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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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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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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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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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설가장 (1)

DUMMY

악양에서 더는 볼 일이 남아 있지 않았지만, 악양루에서 설봉봉의 미색을 앞세워, 묵운 사마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잡았다 여긴 설가장주 설양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객잔을 잡고 머물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대공자 시운학 일행이 남궁세가 사람들과 양하채로 향했다는 소문이 들리고서야, 객잔을 나와 양하채에 든 사람 가운데 묵운 사마의를 비롯한 네 사람이 함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크게 실망했던 마음에 일말의 기대가 생겨났다.


신선루 앞 다점에 들어 한동안 신선루를 지켜봤지만, 오시를 넘기도록 굳게 닫힌 신선루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기루이니 오시에 문을 열 까닭이 없다고 판단한 설양석은, 하인들을 시켜 신선루 앞을 지켜보게 하고, 묵운 사마의의 모습이 보이면 즉시 알리라 명했다.


유시 초 신선루의 문이 열리고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한껏 부푼 기대가 초조함으로 바뀐 설양석은 더는 참지 못하고 신선루를 찾아, 호객하던 점소이에게 은자 두 냥이라는 거금을 건네며 물었다.


"어제 악양루에 올랐던 공자들을 아느냐?"


점소이는 설양석이 내준 은자를 누가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품 안 깊숙이 찔러 넣고는 누가 그걸 모르느냐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양하채로 든 공자 말고 함께하셨던 공자들은 아직 이곳에 남아 계시느냐?"


점소이는 무슨 말이냐는 듯 설양석을 보며 대답했다.


"대인,

별채에 머무시던 분들은 아침나절에 모두 떠나셨습니다. 소인이 별채를 청소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신선루를 살폈지만 양하채로 간 공자 말고는 다른 공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안에서 말이 있어 감추려 드는 것이라면, 지금 네게 건넨 은자는 네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점소이는 은자를 결코 돌려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품속 은자를 부여잡은 채 말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별채는 비어 있고 소인이 청소를 마쳤다고 말입니다."


"그게 언제였더냐?"


"양하채로 간 공자께서 나가신 직후였습니다."


점소이의 표정을 살피며 점소이의 말을 들은 설양석은 점소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들의 무공이라면 눈에 띄지 않고 움직이는 것 정도야 쉬운 일이겠지.'


'어느 정도 손에 잡았다 여겼거늘.'


'봉아의 미색으로 잡으려 한 생각이 틀렸다는 게로구나.'


설가장주 설양석은 크게 실망했지만 달리 어떻게 손쓸 수는 없었다. 애초에 깊은 유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자식을 구해 준 은혜를 핑계 삼아 접근했던 것이었으니, 말없이 사라졌다 한들 원망할 일도 아니었다.


설가장주 설양석은 무너진 기대로 기운이 쭉 빠져서 객잔으로 돌아와, 내일 일찍 영주로 돌아갈 것이라 말하고 하인들을 시켜 도걸개를 찾았지만, 도걸개는 악양에서 제일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으니, 다음날 설가장의 행렬이 악양을 벗어날 때까지 만나 볼 수 없었다.


묵운 사마의는 신선루를 나오자 바로 설가장 사람들이 머무는 객잔을 찾으려 했으나, 대공자 시운학과 사형제들이 아직 악양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미색에 홀려 설가장 사람들을 찾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사형인 은창 유성이 호남의 성도인 장사로 무림맹 호남분타를 찾을 것이란 말을 들었기에, 어차피 영주로 가자면 장사를 거쳐야 했으니, 신선루를 벗어나자 바로 남문을 나와 장사로 길을 잡았다.


달리 급한 일이 없었던 묵운 사마의는 대공자 시운학이 내준 전표가 너무 큰 금액이었기에, 장사에 들자 전장을 찾아 작은 금액의 전표와 은자로 바꿨다.


