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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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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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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DUMMY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황제의 뜻은 단호했다.


더 이상 황제가 황족을 죽였다는 말이 나와서 안 되고, 그럼에도 황제와 황실에 반기를 든 주고는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한다고 했다.


절강 주산진에서 벌어진 주고 무리들의 무력이 예상보다 강하다고 전해지자, 상선 태감 유희태는 주고가 바다에 머물고 있으니 백성들이 알기 어렵다며, 대군을 동원해 주고와 그 무리들을 치면 될 것이라고 아뢰었다.


하지만 황제는 대군이 움직이는데 어찌 감출 수 있겠느냐 호된 질책을 내렸다. 백성들에게야 왜구를 칠 것이라 호도할 수 있다지만, 황실의 친왕들은 불안해질 것이고, 조정권신들 또한 동요할 수 있었으니 황제의 판단이 옳기는 했다.


상선 태감 유희태는 해수사로부터 귀해도의 동굴이 열리고 있다는 전언을 받을 때마다 답답함이 심해졌다. 황명이 있다고는 해도 조정의 책사들과 논의할 문제도 아니었고, 사례 태감 하륜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도 불만이었다.


주고의 일을 조정권신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편전에 올려 논의하려면 주고를 반역의 무리로 몰아가야 했으니, 그 또한 황제의 뜻과는 맞질 않았다. 남경을 살피며 만춘전 조 태감에게 지워졌던 빚도 사라져 버렸다.


상선감과 사례감은 황실과 천하에 눈을 두고 있었고, 상선감은 그렇게 살핀 것으로 황제의 안위를 지키는 곳이고, 사례감은 그렇게 살펴 죄를 드러내고 벌하는 것으로 황제의 안위를 지키는 곳이었다.


이렇듯 같은 일을 하면서도 드러내지 못하는 상선감과 드러내고 벌하는 사례감은 늘상 갈등이 많았다. 이는 사례감이 찾아 벌하고자 해도 상선감에서 황제의 뜻이라며 막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었다.


힘에서는 사례감이 앞서지만 정작 그 힘을 발휘하려 들면, 황제와 늘 함께하는 상선감의 의중이 황제에게 전해지고, 대부분 상선감의 뜻대로 황제가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상선감과 사례감은 황실과 조정에서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지만, 음양이 갈라지듯 확연하게 그 역할이 달랐으니 견원지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상선 태감 유희태에게 주고의 일을 상의할 사람은 사례 태감 하륜뿐이었다.


조회 내내 황제의 안색은 어두웠다. 조회를 마치고 상선 태감 유희태는 사례 태감 하륜에게 다가갔다.


“긴히 논의해야 할 일이 있소이다.”


“때가 되기는 했지요. 사례감으로 가시겠소이까?”


“그럽시다.”


사례 태감의 집무실에 든 두 사람은 차를 다 마시도록 말이 없었다. 아니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어도 해결할 방도가 없어 말을 못 하고 있었다.


사례 태감 하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었으니 우려를 담아 물었다.


“다음 달인 것이오?”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폐하께서는 뭐라 하셨소이까?”


“전혀 변한 것이 없소이다.”


“그렇다면 지켜볼밖에 달리 방도가 있겠소이까? 상가 놈들도 복수하겠다며 무리를 모았고,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야인 놈들도 정주에 모이질 않았소이까? 잘하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지 싶소이다만.”


사례 태감 하륜은 주고가 귀해도에 머무는 동안 주고를 칠 방도도 없고, 그렇다고 주고가 귀해를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없으니, 주고 무리가 귀해를 나와 육지로 오른 뒤에 방도를 찾아보자는 말이었다.


“지금 막고 있는 해수사 전력으로 주고를 잡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소이다만, 그렇다고 절강에 들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소이까?”


“염방 때문인 것이오?”


“적어도 주고가 순왕과 손잡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소이까?”


“그도 그렇소이다만 이미 내통하고 있는 것 아니오?”


“순왕부에서는 순왕 전하께서 주고를 만나 본 일도 없다며, 염방이 주고를 도운 일도 순왕부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하고, 염방을 엄히 다스리시겠다는 순왕 전하의 말씀이 계셨다고 전해 왔소이다.”


“순왕부 모르게 염방이 일을 벌였다? 하기는 주고를 따랐던 호가 놈의 무리가 어디로 간 것도 아니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가오만 믿어야 하는 것이오?”


“더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말이니 믿어도 되지 싶소이다.”


“그래서 절강은 안 된다 하시면 어찌하자는 말씀이시오?”


“광동으로 내몰아야지요?”


“그러다가 효친왕부가 주고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아니오?”


“주고가 효친왕위에 오르려 했으면 벌써 올랐을 것이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주고는 왕위에 그리 관심이 없었소이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것 아니오?”


“그리되면 반역의 뜻을 드러내 보인 것이니 대군을 움직여 치면 되지 않겠소이까? 주고도 황실과 조정에서 대군을 움직여 치지 않는 이유를 익히 알고 있을 것이외다.”


