럼 마교의 모든 교도들이 끝까지 싸우려 들 거니. 평수를 이루어야 하네. 하여 동등한 입장에서 합의를 이끌어야 하네. 그래야만 마교의 체면을 지키고 화해라는 명분에 동참 할 수 있을 터이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


대답 대신 생각에 잠겼다.


휘의 죽음을 보고 마교 놈들 깡그리 다 때려 죽여 버리겠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희생을 만드는 것일 거다. 잘못도 없는, 단지 일월교도라는 이유로 당하는 죽임.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 싸움을 끝내는 거다. 승패를 떠나 최소한의 희생으로 이 전란을 끝내는 것.


대한민국 경찰 강력계 형사 이로운.

범죄자를 체포하고 법의 단죄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다. 하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악행을 멈추게 하는 것이 더 큰 성과 아니겠는가.


“합시다. 할게요. 맹주. 대신 그 일 끝나면 다시 받아가요. 맹주 직함.”

“고맙네! 진정 고맙네! 맹주직은.... 내가 그 때까지 살아 있다면...”

“당연 살아 있겠지. 여긴 나갈 길도 들어 올 구멍도 없다면서? 그냥 세 끼 잘 챙겨 먹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고 계셔. 그럼 어떻게던 내가 와서 구해 줄 테니까. 맹주 직함도 돌려 주고.”


맹주가 미소 지으며 품에서 목패 하나를 꺼냈다.

단단한 나무패인데도 새겨진 글자에 광채가 났다.


‘맹주령(盟主鈴)’


“자, 이걸 받으시게.”


로운이 맹주령을 받자 맹주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속하가 맹주를 뵈옵니다!”

“어어? 이건 아니지! 왜 무릎을 꿇고 그럽니까?”


로운이 얼른 맹주를 일으켜 세웠다.


“이러면 맹주 때려 칠 겁니다! 누굴 어른도 몰라보는 양아치 만들라고! 전관예우 몰라요? 으휴~”


*

탈출로는 동굴 반대쪽 절벽 쪽에 숨겨져 있었다.


로운과 취소연 둘만 빠져 나가기로 했다.

통로 폭은 큰 곳이라야 겨우 한 사람 지날 정도였고 좁은 곳은 기어가야 했다.

지나 온 곳은 얼마 후 굉음과 함께 무너졌다.


빠르게 지나가야 했다. 혹시라도 취소연이 뒤처질까 앞장서게 했다.

그랬더니.... 기어가는 구간에서 로운은 취소연의 엉덩이를 바라보며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자의 엉덩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오랫동안 바라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소연의 엉덩이는.... 그러니까..... 뭐랄까.....

..........아름다웠다.


멈추어 있을 때의 그 곡선은 신이 빚은 듯 유려 했고 이동할 때 좌우로 들썩들썩 움직임은 섹시했다.


이제까지 취소연은 진파란 닮은 꼴로 생각했더랬는데 취소연은 그냥 취소연 그 자체가 되었다. 어쩌면 이 순간 만큼은 진파란이 취소연 닮은 꼴......


아! 뭔 생각이냐, 이 상황에! 정신 차려라! 정신!


고개를 흔들며 보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이 참으로.... 고마웠다.


*

탈출로는 생각보다 꼬불꼬불 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서 거의 한시진 후에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바닥을 뚫고 나오자 나무들이 울창한 산 속이었다.


“가만! 사람들 소리가 들리는데? 한 둘이 아니야”

“마교 교도들이 주위를 포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소격동 안으로 들어 올 수는 없지만 밖으로 나오는 걸 대비해서...”

“.........”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냐아냐.”


그냥. 오늘 따라 이뻐 보여서. 탐스런 엉덩이 때문은 아닌데.... 그 영향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안전하게 빠져 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응. 걱정 마. 방법 다 생각해 놨어.”

“뭔데요?”


로운이 그냥 아무데나 슥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쭉 내려가면 산 아래겠지.”

“네? 그러다 적들한테 발각 되면요?”

“상관 없어. 다 깨부시고 가는 거지.”

“아...”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미쳤구나 하겠지만 로운이가 하면 그런 거다.

취소연은 특별한 무공도 아니고 단봉을 날린 것 만으로 모든 이를 격퇴하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니 로운의 방법에 토를 달 수가 없다.



“그래도 아는 애가 나왔으면 좋겠네. 힘 쓸 필요 없이 비키라고 하게.”


로운이 생각한 건 효지림이다. 아니면 호되게 당한 바 있는 은갈치거나 관쌍 정도?


하지만 그 셋은 로운이 빠져나온 반대 능선 쪽에 있었다.

깊은 내외상을 입은 설파혼은 아직도 혼절 상태로 치료 중이었고 단봉에 복부를 관통 당한 관쌍도 회복 중에 있었다.