악양도 지금까지 묵운 사마의가 본 적 없는 화려한 모습이었지만, 장사는 호남의 성도였으니 악양에 비교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는 화려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묵운 사마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태어난 곳은 기억에 없었지만 지금까지 자란 곳이 연화봉 수천문이었으니, 불과 몇 해 전부터 가끔씩 사냥을 핑계 삼아, 연화봉을 내려오기는 했어도 사형제들과 함께 움직였기에, 여인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사냥을 다니며 인근 마을에 사는 젊은 여인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창 수련의 막바지에 있었던 때라 다른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악양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함께 움직여 잡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는데, 신선루에서 청기와 홍기의 교태에 더해 여인의 신비를 알게 되니, 그동안 산중에서 수련만 했던 묵운 사마의의 감춰져 있던 야성이 꿈틀거리며 깊은 잠에서 깨어났던 것이다.


장사성 관가가 몰려 있는 대통로를 벗어나 길게 이어진 시전 뒤로, 화려한 등롱을 내건 주루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었다. 묵운 사마의는 주루 골목을 살펴보며 만면에 밝은 미소를 짓고는, 여기 주루를 모두 돌아보리라 마음먹었다.


주루 골목답게 호객하는 점소이들이 골목 안으로 들어서는 무리들에게 몰려다니며, 손을 잡고 끌어 대곤 했지만, 거대한 몸집에 검을 메고 무복을 입은 묵운 사마의 곁에는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물론 묵운 사마의가 입고 있는 무복이 그리 값진 것도 아니었고, 누가 보더라도 한 성질 할 것 같은 모습의 무인이었으니, 공연히 불러들여 분란이 이는 것도 문제였기에, 연신 주루들을 둘러보는 것이 주루를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가서진 못하고 있었다.


수향루, 황금루, 일미루, ······색향루. 줄줄이 늘어선 주루를 살펴보다 강한 느낌을 받았는지 호객하는 점소이들을 물리치고, 큰 걸음으로 색향루 앞에 서자, 어린 점소이 놈이 겁도 없이 묵운 사마의의 장포를 잡고 말했다.


점소이가 아직 어리다 보니 기껏 손을 내민 곳이 묵운 사마의의 허리춤이었는데, 하필이면 묵운 사마의가 은자로 가득 채운 전낭에 손이 닿았다. 점소이는 비록 어렸지만 지금 자신의 손에 닿은 것이 은자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나으리,

소인이 비록 어리지만 저희 색향루 기녀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마침 오늘 새로 들어온 동기도 있고요, 어린 기녀가 싫으시면 색향루 제일의 미기인 묘화도 소인이 대령할 수 있습니다.

그도 싫으시면 장사님들이 즐겨 찾으시는 연지도 소인이 책임지고 넣어 드리겠습니다."


"이놈아~!

색향루 기녀를 모두 읊을 셈이더냐? 그만 당기고 앞장서거라."


"예, 나으리."


어린 점소이는 색향루 입구를 지키고 있던 점소이들에게 달려가 뭐라 하고는 걸음을 재촉해 주루 안으로 뛰어갔다. 어린 점소이가 한 말에 문 앞에 있던 점소이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놈 눈이 돌아간 거 아니오. 한눈에 봐도 무인이고 가진 것도 없어 보이는데, 문제나 일으키지 않아야 할 터인데."


"그래도 저놈이 수단이 좋은 놈 아니오."


"그래도 이번엔 아닌 듯싶소이다."


"하긴 어린놈이니 건장한 놈들 틈에서 호객하기 쉽진 않겠지."


어린 점소이는 회계대 앞에서 회계로 보이는 노인에게 뭐라 연신 설명하고 있었다. 회계는 어린 점소이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뒤따라 들어선 묵운 사마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래도 손님이라 여겼는지 회계대를 내려와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장사님."


묵운 사마의는 다가서는 어린 점소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놈이 말하기를 오늘 들어온 동기가 있다고?"


"허허~!

장사님.

이놈이 쓸데없는 말씀을 올린 듯싶습니다. 오늘 들어온 것은 맞지만 아직 방에 들이기에는 가르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묘화라는 아이와 연지라는 아이도 있다 들었소이다만?"


회계는 어린 점소이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하하,

그 두 아이들은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 장사님을 모시라 할 수 없을 듯싶습니다."


묵운 사마의는 눈을 부릅뜨고 회계를 노려보고는, 약간의 기세를 풀어내 회계를 압박하며 다시 말했다.


"그 말인즉 이놈에게 거짓을 말하도록 시켜 호객하게 했다는 것이더냐?"