“그렇다 치고 말씀을 듣자니 유 태감께 광동으로 내몰 복안이 있으신 듯 보이오만 어찌하자는 말씀이시오?”


“귀해에서 나오면 전함으로 몰아내야지요?”


“그게 가능하다면 어찌 지금껏 두고 보기만 했겠소이까?”


“다가서기 위험한 것이야 어찌 모르겠소이까? 허나 주고 혼자가 아니질 않소이까? 멀리서라도 함포를 쏘고 뒤를 쫓아야지요.”


“그래서야 결국 육지에 오르지 않겠소이까?”


“절강에 첨장 척계광이라는 자가 있소이다.”


“왜구를 쳐냈다는 자를 말씀하시는 것이오?”


“그렇소이다.”


“왜구야 어찌 막아 냈다지만 주고 무리를 상대했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외다.”


“싸우라는 것이 아니라 막으라는 것이외다.”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소이다.”


“척계광을 진무사로 올리고 천호소 둘을 내주면 되지 않겠소이까?”


“누가 허무맹랑한 계책을 낸 것이오?”


“본 관 역시 처음 계책을 들었을 때는 하 태감과 다르지 않았소이다.”


“다르지 않았다시면 달리 숨은 뜻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신 듯한데 어디 들어 보십시다.”


“절강에 오르지 못하게만 하면 되는 일이 아니겠소이까?”


“그야 그렇소이다만?”


“해수사에서 전함으로 주고 무리를 몰아가고, 주고 무리가 육지에 오르면 투석기로 막으라 하면 된다 했소이다. 그 일을 하는데 착계광을 추천하고 계책을 내준 사람이 장강 통제사 소속 책사 여공도이라는 자인데 들어 보니 좋더이다.”


“어디로 올라올 줄 알고 투석기를 준비한다는 것이오?”


“몰아야지요? 결국 절강에 오르려 하지 않겠소이까?”


“그러니까 해수사의 전함으로 뒤를 쫓아 육지로 향하게 하고 육지에서는 투석기로 주고 무리의 배를 공략하자는 말씀이신 것이오?”


“그렇소이다.”


“참으로 좋은 계책이지 싶소이다만, 그리하면 될 일을 두고 어찌 본 관을 보자 하신 것이오?”


“아무리 투석기를 준비한다고 한들 첨장이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천호소 하나뿐이질 않소이까?”


“그러니 척계광을 지휘첨사로 올려 천호소 둘을 지휘하게 하시겠다는 말씀인 것이오?”


“그렇소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주고 무리가 상륙하면 큰 피해를 입지 않겠소이까? 척계광이 왜구들을 친 전술이 제법 큰 효과를 거뒀다고 들었소이다. 만약의 경우지만 최소한의 대비는 갖춰야 하지 않겠소이까?”


“주고가 절강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광동이 아니라 복건으로 갈 수 있는 것 아니오?”


“상선감에서 무수히 살폈지만 복건성에는 주고가 머물 곳이 없는 듯했소이다. 절강을 막으면 어려서부터 머물던 별궁으로 가지 싶소이다.”


“그래서야 기껏 야인들을 모아 둔 일이 헛되질 않겠소이까?”


“주고가 광동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그도 좋은 일이고, 움직이려면 결국 야인들과 부딪치지 않겠는지요?”


“결국 유 태감께서 보자신 이유가 척계광을 지휘첨사로 올리고, 천호소 둘을 척계광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절강 삼사의 허락을 받아 내라는 말씀이시구려.”


“절강 성주와 삼사 모두 하 태감 사람이 아닙니까?”


“조정의 일에 파당을 말씀하시는 것이오?”


“상선감이 빚을 남기는 것으로 하십시다.”


사례 태감 하륜으로서는 어려운 숙제를 상선감이 풀어주면서도, 빚은 빚대로 남기는 장사였으니 환영할 일이었지만, 그렇게 되고 나면 주고를 쳐낸 공이 모두 상선 태감 유희태에게 가니 그것은 불만이었다.


“일단 시일이 촉박하니 유 태감께서 내신 계책대로 일단 움직여 보십시다.”


“이리 선뜻 받아 주시니 뭐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소이다.”


“폐하의 근심을 덜어드리는 일인데 어찌 소홀히 하겠소이까? 절강성은 염려 마시고 해수사는 유 태감께서 처리하시지요?”


“그야 이를 말씀이겠소이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주고 무리를 몰아가라 이를 것이니, 주고 무리가 절강에 올라 염방과 손잡는 일이 없도록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지요. 주산진 염전이 주고의 손에 드는 것만큼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지요. 순왕부에서 염방을 다스리겠다고 했다니 절강 삼사에 그 일도 일러두겠소이다.”


“그리해 주시면 더욱 좋겠지요.”


