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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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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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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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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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설가장 (2)

DUMMY

업동이 방으로 돌아와 차를 따르는 동안 악사와 가기가 들어와 묵운 사마의의 흥을 돋우려 했지만, 묵운 사마의가 가무를 아는 것도 시문을 즐기는 것도 아니었기에 지루하기만 했다. 조금 기다리다 안색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업동이 얼른 달래듯 말했다.


"나으리,

귀한 손님이 오시면 차림에 신경들 쓰느라 조금 늦어지곤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들 터이니 잠시만 기다리시면 소인이 다시 가 얼른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업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가기를 보니 가기의 미색도 기녀들 못지않았다. 그럼에도 신선루에서 한 번 경험한 것이 있어, 가기와 청기나 홍기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찻물을 마시며 조급한 마음을 지웠다.


방에 들고도 거의 반 시진이 다 돼서야, 노기의 손에 이끌려 어린 기녀가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오늘 들어왔다는 동기가 분명해 보였지만, 아무리 동기라 한들 어려도 너무 어려 보였다. 갑자기 잘못 들어왔구나 싶은 것이 당장 다른 곳을 찾고 싶을 지경이었는데, 화려하게 차려입은 기녀가 들어오고, 옷을 입은 것인지 싶을 정도로 헐벗은 기녀가 연이어 들어왔다.


"나으리,

귀한 분이시라며 정성을 들이라 하시기에 조금 늦었습니다.

묘화라 합니다."


업동이 색향루 제일의 기녀라더니 눈이 부시다 싶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정성을 들였다더니 입성도 화려하고, 머리 장식이며 팔찌와 귀고리까지 귀해 보이지 않는 것이 없었다. 묵운 사마의는 언제 찡그렸느냐는 듯 활짝 표정이 밝아졌다.


묘화가 인사를 마치고 묵운 사마의 옆으로 옮겨 앉자, 나삼으로 겨우 입은 흉내만 낸 기녀가 말했다.


"나으리,

연지라 하옵니다. 무인이시라 들어 얼른 모시려는 마음에 이렇게 걸친 것이 없습니다."


묵운 사마의는 묘화의 빼어난 미색도 좋았지만, 연지라는 기녀의 육덕진 가슴과 드러난 몸매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하하하

그래 네 말도 옳지."


묵운 사마의는 동기가 꽁꽁 싸매고 든 것을 보며 말을 이어 갔다.


"저리 싸매고 오면 벗기기가 너무 힘들긴 하더구나. 이리 오너라."


묵운 사마의는 연지를 비어 있는 오른편 자리에 오라 하고는, 동기와 함께 든 노기에게 말했다.


"데리고 나가 기다리라 하거라. 기왕 불렀으니 내칠 수도 없고 내 따로 값은 치를 것이다."


노기는 어린 동기를 마다하고 이제 곧 퇴기나 다름없는 연지를 가까이하는 것에, 어이없다는 듯 묵운 사마의를 바라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동기를 데리고 나갔다.


묘화와 연지 두 기녀를 양옆에 두니 듣기 꺼려하던 가기의 노래도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뭔가 가려 주는 듯싶은 것이 나름 마음이 들뜨는 것을 막아 주는 듯싶기도 했다. 은은한 사향 향기를 풍기는 묘화의 육향도 좋았고, 무슨 냄새인지 코를 찌르는 강한 향을 풍기고 안겨드는 연지의 육향도 좋게만 여겨졌다.


불과 얼음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기녀의 접대는 묵운 사마의의 생각과 달리 기교 있고 나름 품위도 있었다. 음주 가무를 뒤로하고 자리를 파한 뒤, 마련된 방으로 옮겨가 밤을 지새우니, 묵운 사마의가 그토록 소망했던 꿀맛 같은 밤이 되었다.


밤새도록 두 기녀를 상대하고도 놓아주려 하지 않으니, 묘화와 연지는 눈을 마주치고는 연지가 힘을 내 묵운 사마의를 끌어안는 동안, 묘화가 슬그머니 방을 나가더니 벌거벗긴 동기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 후 묘화는 고개를 흔들며 기녀들의 거처로 사라졌지만, 연지는 동기가 방에 든 이후로 날이 밝아 동기가 하초를 부여잡고 방을 나간 이후에도, 묵운 사마의와 함께하다 묵운 사마의가 옷을 차려입자, 그제서야 묘화가 남기고 간 겉옷을 걸쳐 입고 묵운 사마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붙어 내려갔다.


