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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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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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DUMMY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비무를 마치고 도전으로 돌아오자 설호는 섬도 진걸 앞에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내려 주기만 기다렸다. 양삼이 내온 차를 다 마시고서야 섬도 진걸은 설호에게 눈을 돌리고 말했다.


“그동안 네 비무 상대가 운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대로 공세를 펼쳐 보지도 못한 것 같구나. 내 분명히 말하지만 네가 어찌 공세를 펼쳐 낸들 오늘 나와의 비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두려움을 담고 있으니 공세를 제대로 펼쳐 내지 못하고, 뒤늦게 분노해 찔러 가고 베어 가도 검 끝에 우려가 남아 있으니, 그런 마음으로 공세를 펼쳐 낸들 상대가 운화인데 네놈이 감히 베어 낼 수 있었겠느냐?


검을 내고 들이는 데 급급해 마음에 검을 담아내지 못하고, 시건방진 자신감으로 운화의 무위를 읽어 내지 못하는데, 그런 네게 운화인들 뭐를 가르칠 수 있었겠느냐?


표주박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수련하거라. 그 표주박에 삼재 검법 삼십육로를 다 새겨 넣되 결코 표주박이 깨져서는 안 될 것이다. 표주박에 검로를 새기다 보면 네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삼 장로님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설호는 뭔가 잡힐 듯 말 듯한 것이 있었지만, 섬도 진걸이 더는 알려 줄 것 같지 않자 무릎 꿇고 있던 그대로, 섬도 진걸의 가르침에 감사하는 절을 올리고 도전을 나가 연무장으로 향했다.


설호가 도전을 나가자 삼 조장 홍정민은 섬도 진걸이 설호에게 표주박을 매달아 놓고 수련하라고 한 말에 의문이 들었는지 물었다.


“대주님,

표주박에 검로를 새겨 넣는다고 무슨 성과가 있겠습니까?”


“그리 궁금하면 직접 해 보면 되지 않겠소이까?”


“표주박은 제법 단단해 검로를 새기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섬도 진걸은 삼 조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의아한 듯 보이니 직접들 해 보시오. 누구라도 표주박에 익히고 있는 무공의 흔적을 남기고서도 표주박이 깨지지 않으면 상으로 비급을 내주겠소이다. 기한은 신야를 나가기 전까지이니 그리들 아시오.”


대원들은 서로를 돌아보고는 서둘러 대전을 나갔다. 마치 비급은 자신의 것이라는 듯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 서둘러 연무장으로 향했다. 대전을 나간 대원들의 손에는 눈치 빠르게 양삼이 갖다준 표주박 두어 개가 들려 있었다.


대원들이 저마다 호언장담하며 연무장에 들어섰을 때, 연무장 안에는 앞서 온 설호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설호의 발 아래 벌써 너덧 개의 표주박이 깨진 채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표주박에 검로를 새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졌는지, 서로 눈치를 살피고는 흩어져 나뭇가지에 표주박을 걸었다.


홍정민이 표주박을 걸고 분광십팔수검으로 표주박에 섬전분광의 검로를 새기려했지만, 표주박은 일초반식도 넘기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호언했던 것이 민망해 누가 보기라도 했을까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종남파 속가 제자인 송석현도 천하삼십육검법의 일 초식인 천하도도를 표주박에 펼치고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망연한 표정으로 깨진 표주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들고 온 표주박을 모두 깨 먹은 대원들은 설호를 바라봤다. 설호 역시 다르지 않았으니 갖고 온 표주박 십여 개를 모두 깨 먹었는지, 표주박을 대신해 나무토막을 걸어 놓고 삼재 검법을 펼쳐 가고 있었다.


대원들은 각자 눈에 보이는 대로 적당하다 싶은 가지를 잘라 내 묶어 놓고 각자의 절기를 펼쳐 갔다. 표주박과는 달리 깨져 나가지는 않았지만 검로가 새겨지기는커녕, 이리저리 튕겨져 마구 흔들리자 맞추기에도 급급해졌다.


대원들은 한 시진을 넘기고는 지쳐 움직일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는데, 설호는 여전히 매달아 놓은 나무토막에 검로를 그려 가고 있었다. 물론 설호라고 삼재 검법 삼십육 초식의 검로를 나무토막에 새겨 넣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설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삼재 검법을 펼쳐 갔는데, 초식들이 다 이어지지는 않았어도 나무토막에 제법 많은 흔적들이 남겨졌다. 설호가 검기까지 실어 나무토막을 쳐가도 나무토막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몸은 지쳤어도 섬도 진걸이 내건 비급만은 욕심이 안 생길 수 없었다. 모두가 다시 매달린 나무토막에 검로를 새겨 갔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도전 하인 양삼이 수십 개는 족히 넘을 만치 표주박을 내려놓고 갔어도 표주박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양삼이 다시 돌아와 식사를 하라고 알리고서야 모두 연무장을 나왔다.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나무토막에 검로를 새기는 수련은 이어졌다. 연무장에서 수련을 이어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지, 시운화가 연무장에 들어서더니 설호를 밀치고 설호가 검로를 새기던 나무토막에 연편을 휘둘렀다.