절강성 온주부 도지휘사사 소속 첨장 척계광은 느닷없는 승진에, 투석기로 왜구의 침입을 막는 훈련을 하라며 내려온 성지를 받고 지휘사 장우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온주부 도지휘사인 지휘사 장우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천호소 두 대를 내주며 훈련하라 했다. 전례가 없는 훈련이었지만 척계광이 생각해도 왜구를 막는데 투석기를 쓴다는 계책은 더없이 좋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왜구가 언제 어느 포구로 들어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 투석기로 왜구를 막는다는 계책에는 의문이 남았다. 그렇가 해도 척계광은 지휘첨사로 승진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공성전에서나 쓰이는 투석기 훈련이야 누군가 고관대작에게 잘 보이려는 계책이라고만 여겨졌다. 사실 훈련의 대부분이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라는 것이야 수차에 걸쳐 겪어 왔던 일이기도 했다.


척계광의 생각이 어떠하든 온주부 포구와 이어지는 해안 절벽 위에 투석기가 마련되었고, 척계광은 자신이 거느리던 한 개 천호소 군졸에게는 지금까지 이어 온 왜구 방어 훈련을 이어 갔고, 추가된 천호소 병졸들에게는 투석기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왜선을 치는 훈련을 시켰다.


척계관이 왜구를 치는 훈련을 한 달 가까이 이어 가고 있을 때 지휘사 장우가 불러 도지휘사사로 들어가자, 지휘사 장우는 며칠 안에 해수사의 전함에 쫓기는 무리가 포구나 해안으로 들 수 있다며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척계광은 투석기 훈련을 왜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해수사 전함들에게 쫓기는 무리라니 당연히 조정에 반하는 무리들임에는 분명했지만, 쫓기는 자들이 누구냐는 물음에 지휘사 장우는 자신도 모른다는 말만 거듭했다.


온주부 도지휘사사인 지휘사 장우도 모른다는데, 장우 아래 있는 척계광이라고 알아낼 방도는 없었지만, 상륙하지 못하게 막으라는 명은 여러 차례에 걸쳐 엄중하게 내려졌다. 척계광은 훈련이라 했지만 결코 단순한 훈련은 아니라 여겨지자 천호소 군졸들의 배치를 다시 했다.


척계광은 곧바로 상륙한 왜구들을 상대할 천호소 군졸들에게도 투석기 훈련에 참여하도록 하고, 조금이라도 멀리까지 돌을 날릴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돌들을 거중기 곁에 많이 마련하라고 독촉했다.


조정의 명이 엄중했는지 평소 같으면 투석기 하나 마련하는 데도 몇 달은 걸릴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척계광이 원하는 대로 거치하고자 하는 곳에 즉시 투석기가 전해지고, 천호소 군졸들도 나름 추려서 보냈는지 젊고 힘이 넘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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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244화 신 무림맹 +3 24.09.14 358 8 12쪽
243 243화 세가주들의 한담(閑談) +3 24.09.13 327 9 12쪽
242 242화 떠나는 사람들 +2 24.09.12 358 10 13쪽
241 241화 되살아난 악몽 +2 24.09.11 372 12 12쪽
240 240화 갑론을박(甲論乙駁) +1 24.09.10 370 11 11쪽
239 239화 되돌아온 사해방 +3 24.09.09 376 11 12쪽
238 238화 대조기(大潮期) +2 24.09.08 372 11 13쪽
» 237화 계책난무(計策亂舞) +2 24.09.07 413 11 12쪽
236 236화 깨달음을 얻은 설호 +2 24.09.06 402 12 12쪽
235 235화 설호 +2 24.09.05 431 10 14쪽
234 234화 새 식구들 +2 24.09.04 431 11 13쪽
233 233화 명불허전(名不虛傳) +2 24.09.03 423 11 12쪽
232 232화 주객전도(主客顚倒) +2 24.09.02 424 11 14쪽
231 231화 풍운의 강호 +2 24.09.01 452 10 12쪽
230 230화 태풍 전의 고요함 +2 24.08.31 466 9 12쪽
229 229화 오대 세가의 패퇴 (2) +2 24.08.30 443 12 13쪽
228 228화 오대 세가의 패퇴 (1) +2 24.08.29 449 12 12쪽
227 227화 비서에 담긴 영약 +2 24.08.28 472 13 12쪽
226 226화 상가의 한계 +3 24.08.24 574 11 13쪽
225 225화 혈루(血淚) +2 24.08.23 540 12 12쪽
224 224화 남궁 세가의 패퇴 +2 24.08.22 549 11 13쪽
223 223화 귀령단 +2 24.08.21 523 11 13쪽
222 222화 하오문 +2 24.08.20 537 11 11쪽
221 221화 고집이 불러온 참화 +1 24.08.19 567 11 12쪽
220 220화 귀령대 +2 24.08.18 553 12 11쪽
219 219화 팽가의 결단 +2 24.08.17 551 11 12쪽
218 218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6 484 11 12쪽
217 217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2 24.08.15 466 9 12쪽
216 216화 몸에 새겨진 비서(秘書) +1 24.08.14 48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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