묵운 사마의가 기세를 펼쳐 압박하며 노한 소리로 호통치자, 회계는 움찔하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기세를 받지 않은 점소이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묵운 사마의가 노해 소리치자 거의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회계는 못마땅한 듯 어린 점소이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나무랐다.


"어린놈이 몇 번을 말해도 들어먹질 않는구나. 이제 어찌할 터이냐? 장사님께 뭐라 말씀드렸기에 장사님께서 이리 노하신다는 말이더냐?"


회계가 모든 책임을 어린 점소이에게 넘기고 빠지려 하는 것에, 묵운 사마의는 어이가 없었다. 주루 골목 모든 주루를 돌아보리라 마음먹었으니, 이대로 나가도 상관할 것 없었지만, 기왕 처음 든 곳에서 박대를 받으니 고집이 생겼다.


"이보게 회계."


"예, 장사님."


"이놈에게 상은 주지 못할망정 그리 질책해서야 되겠는가? 내 꼴이 이 모양이라 회계가 그리 말하는 것인 줄 아니 더는 이놈을 나무라지 말고, 얼마면 앞서 말한 기녀들을 들일 수 있는지만 말씀하시게."


회계는 묵운 사마의가 펴낸 기세를 충분히 느꼈기에 오늘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하나도 안 된다는 기녀들 셋 모두를 들이라 하고 거기다 얼마면 되겠느냐 물으니, 합당한 가격을 말한들 들을 것 같이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두려워 셋 모두를 한방에 들였다가는 오늘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었다.


"장사님,

어린놈의 헛소리에 노하신 것은 알겠으나, 그리하면 오늘 장사를 접어야 할 것입니다. 부디 넓으신 관용으로 용서하시면, 오늘 즐기시는 대금은 받지 않고 모시겠습니다."


"뭐요? 그러니 아무 기녀나 들일 것이니 적당히 놀다 가라~!"


묵운 사마의는 회계의 말에 더욱 노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회계의 앞섶을 잡아 번쩍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놈의 눈에는 내가 거지로 보인다는 말이더냐, 아니면 내가 무뢰배라 얻어먹으러 왔다는 말이더냐? 네놈의 썩은 눈깔을 모두 뽑아 버리기 전에 앞서 말한 기녀들을 모두 들이거라. 하나라도 빠진다면 네놈이 범한 죄를 네놈의 늙은 몸뚱어리로 치러야 할 것이다."


"셋 모두를 말씀이십니까?"


회계는 허공에 발이 떠 있는 상태로 이제 망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묵운 사마의가 회계를 회계대 위에 내려놓고는 품에서 전표를 꺼내 보이자, 회계의 늙은 몸이 날렵하게 내려오더니, 회계의 허리가 그야말로 땅에 닿도록 숙이고는 자신의 뺨을 좌우로 오가며 철썩 소리가 찰지게 나도록 때리며 말했다.


"소인이 무지몽매해 대인을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즉시 대령할 것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묵운 사마의는 기묘한 표정을 짓고 서 있는 점소이에게 말했다.


"네놈은 당분간 내 곁에 있거라."


어린 점소이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듯 연신 허리를 숙여 가며 말했다.


"예, 나으리.

말씀만 하시면 색향루 기녀들 모두라도 대령하겠습니다."


묵운 사마의는 전낭에서 은자 한 줌을 꺼내 주며 말했다.


"앞서거라."


어린 점소이의 손에 묵운 사마의가 한 줌 꺼낸 은자가 넘쳐 났다. 적어도 다섯 냥은 넘었으나 어린 점소이는 회계가 보고 있으니, 세어 볼 생각도 없다는 듯 그대로 품에 쑤셔 넣고 계단을 올랐다.