묵운 사마의의 기행은 한동안 이어졌다. 장사의 거의 모든 주루를 날마다 바꿔 가며 들었을 뿐 아니라, 씀씀이조차 컸기에 어느 주루가 되었건 간에 묵운 사마의의 행차를 크게 반겨 맞았다.


주루 순례를 마친 묵운 사마의가 호남 분타를 찾았을 때, 은창 유성은 이미 총타가 있는 하남으로 향하고 없었다. 만나지 못한 서운함도 있었지만 각자 갈 길이 달랐기에 마음에 둘 일도 아니었다.


하남은 은창 유성이 향한 곳이었고, 경사는 만검 교운이 향한 곳이었다. 대공자 시운학의 소문을 들으니 남궁세가 자식들과 안휘에 든 것 같았고, 섬도 진걸이야 군문에 들기를 원했으니 정왕부를 찾았을 것이었다.


위로도 옆으로도 딱히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한 묵운 사마의는, 기왕 약조한 것이니 일단 설가장을 들렸다가, 섬서성을 거쳐 사형제들이 가지 않을 청해성으로 가리라 마음먹고, 설가장이 있다는 영주로 가기 위해 장사성 서문으로 나왔다.


배를 타고 움직여도 될 일이지만 호남에 들어 배로 악양까지 움직였기에, 이번에는 관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관도로 이어진 곳곳에 현성이 있고 거기에도 주루가 있었지만, 묵운 사마의는 장사에서 기녀들을 충분히 겪었기에 더는 주루에 들지 않았다.


가끔씩 노사들이 들려주던 객점 풍운이 생각나 혹시라도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무복에 검을 메고 있지 않더라도, 묵운 사마의의 덩치와 안면은 감히 누가 덤벼들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지나온 객점에서 손님들 사이에 시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작은 소란들이었을 뿐이고 묵운 사마의가 나설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가끔씩 상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엿들어 보면, 대공자 시운학이 무사히 남궁세가에 든 것 같았고, 왜 그리 행동하는지 모르지만 만검 교운의 살행이 거론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리 천천히 움직인다 해도 묵운 사마의의 걸음은 일반인들과는 같을 수 없었다. 산왕들조차 기세를 펼쳐 보이고 인상을 쓰면 줄행랑을 치기 일쑤였으니, 장사를 나온 지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아 영주성에 도착했다.


묵운 사마의가 설가장에 다가서자 악양에 왔었는지, 묵운 사마의를 알아본 노복이 달려 나와 맞았다.


"사마 대협이 아니십니까?

가주님께서 사마 대협이 오시기를 학수고대하셨습니다. 안으로 드시어 잠시만 기다리시면 소인이 달려가 사마 대협께서 오셨다고 전하겠습니다."


"이리 알아봐 주니 고맙소이다."


"어찌 대협을 몰라보겠습니까? 소인이 가주님과 악양루에도 갔었습니다."


"그랬소이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대협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소이다."


노복은 말 그대로 숨도 쉬지 않을 듯 달렸다. 그래서인지 일각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설가장주 설양석이 제일 앞에서 달려와 묵운 사마의를 반겼다.


"어찌 이리 늦게 오셨소이까? 사마 공자."


"하하하

소생이 뭐할 일이 있어야지요. 천천히 둘러보며 왔습니다."


"하하

그러셨소이까? 소생은 혹시나 약조를 잊으신 줄 알았소이다."


"오면 되는 일 아니었습니까?"


"하하하

그럼요. 오시면 되는 일이지요. 잠시 늦으신 것이야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소생은 악양루에서 듣기에 일이 있어 부르신 것은 아니라 여겼습니다. 장사에 들러 해 보고 싶은 일을 조금하고, 약조한 것이니 잠시 들렸다가 청해성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봤습니다. 이리 환대해 주실 줄 알았으면 좀 더 서둘 걸 그랬습니다."


"청해성으로 가신다고요?"


"예, 다른 사형제들이 여기저기 흩어졌으니 남은 곳이 섬서와 청해뿐이더군요."


"아~!

그렇다는 말씀은 달리 목적이 있어 가신다는 말씀은 아니로군요?"


"산문을 나설 때부터 목적을 갖고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사님들께서 걸으신 그대로 강호를 활보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지요."


설가장주 설양석은 묵운 사마의가 잠시 들렸다 청해성으로 간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어진 청해성에 가려는 정해진 이유가 없다는 말에 안심하며, 어떻게 해서라도 묵운 사마의를 설가장에 잡아두리라 각오를 다졌다.