진기가 가득 실려 휘두를 때마다 살벌한 채찍 소리가 울렸어도, 시운화가 연편으로 쳐 내는 나무토막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운화의 연편이 나무토막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니라 진기를 실어 때려도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다.


시운화는 보일 것을 다 보였다는 듯 연편으로 연무장 바닥을 내려치고는 그대로 연무장을 나갔는데, 시운화가 내려친 연무장 바닥에는 한 자 깊이는 족히 돼 보이는 구덩이가 길게 파여져 있었다.


시운화가 나가고 설호는 시운화가 연편으로 나무토막에 새겨 놓은 흔적들을 살펴 갔다. 검으로 새겨도 그렇게 가늘게 새겨 넣지 못할 만큼 가는 흔적들이 손가락 두께의 연편으로 두드린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설호는 시운화가 흔적을 남긴 나무토막을 한참이나 살피고는 그대로 좌정하고 좌선에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대원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다가 팽희전이 말했다.


“저 소협은 뭔가 깨달은 것 같지 않소이까?”


설호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는 말에, 대원들의 관심이 시운화가 흔적을 남기고 설호가 살펴보고 좌선에 든 나무토막에 쏠렸다.


“조장,

우리도 저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소이까?”


팽희전에 이어 한방규마저 나무토막에 뭔가 남겨진 것이 아니냐는 듯이 말하자, 홍정민과 송석현도 그럴 수 있다 여겨졌지만, 설호가 좌선에 들어 있으니 함부로 다가서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소협이 좌선을 마치면 살펴보기로 하고, 이거 호법이라도 서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소이다.”


“여기 누구도 우리보다 약한 사람은 없지 싶소이다. 연무장에 들 사람이라면 상관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좌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떨어져서 수련을 이어 가십시다.”


“예,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좌선에 든 설호는 양삼이 찾아와 식사를 하라고 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대원들은 설호가 좌선에 든 지 이미 오래라고 알리고 어찌하면 좋을지 묻자, 양삼이 나가더니 시운화를 데리고 들어왔다.


시운화를 보자 이미 시운화의 무위를 구경해서인지, 대원들은 시운화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낭자,

소협이 좌선에 든 것이 아까 낭자께서 시무해 보이신 바로 뒤부터였습니다.”


“대인들께서는 그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여기는 소녀가 남아 지켜보겠습니다.”


“그래도 되는지요?”


“대인들께서 함께해 주신 덕분에 저 아이도 뭔가 깨달은 것이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만, 좌선에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미련한 놈이라 번뇌를 떨쳐 내지 못하는 것 같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대원들이 연무장을 나가자 시운화는 설호를 바라보다 뭔가 안타까워하더니, 그대로 좌정하고 앉아 연편을 풀어 무릎 위에 올리고는 운기조식에 들었다.


어두워지자 날벌레들은 양삼이 한쪽에 피워 놓은 화톳불로 모여들었지만, 이따금씩 설호에게 날아드는 놈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시운화의 연편이 날아올랐고 여지없이 날벌레는 반으로 갈라져 떨어졌다.


밤이 깊어지고 어느새 여명이 스며들더니 날이 밝아질 무렵에야 설호는 좌선을 마치고 일어났다. 밤새 시운화가 자신의 호법을 섰다는 것을 알고는 깊이 허리 숙여 감사했다.


“호법을 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새 고생시켰으니 얻은 것이라도 있느냐?”


설호는 아무 말 없이 표주박을 매달고 삼재 검법을 펼쳐 보였다. 삼재 검법 삼십육 초식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기고 표주박은 깨져 나갔다. 설호가 민망해하며 시운화의 눈치를 살피자 시운화가 벌떡 일어나더니 한마디하고 나갔다.


“곰처럼 미련한 놈이라 여겼더니 그나마 얻은 것은 있어 보이는구나. 그만하면 한동안은 가르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하룻밤 고생 값은 충분한 것 같구나. 나가거든 삼 사형께 감사드리거라.”


“예, 아가씨.

아가씨의 가르침에도 감사드립니다.”


“네놈 말이 어째 그동안은 안 가르쳐 줬다고 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구나. 네가 표주박에 작은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면 이번에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큰 오라버니께서 익히신 무공도 삼재 검법이다.


그동안 네가 삼재 검법의 검로를 따라 할 줄 안다고, 삼재 검법을 무시해 왔기 때문에 가르치려 해도 가르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 겨우 삼재 검법에 눈을 뜬 것이니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 아가씨.

명심하겠습니다.”


설호는 시운화가 연무장을 나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숙인 허리를 펴지 않았다. 그동안 설호는 내심 자신의 무공이라면 시운화와 승부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비무를 할 때는 검막을 만들어 시운화의 공세를 막고 간간이 보이는 허점을 찔러가곤 했었다.


