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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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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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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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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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화 천하무림대회 (2)

DUMMY

황제는 조정 중신들이 입조한 가운데 호북의 장계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야인들의 무리가 십만을 넘었다 하는구나."


"폐하,

신 좌도어사 이염 아룁니다.

호북으로 모여드는 야인들 무리는 무당산에 자리한 무당파에서 야인들의 무위를 겨루는 대회를 열고 있기 때문인 줄로 아룁니다. 하나 대회를 관장하는 무리가 정파라 불리는 무당파를 위시하여, 소림파와 화산파 등 소위 구파일방이라는 곳으로 조정의 뜻에 반하지 않는 무리들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조정의 뜻에 반하지 않는 무리들이니 문제가 없다."


"예, 폐하."


"하면 호북 성주의 우려가 잘못이라는 말이더냐?"


"폐하,

많은 무리가 모이니 소소한 문제는 있겠으나 우려하실 만한 일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백성들의 고초가 크다는 호북성의 장계는 어찌 여겨야 하느냐?"


좌도어사 이염은 황제가 야인들의 무리가 큰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 여겨, 반정이나 역모 등의 문제는 없다는 뜻으로 아뢴 것이었는데, 호남 성주의 장계에 백성들이 고초 받고 있으니 어찌 해결해야 좋을지 묻고 있다 하니 답이 궁해졌다.


이염이 잠시 머뭇거리자 한림원 무영전주 선우추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신 무영전주 선우추 아룁니다."


"고하거라."


"예, 폐하.

비록 조정이 용인하는 무리들이라 하여도 많은 무리가 모이게 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무리들도 생겨나기 마련인 줄 압니다."


"하면 문제를 일으키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더냐?"


"빛이 강하면 그만큼 그림자도 짙게 드리웁니다. 소위 정파라 불리는 무리들이 몰렸으니 그 일을 불안해하는 무리들 역시 몰려든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러니 군을 움직여 다스릴 수도 없는 일이고 어찌하면 좋겠느냐?"


"폐하,

호북성의 포교들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면, 장강수로사의 천호소 한두 곳을 보내시는 것은 어떠하실지요?"


"조정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무리들이라 하나 무인이 십만이거늘 천호소 한둘로 되겠느냐?"


"무당산에 모인 자들도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을 것이니,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겠는지요.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무리만 다스리면 되지, 모인 무리 모두를 다스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어찌들 생각하느냐?"


"신 문영각주 양휘 아룁니다.

전례로 보아 큰 문제는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하나 호북의 장계에 백성들의 피해가 있다 하니 폐하의 어지를 받들어 중론을 모으려 합니다."


"대사를 앞두고 있음을 명심하고 더는 소란이 일지 않도록 하거라."


"예, 폐하."


편전에서의 조회가 끝나고 중신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무인 십만을 다스리는 일은 천호소 한둘을 보낸다 해도 해결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만호소를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컸을 뿐 아니라, 만 이천에 이르는 만호소 군영을 움직이는 것은 소요 경비도 문제였지만, 조속히 해결하라는 황제의 뜻을 받들기에 시간도 부족했다.


그럼에도 십만이라는 무인을 다스려야 하는 것에 방점을 둔 내각대학사인 문영각주 양휘와 무영전주 선우추는, 상선태감 유희태에게 만호소를 움직이는 문제를 논의했지만, 대군을 움직이는 것에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상선감의 허락을 얻어 내지 못하자, 조정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사례태감 하륜을 찾아, 상선태감 유희태와 논의한 일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


"하 공공,

폐하의 명이 지엄한데 방도가 없겠습니까?"


"대사를 앞에 두고 있으니 군을 움직이는 일이 쉽진 않았을 것이외다. 하나 너무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되지 싶소이다."


"방도가 있다는 말씀이시오?"


"장강수로사를 부를 것도 없이 무한 천호소 하나면 되지 싶소이다."


"어찌 그럴 수가 있소이까?"


"마침 적당한 인사가 있으니 염려 마시라 한 것이오."


"그가 누구인지요?"


