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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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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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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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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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DUMMY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시운룡은 운남을 나와 신야로 오면서 들었던 오대 세가와 사해방의 다툼에 수천문이 관여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자, 그동안 신야에 머물며 강호 무림의 일에 조정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며 나서지 않으려 하던 시운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경사 교가장에 머물며 들었던 수천문 사형제들이 한왕의 정변에 어떤 공을 세웠는지 들었고, 하남 무림맹에 머물면서도 조금 변질되고 모든 공로가 황제와 조정의 정토군에 돌아갔어도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웃어넘길 수 있었다.


사해방이 남육성을 장악했다는 우려가 있을 때도 수천문이 나서면 강호 무림에서 사파를 몰아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여겼기에, 신야에 머물며 조정의 눈치를 살피는 시운학이 답답하게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만상조화진으로 수천문을 감추려 하는 것에도 불만이 컸었기에, 만상조화진으로 수천문을 감추면 자신은 밖으로 나가겠다 천명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시운학의 말을 듣고 나자 수천문이 나서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노사님들께서 독곡에 머무시며 신야로 나오시지 않으시는 것이로군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으시지만 그건 그분들께서 우리 사형제들에게 소임을 넘기셨기 때문이지, 조정의 눈치를 살펴 안 나오시는 것은 아닐세.”


“언제고 신야로 오실 것이라는 말씀이시오?”


“신야로 오시지는 않으실 것이나 세상을 돌아보실 마음이 드신다면 언제든 마음 내키시는 대로 돌아보실 것이라는 말일세.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진다 한들 세사에 관여하시지는 않으실 것이야.”


“만약 본 문에 큰 화가 미쳐도 말씀입니까?”


“연화봉 수천문이 회천맹 무리들에게 불타고 노사님들이 그리 위해를 입으셨어도 움직이지 않으신 분들일세. 한 갑자에 이르는 강호행을 마치고 본 문으로 돌아오셨을 때 강호(江湖)와는 아니 세사(世事)와는 연(緣)을 마치신 것이지.”


“어찌하면 그럴 수 있는 겁니까?”


“하하하

우형인들 어찌 알겠는가?”


“아버님과 노사님들께서 형님을 두고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 칭찬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분들의 말씀은 어린 나이에 깨달음을 얻은 것을 칭찬한 것에 불과하다네. 살아가며 얻는 깨달음이 어디 한둘뿐이겠느냐? 무수한 깨달음 가운데 살아가는 것이고 그 무수한 깨달음 가운데 하나를 조금 이른 시간에 알아낸 것을 칭찬하신 것이지.”


“깨달음이라는 것이 그리 많은 것이었습니까?”


“아우가 오늘 느낀 것도 깨달음이 아니더냐? 초식 하나에도 깨달음이 담겨 있고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을 만드는 숙수들도 깨달음을 얻어야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다른 숙수들보다 나은 맛을 내지 않겠느냐?


깨달음은 도처에 있고 순간마다 찾아들지만 그것을 알아보고 느끼고 잡는 것은 각자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인고의 시간과 그렇게 느껴 온 깨달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더해지면 이뤄지는 것이다.”


대전에 있던 모두에게 시운학의 말은 큰 울림을 주었다. 그 가운데서도 설호의 깨달음이 컸는지 대전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설호는 그 자리에 좌정하고 심득을 얻어 가고 있었다.



합비 오대 세가 장로들의 회합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남궁 세가로서는 세가의 수백 년 동안 차지하고 있던 권역을 다른 세가로 넘기기 어려웠고 남궁 세가주 남궁진연의 노기에 장로들은 양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다른 세가들 역시 당장 남궁 세가와 다투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기에, 이미 주산진현을 포위하고 있는 무대를 그대로 둔 채 남궁 세가가 사해방을 칠 때 달아나지 못하도록 막아 주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남궁 세가주 남궁진연의 노화는 다른 세가들도 예견한 일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남궁 세가가 약해진 틈을 이용해 얻어 내려 했던 것이지만, 남궁 세가가 다른 세가들의 도움 없이 사해방을 쳐내겠다고 공언하고 나서자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호의 포구를 비롯한 안휘와 절강, 복건의 포구들의 관리권은 다른 세가들 역시 받아 낼 생각도 없었지만, 호남은 이미 당가에서 장악했고 남은 곳이라야 강서뿐이었으니 제갈 세가와 황보 세가는 강서의 포구 관리권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남궁 세가로서는 강서의 포구 관리권을 넘겨주게 되면, 그것을 기화로 무수한 부현의 시전에서 상인회마저 다른 세가들에게 넘겨주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어느 한 곳도 내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하튼 제갈 세가와 황보 세가는 주신진현을 압박하고 있던 무대들을 철수하지 않고 남겨 두었고, 팽가는 무림맹에 남겨 두었던 백호대를 움직였고, 당가 역시 호남을 평정하고 여력이 있는 독전대로 주산진현의 포위망을 구축하게 했다.