"이런 너무 반가운 나머지 안으로 모시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소이다. 자~자~안으로 드시지요. 이렇게 공자를 모시게 된 것도 광영이니 사흘 밤낮으로 연회를 열어야겠소이다."


묵운 사마의의 방문으로 설가장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하지만 가주 설양석은 잠시도 묵운 사마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 왔기에, 묵운 사마의는 공연히 들려 귀찮음을 초래한 자신을 나무랐다.


'설가장이 내가 머물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하기는 영주에서야 설가장의 위세가 넘쳐 나겠구나.'


'오며 들으니 나름 인심은 얻고 있는 듯싶어 알아 두면 나쁘지 않겠구나 했더니, 이거야~.'


"가주님,

먼 길을 왔더니 조금 피곤합니다. 연회는 소생이 그리 즐기지 않으니 저녁 만찬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설양석은 묻는 말에 답도 짧게 하고 표정을 살피니 정말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연회를 취소하고 만찬으로 대신하자는 말은 들어줄 수 없었다. 연회를 열어야 묵운 사마의가 설가장을 찾아왔다는 걸, 영주 모든 사람들 그중에서도 무관들에게 알려, 설가장이 묵운 사마의와 친밀하다는 걸 보여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생이 그 점을 미처 살피지 못했소이다. 별채를 치워 두라 했으니 지금쯤이면 정리가 되었지 싶소이다. 그리고 연회는 이미 하인들을 보내 인근 동도들을 불렀으니 피곤하시더라도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흘이 길다면 이틀, 그도 안 된다 하시면 하루라도, 어찌 안 되겠소이까?"


"가주님께서 사람을 부르셨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되도록 짧게 잡았으면 하는 마음이나 가주님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통쾌한 분이시오. 그럼 별채에서 잠시 쉬고 계십시오. 준비가 되는 대로 전갈을 보내겠습니다."


묵운 사마의가 노복을 따라 별채로 가니 아담한 별채가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 묵운 사마의는 설봉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졌다.

공연히 정에 묶여 떠나지 못하게 될 것까지 우려했었는데, 보이지 않으니 그것으로 인연은 아니었다고 단정했다.


묵운 사마의는 자리를 피하기 위해 피곤하다 한 것이 아니었다. 장사에서 그리 즐겼으니 묵운 사마의가 아니라면 벌써 쓰러지고 움직이기 힘들었겠지만, 거기다 천천히 걸었어도 열흘 넘도록 먼 길을 왔으니 절로 피곤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묵운 사마의는 그동안 잠깐 동안의 운기조식은 취했어도, 강호의 험난함을 익히 들었기에 마음 놓고 운기조식에 들지는 못했었다. 이제 설가장에 들었으니 연회 전까지는 누가 방해할 사람도 없을 것이었다. 묵운 사마의는 검을 풀고 봇짐을 끌러 침상 옆에 두고는 그대로 운기조식에 들었다.


내공진기를 끌어올려 가볍게 소주천 하며 그동안 술에 찌든 피로를 걷어 내고, 대주천 하니 진기가 거침없이 사지경맥을 맴돌았다. 진기가 원활하게 도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본격적인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운기조식에 든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별채 앞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묵운 사마의가 좌선을 풀고 문을 열어 보니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적어도 세 시진 이상은 운기조식을 했던 모양이었다.


묵운 사마의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 하인이 달려와 말했다.


"연회 준비가 다 되었다 하십니다."


"오래 기다렸더냐?"


"아닙니다. 반 시진 정도 되기는 했으나 나오시기 전에는 안으로 들지 말라셔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주 설양석도 무인이었으니 운기조식에 들었다는 것을 짐작했던가 보다. 그러니 당연한 조치였지만 방문을 열지 말고 기다리라 했을 것이다.


"손님들께서는 모두 오셨느냐?"


"모두인지는 소인은 모릅니다. 하지만 두 시진 전부터 한두 분씩 오시기는 했습니다."


"가자. 손님으로 와서 주인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예가 아니니 앞서거라."


"예, 대인."


연회가 열리는 곳에 이르자 벌써 묵운 사마의가 움직였다고 전해졌는지, 가주 설양석을 비롯한 무인들이 대전 앞에 나와 있었다.


"피곤했던 터라 운기조식이 길어졌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나 이렇게 기다리시게 한 점 매우 죄송합니다."