회계는 점소이 업동이 달려와 한 말을 들었다. 업동은 묵운 사마의의 전낭을 만졌으니 묵운 사마의의 전낭이 두둑했다고, 마치 대박 손님이라도 되는 양 설레발을 쳤지만, 회계로 자릴 잡은 세월이 얼마인데, 전낭이 조금 두둑했다는 말에 그대로 넘어가겠는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무인들의 전낭이라는 것에는, 은자는 없고 동전들로 전낭을 채워 거드름 피우는 자들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었으니, 들어서는 묵운 사마의의 모습에서 대박 손님이라는 느낌을 찾을 수 없자, 업동이 묵운 사마의에게 말했던 기녀들을 내줄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묵운 사마의가 내보인 전표만은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앞섶을 잡힌 상태였다 해도 전표가 눈앞에서 흔들렸으니, 전표에 적힌 금액을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묵운 사마의가 주루 골목에 들기 전에 전장에서 바꾼 전표들이었으니, 전표를 발행한 날짜도 오늘이었고 전장도 나름 장사에서 크다는 전장임을 한눈에 알아봤던 것이다.


'적어도 수십 장은 될 법한데 어디서 온 놈이기에 그런 거금을 들고 다니는 것인가?'


'목덜미를 잡히기는 했어도 여느 놈들처럼 주먹질한 것도 아니고, 말하는 것이 먹고 내뺄 놈은 아닌 듯싶구나.'


'업동이 놈이 제대로 물어오긴 한 모양인데···.'


'셋 모두라? 새로 온 동기야 그렇다 해도 묘화나 연지에게 일러 놓으면 알아서 뽑아내겠지.'


점소이 업동을 따라 이 층에 오르니 벌써 방마다 끈적한 비음이 새 나오고 있었다. 묵운 사마의가 비음에 귀를 세우고 움직이자 업동이 묵운 사마의를 잡으며 말했다.


"나으리,

묘화나 연지를 부르시려면 삼 층으로 오르셔야 합니다. 여기 드는 기녀들은 한 등급 아래 기녀들뿐입니다."


"흠흠~,

그랬더냐?"


묵운 사마의가 민망함을 감추고 대답하자, 업동이 다시 삼 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묵운 사마의는 끌리는 비음을 뒤로하고 업동의 뒤를 쫓았다. 삼 층은 묵운 사마의가 보기에도 조금 다른 듯싶었다.


칸칸이 좁게 이어져 있던 이 층 방들과는 달리, 삼 층 방은 나누어진 칸마다 방이 하나씩인 듯싶었다. 업동이 난각이라 적힌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더니, 안쪽에 마련돼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음식과 술이 나오고, 기녀들이 들 것입니다."


"그래, 네 이름은 뭐라 부르느냐?"


"예, 나으리.

업동이라 합니다."


"업동이라~!

이곳에 버려졌다는 말이더냐?"


묵운 사마의는 자신의 신세와 비슷하다 여겨 측은한 마음을 물었다. 하지만 업동은 고개를 흔들며 밝게 웃어 보이고는 대답했다.


"소인은 버려진 것이 아니고 소생의 어미가 이곳의 기녀였사온데, 소생을 낳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기녀들의 젖을 먹으며 이곳에서 자랐습니다."


"기녀들의 젖이라?"


"모두는 아니지만 가끔씩 나갈 때가 된 노기들이 자신의 노후를 생각해 임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루에서도 나갈 때가 된 것을 아니 크게 말리지 않고요."


"그렇구나. 네가 그리 자신한 이유가 있었구나."


"하하하

예, 모두 소인의 어미와 같으니 잘 대해 줍니다."


"멀리 가지 말고 앞에 머물 거라."


"예, 나으리.

잠시 내려가 어찌 돼 가는지 살피고 바로 오겠습니다."


업동이 내려가자 회계가 업동을 잡고 물었다.


"노한 것 같지는 않더냐?"


"예, 올라가서는 노한 기색은 없었습니다."


"그래 잘 되었구나. 네 말대로 대박 손님인 듯싶으니, 묘화와 연지에게 준비하라 이르거라. 그리고 꼭 대박 손님이라 전하고 뽑아낼 수 있는 데까지 뽑아내라 하거라."


"예, 주인님."


"그런 나는 동기를 살펴야 하니 준비되는 대로 들라 해라."


"예, 말씀하신 대로 전하겠습니다. 사실 연지 낭낭께서는 오랜만이라 아직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입니다. 얼른 가서 서둘라 전하겠습니다."


"그래 아무튼 잘했으니 따로 상을 내리마."


"감사드립니다."