팽가와 당가, 제갈 세가와 황보 세가의 무대들이 주산진현의 포위망을 구축하자 남궁 세가는 세가의 무력을 총동원해 주산진현의 공략에 나섰다. 염방은 그동안 무리 가운데 숨겨 주던 사해방 무리들에게 염방을 떠나라고 통보했다.


사 대 세가가 주산진현을 포위하고 남궁 세가에서 가주 남궁진연까지 주산진현성으로 들어와 진영을 꾸리자 도저히 오대 세가를 상대로 싸워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사해방 무리를 염방에서 내몰자 사해방 무리들은 염방의 염선을 타고 섬으로 달아났다.


염방이 갖고 있는 염선들로는 귀해로 들 수 없었으니 남궁 세가의 무력을 피해 섬으로 달아난 것이었는데, 이에 고무된 남궁 세가는 포구에 남아 있는 상선들을 모두 동원해 사해방 무리들을 추적해 갔다.


남궁 세가가 주산진현 성으로 들어와 본진을 꾸리고 염방이 이를 두려워해 사해방을 내몰았다는 말이 전해지자 사해련주 한무보는 태사령 민장우와 논의했다.


“태사령,

놈들이 상선을 모아들이고 있다 합니다.”


“남궁 세가 놈들 말고는 주산진으로 드는 놈들이 없다 하지 않으셨소이까?”


“이상한 일이기는 해도 포위망만 구축하고 더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더이다.”


“그렇다는 말씀은 남궁 세가가 단독으로 사해방을 치려 든다는 말씀이신데···.”


“······.”


“사해방은 어디로 피한 것이오?”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들로 분산해 피한 것으로 알고 있소이다.”


“놈들이 보이면 다투지 말고 뒤로 물러서라 이르십시오. 사흘 뒤면 소선이 나갈 수 있을 만큼 동굴이 열리지 않겠소이까? 두세 번 물러서고 나서 놈들이 흩어지면 치도록 하시지요.”


“사황께서 허락이 안 계신 일 아닙니까?”


“폐관에 드시기 전에 이런 일에 대비해 허락하셨으니 염려하실 것 없소이다.”


“그렇소이까? 허나 소선이라도 나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이레 뒤에나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돛을 잘라 내면 사흘 뒷면 나갈 수 있을 것이외다.”


“돛을 잘라 내고 나가도 되겠습니까?”


“진기로 배를 움직이면 되니 문제 될 것 없소이다.”


“놈들의 배가 보이면 바로 빠져나와야 할 것이오. 그래야 놈들이 포구에 들고 섬으로 올라 시간을 지체할 것이니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도록 잘 살피라 이르십시오.”


“그 정도는 문제없소이다. 사흘이면 적어도 이백 리는 물러설 수 있으니 그때는 놈들이 알아도 지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 아니겠소이까?”


태사령 민장우는 사해련주 한무보의 말에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놈들도 전서구는 갖고 다닐 것이니 지원에 나서게 하는 것도 좋지 않겠소이까? 이번 일을 마치고 나면 사해방은 쓸모를 다한 것이니 놈들을 끌어들일 미끼로 삼으시지요.”


“그것참 좋은 계책이십니다. 남은 세가 놈들이 돕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야 사황께서 대성하고 폐관을 마치시면 여반장이나 다름없으니 사황의 대성을 축하하는 제물로는 제격인 듯싶습니다.”




주산진현 성에 본진을 꾸린 남궁 세가주 남궁진연은 주산진현으로 들어서자 사해방 놈들이 모두 섬으로 달아났다는 보고에 오히려 진노했다.


“겨우 그런 놈들 때문에 본 가가 이리 움직였다는 말씀이시오?”


“가주님,

지금이야 놈들이 부현에서 데리고 있던 각다귀 놈들을 떼어 내 얼마 되지 않지만 놈들의 무위가 대부분 절정이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달아난 놈들은 얼마나 되는 것이오?”


“정작 사해방 놈들은 일이백에 불과하나 염선을 타고 나간 놈들의 수는 모두 오백을 넘기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그건 또 왜 그런 것이오?”


“염방 놈들이 겉으로는 사해방을 내몰았지만 결국 염선을 움직이려니 염방 놈들이 도운 것 아니겠습니까?”


“한 놈도 남김없이 척살하시오.”


“예, 가주님.

배가 마련되는 대로 놈들을 추적해 척살하겠습니다.”


“모두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준비된 배부터 움직이도록 하시오.”


“예, 가주님.”


“지금 놈들은 어디 있는 것이오?”


“작은 섬마다 나뉘어 들었다고 합니다. 염방의 염선은 외해로 나가기에는 작아 멀리 나가지 못하고 해안에서 가까운 섬으로 든 것 같습니다.”