두 사람은 동창의 비위가 아닌가 싶은 우려는 있었지만 해결할 수단이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서둘러 물었다. 만일 동창이 나서 해결하게 되면 모든 공이 사례태감 하륜에게 넘어가니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이긴 했다. 사례감을 견제하고 있는 상선태감 유희태가 쉽게 허락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표정을 읽은 사례태감 하륜은 마뜩지 않다는 듯 퉁명스레 답했다.


"동창은 아니니 염려 마시지요."


"동창이 아니라면···."


"금의위올시다. 하니 더는 묻지 마시오."


"벌써 몰려든 무리가 십만이라 하지 않소이까? 시각이 촉박하니 답답해 묻소이다만?"


"천호소 하나면 충분하니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것이외다. 그리들 아시고 돌아가십시오."


"공공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믿고 가겠소이다."


사례태감 하륜은 금의위 통령 남백율과 만나 조정의 논의와 황제의 어지를 전하고 말했다.


"그놈의 사형제들이 그곳을 간다 하지 않았소이까?"


현무 삼 조를 보내자는 말이라 알아들은 남백율은 강호 무인들의 일에 굳이 관이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여겨 반대의 뜻을 비쳤다.


"알아서들 처리하지 않겠는지요?"


관무불침은 오랜 관례이니 지켜보자는 말이었지만, 내각의 기밀을 다루는 무영전주 선우추의 우려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례태감 하륜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겠지요. 하나 황명이 지엄하니 보내지 않을 수는 없고, 다른 놈을 보내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소이까?"


"그렇긴 합니다."


"무한 진무사에게 성지를 전하고 천호소 하나를 내주라 하시지요."


남백율은 사례태감이 굳이 금의위가 아니라도 처리할 수 있는 일을 금의위에 맡기려는 것에 의아함을 느꼈다. 동창과 금의위가 각기 소임이 다르다 하나 황명이 있었으니 처리하면 대공을 세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공을 금의위에 넘긴다니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 숙왕의 일을 끌어들여 다시 말했다.


"그놈들의 행사가 그리 녹록하질 않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손이 제법 맵긴 하더이다."


"숙왕의 호위가 한 놈도 살아 돌아가질 못했소이다."


"그도 들었소이다. 하나 대군을 움직이지 않고 그놈들을 어찌할 자가 없어 보이고, 실로 다스리기 어려운 놈들이 아니오? 다툼이 일면 오히려 잘 되었다 여길 만하질 않소이까?"


다툼이 일어 쓸 만한 무인들이 사라지면 오히려 대사에 쓸 인재를 잃게 되지 않느냐, 그리되면 오히려 황제의 노여움을 사지 않겠느냐 물었다.


"폐하께서 지켜보고 계시지 않소이까?"


사례태감 하륜은 빙그레 미소 짓고 말했다.


"그야 대사에 쓸 만한 놈들이 있는지 찾으시려는 게지요."


누구라 하지 않았다. 다툼이 일고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이고 그자를 쓰면 된다는 말이었다. 섬도 진걸 사형제들의 무위를 알고 있으니, 오히려 황제가 알게 되면 불러 쓰기 좋지 않으냐는 말에 남백율은 더는 거부하지 못했다.


"현무대를 보내지요."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현무대를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그놈만 보내기 뭐하니 삼 조를 보내시지요. 무한 진무사에게는 천호소 한 대를 무한 북문 밖 오십 리에 두라 하겠소이다."


"당연히 그놈들이 모이는 것은 허락하시겠지요?"


"그야 이를 말씀이겠습니까?"


"오히려 장계가 빗발칠지 모르외다."


"그야 지켜보면 알 일 아니겠소이까?"


금의위 통령 남백율은 현무대주 황보염두를 불러 지령지를 내주며, 황명이라 말하고 삼 조를 무한으로 보내라 명했다.


금의위 현무대 삼 조의 거처로 전령지가 전해졌다. 번을 서던 홍정민이 전령지가 든 통을 들고 연무 중이던 섬도 진걸을 찾았다.


"조장,

명이 떨어졌소이다."