효지림이 외진각 교도들을 이끌고 천라지망의 일각을 담당하고 있었다.


오늘 일진 똥 밟은 건 녹령기와 야초귀 유율극이었다.

첫째는 녹령기가 이 쪽 경계를 담당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유율극과 녹령기는 로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율극은 성정이 급해서 앞뒤 가리지 않으며 남을 무시하는 게 자신을 높이는 건 줄 착각하는 소인배라는 것이다.


'까불 때 알아 봤지. 야, 그러게 내가 깝치지 말랬잖아. 응?'


로운한테 당해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냉면귀를 보고 한 말이다.


'상대가 너무 강해서 목숨을 구했다고? 그냥 관통하는 바람에 상처가 적다고? 아주 행운아 납셨네 그래~'


관쌍이 복부 관통상을 입었다는 얘길 듣고 비웃으며 한 말이다.


'으응. 금검인지 완성했는데 한 방에 당하셨어? 금검 그거 개털이네. 개검이라고 하던가. 크크큭'


설파혼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고를 받고 기분이 좋다고 떠들어 댄 소리다.


“어떤 새낀지 모르지만 내 앞에 나타만 나라. 독검으로 모가지를 따서 연단 화로에 장작으로 태워줄거니까!”


이로운에 관한 얘기를 듣고 호언장담 떠들어 댄 소리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녹령기 경계지역 일단에서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질 급한 야초귀는 보고가 오기도 전에 그 곳으로 뛰쳐 나갔다.


- 핑핑핑


날아다니는 녹령기 교도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로운한테 맞고 날려가는 거지만.

낙장불입.jpg


작가의말

인간식량! 좀비 인류 멸망의 날


외계에서 온 522기 의문의 비행물체

그것들이 착륙한 지 20년 후

5월 22일.

인간이 좀비가 되고....


수원 블루스타즈의 신예, 축구선수 빽또라이 백다운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https://novel.munpia.com/36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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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단봉이 네비게이션이었다. +2 23.06.14 77 3 9쪽
36 <36> 취소연의 가슴이 내 등에 전하는 말 +3 23.06.13 80 3 10쪽
» <35> 초보형사 이로운 군웅맹 맹주가 되다 +4 23.06.12 77 4 10쪽
34 <34> 주화입마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니. +3 23.06.09 76 3 10쪽
33 <33> 꿈 속에 본 그녀 +5 23.06.08 80 4 10쪽
32 <32> 이 순간, 이 곳의 결정권자는 나! +2 23.06.07 80 4 9쪽
31 <31> 이로운의 한계 돌파 +3 23.06.06 90 4 9쪽
30 <30> 낙장불입 VS 금룡파천 +6 23.06.05 87 4 9쪽
29 <29> 각성인가 폭주인가, 로운의 분노 +5 23.06.02 88 5 9쪽
28 <28> 휘야, 소연은 형이 꼭 지켜줄게. +5 23.06.01 82 5 10쪽
27 <27> 저러다 다 죽겠는데? +3 23.05.31 81 3 9쪽
26 <26> 절대 위기의 임무라는 것. +3 23.05.30 93 4 9쪽
25 <25> 생사의 지옥도 +6 23.05.29 86 5 10쪽
24 <24> 수채의 의리, 장강칠우 +3 23.05.27 90 4 9쪽
23 <23> 추격자 관쌍의 음모 +4 23.05.26 104 4 9쪽
22 <22> 취소연의 마음 속엔 이미 로운이가 +2 23.05.25 100 4 10쪽
21 <21> 단봉이 울다 +4 23.05.24 107 4 9쪽
20 <20> 내 문파는 대한민국 경주 이씨 판윤공파 +9 23.05.23 115 6 10쪽
19 <19> 따뜻한 그 사내의 등 +4 23.05.22 112 5 10쪽
18 <18> 빠르다, 너무 빠르다. +8 23.05.21 108 6 10쪽
17 <17> 할배와 아이가 한 몸에! +6 23.05.20 121 6 10쪽
16 <16> 딱밤이라니! 치욕이다! +3 23.05.19 125 3 10쪽
15 <15> 음양노동 관쌍 +7 23.05.18 135 7 10쪽
14 <14> 일월교 외진각주 설파혼 +4 23.05.17 132 5 10쪽
13 <13> 죽였다가 살렸다가 +6 23.05.16 132 4 9쪽
12 <12> 신의 사자가 말한 균열의 날이.... +10 23.05.15 146 7 11쪽
11 <11> 일월교주 율리납 +7 23.05.14 165 6 10쪽
10 <10> 섭혼음양지공 +4 23.05.13 177 6 9쪽
9 <9> 십이편복의 추격 +4 23.05.13 154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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