업동은 회계의 말이 끝나자 기녀들이 머무는 안채로 달렸다. 회계에게 말했다시피 기녀 연지는 요사이 찾는 손님이 없어 날마다 뒹굴고 있었기에, 보나 마나 방에 들 준비가 안 돼 있을 것이었다.


업동이 기녀들의 방으로 들어가자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봤다. 행여 자신을 부른 것은 아닌가 싶어 바라보는 것이지만, 업동은 방문 하나를 더 열고 들어가 흐트러진 몸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기녀에게 말했다.


"연지 낭낭,

대박 손님이 찾으니 얼른 준비하세요."


기녀 연지는 업동을 보더니 그대로 끌어안으며 업동의 머리를 불뚝 튀어나온 가슴에 비비며 말했다.


"요놈 자식이 누구를 놀리려고, 이제 다 늙어 찾는 놈이 없다는 것을 모를 줄 아느냐?"


업동은 낑낑거리며 연지의 품을 빠져나와 진지하게 말했다.


"헛소리 아니니 얼른 준비하고 가야 해요. 주인께서도 확인했지만 전표를 다발째 흔드는 장사님이세요."


"무인이라는 말이냐?"


"예."


"전표를 다발째 흔드는?"


"예, 적어도 수백 냥, 주인님의 표정을 보면 수천 냥은 돼 보였어요."


"그렇단 말이지, 그런 자가 어찌 나를 알고 찾는다는 말이더냐?"


"헤헤."


업동이 대답도 하지 않고 실실 미소 짓자 연지는 일이 어찌 된 일인지 알았다.


"혼자 드는 것이냐?"


"아니요. 묘화 낭낭하고 또 오늘 새로 들인다는 동기까지 셋이에요."


"은자가 많기는 한 모양이로구나. 우리야 그렇지만 회계가 오늘 들어온 동기까지 허락한 걸 보면."


"얼른 준비하세요. 저는 묘화 낭낭께 가 봐야 하니."


"이놈아 그 낭낭 소리 좀 집어치우라니까? 누나라 해 누나."


"제가 낭낭들 젖 먹고 컸는데 어찌 그런 망발을."


업동이 말도 마치지 않고 사라지자 기녀 연지는 기지개를 쭉 켜고 화장품을 늘어놓으며 중얼거렸다.


'모처럼이라 입을 것도 마땅치 않다만, 뭐 무인들이란 헐벗은 걸 더 좋아하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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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무림맹 (2) +1 23.07.11 3,532 33 18쪽
63 63화 무림맹 (1) +1 23.07.10 3,578 33 16쪽
62 62화 금의위 (4) +2 23.07.09 3,585 35 17쪽
61 61화 금의위 (3) +1 23.07.08 3,603 32 17쪽
60 60화 금의위 (2) +1 23.07.07 3,690 32 14쪽
59 59화 금의위 (1) +1 23.07.06 3,745 32 14쪽
58 58화 남궁세가 (17) +1 23.07.05 3,664 35 14쪽
57 57화 남궁세가 (16) +1 23.07.04 3,650 33 18쪽
56 56화 남궁세가 (15) +1 23.07.03 3,654 32 15쪽
55 55화 남궁세가 (14) +1 23.07.01 3,691 32 15쪽
54 54화 남궁세가 (13) +1 23.07.01 3,679 33 8쪽
53 53화 남궁세가 (12) +1 23.06.30 3,720 34 14쪽
52 52화 남궁세가 (11) +1 23.06.29 3,733 36 14쪽
51 51화 남궁세가 (10) +1 23.06.28 3,766 37 15쪽
50 50화 남궁세가 (9) +1 23.06.27 3,832 35 15쪽
49 49화 남궁세가 (8) +1 23.06.26 3,835 33 14쪽
48 48화 남궁세가 (7) +2 23.06.25 3,816 38 18쪽
47 47화 남궁세가 (6) +1 23.06.24 3,807 32 14쪽
46 46화 남궁세가 (5) +1 23.06.23 3,806 36 15쪽
45 45화 남궁세가 (4) +1 23.06.21 3,825 36 17쪽
44 44화 남궁세가 (3) +1 23.06.21 3,863 34 16쪽
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3,848 36 15쪽
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852 37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887 39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4,109 3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966 3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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