섬도 진걸은 홍정민에게 대원들을 부르라 말하고 명령지가 든 전통을 열어 살폈다.


"명.

무한 소요 진압.

무한 북문 오십 리 천호소 대기.

참조.

함께 처리하는 것을 허함."


어디서 소요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니 무한의 소요라는 말은 천하무림대회를 지칭한다고 여겨졌는데, 천호소가 대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말은 사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말과도 같았다.


'소요라···. 무인들이 모인 것이 두려운 것인가?'


'균현의 포교들만으로 질서를 잡기 어렵겠지만, 천호소라니···. 천호소를 동원한들 강호 무인들을 막을 수 있다 여기는 것인가?'


'하긴 그러니 사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겠지만, 형제들도 강호인인데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구나.'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진압이라니, 무림대회를 반정의 무리로 보는 것인가?'


'구파일방이 그리 허술하게 행사할 까닭이 없으니 가서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로구나.'


'교 사제는 내려가지 않았으니 먼저 만나 봐야겠다.'


다들 연무를 하고 있었는지 먼지가 누렇게 쌓인 채 조원들이 들어서며 외쳐 댔다.


"전통이 떨어졌다고요?"


"무슨 일이오?"


"이번엔 어디요?"


"무한이다. 황명이니 서둘러 준비하고 오너라."


"무한이라고요?"


"무한이면······, 천하무림대회!"


"정말 천하무림대회가 열리는 무당산으로 가는 것이오?"


두서없이 물어 오자 섬도 진걸은 촛불에 전통문을 불태우며 말했다.


"천호소를 내준다며 살피라는 명이다."


천호소를 내준다는 말에 조원들은 다시 소란스럽게 물어 댔다.


"천호소는 왜?"


"그놈들이 진정 반란을 도모한 것이오?"


"그렇다면 천호소로 되겠느냐? 소요를 막으라는 지시다."


"그런 일이라면 천호소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니오?"


"큰일이 있었으면 천호소로 되겠느냐? 많이들 모였으니 소란을 피는 놈들이 있지 않겠느냐."


한방규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각다귀들을 잡으라고 했다는 말씀이시오?"


홍정민이 한방규의 어이없다는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싶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아닐 것이오. 구파일방이 하는 일에 각다귀 따위가 설칠 수는 없을 것이니 아마도 사파 놈들이 끼어든 것 같소이다."


만혼검 한방규가 더욱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사파라니, 사파가 설치면 정파가 막으면 되지 어찌 금의위에 천호소까지 동원한단 말씀이오?"


"서둘러 준비하고 나오거라. 대주님께 출동 보고를 하고 여쭐 것이니."


"충."


삼 조가 현무대주에게 출동 보고를 위해 현무대주의 집무실에 들자 현무대주 황보염두가 말했다.


"무한에 모인 무리가 십만이라 한다. 부풀려지긴 했을 것이나 최소 삼만은 넘을 듯싶으니 조심하거라. 그리고 정사 간에 소란이 일더라도 그놈들이 알아서 움직인다면 관여할 필요 없다. 다만 백성들의 고초를 살피라는 황명이 지엄하니 정사를 불문하고 소란을 피는 놈들은 모두 징치하거라."


"충."


현무대주 황보염두는 섬도 진걸을 보며 말했다.


"봐서 알겠지만 소요가 일어서도 안 되고 무리를 짓게 만들어도 안 된다. 할 수 있겠느냐?"


"어디까지 허용되는 지요?"


"사형제들 말이더냐?"


"예, 대주님."


"삼 조와 같은 권한을 주겠다."


"충분합니다."


"다녀오거라."


"충."


섬도 진걸은 금의위를 나오자 교가장으로 향했다. 무림대회 소식을 아는가 싶기도 하고, 천호소를 내준다 했지만 무인들에게 천호소는 거의 무용했기에, 혹시라도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금의위임을 알리는 '금(錦)' 자가 큼지막하게 수 놓인 관복을 입고 교가장으로 다가서자 대문을 지키던 하인이 먼저 알아보고 얼른 안에 알리고 나와 맞았다.