하지만 어제 보여 준 시운화의 무위는 설호가 감히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설호는 시운화가 진신 무공을 내보인 것에 크게 놀랐고, 그동안 자신이 간간이 라도 공세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시운화가 의도적으로 보인 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섬도 진걸이 시운화의 무공을 두고 자신과 두 단계는 차이가 난다고 했을 때도 은근히 불만을 가졌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두 단계라는 말조차 자신이 실망할까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설호가 연무복을 갈아입고 도전으로 섬도 진걸을 찾았을 때 섬도 진걸은 대전에 있었다. 설호가 대전에 들어 섬도 진걸에게 감사드리기 앞서, 먼저 시운학을 바라보니 설호가 삼재 검법 삽십육초식을 다 남기지 못하고 깨트린 표주박을 손에 들고 있었다.


설호는 얼굴이 붉어지며 뭐라 변명하려 했는데 시운화가 앞서 말했다.


“표주박에 금이 가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십팔 초식을 그리 깔끔하게 새겨 넣었는데 느닷없이 갈라졌겠어요.”


“운화야,

단 한 초식을 새겼어도 볼 것은 다 보인다. 그러니 설호를 위해 변명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오라버니,

제가 설호를 위해 변명하려는 게 아니라 표주박에 금이 가 있었다니까요.”


시운화가 거듭 변명을 늘어놓자 시운학은 손에 들고 있던 표주박을 다시 살피고 설호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는 운기조식을 늘리고 초식 수련은 줄이거라. 운기조식을 마치고 나면 오늘 깨달은 것을 놓치지 않도록 좌선하는 시간도 늘리거라.”


“예, 주인님.”


“삼 사형께서 가르침을 내려 주셨으니 감사드리고.”


“예, 주인님.”


설호는 시운학에게 대답하고는 섬도 진걸에게 삼배를 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설호가 삼 장로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네가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었다니 그것으로 족하다. 소문주께서 하신 말씀 명심해서 따르면 언제고 큰 깨달음도 얻을 날이 있을 것이다.”


“예, 삼 장로님.

명심하겠습니다.”


“받았으면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하니 떠나기 전까지, 매일 신시 말에 연무장으로 나가 우리 대원들과 비무를 갖거라. 그날그날 좌선하며 느낀 것을 대원들과 비무하며 풀어내라는 말이다.”


“예, 삼 장로님.

살펴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설호에게는 그날 좌선에서 깨달은 것들을 풀어 볼 기회를 주는 것이고, 삼 조 대원들에게는 진산 무공이 갖고 있는 깊이를 느껴 보게 하려는 섬도 진걸의 마음이었다.


시운학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시운화와 시운룡은 자신들도 그 시간에 연무장으로 나가 구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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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화 신 무림맹 +3 24.09.14 360 8 12쪽
243 243화 세가주들의 한담(閑談) +3 24.09.13 327 9 12쪽
242 242화 떠나는 사람들 +2 24.09.12 358 10 13쪽
241 241화 되살아난 악몽 +2 24.09.11 373 12 12쪽
240 240화 갑론을박(甲論乙駁) +1 24.09.10 370 11 11쪽
239 239화 되돌아온 사해방 +3 24.09.09 377 11 12쪽
238 238화 대조기(大潮期) +2 24.09.08 372 11 13쪽
237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2 24.09.07 413 11 12쪽
»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2 24.09.06 403 12 12쪽
235 235화 설호 +2 24.09.05 433 10 14쪽
234 234화 새 식구들 +2 24.09.04 431 11 13쪽
233 233화 명불허전(名不虛傳) +2 24.09.03 423 11 12쪽
232 232화 주객전도(主客顚倒) +2 24.09.02 424 11 14쪽
231 231화 풍운의 강호 +2 24.09.01 453 10 12쪽
230 230화 태풍 전의 고요함 +2 24.08.31 466 9 12쪽
229 229화 오대 세가의 패퇴 (2) +2 24.08.30 443 12 13쪽
228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2 24.08.29 450 12 12쪽
227 227화 비서에 담긴 영약 +2 24.08.28 472 13 12쪽
226 226화 상가의 한계 +3 24.08.24 575 11 13쪽
225 225화 혈루(血淚) +2 24.08.23 541 12 12쪽
224 224화 남궁 세가의 패퇴 +2 24.08.22 549 11 13쪽
223 223화 귀령단 +2 24.08.21 523 11 13쪽
222 222화 하오문 +2 24.08.20 537 11 11쪽
221 221화 고집이 불러온 참화 +1 24.08.19 567 11 12쪽
220 220화 귀령대 +2 24.08.18 553 12 11쪽
219 219화 팽가의 결단 +2 24.08.17 552 11 12쪽
218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6 486 11 12쪽
217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5 466 9 12쪽
216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4 4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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