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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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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개파대전

DUMMY

강호 무림의 촉각이 장강 수로에 모아졌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당문의 응징 움직임도 당문의 상선이 장강을 내려오는 일도 없었다. 도도히 흐르는 장강은 여전히 무수한 배들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오르내리고 있었다.


보름이 넘도록 장강이 조용한 가운데, 하남성 금정산에서는 회천맹이 개파대전을 열었다. 개파대전 장소 입구를 장식한 문루 위에, 강호 무림 동도를 환영한다는 글이 크게 쓰여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높이 마련된 단상 위로 태사의 네 개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회천맹도라 여겨지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몽면을 쓰고 있었는데, 개파대전을 마치는 대로 벗을 거라는 말이 있었다. 단상 오른편에 귀빈석으로 준비된 자리인지, 작은 탁자와 의자 수십 개가 줄지어 있었고, 탁자 위로는 간단한 다과도 준비돼 있었다.


오백 가까운 몽면인들이 사 대로 나뉘어 대오를 갖추자, 임시로 마련된 전각에서 초대받은 귀빈들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나와 준비된 자리로 가 앉았다. 귀빈석에 자리한 사람들을 보니 나름 강호 무림에서 명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구파일방을 비롯한 문파들의 장로들이었고, 이름난 무관의 무관주도 있었다. 물론 오대세가를 비롯한 명문 세가들에 속한 사람들도 모습을 보였다. 귀빈석 사람들은 각 문파나 세가의 수장은 없었고, 아무래도 초대를 받았으니 정탐을 겸해 적당하다 여겨지는 사람을 보낸 듯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지루해져 갈 무렵, 네 사람이 단상 위로 나와 마련된 태사의에 앉았다. 몽면을 한 것도 아니었건만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천룡 표국주 파사검 양단육만은 반대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회천맹 개파대전을 한다며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놓고, 개파대전을 진행하는 사람도 없었고, 단상 아래는 여전히 몽면을 한 채 오백 명가량의 무인들이 사대로 자리하고 있어, 그나마 개파대전의 분위기는 내고 있었지만, 단상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으로 구겨지고 있었다.


천룡표국주 파사검 양단육이 자리에서 일어나 몇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모인 사람들 모두를 돌아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


"천하에 회천맹 개파대전을 한다고 선언하고 나름 준비를 서둘렀지만, 수천문을 도모하고 불과 백 일 사이에 준비하다 보니 모자란 것이 많았소이다. 이점 널리 양해 부탁드리며 먼저 소개하겠소이다."


양단육은 다시 한번 모인 사람들을 돌아보고 말을 이어 갔다.


"대부분 아실 것이나, 소생은 하남 천룡표국을 운영하는 천룡표국주 양단육이올시다. 소생이 어찌 이 자리에 있을까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겠지만, 소생의 말씀을 듣고 나면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소이다.


소생은 비록 사부님으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검선 이자기 대협께 소생의 별호인 파사검법을 사사 받았소이다. 그러니 어찌 생각하면 반쯤은 수천문의 제자라 해도 되겠지요."


귀빈석과 단상 아래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양단육은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다 이목이 다시 모이자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들 모두 이제는 수천문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아셨으리라 믿소이다. 하지만 소생은 수천문이 어떤 곳인지 알지 못하고, 수천문을 들어간 것도 이번이 처음이올시다.


삼십여 년 전 검선 이자기 대협께서는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표국을 열고 천하의 정보를 모아 수천문으로 보내거라.'


사실 소생은 검선 이자기 대협을 찾아 정식 제자가 되려는 마음에 정보를 보내라 하셨으니, 정보를 전한 곳을 따라가면 수천문을 찾고 검선 이자기 대협의 제자가 될 줄 알았소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소이다. 왜냐하면 소생이 모은 정보를 모처로 보내면 그곳에서 다시 다른 곳의 정보와 합쳐 분석하고 정리해, 삼 년 정도의 시한을 두고 정보를 수천문으로 보냈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삼 년 아니냐 하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하나 그곳에서 보낸 정보도 운남 어딘가로 모여지고, 그곳에서는 사람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전서응에 실어 보냈으니, 소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수천문의 소재를 알지 못했던 것이올시다.


그래서 소생은 수천문에 의문이 들었소이다. 어떤 곳이기에 이렇게 비밀스럽게 천하의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받는가? 그렇게 모아들인 정보들은 또 어떻게 쓰이는가? 여러분들 같으면 그런 의문이 안 들겠소이까?


이십 년이 넘도록 고민하고 알아보는 동안, 소생은 소생과 똑같은 입장의 두 분을 찾을 수 있었소이다. 수천문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불타 버렸으니 이만 줄이고, 그 두 분이 어떤 분들이신지 소개해 올리겠소이다.


경사 만금당을 모르시는 분이 혹시라도 있을까 염려하여 알려드리자면, 당금 천하제일의 전장이올시다. 황금으로 쌓아 올리면 태산을 굽어본다는 곳이 만금당이올시다."


만금당을 말하자, 화려한 비단에 온갖 금장식을 걸친 뚱뚱한 노인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굽혀지지 않는 허리를 굽히고 인사했다.