"나으리 오셨습니까?"


"계시느냐?"


"예, 드시지요."


하인이 얼른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라 하자 일행은 말에서 내려 고삐를 하인들에게 내주고 안으로 들었다. 교가장 총관 여두효가 섬도 진걸이 왔다는 전언에 서둘러 나와 맞았다.


"진 대인,

어인 일이신지요?"


총관 여두효는 섬도 진걸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있는가 싶은 마음에 얼른 물었다.


"별일 아닐세. 나가는 길에 아우를 보고 가려 온 것이니 그리 아시게."


"하하

드시지요. 안에 기별을 넣었으니 대전으로 나오셨을 겁니다."


일행은 총관 여두효를 따라 대전에 들자 만검 교운이 대전으로 들어왔다. 만검 교운은 섬도 진걸 일행이 모두 관복을 입고 있는 것이 어디로 명을 받고 나가는 것이라 여겨저 물었다.


"이번에는 어디요?"


"천하무림대회를 살피라는 명이네."


"그런 정도야 그곳 아문에서 살피면 되는 것 아니오?"


"사파 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모양일세."


"정파가 모두 모인 곳에 말씀이오?"


"조정에서야 어디 정사를 가리는가? 큰 소요가 없도록 막으라는 것이지."


"사형께서 가신다고 막아지는 것입니까?"


"웃전에서 대공자님의 도움을 받으라 하셨네."


"대공자님이요?"


"대공자님께서 어찌 여기실지는 모르나 조정에서는 큰 소요 없이 일이 마무리 지어지기를 바라는 모양이야."


"사파들이 모여든다면 그게 가능한 일이라 여기시오?"


"대공자님을 뵙고 말씀드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만검 교운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소제도 가 봐야겠소이다. 대공자님의 말씀이 계셔서 남긴 했지만, 천하무림대회도 보고 싶고 사형께서 정사 간에 머무시면 도움이 되지 않겠소이까?"


"그래도 되겠는가?"


"전장 일이야 소제가 없어도 문제없소이다. 대회가 이미 시작돼 서둘러 움직이셔야 할 것이니 잠시만 기다리시오. 몇 가지 지시하고 나오겠소이다."


만검 교운은 총관 여두효에게 자운 전장 총관 임자관을 부르라 지시하고 내전으로 들어가 떠날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자운 전장 총관 임자관이 대전에 들자 만검 교운은 전장 일을 지시하고, 이러면 되지 않았느냐는 듯 섬도 진걸에 앞서 대전을 나갔다.


섬도 진걸과 일행은 금의위 관표를 보이고 역마를 번갈아 가며 달렸고, 황하를 건너는 것도 관선을 이용해 빠르게 내려갔다. 무림대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대회가 열리진 않았다.


삼월 삼짇날이 대회 일이니 사나흘 여유는 있었고, 하남 정주에 이르자 무림맹 소식을 알아보니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일행은 내려가는 길을 멈추고 즉시 무림맹으로 향했다.


일행이 무림맹에 도착했을 때 무림맹도 출정을 준비하는지 모두 복색을 갖추고 연무장에 모여 있었다. 갑작스럽게 당도한 일행의 모습에 모두들 조금은 놀란 듯싶었지만, 맹주 여시준은 일행을 반겨 주었고, 맹주 여시준을 비롯한 무림맹 간부들이 대원들의 출정을 살피는 동안 대전에서 사형제들이 만났다.


섬도 진걸이 대공자 시운학에게 갑자기 오게 된 사유를 알리고, 금의위에서 받은 황명을 전했다. 대공자 시운학은 섬도 진걸이 받은 황명을 깊이 생각하고 사형제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형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은창 유성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사 중간에 머물며 소요가 없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오?"


섬도 진걸이 은창 유성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지자 묵운 사마의가 얼른 말을 이어 갔다.


"아무려면 우리더러 사파 편을 들라고야 했겠소이까? 소요를 막으라는 것 아니오? 그럼 소요를 일으키는 놈들은 당연히 사파놈들일 것이고 우린 그놈들만 쳐내면 되지 않겠소이까?"