가주 설양석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모여 있는 무인들을 돌아보고는, 멀리서 왔으니 당연한 일이 아니냐는 듯 크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장사에서 예까지 한달음에 오셨으니 어찌 피곤하지 않겠소이까? 그나마 사마 공자시니 잠깐의 운기조식으로 이리 나오신 것 아닙니까? 이분들은 이곳 영주에서 무관을 운영하시는 분들이신데 소생이 평소 큰 도움을 받고 있었기에, 사마 공자께 소개해 드리고자 모신 분들입니다. 인사는 안에서 나누시고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모두 안으로 들어가자 길게 차려진 탁자마다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한데 자리를 보니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듯싶었다. 지금 함께 든 사람이래야 불과 너덧이었으니, 자리를 채우려면 아직도 수십 명은 더 와야 할 것 같았다.


묵운 사마의는 많은 사람에게 시달리느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지만, 설양석의 말에 공연한 헛심기만 쓴 셈이 되고 말았다.


"조금 멀리 있는 분들은 아직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미처 참석하지 못하셨소이다. 하지만 서둘라는 말을 전했으니 곧 당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이야 오시는 대로 소개하기로 하고 먼저 이분은 이곳 영주부에서 무관을 운영하시는 해랑파권 양진복 대협이시고, 이분은 역시 영주부에서 무관을 열고 계시는 대파신창 도한구 대협이십니다. 남은 두 분은 각 무관에서 사법으로 계시는 우 대협과 이 대협이시니 인사들 나누시지요."


결국 영주성 안에 있는 무관 두 곳에서 왔다는 말이었다. 해랑파권이니 대파신창이니 명호는 거창하지만 묵운 사마의가 살펴보기에 이류 끝자리나 차지할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 그렇다 한들 내색할 필요는 없었으니 깊이 포권하며 서로 수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연회를 열겠다 했지만 정작 준비한 연회는 보통 세가의 만찬과 다를 것 없었다. 기녀를 부른 것도 악사를 부른 것도 아니었으니, 그저 떠도는 소문을 물어오면 가볍게 답하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사법이라는 자들은 아직 젊어서 그런지 약간의 도발을 해왔지만, 묵운 사마의가 기세를 펴내 눌러 주니 더는 입도 벙긋거리지 못하고, 술만 거푸 마시며 눈치를 살폈다.


그나마 수천문 제자들의 소문이 이곳까지 전해졌는지, 수천문의 제자 묵운 사마의가 설가장에 들었고, 연회를 열어 환영한다는 전언에 밤이 늦었음에도 하나둘 모인 무관주들이 열을 넘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새로 들어설 때마다 수인사도 나누고 한 말을 또 물어도 답을 주었지만, 그것도 거듭하다 보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 후로는 미리 와 있던 사람들에게 들으라 하고 답을 미뤘더니,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고 은근히 기세를 피워 압박해 왔다.


묵운 사마의는 그런 자들을 그대로 넘기는 성격이 아니었다. 잔에 내공을 실어 소문대로 내주니 받아 내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기세에 밀려 의자째 뒤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이류 끝자리에 간신히 걸치고 있는 무인들이었으니, 아무리 묵운 사마의가 조절한다 해도 쉽게 받아 낼 수는 없었던 것이나, 그로 인해 연회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모두의 표정이 씁쓸해 보이자 너무 과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묵운 사마의는 아무리 허접해도 모두가 무인이니 무공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소생이 취해 진기 조절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소이다. 사죄의 뜻으로 소생의 무공을 펼쳐 보일까 하는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무위의 차이야 이미 느낄 만큼 느꼈다. 그나마 묵운 사마의가 참고 넘어갔으니 그 정도에 그친 것이지 성격 더러운 자라면 피로 물들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절정이라 전해진 묵운 사마의가 절기를 보여 준다 하니 그보다 좋을 일은 없었다.


밤도 깊었고 연회 중이라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지만, 그래도 무인들이었으니 취기를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주설양석이 얼른 나서며 말했다.


"기왕 말씀이 나왔으니 크진 않으나 본가의 연무장으로 가시지요?"


모두들 그러는 게 좋겠다고 호응하자 설양석은 대전에서 움직이던 하인들에게 서둘러 연무장에 불을 피우라 재촉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하인이 돌아와 불을 밝혔노라 고하자, 모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리 넓지 않은 연무장 가장자리를 뺑 둘러 화톳불을 밝혀 놓아 적어도 연무장은 대낮처럼 밝았다. 묵운 사마의는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연무장 가운데 서서 말했다.