"경사 만금 전장 금적산이오."


금적산은 그 짧은 말에도 힘겨운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양단육은 그마저 감사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보이고는 소개를 이어 갔다.


"남은 한 분은 소생과 같이 칠선의 한 분이신 비봉선자 편선 진원원 여협께 사사 받고 소생과 같은 의무를 지셨소이다."


양단육의 소개말에 만화선자 동호련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인사말조차 없었으니 사람들이 이상히 여겼는데, 양단육이 바로 말을 이어 갔다.


"말씀을 못 하시니 이해들 하시오. 그래도 듣기는 하시니 말씀은 조심하시고요. 소생이 보낸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신 분이올시다. 소생이 보낸 정보를 따라가다 만나 뵙게 되었지요. 잠시 전 소개 드린 만금전장주 금적산 대인 역시 선자님께로 정보를 보내고 있었는데, 소생의 뜻을 이해하시고 연결해 주시어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소이다.


마지막으로 소개 드릴 분은 소생이 수천문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너무도 큰 도움을 주셨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회천맹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실 분이올시다."


바짝 마르고 작은 키에 주눈에 족제비 상이라 의상이 화려함에도 볼품이 없는 노인이 일어나 고개만 까딱이고 자리에 앉았다. 양단육은 다시 환한 미소로 감사하고 소개를 이어 갔다.


"방금 소개 드린 분으로 말씀드리자면 강호 무림에서는 그리 잘 알려지시지 않으셨지만, 왕후장상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시는 분이올시다. 들어는 보셨는지 모르겠으나, 하오문은 아실 것이고, 그 하오문과 광인방이라고 하는 곳이 있소이다.


아시는 분은 오히려 피하시려 하시겠지만, 그 광인방에 염방은 아시는 분들이 많지 않소이까? 절강성 대부분이 염방 아래 있으니 말씀이오. 마지막으로 이곳은 아시는 분이 좀처럼 없을 것이나 화화방이라고 복건성의 지주올시다.


광동의 하오문, 섬서의 광인방, 절강의 염방, 복건의 화화방이 연맹을 맺은 것이 사해련이올시다. 이제 말씀드린 네 곳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시겠소이까?


그 대단한 곳 네 곳의 연맹이 사해련이라 말씀드렸소이다. 이젠 아시겠지요? 그렇소이다 사해련주이신 한무보 대인이십니다."


모인 사람들은 천룡표국주 파사검 양단육이 앞에서 소개하고, 인사를 하라 해도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앉은 것뿐인데, 무례를 탓하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천룡표국주 파사검 양단육만 해도 천하 어디를 간들 최고의 귀빈으로 자리를 받아 낼 것인데, 소개한 인사들의 면면은 천룡표국주 파사검 양단육을 한참 밑에 두고 있었다. 천룡표국주 파사검 양단육은 소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다시 눈길이 모아지자 말을 이어 갔다.


"회천맹은 소개해 드린 세 분과 소생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 갈 것이외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시일이 촉박해 준비가 소홀한 탓에, 오늘 개파대전은 올바로 치르지 못하게 되었소이다. 하여 회천맹의 개파대전을 한 해 뒤로 미루고자 하외다.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참석해 주신 귀빈들께는 참으로 면목 없는 말씀이나, 우리 네 사람은 모자란 준비를 강호 동도들께 솔직히 알리고 강호 동도들의 양해를 구하기로 했소이다.


마찬가지로 앞에 자리한 맹원분들께도 양해의 말씀을 당부드리겠소이다. 운남에서 약조한 것은 그대로 지켜질 것이니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외다."


천룡표국주 양단육이 내막을 밝히진 않았으나, 몽면을 하고 참여하고 있는 모두는 알아들었다. 운남에서 수천문을 도모하며 해약이라 먹은 것에 독이 섞여 있어, 운신에 제약을 받고 있었는데 그것을 풀어준다는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갖고 나온 비급은, 모두 여러분들의 소유임을 인정할 것이외다. 누가 알겠소이까? 여러분들 가운데서 천하제일인이 나오실지 말이오. 회천맹은 한 해 뒤를 기약하지만, 여러분들이 원하신다면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비급을 익힐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할 것이오.


물론 원하지 않으시는 분께는 강요하지 않겠소이다. 대회를 마치는 대로 나가시다 보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오. 어디서 수련을 하더라도 은자는 필요하시리라 여겨, 모든 분들께 은자 천 냥씩을 나눠 드릴 것이니 한 분도 빠짐없이 받아가시기 바라오.


말씀드린 대로 장소를 제공받기 원하시는 분들께는, 본 맹에서 마련한 곳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수련하실 장소를 마련해 두었으니 그리 아시고, 수련 장소가 제공돼도 당연히 은자는 똑같이 제공될 것이오.


특히 유념하셔야 할 일은 받으실 은자 자루 속에,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신 물건도 들어 있으니, 행여 실수로라도 은자를 안 받아 가시는 일은 없으셔야 할 것이외다."