만검 교운이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우리 사형제가 대회에 참여할 것도 아니니, 문제를 일으키고 백성들을 겁박하는 놈들만 쳐내면 되지 않겠소이까? 전장 일을 하며 살펴보니 당금 강호에는 정파와 사파의 경계가 뚜렷하질 않더이다. 우선 지켜보고 돌아가는 형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대공자 시운학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고 말했다.


"교 사형께서 전장을 경영하시며 천하를 보시는 눈이 밝아지신 모양입니다. 교 사형의 말씀이 옳습니다. 정파는 나름 구분이 지어집니다만 사파는 그렇지를 못합니다. 오랫동안 정파가 사파를 누르고 있으면서 정사 간에 경계가 모호해진 연유도 있습니다만, 정파가 사파를 이용하며 사파가 세를 키우도록 방관한 면도 있지요.


이제 사파가 세를 모아 정사의 균형을 갖추려 하지만, 여전히 사파의 힘은 정파에 크게 못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 정파 가운데 숨어 본색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사파 무리가 너무 많아, 어디가 사파이고 정파인지 구분되지 않는 무리가 많다는 말씀입니다.


이번 무림 대회야말로 정사의 구분을 지을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작은 충돌이나마 자주 벌어지게 되면 본색을 드러내지 않겠는지요? 정파가 힘을 찾았다 하고 각 문파의 고인들이 모습을 보이겠지만, 아직 예전의 성세를 되찾았다 보긴 어려울 듯싶습니다.


가셔서 지켜보시면 바로 아시게 될 일이나 이번 진 사형께서 받은 명은 오히려 우리 사형제들이 움직이는 데 도움을 주지 싶습니다. 적어도 분란을 일으키는 놈들을 치는 데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묵운 사마의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꼴 보기 싫은 놈들은 마음껏 쳐내도 상관없다는 말씀 아니오? 대회라 하지만 고수들은 나오지도 않을 듯싶어 심심하겠다 여겼는데 참으로 잘되지 않았소이까?"


"그리 여기셔도 될 듯싶습니다. 그리고 잘 살피셔서 비급을 전해야 할 곳이나 사람도 찾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산문을 나온 까닭이 비급을 돌려주기 위함이었으니 이번 기회에 잘 살펴 주시기를 재삼 당부드립니다."


"어떤 기준이면 되는지요?"


"각 문파나 세가에 전해오던 비급이 사라졌거나 남아 있어도 약해진 곳이면 돌려주려 합니다. 또한 예전 비급이 전해졌던 곳이라도 변질되었다면 전하지 않으려 합니다. 여기에 더해 자질이 있는 무인을 보시면 적당한 비급을 전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비급으로 인해 소동이 일지 않겠습니까?"


"큰 문파나 세가는 대상이 아니니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나 비급으로 인해 소요가 인다면 엄히 다스려야겠지요. 비급이 전해진다 해도 바로 익히긴 어려울 것이니 무림맹 안에 두면 어느 정도 소요는 사라지지 않겠습니까?"


은창 유성이 크게 반기며 말했다.


"무림맹에 들인다는 말씀이시지요?"


"본인들이 원한다면 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사정이 있거나 원하지 않으면 강요할 필요는 없겠지만 익히는 당분간 보호해 주는 것도 한 방편이 될 것입니다."


"맹주님께 말씀드려 무당산 아래 따로 진영을 마련해야겠습니다."


은창 유성은 무림맹주 여시준과 군사 장서유, 총순찰 태우선에게 사형제들이 나눈 말을 전하고 허락을 구했다. 맹주 여시준은 물론이고 군사 장서유와 총순찰 태우선은 비급을 나눠 주고 무림맹에 들인다는 말에 크게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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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8화 회천맹(回遷盟) (1) +1 23.09.03 3,018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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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102화 천하무림대회 (3) 23.08.18 3,137 24 15쪽
» 101화 천하무림대회 (2) 23.08.16 3,159 23 18쪽
100 100화 천하무림대회 (1) 23.08.16 3,341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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