"본문의 비기는 보여 드리지 못하니, 비록 심법은 다르나 소림 오권을 펼쳐 보이겠소이다."


소림 오권이라는 말이 기대에 못 미쳤는지 간간이 실망스러운 말이 들려왔지만 개의치 않고 소림오권의 용권의 초식을 큰 소리로 알리며 펼쳐 보였다.


"일 초 '쌍룡도미'요."


갑자기 경풍이 일며 우렛소리를 내더니 묵운 사마의의 주먹이 움직일 때마다 마치 권강이 피어나는 것처럼 푸른 권기가 일렁였다.


갑자기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어지는 초식 명에 서둘러 입을 막으며 더욱 눈이 커져만 갔다.


"이 초 '금룡헌조'요."


몸이 공중을 돌아내리더니 마치 금룡이 내리꽂히듯 권풍이 연무장을 두드렸다. 마치 폭음처럼 큰 소리가 모두의 귀를 울렸지만, 피어난 먼지구름에 묵운 사마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묵운 사마의도 먼지가 가리는 것이 싫었는지 내공진기로 먼지를 끌어모아 멀리 내치고 다시 외쳤다.


"삼 초 '백룡회수'요."


먼지가 사라지는 모습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는 절기와 다름이 없었다. 내공으로 먼지를 끌어모은다는 것부터 절정이 아니고서는 시도하지 못할 일이었으니 말이다. 삼 초 '백룡회수'에 이어 사 초 '용기횡강'이 펼쳐지고, 연이어 오 초 '반룡탐조'와 육 초 '유룡퇴보'를 펼쳐 보이고는 잠시 멈췄다.


모두들 소문을 그리 신뢰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절정무인이 펼치는 무공을 보는 것마저 처음인 듯 뭐라 말도 못 하고 입만 벙긋거리자, 묵운 사마의는 용권에 이어, 호권 육 초식과, 표권 육 초식, 그리고 사권 육 초식에, 학권 육 초식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펼쳐 보이고는, 연무장을 나와 연회장이 아닌 별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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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화 무림맹 (2) +1 23.07.11 3,532 33 18쪽
63 63화 무림맹 (1) +1 23.07.10 3,579 33 16쪽
62 62화 금의위 (4) +2 23.07.09 3,585 35 17쪽
61 61화 금의위 (3) +1 23.07.08 3,605 32 17쪽
60 60화 금의위 (2) +1 23.07.07 3,692 32 14쪽
59 59화 금의위 (1) +1 23.07.06 3,747 32 14쪽
58 58화 남궁세가 (17) +1 23.07.05 3,668 35 14쪽
57 57화 남궁세가 (16) +1 23.07.04 3,653 33 18쪽
56 56화 남궁세가 (15) +1 23.07.03 3,656 32 15쪽
55 55화 남궁세가 (14) +1 23.07.01 3,694 32 15쪽
54 54화 남궁세가 (13) +1 23.07.01 3,682 33 8쪽
53 53화 남궁세가 (12) +1 23.06.30 3,723 34 14쪽
52 52화 남궁세가 (11) +1 23.06.29 3,736 36 14쪽
51 51화 남궁세가 (10) +1 23.06.28 3,768 37 15쪽
50 50화 남궁세가 (9) +1 23.06.27 3,836 35 15쪽
49 49화 남궁세가 (8) +1 23.06.26 3,838 33 14쪽
48 48화 남궁세가 (7) +2 23.06.25 3,819 38 18쪽
47 47화 남궁세가 (6) +1 23.06.24 3,811 32 14쪽
46 46화 남궁세가 (5) +1 23.06.23 3,808 36 15쪽
45 45화 남궁세가 (4) +1 23.06.21 3,827 36 17쪽
44 44화 남궁세가 (3) +1 23.06.21 3,865 34 16쪽
43 43화 남궁세가 (2) +1 23.06.19 3,850 36 15쪽
42 42화 남궁세가 (1) +1 23.06.19 3,855 37 18쪽
41 41화 경동 천하 (2) +1 23.06.18 3,889 39 14쪽
40 40화 경동 천하 (1) +1 23.06.17 4,111 39 14쪽
39 39화 정왕부 (4) +1 23.06.16 3,969 39 17쪽
38 38화 정왕부 (3) +1 23.06.15 3,982 39 15쪽
37 37화 정왕부 (2) +1 23.06.14 3,990 37 15쪽
36 36화 정왕부 (1) +1 23.06.13 4,015 3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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