“군도에 유인도만 해도 천이 넘으니 놈들이 흩어지기 전에 추살해야 할 것이외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색귀단 백마의 오십삼 호는 멀리 섬으로 들어오는 배가 보이자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놈들의 배가 오고 있다.”


“모두 서둘러 움직여라. 섬에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모두 배에 태워야 한다.”


“모두 태우기에는 자리가 부족합니다.”


“바다로 나가 떨구면 되니 일단 모두 태우거라.”


“알겠습니다.”


유혼단 마황충 오십삼 호와 살귀단 혈호자 오십삼 호, 색귀단 백마의 오십삼 호는 서둘러 섬 주민들의 배까지 모두 동원해 섬에 한 사람도 남겨 두지 않고 남궁 세가의 창궁대를 태우고 있는 상선이 섬의 포구로 들어서자 섬을 빠져나갔다.


남궁 세가의 창궁대는 포구에 들어서자 날렵하게 섬으로 올라 섬 곳곳을 뒤졌지만 섬에 한 사람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허탈해했다. 이렇게 섬을 뒤지다가는 어느 세월에 수천에 이르는 섬을 뒤져 사해방을 잡을 수 있을지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창궁대가 섬에 올랐을 때는 섬 안에 한 사람도 남겨 두지 않고 달아났다 합니다.”


“상선을 더 징발해서 놈들이 달아나지 못하게 하시오.”


“예, 장로님.”


“본진을 지키는 것은 금검대와 제왕검대로 충분하니 은검대도 내보내 창궁대를 돕도록 하시오. 혹시라도 놈들에게 책사(冊使)가 있어 만천과해(瞞天過海)의 계책이나 위위구조(圍魏救趙)의 계책일지 모르니 너무 서둘지 말라 이르시오.”


***만천과해 : 같은 행동을 반복해 상대의 의심을 풀어내는 계책이다. 여기서는 달아나다 방심을 유도해 치는 것을 말한다.

***위위구조 : 위나라를 포위해 조나라를 구한다는 계책으로 강한 적을 분산시켜 친다는 계략이 담겨 있다.


비연검 남궁진송은 사해방이 싸우지 않고 달아나기를 거듭하는 것에 혹시나 하는 우려를 담아 지시한 것이었다.


“예, 장로님.

바로 전하겠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사해방이 섬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남궁 세가의 장로들은 사 장로 남궁진송의 지시에 불만을 표했던 것을 사과하고 전략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흩어진 놈들을 창궁대를 나눠 추적하던 것을 주산진 군도의 섬들을 구역별로 나눠 집중해 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가까이 있는 섬 서너 곳 또는 너덧 곳을 하나로 묶어 세가의 무력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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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화 신 무림맹 +3 24.09.14 359 8 12쪽
243 243화 세가주들의 한담(閑談) +3 24.09.13 327 9 12쪽
242 242화 떠나는 사람들 +2 24.09.12 358 10 13쪽
241 241화 되살아난 악몽 +2 24.09.11 372 12 12쪽
240 240화 갑론을박(甲論乙駁) +1 24.09.10 370 11 11쪽
239 239화 되돌아온 사해방 +3 24.09.09 376 11 12쪽
238 238화 대조기(大潮期) +2 24.09.08 372 11 13쪽
237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2 24.09.07 413 11 12쪽
236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2 24.09.06 402 12 12쪽
235 235화 설호 +2 24.09.05 433 10 14쪽
234 234화 새 식구들 +2 24.09.04 431 11 13쪽
233 233화 명불허전(名不虛傳) +2 24.09.03 423 11 12쪽
232 232화 주객전도(主客顚倒) +2 24.09.02 424 11 14쪽
231 231화 풍운의 강호 +2 24.09.01 452 10 12쪽
230 230화 태풍 전의 고요함 +2 24.08.31 466 9 12쪽
229 229화 오대 세가의 패퇴 (2) +2 24.08.30 443 12 13쪽
»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2 24.08.29 450 12 12쪽
227 227화 비서에 담긴 영약 +2 24.08.28 472 13 12쪽
226 226화 상가의 한계 +3 24.08.24 574 11 13쪽
225 225화 혈루(血淚) +2 24.08.23 541 12 12쪽
224 224화 남궁 세가의 패퇴 +2 24.08.22 549 11 13쪽
223 223화 귀령단 +2 24.08.21 523 11 13쪽
222 222화 하오문 +2 24.08.20 537 11 11쪽
221 221화 고집이 불러온 참화 +1 24.08.19 567 11 12쪽
220 220화 귀령대 +2 24.08.18 553 12 11쪽
219 219화 팽가의 결단 +2 24.08.17 551 11 12쪽
218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6 484 11 12쪽
217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5 466 9 12쪽
216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4 48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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