천룡표국주 양단육은 이제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귀빈석을 향해 포권하며 둘러보고 말했다.


"본 맹이 미흡하여 실례가 컸소이다. 부디 돌아가시더라도 너무 흠잡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하지 않았소이까? 차리진 못했으니 사과의 뜻으로 작은 예물을 준비했소이다.


이번 수천문을 도모하며 불타지 않은 비급 가운데, 소생이 보건대 나름 쓸 만하다 여겨지는 검법서 세 권과 도법서 세 권, 장법서 세 권을 필사해 두었으니, 한 권씩 받아 가시고 그것으로 본 맹의 실수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천룡표국주 양단육은 다시 한번 포권을 하여 인사했다.


"한 해 뒤 다시 뵙겠소이다."


천룡표국주 양단육이 할 말 다 했다는 듯 자리로 돌아가 앉자, 태사의에 앉아 있던 세 사람이 일어났고, 천룡표국주 양단육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단상 위에 있던 네 사람이 순식간에 모두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은자를 받고 비급을 받을 생각에 들떠 있던 사람들은, 네 사람이 사라진 비어 버린 태사의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움직이는 것조차 아니 일어서기도 힘들어하던 사람도, 말이 들리지 않는다던 노파도, 심지어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았던 노인도, 천룡표국주 양단육과 동시에 사라지자, 내심 비웃던 빈객들은 그제서야 회천맹의 숨은 힘을 본 것만 같았다.


회천맹의 개파대전을 놓고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회천맹 개파대전에서 있었던 일을 희화(羲和)하며 어이없어했지만, 참여했던 사람들의 말을 전해 들은 각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 힘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 개파대전에서 있었던 일과 들었던 일들에 관해 함구령을 내리는 곳이 많았다.




장강에 당문의 상선 출입을 금한다는 결의문이 붙고, 결의문을 무시하며 동정호에 들었던 성도 상단의 배가 불탄 뒤, 당문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 한 척의 배도 장강에 띄우지 않았다. 성도 상단 상선이 불탄 일은 너무 많이 이야기해 이제 식상해질 무렵, 그리 크지 않으나 화려하기 짝이 없는 배가, 당문의 기치를 높이 걸고 장강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보란 듯이.


당문의 배는 맞지만, 너희가 결의한 대로 상선은 아니니 건들려면 건들어 보라는 듯, 조금 과장하면 배보다 더 큰 깃발을 타고 있는 배 지붕 위에 높이 세우고 장강을 내려오고 있었다.


당문의 배가 지나간다는 말에 출동한 수채들에서는 상선도 아닌 놀잇배에 당문의 기치를 날리고 있는 것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공격도 못 하고 따라가자니 마치 수채의 배들이 당문의 배를 호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문의 배가 장강을 내려오고 있다는 소식은 포구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밤마다 정자로 찾아와 말벗을 해 주는 하려려의 입을 통해 시운학에게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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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1화 고뇌(苦腦)하는 사람들 +2 23.10.06 2,400 24 14쪽
150 150화 광인방을 멸(滅)하다 +2 23.10.05 2,548 25 13쪽
149 149화 전화위복(轉禍爲福) +3 23.10.04 2,458 25 13쪽
148 148화 아비규환(阿鼻叫喚) +2 23.10.03 2,462 24 13쪽
147 147화 만금전장(滿金錢場) +1 23.10.02 2,478 25 16쪽
146 146화 무림맹의 변신 23.10.01 2,499 25 14쪽
145 145화 은창 유성 화경에 들다 +2 23.09.30 2,640 24 12쪽
144 144화 마무리는 단호하게 +2 23.09.29 2,532 24 14쪽
143 143화 시작은 가볍게 +1 23.09.28 2,512 22 19쪽
142 142화 탐화랑(貪花郞) 23.09.27 2,582 24 15쪽
141 141화 풍우지절(風雨之節) +1 23.09.26 2,670 21 14쪽
140 140화 당소소 (2) +1 23.09.25 2,748 26 14쪽
139 139화 당소소 (1) +1 23.09.24 2,674 23 15쪽
138 138화 협상 23.09.23 2,671 22 17쪽
» 137화 개파대전 +1 23.09.22 2,663 25 13쪽
136 136화 불꽃 (3) +1 23.09.21 2,652 21 15쪽
135 135화 불꽃 (2) +2 23.09.20 2,667 23 15쪽
134 134화 불꽃 (1) +1 23.09.19 2,651 24 17쪽
133 133화 무상검결(無常劒訣) 23.09.18 2,665 25 12쪽
132 132화 곽가촌 23.09.17 2,677 23 15쪽
131 131화 매가 약이다 23.09.16 2,702 21 13쪽
130 130화 동정풍운(洞庭風雲) +2 23.09.15 2,784 24 14쪽
129 129화 혼돈지절(混沌之節) +1 23.09.14 2,741 23 16쪽
128 128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3.09.13 2,750 21 13쪽
127 127화 운룡설산(雲龍雪山) (3) 23.09.12 2,740 24 13쪽
126 126화 운룡설산(雲龍雪山) (2) 23.09.11 2,747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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